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는 기자들Q] 안 하나? 못 하나? ‘오역’으로 잃어가는 신뢰

입력 2021.10.03 (22:36) 수정 2022.08.0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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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솔희: 미디어의 본질을 묻습니다. <질문하는 기자들 Q> 시작하겠습니다. 세계를 보는 창이라고 하는 국제뉴스를 국내 언론은 얼마나 정확하고 공정하게 보도하고 있을까요? 오늘은 지난 시간에 이어서 최근 포털 뉴스 창을 뜨겁게 달군 왜곡된 국제뉴스를 과연 무엇이 어떻게 잘못됐는지 팩트체크 해 보는 시간 가져보겠습니다. 이어지는 에서는요. 유튜브 시대, 아날로그 라디오로 소통의 길을 찾는 공동체 라디오를 소개하겠습니다. 그러면 오늘 함께할 분들 만나보겠습니다. 홍원식 동덕여대 교양학부 교수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홍원식: 안녕하세요?

김솔희: 그리고 KBS 김나나 기자도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김나나: 안녕하세요?

김솔희: 오늘 첫 출연이신데 짧게 각오 한 마디.

김나나: 뉴스 미디어를 저도 역시 기자로서 비평을 한다는 게 부담스러운 일인데 그래도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김솔희: 활약을 기대하겠습니다.

[코너1] 안 하나? 못 하나? ‘오역’으로 잃어가는 신뢰

김솔희: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을 장악한 이후 아프간 현지에서 끔찍한 비극과 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국내 언론에서도 연일 관련 소식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외신 받아쓰기, 강 건너 불구경식의 단편적인 보도가 대부분이다 보니까 사실과 다른 오보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8월 중순에는 미군이 아프간에서 철수하면서 남긴 100조 원대 무기를 탈레반이 획득했다, 이런 보도가 잇따랐는데요. 이게 오보였죠.

김나나: 보도가 처음 나온 게 8월 18이었는데요. 연합뉴스와 SBS, 매일경제 같은 주요 언론들이 한결같이 10여 곳에서 비슷한 제목의 기사들이 나왔습니다. AP통신을 인용해서 탈레반이 100조 원대 규모의 군사자산을 입수하게 됐다, 이런 내용이었는데 이게 사실과 달랐습니다. 한마디로 하나같이 AP통신을 인용하기는 했지만, AP통신을 원문 어디에도 이런 내용은 없었던 건데요. 관련 내용을 팩트체크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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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1] 탈레반이 100조원 美 무기 획득?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함락한 직후, 미군의 급한 철군에 대한 보도가 잇따랐습니다.

관심은 자연스레 미군이 남기고 간 무기의 행방으로 모아졌습니다.

잇따라 비슷한 제목의 기사가 쏟아집니다.

구체적인 액수까지 거론됩니다.

'100조 군사자산 탈레반 손아귀로', '97조 원어치 미군 무기 줍줍', '블랙호크 등 100조 원 美 무기 탈레반 손에'.

국내 언론들은 100조 원의 출처에 대해 미국 통신사 AP가 보도했고 백악관도 발표했다고 전했습니다.

우선 AP 통신의 8월 17일 자 기사를 살펴봤습니다.

우리 돈 약 100조 원으로 환산할 수 있는 830억 달러가 언급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이는 지난 20년간 아프간 국방에 투입된 유무형의 전체 예산이라고 설명돼 있습니다.

기사 말미엔 이 돈이 아프가니스탄의 군대와 경찰력을 개발하고 유지하는 데 쓰였다는 내용도 덧붙여져 있습니다.

그런데 국내 언론들은 830억 달러 전체를 탈레반이 당장 차지하게 된 미군 무기의 가치로 특정한 겁니다.

원문 기사를 제대로 들여다 봤는지도 의심스러운 대목입니다.

백악관이 관련 내용을 시인했다는 점도 사실과 다릅니다.

백악관 브리핑에서, 관련한 질의 응답이 오간건 맞지만 질문과 답변 그 어디에서도 구체적인 액수가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녹취] 백악관 출입 기자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제공한 수십억 달러 어치의 무기는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미국은 이것들에 대한 계획이 있는지요. 아니면 탈레반에 남게 되는지요.

[인터뷰] 제이크 설리번/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우리는 모든 군사 물자가 어디로 간 것인지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상당한 규모가 탈레반 손에 넘어간 것은 확실합니다.

결국, 탈레반이 미군 무기 100조 원어치를 차지하게 됐다는 국내 언론사들의 쌍둥이 보도들은 기본적인 확인도 없는 베껴 쓰기가 빚어낸 무더기 오보였던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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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솔희: 그러니까 이 100조 원이라는 규모가요. 미군이 아프간 정부군에 20년 동안 지원한 유형무형 전체 규모였던 건데, 탈레반이 이번에 미군 철수 이후 획득한 무기의 규모가 100조 원이다, 이런 식으로 잘못 보도가 됐던 거죠. 이런 허위 정보가 국내에서도 문제였지만 미국에서도 한번 난리가 났었다고요.

김나나: 그렇습니다. 미국에서는 이 SNS를 중심으로 그런 내용의 가짜 뉴스가 떠돌았는데요.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 그리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아들 그리고 공화당 의원들이 이런 잘못된 내용들을 정치 쟁점화 하면서 사안이 커졌습니다. 급기야 워싱턴포스트와 AP통신 같은 경우에는 팩트체크 기사를 냈는데요. AP통신과 워싱턴포스트 등은 800억 달러라는 돈은 아프간 군대를 훈련하고 유지하는 전체 비용이다, 그리고 실제 무기에 들어간 돈은 여기에 3분의 1에도 미치지 않는 240억 달러 정도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고, 그러니까 결국 이 탈레반이 당장 손에 쥐게 된 무기의 가치는 이것보다 훨씬 적은 거로 그렇게 추정을 했습니다.

김솔희: 그렇죠. 240억보다도 훨씬 낮겠죠.

김나나: 그렇습니다.

김솔희: 그래서 미국 언론들은 이런 허위 정보를 바로 잡았는데 국내 언론들은 오히려 이런 허위 정보를 막 퍼다 날랐습니다. 홍 교수님은 이런 사태 어떻게 보셨어요?

홍원식: 일단 기사를 보면서 저도 참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됐는데, 일단 100조 원이라는 돈을 어마어마하게 기사화하면서 팩트체크를 안 했다는 것도 그렇고요. 또 일부 언론에서 줍줍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무슨 게임을 중계하듯이.

김솔희: 맞아요.

홍원식: 이렇게 보도하는 태도가 잘 납득이 안 됐습니다. 저도 아들을 통해서 가끔 게임 용어를 듣는데 제가 알기로는 줍줍이라는 용어가 줍고 줍는다, 무슨 아이템이 떨어져 있으면 그걸 줍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마치 게임을 중계하듯이 ‘줍줍’이라는 표현을 썼다는 것. 단순한 흥미 거리로 이런 분쟁을 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솔희: 너무 가벼웠어요. 표현 자체가. 그러면 이번에 그렇게 오보를 낸 언론사 중에서 그럼 국내 언론 중에 사실을 다시 바로 잡은 그런 언론도 있었나요?

김나나: 먼저 지난달 9일에 SBS가 팩트체크 기사를 내긴 했습니다. 하지만 자사 보도를 정정하거나 사과하거나 한 것은 아니었고 앞서 전해드린 트럼프 전 대통령 발언을 팩트체크한 그런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 시점 역시 미국 언론들의 팩트체크 기사들이 나온 지 열흘 정도 지난 뒤에 있었던 일이고요. 그리고 그 이후에 다음 날 조선일보가 [바로 잡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정정 보도문을 게재를 했는데요. 오보를 낸 수많은 언론사 중에서 유일하게 정정 보도문을 낸 언론사였습니다.

김솔희: 그랬군요. 국내 언론들이 참 정정 보도에 인색하다. 이런 문제점을 저희 질문하는 기자들 Q에서도 과거에 지적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별반 달라지지 않는 태도를 보였네요.

홍원식: 그나마 조선일보, SBS 두 언론사가 나중에 사실 확인을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만합니다. 사실 그런데 그렇게 만족스럽지는 않습니다. 조선일보 기사 같은 경우는 자사의 오보를 정정하긴 했지만, 독자적인 팩트체크에 기반했다기보다는 AP통신에서 정정 보도를 한 것은 팩트체크를 한 것을 그대로 인용해서 자사에 정정 보도를 한 것이고요. 그리고 SBS 같은 경우에는 팩트체크 기사를 통해서 독자적인 사실 확인에 노력이 있었습니다만 자사가 오보를 했다는 것들을 언급하지 않고 단순하게 이런 해외 국제보도에서 팩트체크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정도로 마무리했다는 점에서 좀 아쉬움들이 있죠. 그나마 그래도 두 언론사는 이렇게 후속 보도나 정정 보도를 내기라도 했는데 똑같은 보도를 했던 다른 언론사들은 사실 이렇게 오보를 내고도 모른 척하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죠.

