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K] 의붓딸 12년 성폭행한 피고인…징역 25년은 ‘중형’인가?

입력 2021.11.04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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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보관 자료 / 본 사건과 관련 없음KBS 보관 자료 / 본 사건과 관련 없음
① 9살에 시작된 지옥…12년 만에 마수 벗어난 의붓딸
☞ ② 징역 '25년'…충분한가?

■ 9살 소녀 성인 될 때까지…인면수심 계부 '징역 25년' 선고

피고인 50대 A 씨는 2002년 한 여성과 동거를 시작하면서 여성의 딸을 의붓딸로 들였습니다. 그리고 7년 뒤인 2009년, 9살 의붓딸을 성폭행했습니다. 한 번이 아니라 소녀가 어른이 될 때까지 12년 동안 범행했습니다. 검사가 공소장에 적어 유죄로 인정된 성폭행만 <343회>, 전주지법 1심 재판부는 "입에 담기도 어려울 정도로 참혹하다"고 판시했고 피고인에게 징역 25년을 내렸습니다.

■ 징역 25년은 '중형'인가?

여기까지가 앞서 보도한 내용입니다. 이제 이번 판결의 '형량'을 주제로, 이어서 쓰겠습니다. 재판부는 계부를 매우 엄하게 꾸짖었고, 17번 제출된 반성문도 양형에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분이 앞선 기사 댓글을 통해 재판부를 지탄했습니다. 지은 죄에 비해 벌이 가볍다는 건데, 따져보겠습니다.

①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판결은 '중형'이 맞습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여성가족부가 올해 발간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동향 및 추세 분석> 보고서를 보면, 2019년도에 유죄가 확정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2,753명 가운데 절반이 '집행유예'로 풀려났습니다. 징역형을 받은 건 36.3%였고, 벌금형 13.3%, 선고유예 0.8% 순입니다.


추행이나 불법촬영 같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죄가 많이 포함된 결과 아니냐, 이렇게 생각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처럼 아동·청소년 '강간' 범죄만 따로 따져봐도 집행유예 처분은 32.1%에 달했습니다.


형량을 분석한 결과도 보겠습니다. 아동·청소년 대상 강간 범죄 피고인 359명 가운데 36.5%가 '5년~10년 미만' 사이에서 형량이 결정됐습니다. 이보다 약한 '3년~5년 미만'이 29.5%였고, '1년~3년 미만'도 19.8%나 됐습니다. 반면 '10년 이상' 선고 비율은 13.9%에 불과했습니다. 평균 형량은 67. 4개월이었습니다. 지금 나열한 수치들을 보면 징역 25년이 왜 중형인지 알 수 있습니다.


② 그럼, 징역 25년은 충분한 벌인가? 이건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성범죄 처벌 수위를 두고 해외 판례를 드는 건 이제 식상하지만, 다시 상기하겠습니다.

2016년 미 캘리포니아주 프레즈노법원은 4년 동안 딸을 성폭행한 남성에게 징역 1,503년을 선고했습니다. 이 선고는 프레즈노법원 역사에서 가장 긴 징역형으로 기록됐습니다. 필리핀 법정은 1년간 딸을 성폭행한 남성에게 1만 4,400년의 징역형을 내렸습니다. '1건×40년' 계산식이 적용된 형량입니다. 중국 최고인민법원은 최근에도 4살 아이를 성폭행한 50대 남성을 사형시켰습니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는 아동 성범죄자를 태형으로 다스리고, 스위스는 아동 성폭행 유죄 형량을 종신형으로 일괄했습니다. 캐나다는 화학적 거세로 처벌합니다.


반면 우리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정한 13세 미만 강간의 기본형은 8~12년입니다. 앞서 소개한 2019년 통계 기준, 우리나라에서 아동 성범죄자에게 법정 최고형인 무기징역을 선고한 판결은 없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판결이 던지는 시사점은 매우 큽니다. 징역 25년은 중형으로 설명되지만, 따지고 보면 형용 모순이 되는 셈입니다. 다소 자극적이지만, 이번 사건과 판결을 소개한 이유입니다.

앞서 사건을 보도하면서 피해자 친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 썼습니다. 어린이였던 피해자가 청소년이 되고 성인이 될 때까지 12년 동안 이어진 참극을 친엄마는 알면서 방관했습니다. 어떤 처벌을 받을 수 있는지, 사법 현실은 어떤지는 또 이어서 보도하겠습니다.

