[추적! 사무장병원]① 최고 1,382억 ‘먹튀’…사무장 1명당 18억

입력 2021.10.02 (09:01) 수정 2021.10.0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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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의료는 국민건강보험이라는 공보험 체계를 바탕으로 합니다. 저소득층, 중증 질환자도 비용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섭니다. 국민 건강권 보호 차원입니다.

현행 의료법이 의료인이나 의료법인 등에게만 병원 개설 자격을 주는 것도 같은 이유로 볼 수 있습니다. 의료인이 병원을 운영해야 의료의 과도한 영리 추구를 막고, 건강보험 재정을 공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사무장이 병원을 운영하고 의사는 사무장의 지시에 따라 진료만 하는 '사무장 병원'은 의료법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국민 건강권을 침해하고 건강보험 재정을 사적 이익의 대상으로 삼아 끝내 공보험 체계에 막대한 손해를 일으킵니다.

前 사무장 병원 운영자 (KBS와의 인터뷰)

"MRI, CT 같은 경우 새 기계를 사면 심지어 10억에서 100억대 가는 것도 있어요. 그런데 오래되고 낡은 것들은 그냥 공짜로 갖고 오는 것들이 있단 말이에요. 일반인들이 보면 그걸 알겠어요? 그런 식으로 눈속임해서 착복하는 거예요.
(사무장들은) 병원에서 근무했던 사람들은 거의 없어요. 건축 업자, 인테리어 업자, 견인차 기사, 보험 모집인 출신, 안 그러면 의료기기 쪽에 종사하던……."

KBS 탐사보도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적발해 폐업한 사무장 병원과 약사 면허 대여 약국 자료 1,701곳의 전체 현황 자료를 입수했습니다. 이 가운데 형사 재판이 완료된 요양기관 1,396곳, 사무장 1,059명의 자료를 분석했습니다. 먼저 사무장들이 어떻게 병원을 운영해 막대한 부당이득을 취했는지 확인해보겠습니다.

■한국계 캐나다인, 1,300억 원 환수 안 하고 추방…사무장 1인 평균 18억씩, 모두 1조 9천억 토해내야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12년 동안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적발돼 폐업한 사무장병원 등 요양기관들이 건보공단에 환수해야 할 금액은 최종 확정된 것만 1조 9,063억여 원입니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환수결정액이 확정되지 않은 사례는 제외했습니다. 올해 적발 사례도 포함하지 않았는데도 2조 원에 육박한 것입니다.

연루된 사무장은 모두 1,059명(환수결정액 결손처분 1명 포함), 사무장 1인당 평균 건보공단에 돌려 주어야 할 돈은 18억 182만 7,045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사무장 가운데서도 큰 손은 따로 있었는데요, 다름 아닌 1963년생, 한국계 캐나다인 정 모 씨였습니다. 사무장 3명과 서울 등 수도권 일대 병원 16곳에서 활동하면서 1,382억 원이 넘는 요양급여를 부당하게 받았습니다. 갚은 금액은 천만 원 남짓에 불과합니다.

정 씨는 사무장 병원 유죄 판결을 받고 천안교도소에서 형을 마친 지난해 봄, 추방된 것으로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실형을 살고 석방된 외국인은 국외로 강제 퇴거할 수 있다는 출입국관리법에 따른 조치였습니다.

공범이었던 의사 장 모 씨 역시 재판 도중 출국해 아직 귀국하지 않았습니다. 1,300억여 원 가운데 건보공단이 환수한 금액은 공범들의 부동산가압류 등으로 받아낸 58억여 원에 그쳤습니다.

참고로 KBS 탐사보도부가 확보한 자료는 환수 결정 금액을 사무장 병원 별로 표기했습니다. 사무장 병원 한 곳에 사무장이 여러 명일 경우 사무장 각각의 책임 환수액를 나눌 수 없어 해당 병원 환수액 전액을 사무장 개개인의 책임 액수로 삼고 합산해 사무장들의 순위를 매겼습니다.