김솔희: 아프간 소식을 전하면서 일어난 이런 받아쓰기 오보 또 있었습니다. 지난 8월 말이었는데요.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 장면이라고, 대대적으로 굉장히 충격적인 그런 장면이 많이 돌았는데 그게 사실은 폭탄 테러 장면이 아니었고 전혀 엉뚱한 상황이었다면서요.

김나나: 카불 공항 테러라는 제목의 영상이 떠올랐는데 사실은 카불 공항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 카자흐스탄 군부대에 있는 탄약 보관 창고에서 난 영상이었던 겁니다. 그러니까 출처를 확인해 봤더니 트위터에 누가 잘못 올린 영상들을 언론들이 확인 없이 우후죽순 받아쓰면서 오보가 계속해서 양산된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홍원식: 얼마 전에 대표적인 사례가 또 하나 발생을 했는데, 국내 주로 인터넷 언론들이 CNN 보도를 인용해서 아프간 난민들이 독일에 있는 미군 기지에서 2,000명이 새롭게 임신했다라고 기사를 냈는데 알고 보니까 사실은 임신되어 있는 상태의 여성들을 먼저 이렇게 난민으로 데리고 왔기 때문에 사실 난민 중에 임산부의 숫자가 굉장히 많았던 것인데, 그것을 마치 새롭게 2000명이 미군 기지에서 임신한 것처럼 기사를 냈던 거죠.

김솔희: 그렇죠.

홍원식: 그러니까 일종의 속보 경쟁과 그리고 포털 내에서의 클릭 수 경쟁을 하다 보니까 이런 외신 보도의 문제점들이 더욱더 가중되고 있는 것이 현재 국내의 국제보도 현실인 것 같습니다.

김솔희: 지난달 초에 또 하나의 사례가 있었습니다. 일부 국내 언론들이 일본 언론에서 김연아 전 국가대표 피겨스케이팅 선수에게 색기 넘친다, 이런 식의 망언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큰 파장이 일었는데요. 이런 소식을 전한 언론들은 기사 내용에 또 일본 언론에 도 넘은 망언에 한국 네티즌들이 분노하고 있다, 또 이런 반응까지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사실은 국내 언론의 어떤 잘못된 해석이 불필요한 논란을 조장한 사례다, 이렇게 비판이 나오더라고요.

김나나: 먼저 우리 언론의 처음 관련 보도가 나온 걸 확인해 봐야 하는데요. 조선일보 온라인 담당 자회사죠. 조선 NS소속 기자의 기사였습니다. 일본 매체 김연아 근항을 전하며 색기 넘친다. 한국 네티즌 역겹다는 제목의 기사였는데 이후 비슷한 제목의 기사들이 스무 개 넘게 쏟아져 나왔습니다.

조선일보는 뉴스포스트세븐이라는 일본 언론이 피겨 여왕 김연아의 근황을 전하면서 섹시하다, ‘색기가 넘친다’라는 표현을 써서 국내 누리꾼들이 공분을 사고 있다고 전했는데 이 조선일보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오히려 원문 기사가 문제가 아니라 이 조선일보의 기사가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선동하는 기사를 썼다. 오역을 했다, 이런 비판들이었습니다. 문제가 된 표현이 직역하면 “색기 넘친다”가 맞긴 합니다. 그런데 이게 우리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지만 일본에서는 꼭 그렇지만 않다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일본 문화 전문가들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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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2] “김연아 색기 넘친다” 진실은? - 일본문화 전문가들의 해석

기자: 한자어로는 우리 눈에는 '색기'로 읽히는데, 일본에서는 어떤 의미로 쓰이는지 정확하게 알고 싶어요.

<인터뷰>김동규/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언어문화학부장
한국어에서 '색기'라고 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모욕적인 표현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희롱이 될 수도 있고요. 하지만 일본에서 '이로케'라는 것은 한국어 정도는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성적으로 모욕을 준다거나 하기보다는 오히려 저는 김연아 선수가 이렇게 여성적인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여성적인 매력이 넘치는 은퇴 후의 생활을 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의미보다는 긍정적인 게 훨씬 강하다고 봅니다.

<인터뷰>김지영/ 한양대학교 일본학과 교수
'이로케'라는 표현이 상당히 거부감을 주거나 너무 이렇게 성적으로 폄하하거나 그런 의미가 아니고 그냥 여성으로서의 매력, 남성으로서의 매력이 있다.

기자: 남자한테도 쓸 수 있어요?

<인터뷰>김지영/ 한양대학교 일본학과 교수
남자한테도 쓰거든요. 그래서 성희롱적인 의미를 담는다거나 그런 뜻이 아니고 한국에서보다는 훨씬 더 그냥 여성으로서의 매력, 남성으로서의 매력을 강조하는 그런 단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SNS상에서 많이 사용되는 표현으로서 점잖은 표현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점점 이런 표현들이 일반화되면서 최근에는 이런 표현을 사용해도 이것이 뭐 일본인들이 이 기사를 딱 접했을 때 뭐 김연아를 특별히 폄하한다거나 무시한다거나 경시한다거나 그런 느낌은 받지 않을 거로 생각합니다.

기자: '이로케'로 발음되는 '색기'라는 단어처럼 일본과 한국이 한자어로는 똑같이 쓰는데 뜻은 다른 경우 또 어떤 게 있을까요?

<인터뷰>김동규/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언어문화학부장
한국어의 '팔방미인'이라고 하는 한자 숙어가 있는데요. 일본에서도 같이 씁니다. ‘핫포오비진'이라고 읽습니다. 한국어에서는 여러모로 봐도 혹은 여러모로 훌륭한 여성을 가리키는 말입니다만 일본에서는 마이너스 이미지가 생기게 됩니다. 여기에도 얼굴 내밀고 저기에도 얼굴 내밀고 여기에 참견, 저기에 참견하는 사람 이런 마이너스 이미지가 있습니다. 언어를 완벽하고 그리고 정확하고 적절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인터뷰>김지영/ 한양대학교 일본학과 교수
한국에서는 '곤조', '곤조부리다' 해서 되게 부정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곤조가 있다고 하면 상당히 긍정적인 근성이 있는 사람, 끈기 있게 뭔가를 해내는 사람 그런 의미거든요. 그래서 '색기'라는 표현은 그 정도로의 차이는 뭐 없다고 할 순 있겠지만 그래도 색기가 한국에서보다 훨씬 더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부분을 좀 이해를 해야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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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솔희: 언어라는 게 뉘앙스라는 게 있어서요. 그런데 그게 또 문화나 정서와 연결된 부분이다 보니까 해석이 참 어려운데 그러니까 그런 부분을 기사로 전할 때는 더 신중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요. 이번 원문 기사를 냈던 일본 매체 뉴스포스트세븐이라는 곳이 저는 이번에 사실 처음 들어본 매체였거든요. 이번 원문 기사가 그렇게 꼭 전해야 할 만큼 중요한 어떤 가치가 있는 기사였을지, 그런 부분도 좀 의문이 생겨요.

김나나: 뉴스포스트세븐이라는 언론사는 사실 자극적인 연예계 소식을 주로 전하는 온라인매체입니다. 그런데 처음 원문 기사의 내용이 문화적 사회를 고려하지 않고 잘못 번역된 것은 맞습니다만 그래도 원문 기사 역시 그렇게 좋은 기사라고 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입니다. '이로케’라는 뜻이 우리나라의 색기로 번역되는 거처럼 그렇게까지 부정적인 뜻이
아닐지라도 이게 성인지 감수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기사다, 이런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김솔희: 그러게 말입니다. 또 그 기사를 한국에 전했던 한국 매체들은 그 기사에 덧붙여서 한국 네티즌들이 그래서 일본 언론 보도에 대해서 분노하고 있다, 이런 반응까지 덧붙였거든요. 그런데 일련의 상황들을 쭉 짚어보고 보니까 과연 한국 매체든 누가 그런 반응을 했었던 걸까? 실체가 있었던 걸까? 이런 의문도 생기네요.

홍원식: 저도 뉴스포스트세븐이라는 매체를 처음 들어봤는데요. 사실 우리가 이렇게 잘 모르고 뉴스 영향력이 크지 않은 매체를 인용한 것은 결국 조선NS에서 색기라는 이 특정한 표현을 부각시키고자 하는 언론사의 의도가 있었다고 봐야겠죠. 그 기사를 보면 원래 보도의 의도와 상관없이 그 기사 속에는 거의 결론이 네티즌의 표현들을 직접 인용하면서 결론을 맺고 있거든요. 그런데 그 내용들을 보면 물론 출처도 굉장히 불분명하지만 그 내용 속에 굉장히 자극적인 표현들도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실제 조선NS 기사를 보면 제목에서부터 ‘역겹다’라는 표현을 쓰고 있죠.

