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질식 사망사건’ 1심 판결 그후, 정빈엄마 “포기할 수 없어요”

입력 2021.11.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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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목요일(11일), '21개월 여아 어린이집 낮잠 질식 사망사건'에 대한 법원의 1심 선고가 있었습니다.

정빈이를 질식해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어린이집 원장에게는 징역 9년, 방조 혐의 등으로 기소된 원장의 동생이자 보육교사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습니다.



어린이집에 다닌 지 한 달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정빈이 엄마 정혜화 씨를 사건 발생 7개월여 만에다시 만났습니다.

[연관 기사] '어린이집 낮잠 질식사' 고 정빈이 엄마 최초 심경 인터뷰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192524&ref=A

어린이집 질식 사망 사건 피해자 고 박정빈 양과 엄마 정혜화 씨.어린이집 질식 사망 사건 피해자 고 박정빈 양과 엄마 정혜화 씨.

1심 선고에 대한 정빈엄마의 생각을 물었습니다.

정빈엄마 : "유사한 어린이집 학대 사망사건에서 가해자에 대해 4~5년 정도의 형밖에 나오지 않았다고 주변에서 이야기 했는데, 그보다는 많이 나왔어요. 그렇다고 거기에 만족할 엄마가 어디 있겠어요. 21개월... 너무 짧은 생을 살고 간 딸을 생각하면 더 그렇죠. 몇 년도 안 되는 징역형이 나온다면 정빈이한테 너무 미안할 것 같았어요. 엄마가 힘이 없어서 법으로도 딸을 못지켜준거 아닌가 하고... "

엄마는 한참 말을 잊지 못했습니다.

정빈엄마 : "선고 전날 밤 그동안 참았던 눈물이 그렇게 났어요. 정빈이 마지막 모습이 떠올랐거든요. 응급실에 달려갔더니 평온하게 잠을 자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가슴은 시퍼렇게 멍이 들어있었어요. 멈춘 심장을 살려내기 위해 그 작은 몸을 누르고 누르고 또 눌렀지만 깨어나지 못했습니다. "

원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살인의 고의성이 인정되지 않은 '아동학대치사죄'였습니다.

정빈엄마 : "경찰수사 때부터 그것이 가장 답답하고 억울했습니다. 10kg정도 밖에 안되는 아이를 얼굴을 바닥으로 향하게 하고, 덩치 큰 50대 여성이 온 힘을 다해 누르는데 숨이 들어갈 틈이 있었겠습니까? 그렇게 하면 아이가 질식해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죠. 고의적 살인은 아니었다는 경찰과 검찰의 판단이 억울해서 '아동학대살해죄'가 적용돼야 한다고 국민청원도 했지만, 다 받아들여 지지 않았습니다."

<편집자주>「아동학대살해죄」: 일명 정인이법으로 불리는 '아동학대범죄처벌 특례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 양부모 학대로 입양 271일 만에 사망한 정인이 사건으로 아동을 학대하고 살해한 경우 아동학대 살해죄를 신설해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해당 법령은 2021년 2월 26일 국회를 통과해 3월 16일부터 시행됐다. 3월 30일 발생한 어린이집 낮잠 질식 사망사건이 첫 아동학대살해죄 적용이 될 것인지 주요 관심으로 떠올랐었다.

사건을 담당한 대전지방검찰청이 1심 선고일로부터 7일 안에 항소해야, 정빈엄마는 2심을 받을 기회가 주어집니다.

정빈엄마 : " 어떤 엄마가 검찰이 항소하기를 바라지 않겠어요? 1심 선고 전 가해자 측에서 법률대리인을 통해 합의 의사를 전해왔습니다. 아이 목숨을 담보로 합의를 하자는 것 자체가 모욕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딸을 지키지 못한 엄마의 죄책감이 너무 큽니다."

아동학대방조혐의로 기소된 원장의 동생이자 보육교사 40대 여성에 대해서는 1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됐습니다.

