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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팀장] “방향제 먹이고 손바닥에 불붙이고”…가혹행위 여전한데 ‘D·P’가 옛일?
입력 2021.10.19 (19:24) 수정 2021.10.19 (20:10) 뉴스7(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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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사고의 뒷이야기를 자세히 풀어보는 사건팀장 시간입니다.

성용희 사건팀장, 오늘은 어떤 사건입니까?

[기자]

최근 군대 내 부조리를 적나라하게 묘사한 드라마 'D.P'가 큰 인기를 끌었죠.

이 드라마의 시대 배경이 윤 일병과 임 병장 사건이 발생했던 2014년으로 설정돼 있는데요.

지금도 이런 부조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자 서욱 국방부 장관이 "드라마에 나오는 내용은 극화된 부분이 있다"며 "현실과 다르다"고 해명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말 믿어도 되는 걸까요?

올해도 육군의 한 부대에서 끔찍한 가혹행위와 폭행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오늘은 이 사건의 자세한 내용과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앵커]

저도 D.P라는 드라마를 봤는데 지금은 안 그런 걸까, 저 역시도 이런 걱정부터 앞섰거든요.

해당 부대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기자]

네, 지난 1월이었습니다.

육군 제2신속대응사단의 한 예하 부대 생활관에서 고참이었던 21살 정 모 씨는 송 모 상병 등 후임병 4명을 지속적으로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가혹행위를 몇 가지 말씀드리자면요.

정 씨는 장난이라면서 후임병 4명을 불러 모은 뒤 가위바위보에서 진 사람이 액상형 방향제를 먹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게임에서 진 송 상병의 혀에 방향제를 떨어뜨려 먹게 했고 박 모 일병에게는 손가락에 방향제를 묻힌 뒤 스스로 핥아 먹게 했습니다.

더 심한 가혹행위도 있었습니다.

지난 2월 이번에도 장난이라며 송 상병의 손바닥에 알코올 성분이 들어있는 손 소독제를 뿌린 뒤에 라이터로 불을 붙이는가 하면, 가위바위보에서 진 사람이 스스로 손바닥에 손 소독제를 뿌리고 불을 붙이도록 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단순히 장난이라고 치기에는 정도가 너무 심한 것 같아요.

후임병들을 마치 장난감처럼 다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후임병 4명에게 가위바위보를 시켜 진 사람에게 알약 형태의 오메가3를 물도 마시지 못하게 하고 씹어 먹게 시킨 일도 있었는데요.

정 씨가 이런 일을 벌인 이유는 "할 것도 없는데 뭐라도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단지 심심하다는 이유로 후임병들을 괴롭혔던 건데요.

이 밖에도 눈썹 칼을 이용해서 강제로 후임병의 다리털을 깎기도 했고요.

화장실에 가려는 후임병을 가로막아 무려 30여 분 동안 용변을 보지 못하게 한 적도 있었습니다.

또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라고 시킨 뒤 말을 듣지 않으면 샤워기로 찬물을 뿌리는 등 지난 1월부터 두 달여 동안 확인된 가혹행위만 10여 차례에 달했습니다.

[앵커]

가혹행위 말고 폭행도 있었다고 했는데, 후임병들을 때리기까지 한 이유가 뭐였습니까?

[기자]

네, 폭행 역시 후임병들이 잘못을 했다거나 특별한 이유가 있던 게 아니었습니다.

정 씨는 무술의 한 종류죠, 주짓수 기술을 알려주겠다며 후임병을 생활관 침대에 눕힌 뒤 팔과 다리를 꺾었습니다.

이런 식의 폭행이 두 달여 동안 10차례나 가해졌고요.

턱걸이 같은 운동을 할 때 보조해주는 장비인 풀 업 밴드로 후임병의 몸을 묶어두기도 했습니다.

정 씨의 이런 가혹행위와 폭행은 결국, 군 내부에서 발각됐고 군 검찰은 위력행사 가혹행위와 폭행 혐의로 정 씨를 군사재판에 넘겼는데요.