김솔희: 그렇죠.

홍원식: 굉장히 자극적인 표현을 쓰고 있는 거죠. 정리해 보면 결국 조회 수를 올리고자 하는 목적으로 출처가 불분명한 네티즌들을 인용하고 그리고 일종의 오역의 문제가 곁들어져서 그리고 문화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반일 감정을 자극하는 내용들로 기사를 만들었다. 우리가 이렇게 정리를 해볼 수 있을 거 같고 이런 것들이 국제 관계에서 과연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생각해 보면 결코 좋은 기사로 우리가 평가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김솔희: 단순한 번역 실수로 인한 오보라든지 자의적인 해석이 난무하는 국제뉴스의 문제점, 신문기사를 중심으로 짚어봤는데요. 이게 방송 뉴스라고 해서 크게 다른 것 같지 않습니다.

홍원식: 방송 뉴스 역시 국제보도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굉장히 짧은 시간에 적은 인력으로 국제 보도를 담당을 하면서 많은 실수가 나오고 있다고 봐야겠죠. 특히 이제 번역의 문제는 심각한 편인데요. 그나마 영미권이나 일본이라든지 우리가 친숙한 그런 언어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그리고 잘못이 있더라도 시청자들이 쉽게 알아챕니다. 그런데 이제 아랍이라든지 다른 생소한 나라의, 생소한 국가들의 언어는 잘못이 있어도 시청자들이 알아채기도 힘들기 때문에 오히려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봐야겠죠.

김솔희: 참 허술한 부분이 많아요. 그러면요. 방송 뉴스의 엉터리 국제 보도 실태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왜 이런 문제가 그렇게 반복이 되고 있는 건지, 현장 기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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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3] 방송뉴스 오역 퍼레이드 그리고 기자들

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 씨는 수상 소감으로도 화제를 모았습니다.

상당수 국내 언론은 윤 씨가 '할리우드를 존경하지 않는다'고 했다면서, '거침없는 돌직구'였다고 전했습니다.

다소 무례한 발언으로도 읽힐 수 있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윤 씨의 말은 '동경하지 않는다' 또는 '선망하지 않는다' 정도로 해석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입니다.

'일하라는 아들들의 잔소리 덕에 상을 탔다'고 말했다는 해석 역시 정확한 번역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인터뷰> 윤여정/ 배우
I'd like to thanks to my two boys who made me go out at work.

윤 씨가 두 아들을 언급한 건 맞지만 '내가 일할 수밖에 없게 했던 두 아들에게 고맙다' 정도가 적절합니다.

익숙하지 않은 언어일수록 원래 뜻과 다르게 번역되는 사례는 더 자주 눈에 띕니다.

<녹취> 운전하는 아랍인
운전기사나 다른 운전할 사람이 늦을 거라서 동생들 태우러 가기 위해 직접 나왔어요.

인터뷰와 함께 방송된 자막과 달리 운전자의 아랍어 인터뷰는 '이제 여성이 운전할 때가 됐고, 스스로도, 자신의 딸도, 사회도 준비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심지어 한 우즈베키스탄인은 '시간이 없다며 설명을 생략한다'고 말했는데도, 해석은 의도한 대로 붙이기도 합니다.

<녹취>샤리포바 다슈켄트 교장(러시아어)
얼마 전 한국을 방문했는데 역사와 풍습에서 굉장히 많은 공감대와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지리적으로 멀리 있는 한국이지만 양국의 우호적 관계 속에 똑같이 교육열이 높습니다.

국제 뉴스 기사를 쓰는 기자들 얘기를 들어보면, 오역이 빈번할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인터뷰>최모 씨/ 방송기자 (음성대역)
외신이 들어오면 말은 아랍어나 러시아어로 해도 스크립트는 영어로 들어오고 그걸 다시 한국어로 우리가 번역해야 하는 거잖아요. 근데 그 해석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는 모를는 거예요. 원어를 모르니까. 그러니까 그냥 감으로 잘라서 넣는 거죠. 시간에도 쫓기니까 그냥 감으로. 사실 그래도 영어나 이런 것은 더 세밀히 하려고 하죠. 왜냐면 그래도 잘하는 사람이 많으니까. 하지만 상대적으로 덜 쓰이는 아랍어나 러시아어 이런 쪽으로 갈수록 누가 이걸 알아듣고 문제를 제기할까 하는 생각도 하는 것 같아요. 우리가 막 지어내는 건 아니지만, 거기에 대한 긴장감은 확실히 덜한 게 맞죠.

<인터뷰>김모 씨/ 방송기자 (음성변조)
그래도 요새는 조금 뭐 그래도 번역기가 있으니까 (낫죠). 뉴스를 하면서도 찝찝하고 불안하죠. 틀렸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불안감도 있고.

<녹취> 기자
기사 데스킹 과정을 거치잖아요?

<인터뷰>김모 씨/ 방송기자 (음성변조)
기자가 올린 한국말을 기준으로 그걸 데스킹하는 거죠. 이게 어떤 뉘앙스인지 이 정도는 묻지만 이게 이 뜻인지 그건 사실 서로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데스킹은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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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솔희: 방송기자 인터뷰 내용 중에 번역기가 있으니까 예전보다 나아진 점이 있다, 이런 내용은 진짜 좀 충격이에요. 이렇게까지 전문성이 없는데 그거로 기사를 쓰고 보도를 하고 해도 되는 건가요?

김나나: 방송사 두 곳의 국제부 경험이 있는 기자들 얘기를 들어봤는데 사실 특정 언론사에 국한된 얘기라고 하기에는 어려울 거 같고 사실 대부분 비슷한 분위기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까 각국의 언어 전문가들이 언론사에 있는 건 사실입니다만 이분들이 모든 기사들을 검수하고 언제 나올지 모르는 기사들을 위해 대기하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에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고요.

국제뉴스를 전문적으로 쓰는 기자들이 모든 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하지 못하는 것을 죄라고 볼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흠결 없는 기사를 써야 하는 건 기자로서의 숙명이기 때문에 기자 개인의 경쟁력을 강화하든 아니면 언론사 차원의 어떤 대비책을 좀 더 강화하든 대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홍원식: 물론 언론사가 모든 언어를 번역할 수 없죠. 그리고 모든 언어를 번역하라고 주문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니까 언론사들은 지역 전문가를 일종의 취재원이나 취재 자문으로 확보하고 있는 것들이 중요하죠. 그래서 최종 완성된 보도를 내기 이전에 전문가들을 통해서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김솔희: 쭉 이야기 나눠 보니까요. 국제뉴스의 가장 큰 문제는 기본 원칙이 안 지켜지고 있지 않을까 싶어요.

김나나: 물론 발로 뛰는 국제뉴스 전문가들, 훌륭한 특파원분들도 많은 게 사실입니다만 사실 기자들 사이에서 국제부는 좀 쉬어가는 부서, 한직, 이런 인식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질문하는 기자들 Q>에서 한 차례 지적한 바도 있습니다만 특파원 제도는 갈수록 축소되고 있는 추세가 맞거든요. 특히 아프간 같은 분쟁 지역을 취재하려면 비용은 서너 배 정도 많이 드는데 소위 말해서 잘 팔리는 잘 읽히는 기사가 아니다 보니까 여기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도 사실상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결국 외신 의존도는 점점 더 높아질 수밖에 없을 거 같습니다.

김솔희: 결국 비용 문제다. 그렇게 들리는데, 다른 나라들도 그런 문제를 겪지 않지 않을 거 아니에요? 어떻게 하고 있어요?

홍원식: 국제뉴스 품질하고 보도량을 비교한 연구들을 보면 상당한 격차가 있죠. 작년에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이제 세계 정세와 한국이라는 포럼을 개최한 바 있는데요. 여기에서 국내 언론에 국제 뉴스 보도를 크게 세 가지 정도를 이렇게 지적을 한 바 있습니다. 첫 번째는 특파원 수가 부족하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지나치게 해외 언론을 많이 인용하고 있다는 부분. 그리고 세 번째는 미국 중국 일본에 편중되어 있는 국제 보도의 문제를 지적한 바 있습니다.

특히 이 국제보도의 일선 창구라고 할 수 있는 특파원 숫자에 있어서는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각국의 통신사 국내 대표 통신사는 연합뉴스를 비교해 보면 미국의 AP통신사 같은 경우에는 100개 국가에 1500명의 특파원을 파견을 하고 있고요. 신화통신사 같은 경우는 107개 국가에 500명을 투입하고 있고요. 반면에 국내 연합뉴스 같은 경우는 25개국에 59명만 파견하고 있어서 이미 일선 창구에서 큰 격차가 일어나고 있는 거죠.

김솔희: 말씀하신 것처럼 국내 언론 보도가 아무래도 미중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또 외신 의존도가 높다 보니까 보도의 어떤 방향이나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도 강대국 그대로 따라 가는 것 같아요.