정빈엄마 : "판결문도 빠르게 낭독되고 법률용어가 어렵기도 해서 들리는 게 '원장 9년' 밖에 없었어요. 변호인을 통해 원장동생 형량을 확인해보니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라고 해서, 아 그래도 징역 1년을 산다는 말인가 했는데요. 알고보니 2년 동안 관련 범죄행위를 하지 않으면 형을 안 산다고 합니다."

<편집자주> 원장 동생이자 보육교사 피고인 정모 씨에 대한 1심 법원의 '징역 1년에 집행유예' 양형이유는 다음과 같다.

「대전지방법원 제11형사부」

- 보육교사로서 원장이 피해자들을 학대하면서 잠을 재우는 모습을 보고도 그대로 방치. 이 같은 행위가 한 달 가까이 지속 되는 것을 지켜보았지만 제지하지 않았고, 수사기관에서는 오히려 이러한 학대행위가 아니라고 진술하였다. 아동학대 신고자의 지위에 있으면서도 원장의 아동학대 행위를 그대로 방치한 보육교사 정 씨의 죄책이 가볍다고 보기 어렵다.

- 다만, 보육교사 정씨가 원장과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문서를 작성하고 홈페이지 관리를 하는 등 자신의 업무에 주로 집중하고 있었고, 직접 학대행위에 가담한 정범은 아니다.

- 정범인 원장 정 씨와 종범인 보육교사 정 씨는 친자매 관계이고, 보육교사 정 씨는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원장을 어렸을 때부터 의지하여 원장의 행위를 쉽게 제지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 보육교사 정 씨는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 이러한 점은 보육교사 정 씨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다.


1심 판결문에서 인정된 원장 동생의 아동학대방조혐의 횟수는 16회였습니다.

정빈엄마 : "정빈이가 사망한 날 그 현장에는 원장 동생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어린이집 CCTV에 우리 딸 말고도 다른 아이들이 원장에게 폭력을 당하는 장면이 녹화돼 있고, 거기에 등장한 사람이 바로 원장동생이었습니다. 눈앞에서 아이가 맞는데도 컴퓨터만 보며 말리지 않고 신고하지 않았던 게 바로 그 사람이에요.

목격자는 분명히 있는데 모두가 쉬쉬하며 방조하니 , 원장이 아이들을 때리는 자신의 행동이 잘못됐다는 것에 둔감해지는 것이죠. '한번 두번 때려도 괜찮네'하다가 아이가 죽게되는 그런 결과가 나온게 아니겠어요? 아동학대신고의무제는 왜 만들어 놓은 것인가 따져 묻고 싶습니다. "

정빈이가 변을 당하기 몇 주전, 정빈이 동생이 태어났습니다. 엄마는 정빈이 사고를 산후조리원에서 들었습니다. 정빈이 동생은 이제 8개월이 됐습니다.

정빈엄마 : "첫째를 너무 허망하게 보내서 트라우마가 됐어요. 둘째는 눈 밖에서 잠시라도 벗어나면 불안해요. 어린이집은 못 보낼 것 같아요.

어린이집 원장이 그랬어요. 언제든 열려있는 공간이니 차마시러 오라고. 정말 그럴 줄 알았습니다.

말 못하는 애들이 어떻게 버텼을까... 말을 할 수 있는 애들도 어린이집에 다녔는데 집에 와서 말한 아이는 없었습니다. 다들 난생 처음 경험한 어린이집이란 사회생활 공간에서 폭력에 노출 되다 보니 '아 맞는 게 당연한거구나' 생각했던 것 같아요. "

정빈엄마는 범죄피해자로 인정돼 트라우마 치료를 받을 자격이 주어졌습니다. 하지만 사건발생 7개월이 지난 지금도 아직 범죄피해자 심리치료는 받지 못했습니다.

정빈엄마 : "심리치료 대기 인원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도 힘을 내야죠. 뉴스가 알려진 뒤, 전국 각지에서 비슷한 피해를 겪은 엄마들로부터 연락이 왔어요. 엄마들이 그러더라고요. 아이까지 잃었는데도 세상과 싸우는 저를 보고 힘을 낸다고요. 제 싸움을 통해 더 많은 아이들이 보호받고, 엄마들이 힘을 냈으면 좋겠어요. 그게 정빈이를 위하는 길이라 믿습니다."

