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가슴곰 90여 마리…뜬장 속 오물과 배고픔이 남겨졌다

입력 2021.10.28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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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두 마리 탈출 허위 신고' 반달가슴곰 사육 농장주 지난주 구속
농장에 남겨진 반달곰 90여 마리 '사실상 방치'
한강유역환경청·자치단체 "임시로 먹이 급여…일주일이 한계"
동물자유연대 "주기적 먹이 공급·이탈 방지책 등 대책 필요"


■ 농장주 구속 되고 남은 곰 90여 마리…"배고픔과 배설물 속에 방치됐다"

지난 21일 밤, 경기 여주에 있는 반달가슴곰 사육 농가. 동물권 단체인 동물자유연대가 이곳을 급히 찾았습니다.

농장주 김 모(73)씨가 경찰에 구속되면서 반달곰 수십 마리가 방치됐다고 판단, 임시로 먹고 마실 것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해당 농장주 역시 경찰을 통해 지자체와 동물단체의 먹이 공급을 허락한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동물자유연대가 방문한 여주의 곰 농장은 '뜬장' 수십 개가 미로처럼 붙어 있어 '감옥'을 방불케 했습니다.

동물단체가 현장을 촬영한 영상을 보면, 언제 마지막으로 먹었는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사료통과 물통은 비어있었습니다. '뜬장' 여기저기에는 쌓이고 엉겨 굳은 배설물이 보였습니다.

지난 7월 용인에서 일어난 '곰 탈출 사건'의 농장주가 김 씨입니다. 한 마리는 탈출 당일 사살됐지만 남은 한 마리가 발견되지 않으면서 20일가량 수색작업이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불법 도축을 숨기기 위해 김 씨가 '탈출한 곰은 두 마리'라고 거짓 신고를 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지난주 구속됐습니다.

김 씨는 용인과 여주 등 두 곳에 곰 사육 농장을 갖고 있습니다. 김 씨의 구속으로 여주에 있는 곰 79마리와 용인의 16마리가 사실상 방치돼 있는 셈입니다.

사육장 안에 갇힌 반달가슴곰이 동물보호단체가 공급한 사료와 과일을 먹고 있다. (영상 : 동물자유연대 제공)사육장 안에 갇힌 반달가슴곰이 동물보호단체가 공급한 사료와 과일을 먹고 있다. (영상 : 동물자유연대 제공)

■ 지자체 "먹이 공급, 일주일이 한계…더 이상은 어렵다"

곰 사육을 허가하고 감독하는 환경부는 농장이 위치해 있는 여주시와 용인시에 임시로라도 먹이를 공급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들 자치단체에서도 인도적 차원에서 임시 관리를 수락하면서 일이 쉽게 해결될 것 같았는데 최근 복병을 만났습니다. 조류독감과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다시 창궐하면서 지자체 환경부서의 업무가 몰린 것입니다.

가축 방역이 우선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지자체는 앞으로 일주일 정도만 농가 관리와 먹이 급여가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일주일이 지난 시점부터 동물보호단체가 환경부와 지자체를 대신해 먹이와 물을 주기적으로 공급해주기로 했습니다.

마릿수가 많아 급여하는 사료의 무게가 있는 만큼 동물자유연대는 다른 동물단체 서너 곳 정도와 함께 작업을 하기 위해 뜻이 맞는 단체를 수소문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동물자유연대는 임시 급여가 그야말로 미봉책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방치된 동물에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일 뿐, 먹고 마실 것 외에 배설물 처리 등 사육환경 관리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야외에 방치된 사육장은 다가올 추위에도 속수무책인 상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21일 밤, 동물자유연대가 구속된 농장주의 허락을 받아 여주 곰 농장의 사육장에 급히 먹이를 채우고 있다. (영상: 동물자유연대 제공)21일 밤, 동물자유연대가 구속된 농장주의 허락을 받아 여주 곰 농장의 사육장에 급히 먹이를 채우고 있다. (영상: 동물자유연대 제공)

■ 환경부 "새끼곰은 동물원으로 이송…추가적 대책 논의 중"

최근 여주 농장에 있는 새끼 곰 두 마리가 청주동물원으로 옮겨졌습니다. 곰 사육 농가는 허가 없이 반달곰을 번식시킬 수 없는데 환경부 조사 결과 올해 태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새끼들이 발견된 것입니다.

환경부는 어린 개체들이 농장주의 곰 불법 증식 행위로 인해 태어난 것으로 보고 몰수했다고 설명했습니다.아직 농장에 남아 있는 90여 마리에 대해서도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환경부는 밝혔습니다.