홍원식: 앞서 우리가 처음 살펴봤던 이 아프간 사태 관련해서 탈레반을 무조건 악마화한다거나 또 최근 7년 만에 재개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에 있어서 지난 70년 동안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지역을 불법 점령하고 그리고 팔레스타인에 대해서 이런 탄압 정책을 여러 가지 펼치고 있는 이런 역사적인 배경을 살펴보면 이것을 대등한 싸움으로 볼 수 없는데 우리언론에서는 ‘보복 공습’이라든지 ‘전면전’이라든지 이런 표현을 쓰면서 팔레스타인 하마스가 먼저 공격을 했기 때문에 이스라엘이 마땅한 보복 공격을 하는 것처럼 마치 대등한 싸움인 거처럼 전형적인 서구 시각을 반영을 해서 그대로 기사화하고 있는 거죠.

김나나: 실제로 관련 보도의 외신 의존도가 얼마나 높은지 기사들을 분석을 해봤는데요. 7년 만에 다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대대적으로 공습한 지난 5월 한 달 동안 국내 10개 종합 일간지와 연합뉴스 보도 541건을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이 541건의 보도가 인용한 외신이 모두 809건으로 확인이 됐는데요. 비율을 봤더니 73.4%는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 독일 같은
서구 언론을 인용한 것이었고요. 이스라엘 매체를 인용한 비율은 12.6%였습니다. 반면에 팔레스타인을 인용한 매체를 인용한 비율은 2.47%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니까 시각의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을 텐데요. 중동 전문가는 어떻게 보고 있는지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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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4] 우리만의 시각이 필요한 이유는? - 중동전문가 인터뷰

<인터뷰>백승훈/ 한국외국어대학교 중동연구소 전임연구위원
국내에 보도되는 이·팔 분쟁사태에서, 요즘에는 점점 나아져서 약간 기계적 중립을 통해서 양쪽의 의견을 들으려고 하는 시도들은 있지만, 팔레스타인인들이 왜 지금 저렇게 분노하고 이스라엘에 저항하는지 항거하는지에 대한 그런 그 배경에 대해서는 보도가 많이 없는 것 같아요. 이스라엘 쪽에서는 자위권 발동으로 어쩔 수 없이 개입했다, 그런 식의 일반인들은 이해할 수 있는 보도들이 많은데 그 이면에 저변에 켜켜이 쌓여오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그런 박해나 이런 부분은 상대적으로 보도나 이런 것들이 적지 않은가 저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기자: 소위 말해서 주도권을 쥔 나라의, 쥔 나라의 언론의 뉴스를 우리가 그대로 받아서 쓰고 있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잖아요.

<인터뷰>백승훈/ 한국외국어대학교 중동연구소 전임연구위원
9월 1일 날 오마르라고 하는 13세 팔레스타인 소년이 이스라엘 방위군 저격수에 의해서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은 보도되고 있지 않죠. 그리고 사망한 아이가 지금 70번째 희생자입니다.

기자: 올해 들어서요?

<인터뷰>백승훈/ 한국외국어대학교 중동연구소 전임연구위원
네 올해 들어서 70번째 희생자인데, 이스라엘 방위군에 의해서 팔레스타인 미성년 소년이 올해 들어서 70번째 사살이 된 겁니다.

기자: 만약에 이스라엘 미성년 사망자 수가 그렇게 많다면 어땠을까요?

<인터뷰>백승훈/ 한국외국어대학교 중동연구소 전임연구위원
보도 행태가 이스라엘 쪽에 더 가지 않았을까요? 팔레스타인들을 억압할 수밖에 없고 하마스나 파타 정부를 우리가 억압할 수밖에 없다라고 하는 당위를 강화하는 쪽에 보도가 많이 되지 않았을까.

기자: 우리만의 시각을 가져야 하는 이유, 어떤 점을 지적해 볼 수 있을까요?

<인터뷰>백승훈/ 한국외국어대학교 중동연구소 전임연구위원
우리나라도 이제 선진국으로 올라가고 더이상 그렇게 강대국에 편승해서만으로 우리 국익 극대화를 이루기는 힘든 상황으로 오고 있기 때문에 이제 미국의 국익을 따라서 우리가 편승하기에는 너무 의제가 다양화돼있고 미국의 국익과 우리의 국익이 약간 괴리가 생기는 장면들을 저희가 잘 보고 있거든요. 우리나라의 그 공론의 장에 틀이 정해진다고 한다면 그게 아마 우리의 국익 극대화에는 상당한 제한이 된다고 저는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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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솔희: 오역에 따른 오보부터 강대국 시각에 갇힌 왜곡된 보도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이 되고 있는데요. 사실 저만 해도 국제뉴스 하면 딱 생각나는 건 핫 토픽이거든요. 이런 식으로 국제 뉴스가 좀 흥미 위주로 재미 위주로 소비가 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까 아무래도 우리와 관계없는 남의 일처럼 느껴지고 그렇다 보니까 심도 있고 깊이 있는 국제뉴스가 나오기 어려운 그런 분위기가 기반이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어떻게 하면 지금과는 다른 취재와 보도를 할 수 있을까요?

홍원식: 우리나라를 보면 사실 문화적 역량에서는 이미 어느 정도 글로벌 리더십을 갖췄다고 할 수 있는데요. 그런데 우리의 시각이라는 면에서 보면은 여전히 좀처럼 그 목소리가 커지지 않고 있는 거 같습니다. 몸집도 커지고 목소리도 커졌는데 우리가 보는 것은 여전히 우물 안에 세계밖에 없는 거죠. 우리 몸집에 맞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도 사실 국제뉴스를 우리 시각으로 해석하고 소화하려는 노력들이 언론에 더 많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제 좋은 뉴스 하나를 좋은 사례를 언급하려고 하는데요. 지난 9월 탈레반 대변인과 직접 인터뷰를 시도했던 SBS 사례가 굉장히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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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5] SBS 탈레반 인터뷰 보도

(앵커)
한국 언론 최초로 탈레반 대변인과 화상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미군이 남기고 간 무기를 탈레반이 북한에 판매할 수 있다는 미 공화당 하원의원들의 우려에 그럴 일은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수하일 샤힌/탈레반 대변인) : 우리 자신을 위해서 필요한 무기입니다. 우리는 (북한에) 절대로 판매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북한과 어떠한 관계도 없습니다.

지난 2007년 탈레반의 폭탄 테러로 숨진 고 윤장호 하사와 피랍 살해된 샘물교회 선교단과 관련해서는 과거의 일이라고 얼버무렸습니다.

(기자)
그 사건과 관련해 희생자들과 한국인들에게 사과할 생각 있습니까?

(수하일 샤힌/탈레반 대변인) : 아프가니스탄은 그때는 점령당했었고, 한국도 점령군의 일원이었습니다. 그 일은 지나간 일이라고 생각하는 게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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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식: 탈레반과 아프가니스탄의 문제를 우리의 문제와 연결 지어서 독자적으로 접근하려는 시각이 굉장히 돋보였죠. 사실 이러한 뉴스는 외신 보도를 그냥 받아써서 도저히 나올 수 없는 보도거든요.

김솔희: 그렇죠.

홍원식: SBS의 사례도 있었습니다만 이러한 국제 보도를 우리의 시각으로 해석하려는 노력들이 언론에 더 많이 있기를 기대합니다.

김솔희: 참 참신한 시각이고 시도였죠.

김나나: 우리가 서구 언론이 정한 틀로만 국제 뉴스를 바라보면 시각이 왜곡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지난 2014년에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한참 있었을 때 국내에서 여러 낭설을 붙이는 부추기는 얘기들이 떠돌았는데 이게 기사화되면서 에볼라는 곧 아프리카 사람들, 아프리카는 흑인 이런 좀 부정확한 연상 작용이 이어지면서, 인종 차별적인 문제가 불거졌던 일이 있었거든요. 이게 한 예가 되지 않을까 싶고요.

또 2018년에는 예맨 내전 이후에 난민들이 제주로 돌아오면서 그 이전에는 난민에 대해서 별 생각을 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언론을 통해서 난민 얘기를 접하면서 불필요한 왜곡된 시각, 난민에 대한 편견 이런 것들을 가졌던 일이 있었습니다. 결국 왜곡된 시각은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부추길 수밖에 없고 이거는 고스란히 우리한테 돌아오는 피해일 것 같습니다.

