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영 팀장’ 검거 작전에 무장 특공대까지…총괄 지휘 인터폴 전재홍 계장 인터뷰

입력 2021.10.09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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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보이스피싱(전화 금융사기) 조직 총책 필리핀서 검거', 최근 대부분 언론에서 크게 다룬 내용입니다.

피해자들 사이에선 이른바 '김미영 팀장'으로 불리는 총책 박 모(50살) 씨가 지난 4일 (현지시간) 필리핀 한 소도시에서 검거됐습니다.

박 씨는 전직 경찰로 확인됐습니다. 그는 사이버 수사 담당자로도 근무했기 때문에 미행이나 추적을 피하는 데도 능수능란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검거 작전에서 한-필리핀 양국 공조에 앞장선 경찰청 인터폴국제공조과 전재홍 계장 (경정 ·위 사진)과 인터뷰를 통해 검거 당시 상황을 재구성해봤습니다.

박 씨가 숨어지낸 필리핀의 소도시는 한인들이 거의 살지 않는 곳인데다, 수도인 마닐라와 400km 이상(남동부 지역) 떨어진 곳.

한국에서 경찰로 근무하다가 수뢰 혐의 등 문제로 2008년 해임된 박 씨는 이후 필리핀으로 넘어가' 보이스피싱' 범행을 저질러왔습니다.

경찰청은 최근에 자수한 관련 조직원 등을 통해 박 씨의 구체적인 동선 확인, 필리핀 코리안 데스크를 통한 현지 탐색 등을 진행했지만 검거까지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검거 당일, 박 씨의 정확한 동선과 위치를 파악한 뒤에도 한-필리핀 경찰이 매우 정교하게 계획을 짜야 했고, 코리안 데스크(현지 파견 한국 경찰)가 총기로 무장한 필리핀 이민국 관계자, 경찰 특공대와 함께 현장에 투입됐습니다.


현지 경찰 보고에 따르면, 박 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코리안 데스크가 가장 많은 정보를 갖고 있었지만, 한국 경찰이라 검거 작전 당시에도 총기로 무장을 할 수는 없었다고.

[연관기사] ‘김미영 팀장’ 총책 필리핀서 검거…“전직 경찰”

총책인 박 씨의 당시 위치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는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했고, 팽팽한 대치 상황 속에서 박 씨를 검거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전재홍 계장은 이번 필리핀 검거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전까지는 일상 생활을 하다가도 사건이 떠올라 잠시도 마음 편히 쉴수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보이스피싱 피해를 다룬 '보이스'란 최근 개봉한 영화를 강력히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저희가 인터폴 공조를 통해 이전에 검거한 피의자들 관련 영상도 많이 나와서 기뻤지만, 이런 식의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과 가해 조직이 여전히 잡히고 있지 않다는 점 때문에 영상을 보면서 속이 타기도 했습니다. 검거 전에 본 영화라서 긴박한 경찰의 검거 장면을 스크린으로 보면서도 '우리도 박 씨를 빨리 검거해야 한다'는 식으로 결심을 굳게 다질수 있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가 총책을 맡은 해당 조직은 '김미영 팀장' 명의의 문자 메시지를 불특정 다수에게 보낸 뒤, 자동 응답전화(ARS)를 통해 대출 상담을 하는 척하며 상대의 개인정보를 빼내 돈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충남 천안 동남경찰서는 이미 2013년에 국내 조직원을 대거 검거해 20 여 명을 구속했지만, 박 씨를 비롯한 주요 조직 간부들은 당시 이미 해외로 도피한 뒤였다고.

전재홍 계장은 이렇게 답보 상태였던 사건이 올해들어 필리핀 코리안 데스크의 활약 등으로 급물살을 타면서 박 씨를 검거할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경찰은 올해 2∼8월 현지 수사기관 등과 공조해 '김미영 팀장' 조직에서 정산·통장 확보 등의 역할을 한 핵심 간부 4명을 검거했습니다.

게다가 이들의 검거 소식을 들은 조직원 2명이 지난 9월 필리핀 코리안 데스크에 자수했고, 이들이 제공한 정보도 박 씨의 위치와 인적사항을 특정하는데 결정적인 단서였다고 전 계장은 설명했습니다.

검거작전에 큰 역할을 한 것은 코리안 데스크로 현재 7명이 필리핀에 나가있습니다. 2012년 1명으로 시작된 현지 파견 경찰 인력은 최근 6, 7명 수준으로 늘었습니다.


코리안 데스크란?
해외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한 범죄가 늘면서, 경찰청이 필리핀 경찰 당국 등을 설득해 2012년 처음으로 코리안 데스크를 설치. 이들의 역할은 강력 사건의 수사 공조, 한국인 범죄자 송환인데 최근 들어 여러 차례 현지 정보원을 통한 피의자 검거에 기여. 당초 수도 마닐라에만 설치됐던 코리안데스크는 최근에는 인원이 늘면서 인근 다른 지역까지 활동 폭을 넓히는 중.

