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① 마스크 벗고 되찾은 일상, 수만 명 확진자 감내하는 영국

입력 2021.11.09 (18:00) 수정 2021.11.09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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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7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하는 KBS 취재진

10월 27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하는 KBS 취재진

코로나19 이후 처음 떠나는 해외 출장, 긴장하는 마음으로 필수 서류인 '승객 위치 확인서'와 '접종 완료 증명서'를 챙겨 영국의 입국 심사대를 향했습니다.

입국 과정에서 행여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노심초사했지만 아무 문제도 없었습니다. 출국 전 몇날 며칠 간의 긴장이 허무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인천공항과 달리 승객들의 발열 확인이나 코로나19 서류에 대한 2차 확인 없이 바로 입국할 수 있었습니다.

영국 정부는 백신 접종을 완료한 해외 여행객에게는 입국 절차를 대폭 간소화했다고 했는데, 실제로 코로나19 이전만큼이나 간편한 입국이었습니다.


조심스럽게 일상회복을 시작한 우리나라보다 4개월 앞서 '프리덤 데이(Freedom Day)'를 경험한 영국. 현재 상황이 어떤지 알아보기 위해 일주일 간 런던으로 가 취재를 했습니다.

영국인들의 일상을 비롯해 재택치료 등 코로나19 관리 체계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지 살펴봤습니다.

■ 인구 6,800만 명 영국…하루 3~4만 명씩 확진

영국의 인구는 6,800만 명입니다. 우리 나라보다 36%가량 인구가 많지만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훨씬 많습니다.

지난 9월 영국의 하루 확진자는 5만 명을 넘어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후 4만 명대를 오가다 최근에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방문한 10월 말 11월 초에는 4만 명을 오가는 수준으로 확진자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영국의 백신 접종 완료율은 67%입니다. 접종 완료율이 77%에 달하는 우리나라보다 낮습니다. 그런데도 지난 7월, 영국은 접종 완료율이 인구의 절반 정도를 넘겼을 때 모든 방역을 해제했습니다.

마스크 착용, 거리 두기, 영업 제한, 이 모든 걸 해제하고 일상으로 돌아갔습니다.

10월 30일(현지시간) 토트넘 대 맨체스터유나이티드 축구 경기10월 30일(현지시간) 토트넘 대 맨체스터유나이티드 축구 경기


■ 6만 명 모인 '토트넘 vs 맨유'…마스크 벗고 함성

'위드 코로나'를 시행하면서 우리 나라도 늦은 시각까지 술자리를 갖는 등 코로나 이전과 비슷한 상황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데요. 그래도 일상에서 마스크 착용만큼은 철저히 지키고 있죠.

런던 시내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는 시민들이 종종 있습니다. 특히 지하철과 버스에 탈 때 준비한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는데요. 그렇다고 대중교통을 타거나 실내에서 마스크를 하지 않는다고 그 누구도 지적하는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출장 전, EPL(영국축구리그) 경기에서 관중들이 마스크 없이 응원하는 모습을 TV로 보곤 했는데요. 정말 마스크를 벗고 '떼창 응원' 하는 일상이 가능한가라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축구 경기장에 들어서는 영국 관중들축구 경기장에 들어서는 영국 관중들

그래서 '위드 코로나'를 가장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는 토트넘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장에 직접 들어가 봤습니다. 입장 전까지 별다른 지침은 없었지만, 혹시 몰라 '접종완료 증명서'와 'PCR 음성 증명서' 등 코로나19 관련 서류를 모두 챙겨갔습니다.

하지만 입장 순간에도 서류를 보여달라는 지침은 없었습니다. 경기장 안내판에는 마스크를 착용해달라는 권고는 있었지만, 말 그대로 '권고'였습니다.

경기 시작 전 응원하는 토트넘 팬들경기 시작 전 응원하는 토트넘 팬들

초등학생 아들과 아버지, 대학생 아들과 아버지의 응원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마스크를 낀 사람들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6만 명이 들어선 경기장에 들어갔을 땐, 대규모 관중 규모에 처음 압도됐습니다. 마스크를 쓴 사람을 찾아보니 관광객, 경기장 관계자 정도였습니다. 선수들의 움직임에 관중들은 고함을 지르고 침을 튀기며 야유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프리덤 데이' 이후 해제된 방역 지침을 가장 많이 체감했던 순간이었습니다.

경기장 안에서 마스크 없이 응원하는 토트넘 팬들경기장 안에서 마스크 없이 응원하는 토트넘 팬들

혹시 여기서 감염되지는 않을까 불안감도 스쳐갔습니다. 특히, 응원석에서 고함이 들릴 때면 위험하지 않을까 마스크를 더 눌러쓰기도 했습니다.