김솔희: 2011년에요. 한겨레 신문에 이런 칼럼이 있었습니다. <한국 신문만 보면 세계를 알 수 없다> 제목만 봐도 어떤 내용인지 알겠죠? 그런데 이게 2011년이었습니다. 10년이 흐른 지금도 한국 언론들 이런 비판에 대해서 자유롭지 못한 게 현실인데요. 우리 언론이 깊이 반성해 봤으면 하는 부분입니다. 오늘 이 이야기는 여기에서 마무리하죠. 두 분 감사합니다.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더욱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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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질문하는 기자들Q] 안 하나? 못 하나? ‘오역’으로 잃어가는 신뢰
    • 입력 2021-10-03 22:36:20
    • 수정2022-08-03 14:12:50
    질문하는 기자들Q
김솔희: 미디어의 본질을 묻습니다. <질문하는 기자들 Q> 시작하겠습니다. 세계를 보는 창이라고 하는 국제뉴스를 국내 언론은 얼마나 정확하고 공정하게 보도하고 있을까요? 오늘은 지난 시간에 이어서 최근 포털 뉴스 창을 뜨겁게 달군 왜곡된 국제뉴스를 과연 무엇이 어떻게 잘못됐는지 팩트체크 해 보는 시간 가져보겠습니다. 이어지는 에서는요. 유튜브 시대, 아날로그 라디오로 소통의 길을 찾는 공동체 라디오를 소개하겠습니다. 그러면 오늘 함께할 분들 만나보겠습니다. 홍원식 동덕여대 교양학부 교수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홍원식: 안녕하세요?

김솔희: 그리고 KBS 김나나 기자도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김나나: 안녕하세요?

김솔희: 오늘 첫 출연이신데 짧게 각오 한 마디.

김나나: 뉴스 미디어를 저도 역시 기자로서 비평을 한다는 게 부담스러운 일인데 그래도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김솔희: 활약을 기대하겠습니다.

[코너1] 안 하나? 못 하나? ‘오역’으로 잃어가는 신뢰

김솔희: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을 장악한 이후 아프간 현지에서 끔찍한 비극과 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국내 언론에서도 연일 관련 소식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외신 받아쓰기, 강 건너 불구경식의 단편적인 보도가 대부분이다 보니까 사실과 다른 오보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8월 중순에는 미군이 아프간에서 철수하면서 남긴 100조 원대 무기를 탈레반이 획득했다, 이런 보도가 잇따랐는데요. 이게 오보였죠.

김나나: 보도가 처음 나온 게 8월 18이었는데요. 연합뉴스와 SBS, 매일경제 같은 주요 언론들이 한결같이 10여 곳에서 비슷한 제목의 기사들이 나왔습니다. AP통신을 인용해서 탈레반이 100조 원대 규모의 군사자산을 입수하게 됐다, 이런 내용이었는데 이게 사실과 달랐습니다. 한마디로 하나같이 AP통신을 인용하기는 했지만, AP통신을 원문 어디에도 이런 내용은 없었던 건데요. 관련 내용을 팩트체크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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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1] 탈레반이 100조원 美 무기 획득?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함락한 직후, 미군의 급한 철군에 대한 보도가 잇따랐습니다.

관심은 자연스레 미군이 남기고 간 무기의 행방으로 모아졌습니다.

잇따라 비슷한 제목의 기사가 쏟아집니다.

구체적인 액수까지 거론됩니다.

'100조 군사자산 탈레반 손아귀로', '97조 원어치 미군 무기 줍줍', '블랙호크 등 100조 원 美 무기 탈레반 손에'.

국내 언론들은 100조 원의 출처에 대해 미국 통신사 AP가 보도했고 백악관도 발표했다고 전했습니다.

우선 AP 통신의 8월 17일 자 기사를 살펴봤습니다.

우리 돈 약 100조 원으로 환산할 수 있는 830억 달러가 언급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이는 지난 20년간 아프간 국방에 투입된 유무형의 전체 예산이라고 설명돼 있습니다.

기사 말미엔 이 돈이 아프가니스탄의 군대와 경찰력을 개발하고 유지하는 데 쓰였다는 내용도 덧붙여져 있습니다.

그런데 국내 언론들은 830억 달러 전체를 탈레반이 당장 차지하게 된 미군 무기의 가치로 특정한 겁니다.

원문 기사를 제대로 들여다 봤는지도 의심스러운 대목입니다.

백악관이 관련 내용을 시인했다는 점도 사실과 다릅니다.

백악관 브리핑에서, 관련한 질의 응답이 오간건 맞지만 질문과 답변 그 어디에서도 구체적인 액수가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녹취] 백악관 출입 기자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제공한 수십억 달러 어치의 무기는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미국은 이것들에 대한 계획이 있는지요. 아니면 탈레반에 남게 되는지요.

[인터뷰] 제이크 설리번/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우리는 모든 군사 물자가 어디로 간 것인지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상당한 규모가 탈레반 손에 넘어간 것은 확실합니다.

결국, 탈레반이 미군 무기 100조 원어치를 차지하게 됐다는 국내 언론사들의 쌍둥이 보도들은 기본적인 확인도 없는 베껴 쓰기가 빚어낸 무더기 오보였던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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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솔희: 그러니까 이 100조 원이라는 규모가요. 미군이 아프간 정부군에 20년 동안 지원한 유형무형 전체 규모였던 건데, 탈레반이 이번에 미군 철수 이후 획득한 무기의 규모가 100조 원이다, 이런 식으로 잘못 보도가 됐던 거죠. 이런 허위 정보가 국내에서도 문제였지만 미국에서도 한번 난리가 났었다고요.

김나나: 그렇습니다. 미국에서는 이 SNS를 중심으로 그런 내용의 가짜 뉴스가 떠돌았는데요.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 그리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아들 그리고 공화당 의원들이 이런 잘못된 내용들을 정치 쟁점화 하면서 사안이 커졌습니다. 급기야 워싱턴포스트와 AP통신 같은 경우에는 팩트체크 기사를 냈는데요. AP통신과 워싱턴포스트 등은 800억 달러라는 돈은 아프간 군대를 훈련하고 유지하는 전체 비용이다, 그리고 실제 무기에 들어간 돈은 여기에 3분의 1에도 미치지 않는 240억 달러 정도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고, 그러니까 결국 이 탈레반이 당장 손에 쥐게 된 무기의 가치는 이것보다 훨씬 적은 거로 그렇게 추정을 했습니다.

김솔희: 그렇죠. 240억보다도 훨씬 낮겠죠.

김나나: 그렇습니다.

김솔희: 그래서 미국 언론들은 이런 허위 정보를 바로 잡았는데 국내 언론들은 오히려 이런 허위 정보를 막 퍼다 날랐습니다. 홍 교수님은 이런 사태 어떻게 보셨어요?

홍원식: 일단 기사를 보면서 저도 참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됐는데, 일단 100조 원이라는 돈을 어마어마하게 기사화하면서 팩트체크를 안 했다는 것도 그렇고요. 또 일부 언론에서 줍줍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무슨 게임을 중계하듯이.

김솔희: 맞아요.

홍원식: 이렇게 보도하는 태도가 잘 납득이 안 됐습니다. 저도 아들을 통해서 가끔 게임 용어를 듣는데 제가 알기로는 줍줍이라는 용어가 줍고 줍는다, 무슨 아이템이 떨어져 있으면 그걸 줍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마치 게임을 중계하듯이 ‘줍줍’이라는 표현을 썼다는 것. 단순한 흥미 거리로 이런 분쟁을 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솔희: 너무 가벼웠어요. 표현 자체가. 그러면 이번에 그렇게 오보를 낸 언론사 중에서 그럼 국내 언론 중에 사실을 다시 바로 잡은 그런 언론도 있었나요?

김나나: 먼저 지난달 9일에 SBS가 팩트체크 기사를 내긴 했습니다. 하지만 자사 보도를 정정하거나 사과하거나 한 것은 아니었고 앞서 전해드린 트럼프 전 대통령 발언을 팩트체크한 그런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 시점 역시 미국 언론들의 팩트체크 기사들이 나온 지 열흘 정도 지난 뒤에 있었던 일이고요. 그리고 그 이후에 다음 날 조선일보가 [바로 잡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정정 보도문을 게재를 했는데요. 오보를 낸 수많은 언론사 중에서 유일하게 정정 보도문을 낸 언론사였습니다.

김솔희: 그랬군요. 국내 언론들이 참 정정 보도에 인색하다. 이런 문제점을 저희 질문하는 기자들 Q에서도 과거에 지적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별반 달라지지 않는 태도를 보였네요.

홍원식: 그나마 조선일보, SBS 두 언론사가 나중에 사실 확인을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만합니다. 사실 그런데 그렇게 만족스럽지는 않습니다. 조선일보 기사 같은 경우는 자사의 오보를 정정하긴 했지만, 독자적인 팩트체크에 기반했다기보다는 AP통신에서 정정 보도를 한 것은 팩트체크를 한 것을 그대로 인용해서 자사에 정정 보도를 한 것이고요. 그리고 SBS 같은 경우에는 팩트체크 기사를 통해서 독자적인 사실 확인에 노력이 있었습니다만 자사가 오보를 했다는 것들을 언급하지 않고 단순하게 이런 해외 국제보도에서 팩트체크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정도로 마무리했다는 점에서 좀 아쉬움들이 있죠. 그나마 그래도 두 언론사는 이렇게 후속 보도나 정정 보도를 내기라도 했는데 똑같은 보도를 했던 다른 언론사들은 사실 이렇게 오보를 내고도 모른 척하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죠.

