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남북 경계를 허물다…로저 셰퍼드가 본 백두대간

입력 2021.10.30 (08:21) 수정 2021.10.30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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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백두산에서 시작해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을 북한에서는‘백두대산줄기’라고 부른다고 하는데요.

네. 그런데 휴전선 북쪽의 백두대간은 우리한테는 미지의 공간이죠!

최효은 리포터! 남한 사람은 갈 수 없는 북녘의 백두대간을 외국인이 종주했다고요?

네~ 뉴질랜드에서 온 로저 셰퍼드 씨인데요.

분단 이후 처음으로 한반도의 백두대간을 종주했다고 해서 만나고 왔습니다.

백두대간을 종주하려면 체력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북한 당국의 허가가 있어야 할 텐데요?

처음에는 뉴질랜드의 NGO 단체를 통해 방북 허가를 받아 다녀왔다고 합니다.

그 이후에도 쉬지 않고 북한의 백두대간 곳곳을 오르면서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했다고 하는데요.

외국인의 푸른 눈에 비친 백두대간은 어떤 모습일까요?

지금 함께 만나보시죠.

[리포트]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도시 전주.

깊어가는 가을 정취를 느끼면서 산을 오르는 푸른 눈의 사나이가 있습니다.

뉴질랜드에서 온 로저 셰퍼드 씨인데요. 이렇게 틈이 날 때마다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등산을 즐긴다고 합니다.

[로저 셰퍼드/뉴질랜드 출신 등반가 : "음식, 텐트 같은 거 넣은 가방을 메고 동네 산에 오르죠. 식당에 가서 음식도 먹고 막걸리 한 병도 마시고 화장실 있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방랑자 같은 느낌이랄까요."]

뉴질랜드에서 경찰이었던 로저 씨는 2007년 처음으로 우리나라 산에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한라산과 지리산 등 많은 산을 오르면서 한반도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는 백두대간에 매료됐는데요.

[로저 셰퍼드/뉴질랜드 출신 등반가 : "(한국 산이 (뉴질랜드) 산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이 언덕들은 모두 한국의 문화 그리고 역사 미술 음식 시 문학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어요. 전쟁과 전투의 이야기도 있고요. 거대한 백과사전 같은 느낌이랄까요."]

그리고 한국에 거주하던 2011년 뉴질랜드 NGO 단체를 통해 북녘땅을 밟게 되는데요.

남한의 백두대간과는 다른 또 다른 매력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감자는 좀 설익은 게 더 영양가 있다고. 완전히 익으면 영양가 없다고..."]

백두산에서 만난 북한 학생들은 신기한 듯 로져 씨를 쳐다봤다고 하는데요.

북한 가이드들과 함께 먹고 자며 백두대간을 넘나들던 로저 씨.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과 북의 백두대간을 종주한 그의 이야기는 북한 매체에서도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조선중앙TV : "백두에서 한라까지 차 넘치는 조선 민족의 통일 염원을 함께 지니고자 대양과 대륙을 넘어온 벗들이 있었습니다. 뉴질랜드 백두 한라 오토바이 여행단 선원들이었습니다."]

한반도의 척추라고 불리는 백두대간. 우리는 절반은 갈 수가 없는 곳인데요.

북한의 백두대간을 12차례나 다녀온 로저 셰퍼드 씨는 자신의 경험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자 합니다.

한 대북 인도지원 단체가 마련한 강연회.

로저 씨가 백두대간 종주 경험담을 풀어놓습니다.

[로저 셰퍼드/뉴질랜드 출신 등반가 : "나는 보통의 여행가이드입니다. 등산 가이드 근데 백두대간 탐험을 많이 했어요. 북한 재밌어요."]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미지의 공간은 어떤 모습일까?

[로저 셰퍼드/뉴질랜드 출신 등반가 : "사람들의 손길이 아직 닿지 않았고 자연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숲이 울창합니다."]

전시관 안에는 로저 씨가 찍은 백두대간 사진들이 내걸렸는데요.

관람객들에게 사진을 설명하면서 10년 간의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로저 셰퍼드/뉴질랜드 출신 등반가 : "(강원도 천내군) 두류산에 임진강 스타트 포인트. (여기가 임진강 상류인 셈이네.)"]

북한 땅에서 바라본 백두산 천지는 몽환적인 느낌을 자아냅니다.

