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이 던진 ‘개 고기 금지’…“내년 4월까지 ‘식용 종식’ 논의”

입력 2021.11.25 (13:20) 수정 2021.11.25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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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식용을 공식적으로 종식 시키는 것에 대한 사회적 논의에 본격 착수하겠습니다."

정부는 오늘(25일) 김부겸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통해 개 고기 식용 금지 방침을 분명히 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우선 논의 기간을 내년 4월까지로 정했습니다. 그리고 민관 공동으로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하기로 했습니다.

여기에는 관련 단체와 전문가, 비정부기구 등이 참여합니다. 구체적으로 생산분과와 유통분과로 나눠 개 식용 종식을 위한 절차와 방법 등을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또 국무조정실장이 주재하고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부처로 구성된 정부지원 협의체를 만들어 사회적 논의기구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아울러 현재 식용 개를 키우는 사육농장과 도살장, 상인과 식당 등 개 식용과 관련한 기초자료를 수집하고 대국민 인식조사도 병행하기로 했습니다.

■ 문 대통령 검토 지시 2개월 만에 사회적 논의 본격화

지금 이 시기에 '개 고기 금지'를 위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된 이유는 뭘까요? 바로 두 달 전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계기가 됐습니다.

지난 9월 27일 문 대통령은 김부겸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반려동물 관리체계 개선'과 관련한 보고를 받은 뒤 "이제는 개 식용 금지를 신중하게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라고 말했습니다.

[연관기사] 문 대통령이 쏘아 올린 ‘개 고기 식용 금지’ 논쟁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89179

비공개 회의에서 대통령이 한 발언은 일일이 소개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날 '개 고기 금지 검토' 발언은 이례적으로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의 온브리핑(카메라 앞에서 직접 발언하는 브리핑)을 통해 소개됐습니다.

당시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논쟁적인 주제이긴 하지만 (개 고기 식용 금지는) 문 대통령의 예전 대선 공약이기도 했고 '다 같이 한번 생각해 볼 문제'라는 취지로 발언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문 대통령 본인이 '토리', '마루', '곰이' 등 반려견과 함께 생활하는 애견인이기도 합니다.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개 고기 금지'를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추진하기로 하게 된 계기에 대해 "문 대통령 발언의 후속조치"라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개 고기 금지 검토’ 발언 직후 이를 보도한 영국 가디언지.문 대통령의 ‘개 고기 금지 검토’ 발언 직후 이를 보도한 영국 가디언지.

■ 해 묵은 논쟁 '개 고기 금지', 이번에는 결론 나올까

'개 고기'를 둘러싼 논쟁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한국은 개를 먹는 미개한 나라"라는 외국 동물보호단체의 항의가 이어졌습니다.

이에 당시 정부는 개 고기를 파는 식당을 외곽으로 옮기도록 하고 '보신탕'이라는 명칭을 '보양탕', '사철탕' 등의 단어로 사용하도록 권고했습니다. 공무원들에게 '개 고기 금지령'이 내려지기도 했습니다.

서울올림픽이 끝나자 다시 개 고기 소비량이 늘었습니다. 1997년 한 전통주 제조업체는 아예 공개적으로 '보신탕, 이제 떳떳하게 먹자'는 광고를 내기도 했습니다.

1997년 당시 광고.1997년 당시 광고.

하지만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다시 외국 동물보호단체의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특히 동물애호가인 프랑스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는 "월드컵을 유치하려면 보신탕을 먹지 말라"는 편지를 한국월드컵축구 유치위원회에 보냈습니다.

브리지트 바르도는 2002년 월드컵 개최지가 결정된 뒤로도 한국의 '개 식용 문화'를 비판하며 한국상품 불매운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브리지트 바르도 재단의 ‘한국상품 불매운동’ 소식을 전한 2002년 2월 27일 KBS 뉴스브리지트 바르도 재단의 ‘한국상품 불매운동’ 소식을 전한 2002년 2월 27일 KBS 뉴스

과거에는 외국 동물보호 단체를 중심으로 개 고기 식용 문화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면 최근에는 국내 동물보호단체들을 중심으로 '개 고기 금지' 주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면서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느는 추세와 관련이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파악하기로는 2020년 기준으로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는 638만 가구, 약 1,500만 명이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김부겸 국무총리 역시 오늘(25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최근 반려동물 양육 가구 수가 급증하고, 동물권과 동물복지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개 식용을 '오래된 식습관의 문화로만 보기에는 어렵지 않겠나'라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관련업계 종사자들의 반발은 여전합니다. 대한육견협회는 그제(23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개 식용 금지는 국민의 기본권과 직업선택권 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그제(23일) 정부의 개 고기 금지 추진 방침에 반대하는 집회를 개최한 대한육견협회. (사진 제공 : 대한육견협회)그제(23일) 정부의 개 고기 금지 추진 방침에 반대하는 집회를 개최한 대한육견협회. (사진 제공 : 대한육견협회)

정치권에서도 문 대통령의 발언이 나왔을 때 "개 식용 금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이미 끝났다"(백소현 청년정의당 대변인)는 찬성론과 "국가가 개인의 취향이나 식습관까지 규제할 권리는 없다"(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는 반대론이 맞섰습니다.