김솔희: 아프간 소식을 전하면서 일어난 이런 받아쓰기 오보 또 있었습니다. 지난 8월 말이었는데요.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 장면이라고, 대대적으로 굉장히 충격적인 그런 장면이 많이 돌았는데 그게 사실은 폭탄 테러 장면이 아니었고 전혀 엉뚱한 상황이었다면서요.

김나나: 카불 공항 테러라는 제목의 영상이 떠올랐는데 사실은 카불 공항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 카자흐스탄 군부대에 있는 탄약 보관 창고에서 난 영상이었던 겁니다. 그러니까 출처를 확인해 봤더니 트위터에 누가 잘못 올린 영상들을 언론들이 확인 없이 우후죽순 받아쓰면서 오보가 계속해서 양산된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홍원식: 얼마 전에 대표적인 사례가 또 하나 발생을 했는데, 국내 주로 인터넷 언론들이 CNN 보도를 인용해서 아프간 난민들이 독일에 있는 미군 기지에서 2,000명이 새롭게 임신했다라고 기사를 냈는데 알고 보니까 사실은 임신되어 있는 상태의 여성들을 먼저 이렇게 난민으로 데리고 왔기 때문에 사실 난민 중에 임산부의 숫자가 굉장히 많았던 것인데, 그것을 마치 새롭게 2000명이 미군 기지에서 임신한 것처럼 기사를 냈던 거죠.

김솔희: 그렇죠.

홍원식: 그러니까 일종의 속보 경쟁과 그리고 포털 내에서의 클릭 수 경쟁을 하다 보니까 이런 외신 보도의 문제점들이 더욱더 가중되고 있는 것이 현재 국내의 국제보도 현실인 것 같습니다.

김솔희: 지난달 초에 또 하나의 사례가 있었습니다. 일부 국내 언론들이 일본 언론에서 김연아 전 국가대표 피겨스케이팅 선수에게 색기 넘친다, 이런 식의 망언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큰 파장이 일었는데요. 이런 소식을 전한 언론들은 기사 내용에 또 일본 언론에 도 넘은 망언에 한국 네티즌들이 분노하고 있다, 또 이런 반응까지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사실은 국내 언론의 어떤 잘못된 해석이 불필요한 논란을 조장한 사례다, 이렇게 비판이 나오더라고요.

김나나: 먼저 우리 언론의 처음 관련 보도가 나온 걸 확인해 봐야 하는데요. 조선일보 온라인 담당 자회사죠. 조선 NS소속 기자의 기사였습니다. 일본 매체 김연아 근항을 전하며 색기 넘친다. 한국 네티즌 역겹다는 제목의 기사였는데 이후 비슷한 제목의 기사들이 스무 개 넘게 쏟아져 나왔습니다.

조선일보는 뉴스포스트세븐이라는 일본 언론이 피겨 여왕 김연아의 근황을 전하면서 섹시하다, ‘색기가 넘친다’라는 표현을 써서 국내 누리꾼들이 공분을 사고 있다고 전했는데 이 조선일보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오히려 원문 기사가 문제가 아니라 이 조선일보의 기사가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선동하는 기사를 썼다. 오역을 했다, 이런 비판들이었습니다. 문제가 된 표현이 직역하면 “색기 넘친다”가 맞긴 합니다. 그런데 이게 우리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지만 일본에서는 꼭 그렇지만 않다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일본 문화 전문가들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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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2] “김연아 색기 넘친다” 진실은? - 일본문화 전문가들의 해석

기자: 한자어로는 우리 눈에는 '색기'로 읽히는데, 일본에서는 어떤 의미로 쓰이는지 정확하게 알고 싶어요.

<인터뷰>김동규/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언어문화학부장
한국어에서 '색기'라고 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모욕적인 표현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희롱이 될 수도 있고요. 하지만 일본에서 '이로케'라는 것은 한국어 정도는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성적으로 모욕을 준다거나 하기보다는 오히려 저는 김연아 선수가 이렇게 여성적인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여성적인 매력이 넘치는 은퇴 후의 생활을 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의미보다는 긍정적인 게 훨씬 강하다고 봅니다.

<인터뷰>김지영/ 한양대학교 일본학과 교수
'이로케'라는 표현이 상당히 거부감을 주거나 너무 이렇게 성적으로 폄하하거나 그런 의미가 아니고 그냥 여성으로서의 매력, 남성으로서의 매력이 있다.

기자: 남자한테도 쓸 수 있어요?

<인터뷰>김지영/ 한양대학교 일본학과 교수
남자한테도 쓰거든요. 그래서 성희롱적인 의미를 담는다거나 그런 뜻이 아니고 한국에서보다는 훨씬 더 그냥 여성으로서의 매력, 남성으로서의 매력을 강조하는 그런 단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SNS상에서 많이 사용되는 표현으로서 점잖은 표현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점점 이런 표현들이 일반화되면서 최근에는 이런 표현을 사용해도 이것이 뭐 일본인들이 이 기사를 딱 접했을 때 뭐 김연아를 특별히 폄하한다거나 무시한다거나 경시한다거나 그런 느낌은 받지 않을 거로 생각합니다.

기자: '이로케'로 발음되는 '색기'라는 단어처럼 일본과 한국이 한자어로는 똑같이 쓰는데 뜻은 다른 경우 또 어떤 게 있을까요?

<인터뷰>김동규/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언어문화학부장
한국어의 '팔방미인'이라고 하는 한자 숙어가 있는데요. 일본에서도 같이 씁니다. ‘핫포오비진'이라고 읽습니다. 한국어에서는 여러모로 봐도 혹은 여러모로 훌륭한 여성을 가리키는 말입니다만 일본에서는 마이너스 이미지가 생기게 됩니다. 여기에도 얼굴 내밀고 저기에도 얼굴 내밀고 여기에 참견, 저기에 참견하는 사람 이런 마이너스 이미지가 있습니다. 언어를 완벽하고 그리고 정확하고 적절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인터뷰>김지영/ 한양대학교 일본학과 교수
한국에서는 '곤조', '곤조부리다' 해서 되게 부정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곤조가 있다고 하면 상당히 긍정적인 근성이 있는 사람, 끈기 있게 뭔가를 해내는 사람 그런 의미거든요. 그래서 '색기'라는 표현은 그 정도로의 차이는 뭐 없다고 할 순 있겠지만 그래도 색기가 한국에서보다 훨씬 더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부분을 좀 이해를 해야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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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솔희: 언어라는 게 뉘앙스라는 게 있어서요. 그런데 그게 또 문화나 정서와 연결된 부분이다 보니까 해석이 참 어려운데 그러니까 그런 부분을 기사로 전할 때는 더 신중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요. 이번 원문 기사를 냈던 일본 매체 뉴스포스트세븐이라는 곳이 저는 이번에 사실 처음 들어본 매체였거든요. 이번 원문 기사가 그렇게 꼭 전해야 할 만큼 중요한 어떤 가치가 있는 기사였을지, 그런 부분도 좀 의문이 생겨요.

김나나: 뉴스포스트세븐이라는 언론사는 사실 자극적인 연예계 소식을 주로 전하는 온라인매체입니다. 그런데 처음 원문 기사의 내용이 문화적 사회를 고려하지 않고 잘못 번역된 것은 맞습니다만 그래도 원문 기사 역시 그렇게 좋은 기사라고 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입니다. '이로케’라는 뜻이 우리나라의 색기로 번역되는 거처럼 그렇게까지 부정적인 뜻이
아닐지라도 이게 성인지 감수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기사다, 이런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김솔희: 그러게 말입니다. 또 그 기사를 한국에 전했던 한국 매체들은 그 기사에 덧붙여서 한국 네티즌들이 그래서 일본 언론 보도에 대해서 분노하고 있다, 이런 반응까지 덧붙였거든요. 그런데 일련의 상황들을 쭉 짚어보고 보니까 과연 한국 매체든 누가 그런 반응을 했었던 걸까? 실체가 있었던 걸까? 이런 의문도 생기네요.

홍원식: 저도 뉴스포스트세븐이라는 매체를 처음 들어봤는데요. 사실 우리가 이렇게 잘 모르고 뉴스 영향력이 크지 않은 매체를 인용한 것은 결국 조선NS에서 색기라는 이 특정한 표현을 부각시키고자 하는 언론사의 의도가 있었다고 봐야겠죠. 그 기사를 보면 원래 보도의 의도와 상관없이 그 기사 속에는 거의 결론이 네티즌의 표현들을 직접 인용하면서 결론을 맺고 있거든요. 그런데 그 내용들을 보면 물론 출처도 굉장히 불분명하지만 그 내용 속에 굉장히 자극적인 표현들도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실제 조선NS 기사를 보면 제목에서부터 ‘역겹다’라는 표현을 쓰고 있죠.