■'큰손' 사무장 16개 병원서 활동...뭉쳤다가 흩어지고 개·폐업 반복

정 씨 등 환수 결정액이 많은 사무장이 어디서 얼마나 오랫동안 활동했는지도 살펴봤습니다. 먼저 환수 결정액 '1,300억 대' 1위 사무장 정 씨를 살펴볼까요?


정 씨는 서울 송파, 강동, 영등포구와 경기 용인 등 수도권 일대에서 주로 활동했습니다. 해당 지역들에서 개·폐업을 반복해 운영했던 병원만 16곳으로 확인됐습니다.

운영 방식의 또다른 특징은 운영 기간이 평균 2.2년으로 짧다는 것입니다. 사무장병원 의혹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면 병원 문을 닫고, 다른 지역에서 병원을 다시 개업하는 식으로 병원을 운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명단을 보면 1·2위의 재직 병원, 활동 지역이 겹치고 평균 운영 기간이 같습니다. 공동 5위 4명, 그리고 공동 10위 2명도 지역과 운영 기간이 같은데요, 자료를 분석해보니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사무장들끼리의 끈끈한 동업 관계가 있었습니다.

■'문어발식' 운영에 사무장끼리 ' 나눠 먹기'까지

1위 정 씨의 재직 병원은 16곳, 이 가운데 절반이 요양병원이었습니다. 게다가 운영 병원 가운데 12곳은 2위와도 겹칩니다. 2위는 재직한 12곳 모두 정 씨와 공동 운영을 했습니다. 두 사람이 동업 관계였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1위의 환수 결정액 1,382억 원 가운데 100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2위 사무장의 책임이기도 합니다. 3위와 4위는 인천 남동구 등 여러 지역에서 '면허대여 약국'을 '문어발식'으로 운영한 경우입니다.


상대적으로 긴 기간 동안 여러 명이 공동 운영을 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공동 5위 사무장 4명은 경남 김해시에서 종합병원을 9년 넘게 운영하며 부당이득 525억 원을 함께 얻었습니다. 10위 사무장 2명도 8년 넘게 경남 창원의 한 요양병원을 운영하며 481억 원의 건보 재정을 사적으로 챙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환수 결정액이 많은 사무장 상위 50위까지로 분석 범위를 확대해봤습니다. 환수결정액이 많을수록 원의 크기도 크게 나타냈습니다. 1위 사무장은 21위, 41위 사무장과도 같은 병원을 운영한 적이 있었습니다.

사무장들은 병원 운영으로 돈을 벌기 위해 사무장들끼리 네트워크를 구축하면서, 병원 문을 수시로 여닫는 방식으로 건보 재정을 갉아 먹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무장들, 자금 동원하려 이합집산...단속 전 '눈속임' 폐업도"

KBS는 전직 사무장 병원 운영자에게서 사무장병원의 운영 행태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전직 사무장은 "사무장 병원은 사무장(이사장) 중심으로 돌아간다. 리베이트를 준 제약사 약을 계속 쓰게 한다"면서 병원에서 사무장의 입지는 막강하다고 말합니다. 사무장병원이 개업과 폐업이 잦은 이유에 대해서는 "병원이 도저히 운영이 안 돼 폐업한다며 수사 기관이나 관계 기관, 심사평가원에서 파악도 하기 전에 문을 닫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의료 전문 이경권 변호사는 "사무장들도 동원할 수 있는 자금력에 한계가 있어서 여러 명이 뭉칠 수밖에 없다. 그 경험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또 다른 지역으로 자기들끼리 이합집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KBS 1TV <시사기획 창 Mr. 병원왕을 찾아라>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미지 클릭(일부 포털사이트 제한), 또는 링크 주소(https://news.kbs.co.kr/djnews/smj/index.html)를 주소창에 입력하면, 인터랙티브 ‘최초공개! 사무장병원 12년의 기록’ 페이지로 이동합니다.이미지 클릭(일부 포털사이트 제한), 또는 링크 주소(https://news.kbs.co.kr/djnews/smj/index.html)를 주소창에 입력하면, 인터랙티브 ‘최초공개! 사무장병원 12년의 기록’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취재: 오승목, 김영은
데이터 수집·분석: 윤지희, 이지연
인터랙티브 개발: 김성호, 장상근, 공민진
인터랙티브 디자인: 반혜영
데이터 시각화: 권세라,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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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적! 사무장병원]① 최고 1,382억 ‘먹튀’…사무장 1명당 18억
    • 입력 2021-10-02 09:01:02
    • 수정2021-10-02 17:3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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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의료는 국민건강보험이라는 공보험 체계를 바탕으로 합니다. 저소득층, 중증 질환자도 비용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섭니다. 국민 건강권 보호 차원입니다.