한반도의 지붕이라 불리는 개마고원과 칠보산, 두류산 등 북한의 명산들이 카메라에 담겼습니다.

[김미례/관람객 : "외국인이 열정적으로 뜨겁게 하는 모습을 보고 많은 반성이 됐고 실제로 가서 보면 얼마나 더 감동일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로저 씨는 백두대간 사진전을 평양에서 개최하기도 했는데요.

남북관계가 냉, 온탕을 오가던 2015년이었습니다.

[로저 셰퍼드/뉴질랜드 출신 등반가 : "저는 그 활동을 남북택배라고 불렀어요. (남북택배?) 맞는 말이잖아요. 액자 틀도 트럭으로 배달했고 북한에서 트럭을 보내줘서 사진들을 가져갔어요."]

통일부와 유엔의 승인을 받고나서야 개성공단을 통해 사진들을 옮길 수 있었다고 하는데요.

다소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지만,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로저 셰퍼드/뉴질랜드 출신 등반가 : "백두대간은 한국의 상징적인 곳이고요. 백두 한라산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우린 하나라는 메시지요."]

한반도에 통일이 찾아오길 바라면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한 로저 셰퍼드씨.

그가 이렇게 한반도 통일을 위해서 노력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지난해 초 코로나19 때문에 북한이 국경을 봉쇄하면서 지금은 북녘에 있는 산을 오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로저 씨는 최근엔 과거 백두대간 종주를 떠올리며 그림을 그리는데 매진하고 있다고 하네요.

푸른 눈에 비친 백두대간에는 우리 민족의 얼과 역사가 깃들어 있습니다.

[로저 셰퍼드/뉴질랜드 출신 등반가 : "한국인들은 하지 못하는 걸 제가 했다는 것에 대해서 죄책감이 들긴 해요. 그렇기 때문에 이걸 갚고 싶다고 할까요? 한반도의 이런 (분단) 상황에 대해서 말이죠. 그냥 사진을 찍고 제가 간직하는 게 아니라요."]

언젠가 다시 백두대간이 이어질 거라 믿는 로저 씨.

그 때까지 백두대간을 기록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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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남북 경계를 허물다…로저 셰퍼드가 본 백두대간
    • 입력 2021-10-30 08:21:26
    • 수정2021-10-30 10: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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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백두산에서 시작해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을 북한에서는‘백두대산줄기’라고 부른다고 하는데요.

네. 그런데 휴전선 북쪽의 백두대간은 우리한테는 미지의 공간이죠!

최효은 리포터! 남한 사람은 갈 수 없는 북녘의 백두대간을 외국인이 종주했다고요?

네~ 뉴질랜드에서 온 로저 셰퍼드 씨인데요.

분단 이후 처음으로 한반도의 백두대간을 종주했다고 해서 만나고 왔습니다.

백두대간을 종주하려면 체력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북한 당국의 허가가 있어야 할 텐데요?

처음에는 뉴질랜드의 NGO 단체를 통해 방북 허가를 받아 다녀왔다고 합니다.

그 이후에도 쉬지 않고 북한의 백두대간 곳곳을 오르면서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했다고 하는데요.

외국인의 푸른 눈에 비친 백두대간은 어떤 모습일까요?

지금 함께 만나보시죠.

[리포트]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도시 전주.

깊어가는 가을 정취를 느끼면서 산을 오르는 푸른 눈의 사나이가 있습니다.

뉴질랜드에서 온 로저 셰퍼드 씨인데요. 이렇게 틈이 날 때마다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등산을 즐긴다고 합니다.

[로저 셰퍼드/뉴질랜드 출신 등반가 : "음식, 텐트 같은 거 넣은 가방을 메고 동네 산에 오르죠. 식당에 가서 음식도 먹고 막걸리 한 병도 마시고 화장실 있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방랑자 같은 느낌이랄까요."]

뉴질랜드에서 경찰이었던 로저 씨는 2007년 처음으로 우리나라 산에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한라산과 지리산 등 많은 산을 오르면서 한반도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는 백두대간에 매료됐는데요.

[로저 셰퍼드/뉴질랜드 출신 등반가 : "(한국 산이 (뉴질랜드) 산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이 언덕들은 모두 한국의 문화 그리고 역사 미술 음식 시 문학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어요. 전쟁과 전투의 이야기도 있고요. 거대한 백과사전 같은 느낌이랄까요."]