전 계장은 필리핀 '코리안 데스크'의 조직력을 칭찬하며, 지난 9월 언론에 공개된 필리핀 불법 온라인 도박 사이트 총책 검거 (아래 사진)도 이들의 역할이 필수적이었다고 밝혔습니다.


"불법 온라인 도박 사이트를 운영해온 총책 인40대 한국 남성 등을 마닐라 은거지에서 검거하는 작전에서도 당연히 총기로 무장한 경호원들과 대치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이때도 필리핀 이민국과 현지 경찰들이 먼저 조명탄과 공포탄을 발사했고 큰 마찰 없이 검거 작전을 마칠수 있었습니다. 당시 우리 국정원으로부터 첩보를 입수해 인터폴 '적색수배'를 발부받은 뒤 점차 포위망을 좁혀갔는데 3년 가까이 나가 있는 코리안 데스크 소속 경찰이 핵심 역할을 했고, 현지 수사기관과 탁월한 공조 수사에 기여를 했다는 것 정도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연관기사] ‘밤의 전쟁’ 운영자·불법 도박사이트 총책 필리핀서 검거

19년 동안 경찰 생활을 해온 전 계장은 프랑스로 6개월 정도 어학연수를 다녀온 것이 해외 생활의 전부. 하지만 인터폴 담당으로 전 세계에서 한인 대상으로 벌어지는 범죄와 전쟁을 벌이다 보니 각국 범죄 조직의 경향과 도피 예상지에 대한 정보가 탄탄하다고.


"냉정하게 말하면 현지 사법 기관은 한국인이 큰 범죄 피해를 보거나, 한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그 나라에 숨어 있는 사람은 큰 치안불안요소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데 이들을 움직이게하고, 믿을 만한 첩보를 파악해 핵심 사건 해결에 기여를 하는 것은 모두 우리 경찰의 몫입니다. 일반인들도 예상하는 것처럼 이전까지 전화 금융사기 조직은 대부분 중국에 근거지를 두고 있었지만, 최근에는 필리핀이나 베트남에서도 전화 금융사기 범죄가 확인되고 있습니다. 아마 필리핀이나 베트남이 저렴한 물가에 한국 교민이 많은 데다, 쉽게 조직원을 늘릴수 있는 곳으로 선호되는 것 같은데 이 때문에 이들의 범행 방식도 계속 탈바꿈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전 계장은 마지막으로 필리핀에서 검거한 피의자들의 조속한 송환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이라며,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을 위해서는 '내가 당할 일은 없다'는 식의 안이한 생각을 버리고, 전화통화 상대방이 아무리 재촉해도 '한 템포' 늦게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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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미영 팀장’ 검거 작전에 무장 특공대까지…총괄 지휘 인터폴 전재홍 계장 인터뷰
    • 입력 2021-10-09 07:12:22
    취재K

'1세대 보이스피싱(전화 금융사기) 조직 총책 필리핀서 검거', 최근 대부분 언론에서 크게 다룬 내용입니다.

피해자들 사이에선 이른바 '김미영 팀장'으로 불리는 총책 박 모(50살) 씨가 지난 4일 (현지시간) 필리핀 한 소도시에서 검거됐습니다.

박 씨는 전직 경찰로 확인됐습니다. 그는 사이버 수사 담당자로도 근무했기 때문에 미행이나 추적을 피하는 데도 능수능란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검거 작전에서 한-필리핀 양국 공조에 앞장선 경찰청 인터폴국제공조과 전재홍 계장 (경정 ·위 사진)과 인터뷰를 통해 검거 당시 상황을 재구성해봤습니다.

박 씨가 숨어지낸 필리핀의 소도시는 한인들이 거의 살지 않는 곳인데다, 수도인 마닐라와 400km 이상(남동부 지역) 떨어진 곳.

한국에서 경찰로 근무하다가 수뢰 혐의 등 문제로 2008년 해임된 박 씨는 이후 필리핀으로 넘어가' 보이스피싱' 범행을 저질러왔습니다.

경찰청은 최근에 자수한 관련 조직원 등을 통해 박 씨의 구체적인 동선 확인, 필리핀 코리안 데스크를 통한 현지 탐색 등을 진행했지만 검거까지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검거 당일, 박 씨의 정확한 동선과 위치를 파악한 뒤에도 한-필리핀 경찰이 매우 정교하게 계획을 짜야 했고, 코리안 데스크(현지 파견 한국 경찰)가 총기로 무장한 필리핀 이민국 관계자, 경찰 특공대와 함께 현장에 투입됐습니다.


현지 경찰 보고에 따르면, 박 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코리안 데스크가 가장 많은 정보를 갖고 있었지만, 한국 경찰이라 검거 작전 당시에도 총기로 무장을 할 수는 없었다고.