현행 의료법이 의료인이나 의료법인 등에게만 병원 개설 자격을 주는 것도 같은 이유로 볼 수 있습니다. 의료인이 병원을 운영해야 의료의 과도한 영리 추구를 막고, 건강보험 재정을 공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사무장이 병원을 운영하고 의사는 사무장의 지시에 따라 진료만 하는 '사무장 병원'은 의료법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국민 건강권을 침해하고 건강보험 재정을 사적 이익의 대상으로 삼아 끝내 공보험 체계에 막대한 손해를 일으킵니다.

前 사무장 병원 운영자 (KBS와의 인터뷰)

"MRI, CT 같은 경우 새 기계를 사면 심지어 10억에서 100억대 가는 것도 있어요. 그런데 오래되고 낡은 것들은 그냥 공짜로 갖고 오는 것들이 있단 말이에요. 일반인들이 보면 그걸 알겠어요? 그런 식으로 눈속임해서 착복하는 거예요.
(사무장들은) 병원에서 근무했던 사람들은 거의 없어요. 건축 업자, 인테리어 업자, 견인차 기사, 보험 모집인 출신, 안 그러면 의료기기 쪽에 종사하던……."

KBS 탐사보도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적발해 폐업한 사무장 병원과 약사 면허 대여 약국 자료 1,701곳의 전체 현황 자료를 입수했습니다. 이 가운데 형사 재판이 완료된 요양기관 1,396곳, 사무장 1,059명의 자료를 분석했습니다. 먼저 사무장들이 어떻게 병원을 운영해 막대한 부당이득을 취했는지 확인해보겠습니다.

■한국계 캐나다인, 1,300억 원 환수 안 하고 추방…사무장 1인 평균 18억씩, 모두 1조 9천억 토해내야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12년 동안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적발돼 폐업한 사무장병원 등 요양기관들이 건보공단에 환수해야 할 금액은 최종 확정된 것만 1조 9,063억여 원입니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환수결정액이 확정되지 않은 사례는 제외했습니다. 올해 적발 사례도 포함하지 않았는데도 2조 원에 육박한 것입니다.

연루된 사무장은 모두 1,059명(환수결정액 결손처분 1명 포함), 사무장 1인당 평균 건보공단에 돌려 주어야 할 돈은 18억 182만 7,045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사무장 가운데서도 큰 손은 따로 있었는데요, 다름 아닌 1963년생, 한국계 캐나다인 정 모 씨였습니다. 사무장 3명과 서울 등 수도권 일대 병원 16곳에서 활동하면서 1,382억 원이 넘는 요양급여를 부당하게 받았습니다. 갚은 금액은 천만 원 남짓에 불과합니다.

정 씨는 사무장 병원 유죄 판결을 받고 천안교도소에서 형을 마친 지난해 봄, 추방된 것으로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실형을 살고 석방된 외국인은 국외로 강제 퇴거할 수 있다는 출입국관리법에 따른 조치였습니다.

공범이었던 의사 장 모 씨 역시 재판 도중 출국해 아직 귀국하지 않았습니다. 1,300억여 원 가운데 건보공단이 환수한 금액은 공범들의 부동산가압류 등으로 받아낸 58억여 원에 그쳤습니다.

참고로 KBS 탐사보도부가 확보한 자료는 환수 결정 금액을 사무장 병원 별로 표기했습니다. 사무장 병원 한 곳에 사무장이 여러 명일 경우 사무장 각각의 책임 환수액를 나눌 수 없어 해당 병원 환수액 전액을 사무장 개개인의 책임 액수로 삼고 합산해 사무장들의 순위를 매겼습니다.