고참이었던 정 씨가 전역하면서 대전지방법원에서 1심 재판이 진행됐습니다.

[앵커]

사건 내용을 들어보면 엄벌이 필요해 보이는데, 재판 결과 어떻게 나왔나요?

[기자]

네, 1심 법원은 정 씨가 선임의 지위를 이용해 위력을 행사하면서 상습적으로 가혹행위를 일삼고 폭행했다며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또 이 같은 범행으로 피해자들이 수치심과 모멸감을 느끼는 등 상당한 고통을 겪었다며 죄책이 무겁다고 판시했습니다.

정 씨 역시 잘못을 모두 인정하고 여러 차례 반성문을 제출했는데요.

재판부는 합의가 이뤄져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다는 점과 가족과 지인들이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제출한 점, 정 씨가 이전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는 점을 고려했고요.

최근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습니다.

항소할 수 있는 기간이 며칠 남았지만 정 씨는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앵커]

이번 사건은 법원 판결을 통해 알려지게 됐지만 드러나지 않은 군대 내 부조리도 적지 않을 것 같아요.

[기자]

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이수진 의원이 최근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일반 사병으로 전역한 2030 남성 5백 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벌였는데요.

군복무기간 중 가혹행위를 목격한 경험이 있냐는 질문에 70% 이상이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또 직접 가혹행위를 당한 적 있다는 응답자도 59.8%에 달했습니다.

2016년 이후 입대자 중에서도 가혹 행위를 당한 적 있다는 답변이 42%나 나왔는데요.

실제로 지난해 군인권센터에 접수된 상담 신청이 구타 96건, 언어폭력 273건, 성폭력 71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요즘 군대, 휴대전화도 사용할 수 있게 됐고 여러모로 병영생활이 많이 개선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런 실제 가혹행위 사례와 여러 자료들을 보면 드라마 D.P가 그저 옛일이라고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습니다.
  • [사건팀장] “방향제 먹이고 손바닥에 불붙이고”…가혹행위 여전한데 ‘D·P’가 옛일?
    • 입력 2021-10-19 19:24:55
    • 수정2021-10-19 20:10:38
    뉴스7(대전)
[앵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사고의 뒷이야기를 자세히 풀어보는 사건팀장 시간입니다.

성용희 사건팀장, 오늘은 어떤 사건입니까?

[기자]

최근 군대 내 부조리를 적나라하게 묘사한 드라마 'D.P'가 큰 인기를 끌었죠.

이 드라마의 시대 배경이 윤 일병과 임 병장 사건이 발생했던 2014년으로 설정돼 있는데요.

지금도 이런 부조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자 서욱 국방부 장관이 "드라마에 나오는 내용은 극화된 부분이 있다"며 "현실과 다르다"고 해명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말 믿어도 되는 걸까요?

올해도 육군의 한 부대에서 끔찍한 가혹행위와 폭행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오늘은 이 사건의 자세한 내용과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앵커]

저도 D.P라는 드라마를 봤는데 지금은 안 그런 걸까, 저 역시도 이런 걱정부터 앞섰거든요.

해당 부대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기자]

네, 지난 1월이었습니다.

육군 제2신속대응사단의 한 예하 부대 생활관에서 고참이었던 21살 정 모 씨는 송 모 상병 등 후임병 4명을 지속적으로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가혹행위를 몇 가지 말씀드리자면요.

정 씨는 장난이라면서 후임병 4명을 불러 모은 뒤 가위바위보에서 진 사람이 액상형 방향제를 먹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게임에서 진 송 상병의 혀에 방향제를 떨어뜨려 먹게 했고 박 모 일병에게는 손가락에 방향제를 묻힌 뒤 스스로 핥아 먹게 했습니다.

더 심한 가혹행위도 있었습니다.