많은 수의 곰들이 우리에 방치돼 있는 만큼 이들의 먹이와 사육 환경도 문제지만, 주기적으로 관리가 되지 않을 경우 용인에서처럼 '탈출 사건'이 또 일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환경부는 농장주의 사법처리 상황을 보면서 장기적인 대책에 대해서도 검토해나가겠다고 취재진에게 전했는데요, 앞으로 어떠한 대책을 내놓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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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달가슴곰 90여 마리…뜬장 속 오물과 배고픔이 남겨졌다
    • 입력 2021-10-28 10:06:25
    취재K
'두 마리 탈출 허위 신고' 반달가슴곰 사육 농장주 지난주 구속<br />농장에 남겨진 반달곰 90여 마리 '사실상 방치'<br />한강유역환경청·자치단체 "임시로 먹이 급여…일주일이 한계"<br />동물자유연대 "주기적 먹이 공급·이탈 방지책 등 대책 필요"

■ 농장주 구속 되고 남은 곰 90여 마리…"배고픔과 배설물 속에 방치됐다"

지난 21일 밤, 경기 여주에 있는 반달가슴곰 사육 농가. 동물권 단체인 동물자유연대가 이곳을 급히 찾았습니다.

농장주 김 모(73)씨가 경찰에 구속되면서 반달곰 수십 마리가 방치됐다고 판단, 임시로 먹고 마실 것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해당 농장주 역시 경찰을 통해 지자체와 동물단체의 먹이 공급을 허락한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동물자유연대가 방문한 여주의 곰 농장은 '뜬장' 수십 개가 미로처럼 붙어 있어 '감옥'을 방불케 했습니다.

동물단체가 현장을 촬영한 영상을 보면, 언제 마지막으로 먹었는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사료통과 물통은 비어있었습니다. '뜬장' 여기저기에는 쌓이고 엉겨 굳은 배설물이 보였습니다.

지난 7월 용인에서 일어난 '곰 탈출 사건'의 농장주가 김 씨입니다. 한 마리는 탈출 당일 사살됐지만 남은 한 마리가 발견되지 않으면서 20일가량 수색작업이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불법 도축을 숨기기 위해 김 씨가 '탈출한 곰은 두 마리'라고 거짓 신고를 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지난주 구속됐습니다.

김 씨는 용인과 여주 등 두 곳에 곰 사육 농장을 갖고 있습니다. 김 씨의 구속으로 여주에 있는 곰 79마리와 용인의 16마리가 사실상 방치돼 있는 셈입니다.

사육장 안에 갇힌 반달가슴곰이 동물보호단체가 공급한 사료와 과일을 먹고 있다. (영상 : 동물자유연대 제공)
■ 지자체 "먹이 공급, 일주일이 한계…더 이상은 어렵다"

곰 사육을 허가하고 감독하는 환경부는 농장이 위치해 있는 여주시와 용인시에 임시로라도 먹이를 공급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들 자치단체에서도 인도적 차원에서 임시 관리를 수락하면서 일이 쉽게 해결될 것 같았는데 최근 복병을 만났습니다. 조류독감과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다시 창궐하면서 지자체 환경부서의 업무가 몰린 것입니다.

가축 방역이 우선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지자체는 앞으로 일주일 정도만 농가 관리와 먹이 급여가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일주일이 지난 시점부터 동물보호단체가 환경부와 지자체를 대신해 먹이와 물을 주기적으로 공급해주기로 했습니다.

마릿수가 많아 급여하는 사료의 무게가 있는 만큼 동물자유연대는 다른 동물단체 서너 곳 정도와 함께 작업을 하기 위해 뜻이 맞는 단체를 수소문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동물자유연대는 임시 급여가 그야말로 미봉책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방치된 동물에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일 뿐, 먹고 마실 것 외에 배설물 처리 등 사육환경 관리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야외에 방치된 사육장은 다가올 추위에도 속수무책인 상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21일 밤, 동물자유연대가 구속된 농장주의 허락을 받아 여주 곰 농장의 사육장에 급히 먹이를 채우고 있다. (영상: 동물자유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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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주 농장에 있는 새끼 곰 두 마리가 청주동물원으로 옮겨졌습니다. 곰 사육 농가는 허가 없이 반달곰을 번식시킬 수 없는데 환경부 조사 결과 올해 태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새끼들이 발견된 것입니다.

환경부는 어린 개체들이 농장주의 곰 불법 증식 행위로 인해 태어난 것으로 보고 몰수했다고 설명했습니다.아직 농장에 남아 있는 90여 마리에 대해서도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환경부는 밝혔습니다.

많은 수의 곰들이 우리에 방치돼 있는 만큼 이들의 먹이와 사육 환경도 문제지만, 주기적으로 관리가 되지 않을 경우 용인에서처럼 '탈출 사건'이 또 일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환경부는 농장주의 사법처리 상황을 보면서 장기적인 대책에 대해서도 검토해나가겠다고 취재진에게 전했는데요, 앞으로 어떠한 대책을 내놓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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