김솔희: 그렇죠.

홍원식: 굉장히 자극적인 표현을 쓰고 있는 거죠. 정리해 보면 결국 조회 수를 올리고자 하는 목적으로 출처가 불분명한 네티즌들을 인용하고 그리고 일종의 오역의 문제가 곁들어져서 그리고 문화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반일 감정을 자극하는 내용들로 기사를 만들었다. 우리가 이렇게 정리를 해볼 수 있을 거 같고 이런 것들이 국제 관계에서 과연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생각해 보면 결코 좋은 기사로 우리가 평가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김솔희: 단순한 번역 실수로 인한 오보라든지 자의적인 해석이 난무하는 국제뉴스의 문제점, 신문기사를 중심으로 짚어봤는데요. 이게 방송 뉴스라고 해서 크게 다른 것 같지 않습니다.

홍원식: 방송 뉴스 역시 국제보도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굉장히 짧은 시간에 적은 인력으로 국제 보도를 담당을 하면서 많은 실수가 나오고 있다고 봐야겠죠. 특히 이제 번역의 문제는 심각한 편인데요. 그나마 영미권이나 일본이라든지 우리가 친숙한 그런 언어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그리고 잘못이 있더라도 시청자들이 쉽게 알아챕니다. 그런데 이제 아랍이라든지 다른 생소한 나라의, 생소한 국가들의 언어는 잘못이 있어도 시청자들이 알아채기도 힘들기 때문에 오히려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봐야겠죠.

김솔희: 참 허술한 부분이 많아요. 그러면요. 방송 뉴스의 엉터리 국제 보도 실태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왜 이런 문제가 그렇게 반복이 되고 있는 건지, 현장 기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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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3] 방송뉴스 오역 퍼레이드 그리고 기자들

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 씨는 수상 소감으로도 화제를 모았습니다.

상당수 국내 언론은 윤 씨가 '할리우드를 존경하지 않는다'고 했다면서, '거침없는 돌직구'였다고 전했습니다.

다소 무례한 발언으로도 읽힐 수 있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윤 씨의 말은 '동경하지 않는다' 또는 '선망하지 않는다' 정도로 해석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입니다.

'일하라는 아들들의 잔소리 덕에 상을 탔다'고 말했다는 해석 역시 정확한 번역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인터뷰> 윤여정/ 배우
I'd like to thanks to my two boys who made me go out at work.

윤 씨가 두 아들을 언급한 건 맞지만 '내가 일할 수밖에 없게 했던 두 아들에게 고맙다' 정도가 적절합니다.

익숙하지 않은 언어일수록 원래 뜻과 다르게 번역되는 사례는 더 자주 눈에 띕니다.

<녹취> 운전하는 아랍인
운전기사나 다른 운전할 사람이 늦을 거라서 동생들 태우러 가기 위해 직접 나왔어요.

인터뷰와 함께 방송된 자막과 달리 운전자의 아랍어 인터뷰는 '이제 여성이 운전할 때가 됐고, 스스로도, 자신의 딸도, 사회도 준비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심지어 한 우즈베키스탄인은 '시간이 없다며 설명을 생략한다'고 말했는데도, 해석은 의도한 대로 붙이기도 합니다.

<녹취>샤리포바 다슈켄트 교장(러시아어)
얼마 전 한국을 방문했는데 역사와 풍습에서 굉장히 많은 공감대와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지리적으로 멀리 있는 한국이지만 양국의 우호적 관계 속에 똑같이 교육열이 높습니다.

국제 뉴스 기사를 쓰는 기자들 얘기를 들어보면, 오역이 빈번할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인터뷰>최모 씨/ 방송기자 (음성대역)
외신이 들어오면 말은 아랍어나 러시아어로 해도 스크립트는 영어로 들어오고 그걸 다시 한국어로 우리가 번역해야 하는 거잖아요. 근데 그 해석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는 모를는 거예요. 원어를 모르니까. 그러니까 그냥 감으로 잘라서 넣는 거죠. 시간에도 쫓기니까 그냥 감으로. 사실 그래도 영어나 이런 것은 더 세밀히 하려고 하죠. 왜냐면 그래도 잘하는 사람이 많으니까. 하지만 상대적으로 덜 쓰이는 아랍어나 러시아어 이런 쪽으로 갈수록 누가 이걸 알아듣고 문제를 제기할까 하는 생각도 하는 것 같아요. 우리가 막 지어내는 건 아니지만, 거기에 대한 긴장감은 확실히 덜한 게 맞죠.

<인터뷰>김모 씨/ 방송기자 (음성변조)
그래도 요새는 조금 뭐 그래도 번역기가 있으니까 (낫죠). 뉴스를 하면서도 찝찝하고 불안하죠. 틀렸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불안감도 있고.

<녹취> 기자
기사 데스킹 과정을 거치잖아요?

<인터뷰>김모 씨/ 방송기자 (음성변조)
기자가 올린 한국말을 기준으로 그걸 데스킹하는 거죠. 이게 어떤 뉘앙스인지 이 정도는 묻지만 이게 이 뜻인지 그건 사실 서로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데스킹은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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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솔희: 방송기자 인터뷰 내용 중에 번역기가 있으니까 예전보다 나아진 점이 있다, 이런 내용은 진짜 좀 충격이에요. 이렇게까지 전문성이 없는데 그거로 기사를 쓰고 보도를 하고 해도 되는 건가요?

김나나: 방송사 두 곳의 국제부 경험이 있는 기자들 얘기를 들어봤는데 사실 특정 언론사에 국한된 얘기라고 하기에는 어려울 거 같고 사실 대부분 비슷한 분위기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까 각국의 언어 전문가들이 언론사에 있는 건 사실입니다만 이분들이 모든 기사들을 검수하고 언제 나올지 모르는 기사들을 위해 대기하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에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고요.

국제뉴스를 전문적으로 쓰는 기자들이 모든 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하지 못하는 것을 죄라고 볼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흠결 없는 기사를 써야 하는 건 기자로서의 숙명이기 때문에 기자 개인의 경쟁력을 강화하든 아니면 언론사 차원의 어떤 대비책을 좀 더 강화하든 대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홍원식: 물론 언론사가 모든 언어를 번역할 수 없죠. 그리고 모든 언어를 번역하라고 주문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니까 언론사들은 지역 전문가를 일종의 취재원이나 취재 자문으로 확보하고 있는 것들이 중요하죠. 그래서 최종 완성된 보도를 내기 이전에 전문가들을 통해서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김솔희: 쭉 이야기 나눠 보니까요. 국제뉴스의 가장 큰 문제는 기본 원칙이 안 지켜지고 있지 않을까 싶어요.

김나나: 물론 발로 뛰는 국제뉴스 전문가들, 훌륭한 특파원분들도 많은 게 사실입니다만 사실 기자들 사이에서 국제부는 좀 쉬어가는 부서, 한직, 이런 인식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질문하는 기자들 Q>에서 한 차례 지적한 바도 있습니다만 특파원 제도는 갈수록 축소되고 있는 추세가 맞거든요. 특히 아프간 같은 분쟁 지역을 취재하려면 비용은 서너 배 정도 많이 드는데 소위 말해서 잘 팔리는 잘 읽히는 기사가 아니다 보니까 여기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도 사실상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결국 외신 의존도는 점점 더 높아질 수밖에 없을 거 같습니다.

김솔희: 결국 비용 문제다. 그렇게 들리는데, 다른 나라들도 그런 문제를 겪지 않지 않을 거 아니에요? 어떻게 하고 있어요?

홍원식: 국제뉴스 품질하고 보도량을 비교한 연구들을 보면 상당한 격차가 있죠. 작년에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이제 세계 정세와 한국이라는 포럼을 개최한 바 있는데요. 여기에서 국내 언론에 국제 뉴스 보도를 크게 세 가지 정도를 이렇게 지적을 한 바 있습니다. 첫 번째는 특파원 수가 부족하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지나치게 해외 언론을 많이 인용하고 있다는 부분. 그리고 세 번째는 미국 중국 일본에 편중되어 있는 국제 보도의 문제를 지적한 바 있습니다.

특히 이 국제보도의 일선 창구라고 할 수 있는 특파원 숫자에 있어서는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각국의 통신사 국내 대표 통신사는 연합뉴스를 비교해 보면 미국의 AP통신사 같은 경우에는 100개 국가에 1500명의 특파원을 파견을 하고 있고요. 신화통신사 같은 경우는 107개 국가에 500명을 투입하고 있고요. 반면에 국내 연합뉴스 같은 경우는 25개국에 59명만 파견하고 있어서 이미 일선 창구에서 큰 격차가 일어나고 있는 거죠.

김솔희: 말씀하신 것처럼 국내 언론 보도가 아무래도 미중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또 외신 의존도가 높다 보니까 보도의 어떤 방향이나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도 강대국 그대로 따라 가는 것 같아요.