경기장 내부에서 관중들에게 마스크를 써달라는 지침이나 안내방송 등은 전혀 없었습니다. 마스크 착용은 순전히 개인의 선택이었으며 마스크를 썼다고 해서 눈치를 주거나, 마스크를 안 썼다고 해서 비난하는 분위기도 아니었습니다.

■ 영국 방역 전문가 “자유 이면에 도사린 위험”

일상으로 복귀한 영국의 현재 상황을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영국의 보건안전국, SAGE(Scientific Advisory Group on Emergencies/ 영국 정부 긴급상황과학자문그룹) 자문 위원을 맡은 교수 2명을 인터뷰했습니다.

셰필드대학교 국제공중보건학 앤드류 리 교수(영국 보건안전국 자문위원)셰필드대학교 국제공중보건학 앤드류 리 교수(영국 보건안전국 자문위원)

교수들은 '프리덤 데이'가 과연 진정한 자유인지에 대한 답변부터 시작했습니다. '프리덤 데이'를 선언한 7월부터 현재까지 4개월 동안 시민들이 '밖에 나갔을 때 안전하다고 느끼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행동변화센터수장인 수잔 미치 교수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장소가 안전한지, 안전하지 않은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불안한 시민들은 술집이나 식당에 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자유로운 일상일 수 있지만, 이것은 진정한 자유는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높은 감염률은 곧 사회적 불평등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대중교통에서 일하거나 상점에서 일하는 노동자 등 환기가 안 되고 밀폐되거나 많은 사람이 밀집한 곳에서 근무하는 경우 감염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습니다.

수잔 미치 교수/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행동변화센터수잔 미치 교수/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행동변화센터

수잔 교수는 "이들(노동자들)은 우리가 사회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시민들인데, 반대로 더 많은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프리덤 데이'로 자유를 누리지만, 그 이면에는 높은 감염 위험에 처한 노동 환경이라는 모순을 갖고 있다는 겁니다.

'취재후 2편'에서는 매일 수만 명 확진자가 나오는 영국에서 '재택치료'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등을 살펴보며, 우리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지 전해드리겠습니다.

[연관 기사]
‘위드 코로나’ 4개월차 영국을 가다…입국 절차부터 현지 상황은? (10월 30일 뉴스9)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13373
접종완료 증명서 NO 체크, 마스크는 외국인 관광객만…영국의 위험한 ‘스포츠 관람’ 실험 (10월 31일 뉴스9)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13600


(그래픽제작 : 강한결, 남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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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① 마스크 벗고 되찾은 일상, 수만 명 확진자 감내하는 영국
    • 입력 2021-11-09 18:00:54
    • 수정2021-11-09 18:14:58
    취재후·사건후

10월 27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하는 KBS 취재진

코로나19 이후 처음 떠나는 해외 출장, 긴장하는 마음으로 필수 서류인 '승객 위치 확인서'와 '접종 완료 증명서'를 챙겨 영국의 입국 심사대를 향했습니다.

입국 과정에서 행여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노심초사했지만 아무 문제도 없었습니다. 출국 전 몇날 며칠 간의 긴장이 허무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인천공항과 달리 승객들의 발열 확인이나 코로나19 서류에 대한 2차 확인 없이 바로 입국할 수 있었습니다.

영국 정부는 백신 접종을 완료한 해외 여행객에게는 입국 절차를 대폭 간소화했다고 했는데, 실제로 코로나19 이전만큼이나 간편한 입국이었습니다.


조심스럽게 일상회복을 시작한 우리나라보다 4개월 앞서 '프리덤 데이(Freedom Day)'를 경험한 영국. 현재 상황이 어떤지 알아보기 위해 일주일 간 런던으로 가 취재를 했습니다.

영국인들의 일상을 비롯해 재택치료 등 코로나19 관리 체계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지 살펴봤습니다.

■ 인구 6,800만 명 영국…하루 3~4만 명씩 확진

영국의 인구는 6,800만 명입니다. 우리 나라보다 36%가량 인구가 많지만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훨씬 많습니다.

지난 9월 영국의 하루 확진자는 5만 명을 넘어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후 4만 명대를 오가다 최근에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방문한 10월 말 11월 초에는 4만 명을 오가는 수준으로 확진자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영국의 백신 접종 완료율은 67%입니다. 접종 완료율이 77%에 달하는 우리나라보다 낮습니다. 그런데도 지난 7월, 영국은 접종 완료율이 인구의 절반 정도를 넘겼을 때 모든 방역을 해제했습니다.