지난 2월 이번에도 장난이라며 송 상병의 손바닥에 알코올 성분이 들어있는 손 소독제를 뿌린 뒤에 라이터로 불을 붙이는가 하면, 가위바위보에서 진 사람이 스스로 손바닥에 손 소독제를 뿌리고 불을 붙이도록 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단순히 장난이라고 치기에는 정도가 너무 심한 것 같아요.

후임병들을 마치 장난감처럼 다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후임병 4명에게 가위바위보를 시켜 진 사람에게 알약 형태의 오메가3를 물도 마시지 못하게 하고 씹어 먹게 시킨 일도 있었는데요.

정 씨가 이런 일을 벌인 이유는 "할 것도 없는데 뭐라도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단지 심심하다는 이유로 후임병들을 괴롭혔던 건데요.

이 밖에도 눈썹 칼을 이용해서 강제로 후임병의 다리털을 깎기도 했고요.

화장실에 가려는 후임병을 가로막아 무려 30여 분 동안 용변을 보지 못하게 한 적도 있었습니다.

또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라고 시킨 뒤 말을 듣지 않으면 샤워기로 찬물을 뿌리는 등 지난 1월부터 두 달여 동안 확인된 가혹행위만 10여 차례에 달했습니다.

[앵커]

가혹행위 말고 폭행도 있었다고 했는데, 후임병들을 때리기까지 한 이유가 뭐였습니까?

[기자]

네, 폭행 역시 후임병들이 잘못을 했다거나 특별한 이유가 있던 게 아니었습니다.

정 씨는 무술의 한 종류죠, 주짓수 기술을 알려주겠다며 후임병을 생활관 침대에 눕힌 뒤 팔과 다리를 꺾었습니다.

이런 식의 폭행이 두 달여 동안 10차례나 가해졌고요.

턱걸이 같은 운동을 할 때 보조해주는 장비인 풀 업 밴드로 후임병의 몸을 묶어두기도 했습니다.

정 씨의 이런 가혹행위와 폭행은 결국, 군 내부에서 발각됐고 군 검찰은 위력행사 가혹행위와 폭행 혐의로 정 씨를 군사재판에 넘겼는데요.

고참이었던 정 씨가 전역하면서 대전지방법원에서 1심 재판이 진행됐습니다.

[앵커]

사건 내용을 들어보면 엄벌이 필요해 보이는데, 재판 결과 어떻게 나왔나요?

[기자]

네, 1심 법원은 정 씨가 선임의 지위를 이용해 위력을 행사하면서 상습적으로 가혹행위를 일삼고 폭행했다며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또 이 같은 범행으로 피해자들이 수치심과 모멸감을 느끼는 등 상당한 고통을 겪었다며 죄책이 무겁다고 판시했습니다.

정 씨 역시 잘못을 모두 인정하고 여러 차례 반성문을 제출했는데요.

재판부는 합의가 이뤄져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다는 점과 가족과 지인들이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제출한 점, 정 씨가 이전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는 점을 고려했고요.

최근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습니다.

항소할 수 있는 기간이 며칠 남았지만 정 씨는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앵커]

이번 사건은 법원 판결을 통해 알려지게 됐지만 드러나지 않은 군대 내 부조리도 적지 않을 것 같아요.

[기자]

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이수진 의원이 최근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일반 사병으로 전역한 2030 남성 5백 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벌였는데요.

군복무기간 중 가혹행위를 목격한 경험이 있냐는 질문에 70% 이상이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또 직접 가혹행위를 당한 적 있다는 응답자도 59.8%에 달했습니다.

2016년 이후 입대자 중에서도 가혹 행위를 당한 적 있다는 답변이 42%나 나왔는데요.

실제로 지난해 군인권센터에 접수된 상담 신청이 구타 96건, 언어폭력 273건, 성폭력 71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요즘 군대, 휴대전화도 사용할 수 있게 됐고 여러모로 병영생활이 많이 개선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런 실제 가혹행위 사례와 여러 자료들을 보면 드라마 D.P가 그저 옛일이라고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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