홍원식: 앞서 우리가 처음 살펴봤던 이 아프간 사태 관련해서 탈레반을 무조건 악마화한다거나 또 최근 7년 만에 재개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에 있어서 지난 70년 동안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지역을 불법 점령하고 그리고 팔레스타인에 대해서 이런 탄압 정책을 여러 가지 펼치고 있는 이런 역사적인 배경을 살펴보면 이것을 대등한 싸움으로 볼 수 없는데 우리언론에서는 ‘보복 공습’이라든지 ‘전면전’이라든지 이런 표현을 쓰면서 팔레스타인 하마스가 먼저 공격을 했기 때문에 이스라엘이 마땅한 보복 공격을 하는 것처럼 마치 대등한 싸움인 거처럼 전형적인 서구 시각을 반영을 해서 그대로 기사화하고 있는 거죠.

김나나: 실제로 관련 보도의 외신 의존도가 얼마나 높은지 기사들을 분석을 해봤는데요. 7년 만에 다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대대적으로 공습한 지난 5월 한 달 동안 국내 10개 종합 일간지와 연합뉴스 보도 541건을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이 541건의 보도가 인용한 외신이 모두 809건으로 확인이 됐는데요. 비율을 봤더니 73.4%는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 독일 같은
서구 언론을 인용한 것이었고요. 이스라엘 매체를 인용한 비율은 12.6%였습니다. 반면에 팔레스타인을 인용한 매체를 인용한 비율은 2.47%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니까 시각의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을 텐데요. 중동 전문가는 어떻게 보고 있는지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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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4] 우리만의 시각이 필요한 이유는? - 중동전문가 인터뷰

<인터뷰>백승훈/ 한국외국어대학교 중동연구소 전임연구위원
국내에 보도되는 이·팔 분쟁사태에서, 요즘에는 점점 나아져서 약간 기계적 중립을 통해서 양쪽의 의견을 들으려고 하는 시도들은 있지만, 팔레스타인인들이 왜 지금 저렇게 분노하고 이스라엘에 저항하는지 항거하는지에 대한 그런 그 배경에 대해서는 보도가 많이 없는 것 같아요. 이스라엘 쪽에서는 자위권 발동으로 어쩔 수 없이 개입했다, 그런 식의 일반인들은 이해할 수 있는 보도들이 많은데 그 이면에 저변에 켜켜이 쌓여오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그런 박해나 이런 부분은 상대적으로 보도나 이런 것들이 적지 않은가 저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기자: 소위 말해서 주도권을 쥔 나라의, 쥔 나라의 언론의 뉴스를 우리가 그대로 받아서 쓰고 있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잖아요.

<인터뷰>백승훈/ 한국외국어대학교 중동연구소 전임연구위원
9월 1일 날 오마르라고 하는 13세 팔레스타인 소년이 이스라엘 방위군 저격수에 의해서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은 보도되고 있지 않죠. 그리고 사망한 아이가 지금 70번째 희생자입니다.

기자: 올해 들어서요?

<인터뷰>백승훈/ 한국외국어대학교 중동연구소 전임연구위원
네 올해 들어서 70번째 희생자인데, 이스라엘 방위군에 의해서 팔레스타인 미성년 소년이 올해 들어서 70번째 사살이 된 겁니다.

기자: 만약에 이스라엘 미성년 사망자 수가 그렇게 많다면 어땠을까요?

<인터뷰>백승훈/ 한국외국어대학교 중동연구소 전임연구위원
보도 행태가 이스라엘 쪽에 더 가지 않았을까요? 팔레스타인들을 억압할 수밖에 없고 하마스나 파타 정부를 우리가 억압할 수밖에 없다라고 하는 당위를 강화하는 쪽에 보도가 많이 되지 않았을까.

기자: 우리만의 시각을 가져야 하는 이유, 어떤 점을 지적해 볼 수 있을까요?

<인터뷰>백승훈/ 한국외국어대학교 중동연구소 전임연구위원
우리나라도 이제 선진국으로 올라가고 더이상 그렇게 강대국에 편승해서만으로 우리 국익 극대화를 이루기는 힘든 상황으로 오고 있기 때문에 이제 미국의 국익을 따라서 우리가 편승하기에는 너무 의제가 다양화돼있고 미국의 국익과 우리의 국익이 약간 괴리가 생기는 장면들을 저희가 잘 보고 있거든요. 우리나라의 그 공론의 장에 틀이 정해진다고 한다면 그게 아마 우리의 국익 극대화에는 상당한 제한이 된다고 저는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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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솔희: 오역에 따른 오보부터 강대국 시각에 갇힌 왜곡된 보도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이 되고 있는데요. 사실 저만 해도 국제뉴스 하면 딱 생각나는 건 핫 토픽이거든요. 이런 식으로 국제 뉴스가 좀 흥미 위주로 재미 위주로 소비가 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까 아무래도 우리와 관계없는 남의 일처럼 느껴지고 그렇다 보니까 심도 있고 깊이 있는 국제뉴스가 나오기 어려운 그런 분위기가 기반이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어떻게 하면 지금과는 다른 취재와 보도를 할 수 있을까요?

홍원식: 우리나라를 보면 사실 문화적 역량에서는 이미 어느 정도 글로벌 리더십을 갖췄다고 할 수 있는데요. 그런데 우리의 시각이라는 면에서 보면은 여전히 좀처럼 그 목소리가 커지지 않고 있는 거 같습니다. 몸집도 커지고 목소리도 커졌는데 우리가 보는 것은 여전히 우물 안에 세계밖에 없는 거죠. 우리 몸집에 맞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도 사실 국제뉴스를 우리 시각으로 해석하고 소화하려는 노력들이 언론에 더 많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제 좋은 뉴스 하나를 좋은 사례를 언급하려고 하는데요. 지난 9월 탈레반 대변인과 직접 인터뷰를 시도했던 SBS 사례가 굉장히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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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5] SBS 탈레반 인터뷰 보도

(앵커)
한국 언론 최초로 탈레반 대변인과 화상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미군이 남기고 간 무기를 탈레반이 북한에 판매할 수 있다는 미 공화당 하원의원들의 우려에 그럴 일은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수하일 샤힌/탈레반 대변인) : 우리 자신을 위해서 필요한 무기입니다. 우리는 (북한에) 절대로 판매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북한과 어떠한 관계도 없습니다.

지난 2007년 탈레반의 폭탄 테러로 숨진 고 윤장호 하사와 피랍 살해된 샘물교회 선교단과 관련해서는 과거의 일이라고 얼버무렸습니다.

(기자)
그 사건과 관련해 희생자들과 한국인들에게 사과할 생각 있습니까?

(수하일 샤힌/탈레반 대변인) : 아프가니스탄은 그때는 점령당했었고, 한국도 점령군의 일원이었습니다. 그 일은 지나간 일이라고 생각하는 게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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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식: 탈레반과 아프가니스탄의 문제를 우리의 문제와 연결 지어서 독자적으로 접근하려는 시각이 굉장히 돋보였죠. 사실 이러한 뉴스는 외신 보도를 그냥 받아써서 도저히 나올 수 없는 보도거든요.

김솔희: 그렇죠.

홍원식: SBS의 사례도 있었습니다만 이러한 국제 보도를 우리의 시각으로 해석하려는 노력들이 언론에 더 많이 있기를 기대합니다.

김솔희: 참 참신한 시각이고 시도였죠.

김나나: 우리가 서구 언론이 정한 틀로만 국제 뉴스를 바라보면 시각이 왜곡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지난 2014년에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한참 있었을 때 국내에서 여러 낭설을 붙이는 부추기는 얘기들이 떠돌았는데 이게 기사화되면서 에볼라는 곧 아프리카 사람들, 아프리카는 흑인 이런 좀 부정확한 연상 작용이 이어지면서, 인종 차별적인 문제가 불거졌던 일이 있었거든요. 이게 한 예가 되지 않을까 싶고요.

또 2018년에는 예맨 내전 이후에 난민들이 제주로 돌아오면서 그 이전에는 난민에 대해서 별 생각을 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언론을 통해서 난민 얘기를 접하면서 불필요한 왜곡된 시각, 난민에 대한 편견 이런 것들을 가졌던 일이 있었습니다. 결국 왜곡된 시각은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부추길 수밖에 없고 이거는 고스란히 우리한테 돌아오는 피해일 것 같습니다.

김솔희: 2011년에요. 한겨레 신문에 이런 칼럼이 있었습니다. <한국 신문만 보면 세계를 알 수 없다> 제목만 봐도 어떤 내용인지 알겠죠? 그런데 이게 2011년이었습니다. 10년이 흐른 지금도 한국 언론들 이런 비판에 대해서 자유롭지 못한 게 현실인데요. 우리 언론이 깊이 반성해 봤으면 하는 부분입니다. 오늘 이 이야기는 여기에서 마무리하죠. 두 분 감사합니다.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더욱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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