대선 후보들 사이에서도 입장 차가 분명합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반려동물을 가족과 같이 여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개 식용은 사회적 폭력일 수 있다"며 개 식용 금지에 대한 찬성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본인이 반려견을 키우고 있지만 "개 식용은 반려동물 학대가 아니라 식용개는 따로 키우지 않나"라며 "개 식용을 개인적으로 반대하지만 국가 시책으로 하는 건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40년 가까이 이어진 '개 고기 논쟁', 식용을 종식시키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됐지만 찬성 측과 반대 측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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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 대통령이 던진 ‘개 고기 금지’…“내년 4월까지 ‘식용 종식’ 논의”
    • 입력 2021-11-25 13:20:12
    • 수정2021-11-25 13:33:40
    취재K

"개 식용을 공식적으로 종식 시키는 것에 대한 사회적 논의에 본격 착수하겠습니다."

정부는 오늘(25일) 김부겸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통해 개 고기 식용 금지 방침을 분명히 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우선 논의 기간을 내년 4월까지로 정했습니다. 그리고 민관 공동으로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하기로 했습니다.

여기에는 관련 단체와 전문가, 비정부기구 등이 참여합니다. 구체적으로 생산분과와 유통분과로 나눠 개 식용 종식을 위한 절차와 방법 등을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또 국무조정실장이 주재하고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부처로 구성된 정부지원 협의체를 만들어 사회적 논의기구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아울러 현재 식용 개를 키우는 사육농장과 도살장, 상인과 식당 등 개 식용과 관련한 기초자료를 수집하고 대국민 인식조사도 병행하기로 했습니다.

■ 문 대통령 검토 지시 2개월 만에 사회적 논의 본격화

지금 이 시기에 '개 고기 금지'를 위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된 이유는 뭘까요? 바로 두 달 전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계기가 됐습니다.

지난 9월 27일 문 대통령은 김부겸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반려동물 관리체계 개선'과 관련한 보고를 받은 뒤 "이제는 개 식용 금지를 신중하게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라고 말했습니다.

[연관기사] 문 대통령이 쏘아 올린 ‘개 고기 식용 금지’ 논쟁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89179

비공개 회의에서 대통령이 한 발언은 일일이 소개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날 '개 고기 금지 검토' 발언은 이례적으로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의 온브리핑(카메라 앞에서 직접 발언하는 브리핑)을 통해 소개됐습니다.

당시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논쟁적인 주제이긴 하지만 (개 고기 식용 금지는) 문 대통령의 예전 대선 공약이기도 했고 '다 같이 한번 생각해 볼 문제'라는 취지로 발언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문 대통령 본인이 '토리', '마루', '곰이' 등 반려견과 함께 생활하는 애견인이기도 합니다.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개 고기 금지'를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추진하기로 하게 된 계기에 대해 "문 대통령 발언의 후속조치"라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개 고기 금지 검토’ 발언 직후 이를 보도한 영국 가디언지.
■ 해 묵은 논쟁 '개 고기 금지', 이번에는 결론 나올까

'개 고기'를 둘러싼 논쟁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한국은 개를 먹는 미개한 나라"라는 외국 동물보호단체의 항의가 이어졌습니다.

이에 당시 정부는 개 고기를 파는 식당을 외곽으로 옮기도록 하고 '보신탕'이라는 명칭을 '보양탕', '사철탕' 등의 단어로 사용하도록 권고했습니다. 공무원들에게 '개 고기 금지령'이 내려지기도 했습니다.

서울올림픽이 끝나자 다시 개 고기 소비량이 늘었습니다. 1997년 한 전통주 제조업체는 아예 공개적으로 '보신탕, 이제 떳떳하게 먹자'는 광고를 내기도 했습니다.

1997년 당시 광고.
하지만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다시 외국 동물보호단체의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특히 동물애호가인 프랑스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는 "월드컵을 유치하려면 보신탕을 먹지 말라"는 편지를 한국월드컵축구 유치위원회에 보냈습니다.

브리지트 바르도는 2002년 월드컵 개최지가 결정된 뒤로도 한국의 '개 식용 문화'를 비판하며 한국상품 불매운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브리지트 바르도 재단의 ‘한국상품 불매운동’ 소식을 전한 2002년 2월 27일 KBS 뉴스
과거에는 외국 동물보호 단체를 중심으로 개 고기 식용 문화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면 최근에는 국내 동물보호단체들을 중심으로 '개 고기 금지' 주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면서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느는 추세와 관련이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파악하기로는 2020년 기준으로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는 638만 가구, 약 1,500만 명이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김부겸 국무총리 역시 오늘(25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최근 반려동물 양육 가구 수가 급증하고, 동물권과 동물복지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개 식용을 '오래된 식습관의 문화로만 보기에는 어렵지 않겠나'라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관련업계 종사자들의 반발은 여전합니다. 대한육견협회는 그제(23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개 식용 금지는 국민의 기본권과 직업선택권 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그제(23일) 정부의 개 고기 금지 추진 방침에 반대하는 집회를 개최한 대한육견협회. (사진 제공 : 대한육견협회)
정치권에서도 문 대통령의 발언이 나왔을 때 "개 식용 금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이미 끝났다"(백소현 청년정의당 대변인)는 찬성론과 "국가가 개인의 취향이나 식습관까지 규제할 권리는 없다"(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는 반대론이 맞섰습니다.

대선 후보들 사이에서도 입장 차가 분명합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반려동물을 가족과 같이 여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개 식용은 사회적 폭력일 수 있다"며 개 식용 금지에 대한 찬성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본인이 반려견을 키우고 있지만 "개 식용은 반려동물 학대가 아니라 식용개는 따로 키우지 않나"라며 "개 식용을 개인적으로 반대하지만 국가 시책으로 하는 건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40년 가까이 이어진 '개 고기 논쟁', 식용을 종식시키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됐지만 찬성 측과 반대 측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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