(그래픽:박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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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집 질식 사망사건’ 1심 판결 그후, 정빈엄마 “포기할 수 없어요”
    • 입력 2021-11-14 09:00:19
    취재K

지난 목요일(11일), '21개월 여아 어린이집 낮잠 질식 사망사건'에 대한 법원의 1심 선고가 있었습니다.

정빈이를 질식해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어린이집 원장에게는 징역 9년, 방조 혐의 등으로 기소된 원장의 동생이자 보육교사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습니다.



어린이집에 다닌 지 한 달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정빈이 엄마 정혜화 씨를 사건 발생 7개월여 만에다시 만났습니다.

[연관 기사] '어린이집 낮잠 질식사' 고 정빈이 엄마 최초 심경 인터뷰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192524&ref=A

어린이집 질식 사망 사건 피해자 고 박정빈 양과 엄마 정혜화 씨.
1심 선고에 대한 정빈엄마의 생각을 물었습니다.

정빈엄마 : "유사한 어린이집 학대 사망사건에서 가해자에 대해 4~5년 정도의 형밖에 나오지 않았다고 주변에서 이야기 했는데, 그보다는 많이 나왔어요. 그렇다고 거기에 만족할 엄마가 어디 있겠어요. 21개월... 너무 짧은 생을 살고 간 딸을 생각하면 더 그렇죠. 몇 년도 안 되는 징역형이 나온다면 정빈이한테 너무 미안할 것 같았어요. 엄마가 힘이 없어서 법으로도 딸을 못지켜준거 아닌가 하고... "

엄마는 한참 말을 잊지 못했습니다.

정빈엄마 : "선고 전날 밤 그동안 참았던 눈물이 그렇게 났어요. 정빈이 마지막 모습이 떠올랐거든요. 응급실에 달려갔더니 평온하게 잠을 자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가슴은 시퍼렇게 멍이 들어있었어요. 멈춘 심장을 살려내기 위해 그 작은 몸을 누르고 누르고 또 눌렀지만 깨어나지 못했습니다. "

원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살인의 고의성이 인정되지 않은 '아동학대치사죄'였습니다.

정빈엄마 : "경찰수사 때부터 그것이 가장 답답하고 억울했습니다. 10kg정도 밖에 안되는 아이를 얼굴을 바닥으로 향하게 하고, 덩치 큰 50대 여성이 온 힘을 다해 누르는데 숨이 들어갈 틈이 있었겠습니까? 그렇게 하면 아이가 질식해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죠. 고의적 살인은 아니었다는 경찰과 검찰의 판단이 억울해서 '아동학대살해죄'가 적용돼야 한다고 국민청원도 했지만, 다 받아들여 지지 않았습니다."

<편집자주>「아동학대살해죄」: 일명 정인이법으로 불리는 '아동학대범죄처벌 특례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 양부모 학대로 입양 271일 만에 사망한 정인이 사건으로 아동을 학대하고 살해한 경우 아동학대 살해죄를 신설해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해당 법령은 2021년 2월 26일 국회를 통과해 3월 16일부터 시행됐다. 3월 30일 발생한 어린이집 낮잠 질식 사망사건이 첫 아동학대살해죄 적용이 될 것인지 주요 관심으로 떠올랐었다.

사건을 담당한 대전지방검찰청이 1심 선고일로부터 7일 안에 항소해야, 정빈엄마는 2심을 받을 기회가 주어집니다.

정빈엄마 : " 어떤 엄마가 검찰이 항소하기를 바라지 않겠어요? 1심 선고 전 가해자 측에서 법률대리인을 통해 합의 의사를 전해왔습니다. 아이 목숨을 담보로 합의를 하자는 것 자체가 모욕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딸을 지키지 못한 엄마의 죄책감이 너무 큽니다."

아동학대방조혐의로 기소된 원장의 동생이자 보육교사 40대 여성에 대해서는 1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됐습니다.

정빈엄마 : "판결문도 빠르게 낭독되고 법률용어가 어렵기도 해서 들리는 게 '원장 9년' 밖에 없었어요. 변호인을 통해 원장동생 형량을 확인해보니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라고 해서, 아 그래도 징역 1년을 산다는 말인가 했는데요. 알고보니 2년 동안 관련 범죄행위를 하지 않으면 형을 안 산다고 합니다."