[연관기사] ‘김미영 팀장’ 총책 필리핀서 검거…“전직 경찰”

총책인 박 씨의 당시 위치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는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했고, 팽팽한 대치 상황 속에서 박 씨를 검거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전재홍 계장은 이번 필리핀 검거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전까지는 일상 생활을 하다가도 사건이 떠올라 잠시도 마음 편히 쉴수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보이스피싱 피해를 다룬 '보이스'란 최근 개봉한 영화를 강력히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저희가 인터폴 공조를 통해 이전에 검거한 피의자들 관련 영상도 많이 나와서 기뻤지만, 이런 식의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과 가해 조직이 여전히 잡히고 있지 않다는 점 때문에 영상을 보면서 속이 타기도 했습니다. 검거 전에 본 영화라서 긴박한 경찰의 검거 장면을 스크린으로 보면서도 '우리도 박 씨를 빨리 검거해야 한다'는 식으로 결심을 굳게 다질수 있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가 총책을 맡은 해당 조직은 '김미영 팀장' 명의의 문자 메시지를 불특정 다수에게 보낸 뒤, 자동 응답전화(ARS)를 통해 대출 상담을 하는 척하며 상대의 개인정보를 빼내 돈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충남 천안 동남경찰서는 이미 2013년에 국내 조직원을 대거 검거해 20 여 명을 구속했지만, 박 씨를 비롯한 주요 조직 간부들은 당시 이미 해외로 도피한 뒤였다고.

전재홍 계장은 이렇게 답보 상태였던 사건이 올해들어 필리핀 코리안 데스크의 활약 등으로 급물살을 타면서 박 씨를 검거할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경찰은 올해 2∼8월 현지 수사기관 등과 공조해 '김미영 팀장' 조직에서 정산·통장 확보 등의 역할을 한 핵심 간부 4명을 검거했습니다.

게다가 이들의 검거 소식을 들은 조직원 2명이 지난 9월 필리핀 코리안 데스크에 자수했고, 이들이 제공한 정보도 박 씨의 위치와 인적사항을 특정하는데 결정적인 단서였다고 전 계장은 설명했습니다.

검거작전에 큰 역할을 한 것은 코리안 데스크로 현재 7명이 필리핀에 나가있습니다. 2012년 1명으로 시작된 현지 파견 경찰 인력은 최근 6, 7명 수준으로 늘었습니다.


코리안 데스크란?
해외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한 범죄가 늘면서, 경찰청이 필리핀 경찰 당국 등을 설득해 2012년 처음으로 코리안 데스크를 설치. 이들의 역할은 강력 사건의 수사 공조, 한국인 범죄자 송환인데 최근 들어 여러 차례 현지 정보원을 통한 피의자 검거에 기여. 당초 수도 마닐라에만 설치됐던 코리안데스크는 최근에는 인원이 늘면서 인근 다른 지역까지 활동 폭을 넓히는 중.

전 계장은 필리핀 '코리안 데스크'의 조직력을 칭찬하며, 지난 9월 언론에 공개된 필리핀 불법 온라인 도박 사이트 총책 검거 (아래 사진)도 이들의 역할이 필수적이었다고 밝혔습니다.


"불법 온라인 도박 사이트를 운영해온 총책 인40대 한국 남성 등을 마닐라 은거지에서 검거하는 작전에서도 당연히 총기로 무장한 경호원들과 대치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이때도 필리핀 이민국과 현지 경찰들이 먼저 조명탄과 공포탄을 발사했고 큰 마찰 없이 검거 작전을 마칠수 있었습니다. 당시 우리 국정원으로부터 첩보를 입수해 인터폴 '적색수배'를 발부받은 뒤 점차 포위망을 좁혀갔는데 3년 가까이 나가 있는 코리안 데스크 소속 경찰이 핵심 역할을 했고, 현지 수사기관과 탁월한 공조 수사에 기여를 했다는 것 정도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연관기사] ‘밤의 전쟁’ 운영자·불법 도박사이트 총책 필리핀서 검거

19년 동안 경찰 생활을 해온 전 계장은 프랑스로 6개월 정도 어학연수를 다녀온 것이 해외 생활의 전부. 하지만 인터폴 담당으로 전 세계에서 한인 대상으로 벌어지는 범죄와 전쟁을 벌이다 보니 각국 범죄 조직의 경향과 도피 예상지에 대한 정보가 탄탄하다고.


"냉정하게 말하면 현지 사법 기관은 한국인이 큰 범죄 피해를 보거나, 한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그 나라에 숨어 있는 사람은 큰 치안불안요소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데 이들을 움직이게하고, 믿을 만한 첩보를 파악해 핵심 사건 해결에 기여를 하는 것은 모두 우리 경찰의 몫입니다. 일반인들도 예상하는 것처럼 이전까지 전화 금융사기 조직은 대부분 중국에 근거지를 두고 있었지만, 최근에는 필리핀이나 베트남에서도 전화 금융사기 범죄가 확인되고 있습니다. 아마 필리핀이나 베트남이 저렴한 물가에 한국 교민이 많은 데다, 쉽게 조직원을 늘릴수 있는 곳으로 선호되는 것 같은데 이 때문에 이들의 범행 방식도 계속 탈바꿈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전 계장은 마지막으로 필리핀에서 검거한 피의자들의 조속한 송환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이라며,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을 위해서는 '내가 당할 일은 없다'는 식의 안이한 생각을 버리고, 전화통화 상대방이 아무리 재촉해도 '한 템포' 늦게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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