[연관 기사] 9살에 시작된 지옥…12년 만에 마수 벗어난 의붓딸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13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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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K] 의붓딸 12년 성폭행한 피고인…징역 25년은 ‘중형’인가?
    • 입력 2021-11-04 14:56:46
    취재K
KBS 보관 자료 / 본 사건과 관련 없음
① 9살에 시작된 지옥…12년 만에 마수 벗어난 의붓딸
☞ ② 징역 '25년'…충분한가?

■ 9살 소녀 성인 될 때까지…인면수심 계부 '징역 25년' 선고

피고인 50대 A 씨는 2002년 한 여성과 동거를 시작하면서 여성의 딸을 의붓딸로 들였습니다. 그리고 7년 뒤인 2009년, 9살 의붓딸을 성폭행했습니다. 한 번이 아니라 소녀가 어른이 될 때까지 12년 동안 범행했습니다. 검사가 공소장에 적어 유죄로 인정된 성폭행만 <343회>, 전주지법 1심 재판부는 "입에 담기도 어려울 정도로 참혹하다"고 판시했고 피고인에게 징역 25년을 내렸습니다.

■ 징역 25년은 '중형'인가?

여기까지가 앞서 보도한 내용입니다. 이제 이번 판결의 '형량'을 주제로, 이어서 쓰겠습니다. 재판부는 계부를 매우 엄하게 꾸짖었고, 17번 제출된 반성문도 양형에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분이 앞선 기사 댓글을 통해 재판부를 지탄했습니다. 지은 죄에 비해 벌이 가볍다는 건데, 따져보겠습니다.

①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판결은 '중형'이 맞습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여성가족부가 올해 발간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동향 및 추세 분석> 보고서를 보면, 2019년도에 유죄가 확정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2,753명 가운데 절반이 '집행유예'로 풀려났습니다. 징역형을 받은 건 36.3%였고, 벌금형 13.3%, 선고유예 0.8% 순입니다.


추행이나 불법촬영 같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죄가 많이 포함된 결과 아니냐, 이렇게 생각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처럼 아동·청소년 '강간' 범죄만 따로 따져봐도 집행유예 처분은 32.1%에 달했습니다.


형량을 분석한 결과도 보겠습니다. 아동·청소년 대상 강간 범죄 피고인 359명 가운데 36.5%가 '5년~10년 미만' 사이에서 형량이 결정됐습니다. 이보다 약한 '3년~5년 미만'이 29.5%였고, '1년~3년 미만'도 19.8%나 됐습니다. 반면 '10년 이상' 선고 비율은 13.9%에 불과했습니다. 평균 형량은 67. 4개월이었습니다. 지금 나열한 수치들을 보면 징역 25년이 왜 중형인지 알 수 있습니다.


② 그럼, 징역 25년은 충분한 벌인가? 이건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성범죄 처벌 수위를 두고 해외 판례를 드는 건 이제 식상하지만, 다시 상기하겠습니다.

2016년 미 캘리포니아주 프레즈노법원은 4년 동안 딸을 성폭행한 남성에게 징역 1,503년을 선고했습니다. 이 선고는 프레즈노법원 역사에서 가장 긴 징역형으로 기록됐습니다. 필리핀 법정은 1년간 딸을 성폭행한 남성에게 1만 4,400년의 징역형을 내렸습니다. '1건×40년' 계산식이 적용된 형량입니다. 중국 최고인민법원은 최근에도 4살 아이를 성폭행한 50대 남성을 사형시켰습니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는 아동 성범죄자를 태형으로 다스리고, 스위스는 아동 성폭행 유죄 형량을 종신형으로 일괄했습니다. 캐나다는 화학적 거세로 처벌합니다.


반면 우리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정한 13세 미만 강간의 기본형은 8~12년입니다. 앞서 소개한 2019년 통계 기준, 우리나라에서 아동 성범죄자에게 법정 최고형인 무기징역을 선고한 판결은 없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판결이 던지는 시사점은 매우 큽니다. 징역 25년은 중형으로 설명되지만, 따지고 보면 형용 모순이 되는 셈입니다. 다소 자극적이지만, 이번 사건과 판결을 소개한 이유입니다.

앞서 사건을 보도하면서 피해자 친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 썼습니다. 어린이였던 피해자가 청소년이 되고 성인이 될 때까지 12년 동안 이어진 참극을 친엄마는 알면서 방관했습니다. 어떤 처벌을 받을 수 있는지, 사법 현실은 어떤지는 또 이어서 보도하겠습니다.

[연관 기사] 9살에 시작된 지옥…12년 만에 마수 벗어난 의붓딸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13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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