■'큰손' 사무장 16개 병원서 활동...뭉쳤다가 흩어지고 개·폐업 반복

정 씨 등 환수 결정액이 많은 사무장이 어디서 얼마나 오랫동안 활동했는지도 살펴봤습니다. 먼저 환수 결정액 '1,300억 대' 1위 사무장 정 씨를 살펴볼까요?


정 씨는 서울 송파, 강동, 영등포구와 경기 용인 등 수도권 일대에서 주로 활동했습니다. 해당 지역들에서 개·폐업을 반복해 운영했던 병원만 16곳으로 확인됐습니다.

운영 방식의 또다른 특징은 운영 기간이 평균 2.2년으로 짧다는 것입니다. 사무장병원 의혹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면 병원 문을 닫고, 다른 지역에서 병원을 다시 개업하는 식으로 병원을 운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명단을 보면 1·2위의 재직 병원, 활동 지역이 겹치고 평균 운영 기간이 같습니다. 공동 5위 4명, 그리고 공동 10위 2명도 지역과 운영 기간이 같은데요, 자료를 분석해보니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사무장들끼리의 끈끈한 동업 관계가 있었습니다.

■'문어발식' 운영에 사무장끼리 ' 나눠 먹기'까지

1위 정 씨의 재직 병원은 16곳, 이 가운데 절반이 요양병원이었습니다. 게다가 운영 병원 가운데 12곳은 2위와도 겹칩니다. 2위는 재직한 12곳 모두 정 씨와 공동 운영을 했습니다. 두 사람이 동업 관계였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1위의 환수 결정액 1,382억 원 가운데 100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2위 사무장의 책임이기도 합니다. 3위와 4위는 인천 남동구 등 여러 지역에서 '면허대여 약국'을 '문어발식'으로 운영한 경우입니다.


상대적으로 긴 기간 동안 여러 명이 공동 운영을 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공동 5위 사무장 4명은 경남 김해시에서 종합병원을 9년 넘게 운영하며 부당이득 525억 원을 함께 얻었습니다. 10위 사무장 2명도 8년 넘게 경남 창원의 한 요양병원을 운영하며 481억 원의 건보 재정을 사적으로 챙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환수 결정액이 많은 사무장 상위 50위까지로 분석 범위를 확대해봤습니다. 환수결정액이 많을수록 원의 크기도 크게 나타냈습니다. 1위 사무장은 21위, 41위 사무장과도 같은 병원을 운영한 적이 있었습니다.

사무장들은 병원 운영으로 돈을 벌기 위해 사무장들끼리 네트워크를 구축하면서, 병원 문을 수시로 여닫는 방식으로 건보 재정을 갉아 먹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무장들, 자금 동원하려 이합집산...단속 전 '눈속임' 폐업도"

KBS는 전직 사무장 병원 운영자에게서 사무장병원의 운영 행태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전직 사무장은 "사무장 병원은 사무장(이사장) 중심으로 돌아간다. 리베이트를 준 제약사 약을 계속 쓰게 한다"면서 병원에서 사무장의 입지는 막강하다고 말합니다. 사무장병원이 개업과 폐업이 잦은 이유에 대해서는 "병원이 도저히 운영이 안 돼 폐업한다며 수사 기관이나 관계 기관, 심사평가원에서 파악도 하기 전에 문을 닫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의료 전문 이경권 변호사는 "사무장들도 동원할 수 있는 자금력에 한계가 있어서 여러 명이 뭉칠 수밖에 없다. 그 경험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또 다른 지역으로 자기들끼리 이합집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KBS 1TV <시사기획 창 Mr. 병원왕을 찾아라>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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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오승목, 김영은
데이터 수집·분석: 윤지희, 이지연
인터랙티브 개발: 김성호, 장상근, 공민진
인터랙티브 디자인: 반혜영
데이터 시각화: 권세라,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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