마스크 착용, 거리 두기, 영업 제한, 이 모든 걸 해제하고 일상으로 돌아갔습니다.

10월 30일(현지시간) 토트넘 대 맨체스터유나이티드 축구 경기

■ 6만 명 모인 '토트넘 vs 맨유'…마스크 벗고 함성

'위드 코로나'를 시행하면서 우리 나라도 늦은 시각까지 술자리를 갖는 등 코로나 이전과 비슷한 상황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데요. 그래도 일상에서 마스크 착용만큼은 철저히 지키고 있죠.

런던 시내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는 시민들이 종종 있습니다. 특히 지하철과 버스에 탈 때 준비한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는데요. 그렇다고 대중교통을 타거나 실내에서 마스크를 하지 않는다고 그 누구도 지적하는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출장 전, EPL(영국축구리그) 경기에서 관중들이 마스크 없이 응원하는 모습을 TV로 보곤 했는데요. 정말 마스크를 벗고 '떼창 응원' 하는 일상이 가능한가라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축구 경기장에 들어서는 영국 관중들
그래서 '위드 코로나'를 가장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는 토트넘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장에 직접 들어가 봤습니다. 입장 전까지 별다른 지침은 없었지만, 혹시 몰라 '접종완료 증명서'와 'PCR 음성 증명서' 등 코로나19 관련 서류를 모두 챙겨갔습니다.

하지만 입장 순간에도 서류를 보여달라는 지침은 없었습니다. 경기장 안내판에는 마스크를 착용해달라는 권고는 있었지만, 말 그대로 '권고'였습니다.

경기 시작 전 응원하는 토트넘 팬들
초등학생 아들과 아버지, 대학생 아들과 아버지의 응원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마스크를 낀 사람들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6만 명이 들어선 경기장에 들어갔을 땐, 대규모 관중 규모에 처음 압도됐습니다. 마스크를 쓴 사람을 찾아보니 관광객, 경기장 관계자 정도였습니다. 선수들의 움직임에 관중들은 고함을 지르고 침을 튀기며 야유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프리덤 데이' 이후 해제된 방역 지침을 가장 많이 체감했던 순간이었습니다.

경기장 안에서 마스크 없이 응원하는 토트넘 팬들
혹시 여기서 감염되지는 않을까 불안감도 스쳐갔습니다. 특히, 응원석에서 고함이 들릴 때면 위험하지 않을까 마스크를 더 눌러쓰기도 했습니다.

경기장 내부에서 관중들에게 마스크를 써달라는 지침이나 안내방송 등은 전혀 없었습니다. 마스크 착용은 순전히 개인의 선택이었으며 마스크를 썼다고 해서 눈치를 주거나, 마스크를 안 썼다고 해서 비난하는 분위기도 아니었습니다.

■ 영국 방역 전문가 “자유 이면에 도사린 위험”

일상으로 복귀한 영국의 현재 상황을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영국의 보건안전국, SAGE(Scientific Advisory Group on Emergencies/ 영국 정부 긴급상황과학자문그룹) 자문 위원을 맡은 교수 2명을 인터뷰했습니다.

셰필드대학교 국제공중보건학 앤드류 리 교수(영국 보건안전국 자문위원)
교수들은 '프리덤 데이'가 과연 진정한 자유인지에 대한 답변부터 시작했습니다. '프리덤 데이'를 선언한 7월부터 현재까지 4개월 동안 시민들이 '밖에 나갔을 때 안전하다고 느끼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행동변화센터수장인 수잔 미치 교수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장소가 안전한지, 안전하지 않은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불안한 시민들은 술집이나 식당에 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자유로운 일상일 수 있지만, 이것은 진정한 자유는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높은 감염률은 곧 사회적 불평등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대중교통에서 일하거나 상점에서 일하는 노동자 등 환기가 안 되고 밀폐되거나 많은 사람이 밀집한 곳에서 근무하는 경우 감염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습니다.

수잔 미치 교수/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행동변화센터
수잔 교수는 "이들(노동자들)은 우리가 사회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시민들인데, 반대로 더 많은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프리덤 데이'로 자유를 누리지만, 그 이면에는 높은 감염 위험에 처한 노동 환경이라는 모순을 갖고 있다는 겁니다.

'취재후 2편'에서는 매일 수만 명 확진자가 나오는 영국에서 '재택치료'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등을 살펴보며, 우리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지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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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 4개월차 영국을 가다…입국 절차부터 현지 상황은? (10월 30일 뉴스9)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13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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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13600


(그래픽제작 : 강한결, 남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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