그리고 한국에 거주하던 2011년 뉴질랜드 NGO 단체를 통해 북녘땅을 밟게 되는데요.

남한의 백두대간과는 다른 또 다른 매력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감자는 좀 설익은 게 더 영양가 있다고. 완전히 익으면 영양가 없다고..."]

백두산에서 만난 북한 학생들은 신기한 듯 로져 씨를 쳐다봤다고 하는데요.

북한 가이드들과 함께 먹고 자며 백두대간을 넘나들던 로저 씨.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과 북의 백두대간을 종주한 그의 이야기는 북한 매체에서도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조선중앙TV : "백두에서 한라까지 차 넘치는 조선 민족의 통일 염원을 함께 지니고자 대양과 대륙을 넘어온 벗들이 있었습니다. 뉴질랜드 백두 한라 오토바이 여행단 선원들이었습니다."]

한반도의 척추라고 불리는 백두대간. 우리는 절반은 갈 수가 없는 곳인데요.

북한의 백두대간을 12차례나 다녀온 로저 셰퍼드 씨는 자신의 경험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자 합니다.

한 대북 인도지원 단체가 마련한 강연회.

로저 씨가 백두대간 종주 경험담을 풀어놓습니다.

[로저 셰퍼드/뉴질랜드 출신 등반가 : "나는 보통의 여행가이드입니다. 등산 가이드 근데 백두대간 탐험을 많이 했어요. 북한 재밌어요."]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미지의 공간은 어떤 모습일까?

[로저 셰퍼드/뉴질랜드 출신 등반가 : "사람들의 손길이 아직 닿지 않았고 자연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숲이 울창합니다."]

전시관 안에는 로저 씨가 찍은 백두대간 사진들이 내걸렸는데요.

관람객들에게 사진을 설명하면서 10년 간의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로저 셰퍼드/뉴질랜드 출신 등반가 : "(강원도 천내군) 두류산에 임진강 스타트 포인트. (여기가 임진강 상류인 셈이네.)"]

북한 땅에서 바라본 백두산 천지는 몽환적인 느낌을 자아냅니다.

한반도의 지붕이라 불리는 개마고원과 칠보산, 두류산 등 북한의 명산들이 카메라에 담겼습니다.

[김미례/관람객 : "외국인이 열정적으로 뜨겁게 하는 모습을 보고 많은 반성이 됐고 실제로 가서 보면 얼마나 더 감동일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로저 씨는 백두대간 사진전을 평양에서 개최하기도 했는데요.

남북관계가 냉, 온탕을 오가던 2015년이었습니다.

[로저 셰퍼드/뉴질랜드 출신 등반가 : "저는 그 활동을 남북택배라고 불렀어요. (남북택배?) 맞는 말이잖아요. 액자 틀도 트럭으로 배달했고 북한에서 트럭을 보내줘서 사진들을 가져갔어요."]

통일부와 유엔의 승인을 받고나서야 개성공단을 통해 사진들을 옮길 수 있었다고 하는데요.

다소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지만,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로저 셰퍼드/뉴질랜드 출신 등반가 : "백두대간은 한국의 상징적인 곳이고요. 백두 한라산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우린 하나라는 메시지요."]

한반도에 통일이 찾아오길 바라면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한 로저 셰퍼드씨.

그가 이렇게 한반도 통일을 위해서 노력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지난해 초 코로나19 때문에 북한이 국경을 봉쇄하면서 지금은 북녘에 있는 산을 오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로저 씨는 최근엔 과거 백두대간 종주를 떠올리며 그림을 그리는데 매진하고 있다고 하네요.

푸른 눈에 비친 백두대간에는 우리 민족의 얼과 역사가 깃들어 있습니다.

[로저 셰퍼드/뉴질랜드 출신 등반가 : "한국인들은 하지 못하는 걸 제가 했다는 것에 대해서 죄책감이 들긴 해요. 그렇기 때문에 이걸 갚고 싶다고 할까요? 한반도의 이런 (분단) 상황에 대해서 말이죠. 그냥 사진을 찍고 제가 간직하는 게 아니라요."]

언젠가 다시 백두대간이 이어질 거라 믿는 로저 씨.

그 때까지 백두대간을 기록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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