<편집자주> 원장 동생이자 보육교사 피고인 정모 씨에 대한 1심 법원의 '징역 1년에 집행유예' 양형이유는 다음과 같다.

「대전지방법원 제11형사부」

- 보육교사로서 원장이 피해자들을 학대하면서 잠을 재우는 모습을 보고도 그대로 방치. 이 같은 행위가 한 달 가까이 지속 되는 것을 지켜보았지만 제지하지 않았고, 수사기관에서는 오히려 이러한 학대행위가 아니라고 진술하였다. 아동학대 신고자의 지위에 있으면서도 원장의 아동학대 행위를 그대로 방치한 보육교사 정 씨의 죄책이 가볍다고 보기 어렵다.

- 다만, 보육교사 정씨가 원장과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문서를 작성하고 홈페이지 관리를 하는 등 자신의 업무에 주로 집중하고 있었고, 직접 학대행위에 가담한 정범은 아니다.

- 정범인 원장 정 씨와 종범인 보육교사 정 씨는 친자매 관계이고, 보육교사 정 씨는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원장을 어렸을 때부터 의지하여 원장의 행위를 쉽게 제지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 보육교사 정 씨는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 이러한 점은 보육교사 정 씨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다.


1심 판결문에서 인정된 원장 동생의 아동학대방조혐의 횟수는 16회였습니다.

정빈엄마 : "정빈이가 사망한 날 그 현장에는 원장 동생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어린이집 CCTV에 우리 딸 말고도 다른 아이들이 원장에게 폭력을 당하는 장면이 녹화돼 있고, 거기에 등장한 사람이 바로 원장동생이었습니다. 눈앞에서 아이가 맞는데도 컴퓨터만 보며 말리지 않고 신고하지 않았던 게 바로 그 사람이에요.

목격자는 분명히 있는데 모두가 쉬쉬하며 방조하니 , 원장이 아이들을 때리는 자신의 행동이 잘못됐다는 것에 둔감해지는 것이죠. '한번 두번 때려도 괜찮네'하다가 아이가 죽게되는 그런 결과가 나온게 아니겠어요? 아동학대신고의무제는 왜 만들어 놓은 것인가 따져 묻고 싶습니다. "

정빈이가 변을 당하기 몇 주전, 정빈이 동생이 태어났습니다. 엄마는 정빈이 사고를 산후조리원에서 들었습니다. 정빈이 동생은 이제 8개월이 됐습니다.

정빈엄마 : "첫째를 너무 허망하게 보내서 트라우마가 됐어요. 둘째는 눈 밖에서 잠시라도 벗어나면 불안해요. 어린이집은 못 보낼 것 같아요.

어린이집 원장이 그랬어요. 언제든 열려있는 공간이니 차마시러 오라고. 정말 그럴 줄 알았습니다.

말 못하는 애들이 어떻게 버텼을까... 말을 할 수 있는 애들도 어린이집에 다녔는데 집에 와서 말한 아이는 없었습니다. 다들 난생 처음 경험한 어린이집이란 사회생활 공간에서 폭력에 노출 되다 보니 '아 맞는 게 당연한거구나' 생각했던 것 같아요. "

정빈엄마는 범죄피해자로 인정돼 트라우마 치료를 받을 자격이 주어졌습니다. 하지만 사건발생 7개월이 지난 지금도 아직 범죄피해자 심리치료는 받지 못했습니다.

정빈엄마 : "심리치료 대기 인원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도 힘을 내야죠. 뉴스가 알려진 뒤, 전국 각지에서 비슷한 피해를 겪은 엄마들로부터 연락이 왔어요. 엄마들이 그러더라고요. 아이까지 잃었는데도 세상과 싸우는 저를 보고 힘을 낸다고요. 제 싸움을 통해 더 많은 아이들이 보호받고, 엄마들이 힘을 냈으면 좋겠어요. 그게 정빈이를 위하는 길이라 믿습니다."

(그래픽:박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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