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IN] 멕시코는 어쩌다 국민 10만 명이 실종됐나?

입력 2021.12.02 (10:52) 수정 2021.12.02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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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멕시코에서 지난 57년간 실종된 국민이 1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라진 가족을 찾기 위해 활동하는 민간 수색 단체만 10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데요.

어쩌다 이런 비극이 벌어지게 된 건지. <지구촌인>에서 살펴보시죠.

[리포트]

삽과 괭이 등 흙을 팔 수 있는 도구들을 준비합니다.

멕시코 북부에서 활동하는 한 실종자 가족 단체는 오늘도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수색에 나섭니다.

단체를 이끄는 밀라그로스 발렌수엘라 씨는 사라진 두 형제를 찾고 있는데요.

얼마 전 실종자 수색 중 지역 갱단의 공격을 받아 사망한 동료의 몫까지 짊어졌습니다.

[밀라그로스 발렌수엘라/실종자 가족 : "가장 힘든 건 찾을 수 있을 거란 희망을 품고 나갔다 빈손으로 돌아오는 것이에요."]

이들은 신원을 알 수 없는 시신들이 매장됐다고 알려진 곳이면 어디든 찾아갑니다.

사라진 가족의 흔적이라도 찾을 수 있기 바라며, 산 속이든 들판이든 찾아가 샅샅이 파헤치는데요.

현재 멕시코 내 활동 중인 민간 실종자 수색 단체는 10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정부가 집계를 시작한 1964년부터 현재까지 57년간 공식적으로 보고된 실종자 수가 10만 명에 달하기 때문인데요.

최근 10개월 동안 보고된 실종자 수만 6,453명입니다.

멕시코 곳곳의 광장에서 실종된 가족을 찾는 현수막과 포스터들은 날마다 늘어만 갑니다.

[디오니시아 펠카스터/실종자 가족 : "제 유일한 일은 아들을 찾는 것입니다. 아들을 너무나 사랑하기에 이 일에 전념하고 있고, 가진 물건을 내다 팔아 비용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멕시코에서 실종자가 대거 늘어나기 시작한 건 2006년부터입니다.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마약 범죄 조직 간의 충돌이 늘었고, 이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살해돼 아무도 모르게 암매장되는 일이 잦아졌는데요.

실제로 실종자의 97% 이상이 최근 15년 사이에 발생했고, 그 사이 살인율도 열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지금도 이름 모를 시신들이 한꺼번에 묻혀있는 암매장지가 계속 발견되는 상황인데요.

멕시코 정부는 실종자 수색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꾸렸지만, 여전히 대다수 실종자의 생사는 묘연한 상태입니다.

[델리아 퀴로아/실종자 가족 : "당국이 제대로 일하게 하려고 나왔습니다. 우리가 이곳을 떠나면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겁니다."]

국제 인권단체는 멕시코 정부가 실종 사건 해결과 처벌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지난 2014년 사범대 학생 43명이 사라진 실종 사건은, 범죄 조직과 결탁한 지역 경찰의 소행으로 추정되고 있는데요.

7년째 제대로 된 진상 규명도 가해자 처벌도 이뤄지지 않았고, 학생들의 행방은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습니다.

[칼라 퀸타나/멕시코 국가수색위원회 : "신원 미상의 시신 수천 구가 나오지만, 사건의 98%는 처벌받지 않습니다. 어떤 기관이 아닌 멕시코 국민으로서 위기 해결을 위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몇 해 전부터 매년 5월 어머니의 날이면, 멕시코에선 실종자 가족을 둔 어머니들을 중심으로 애타는 외침이 거리에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자신들과 같은 비극을 겪는 사람이 더는 늘지 않기를 바라며, 정부의 관심과 대책 마련을 간절히 촉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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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IN] 멕시코는 어쩌다 국민 10만 명이 실종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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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1-12-02 10:5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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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에서 지난 57년간 실종된 국민이 1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라진 가족을 찾기 위해 활동하는 민간 수색 단체만 10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데요.

어쩌다 이런 비극이 벌어지게 된 건지. <지구촌인>에서 살펴보시죠.

[리포트]

삽과 괭이 등 흙을 팔 수 있는 도구들을 준비합니다.

멕시코 북부에서 활동하는 한 실종자 가족 단체는 오늘도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수색에 나섭니다.

단체를 이끄는 밀라그로스 발렌수엘라 씨는 사라진 두 형제를 찾고 있는데요.

얼마 전 실종자 수색 중 지역 갱단의 공격을 받아 사망한 동료의 몫까지 짊어졌습니다.

[밀라그로스 발렌수엘라/실종자 가족 : "가장 힘든 건 찾을 수 있을 거란 희망을 품고 나갔다 빈손으로 돌아오는 것이에요."]

이들은 신원을 알 수 없는 시신들이 매장됐다고 알려진 곳이면 어디든 찾아갑니다.

사라진 가족의 흔적이라도 찾을 수 있기 바라며, 산 속이든 들판이든 찾아가 샅샅이 파헤치는데요.

현재 멕시코 내 활동 중인 민간 실종자 수색 단체는 10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정부가 집계를 시작한 1964년부터 현재까지 57년간 공식적으로 보고된 실종자 수가 10만 명에 달하기 때문인데요.

최근 10개월 동안 보고된 실종자 수만 6,453명입니다.

멕시코 곳곳의 광장에서 실종된 가족을 찾는 현수막과 포스터들은 날마다 늘어만 갑니다.

[디오니시아 펠카스터/실종자 가족 : "제 유일한 일은 아들을 찾는 것입니다. 아들을 너무나 사랑하기에 이 일에 전념하고 있고, 가진 물건을 내다 팔아 비용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멕시코에서 실종자가 대거 늘어나기 시작한 건 2006년부터입니다.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마약 범죄 조직 간의 충돌이 늘었고, 이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살해돼 아무도 모르게 암매장되는 일이 잦아졌는데요.

실제로 실종자의 97% 이상이 최근 15년 사이에 발생했고, 그 사이 살인율도 열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지금도 이름 모를 시신들이 한꺼번에 묻혀있는 암매장지가 계속 발견되는 상황인데요.

멕시코 정부는 실종자 수색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꾸렸지만, 여전히 대다수 실종자의 생사는 묘연한 상태입니다.

[델리아 퀴로아/실종자 가족 : "당국이 제대로 일하게 하려고 나왔습니다. 우리가 이곳을 떠나면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겁니다."]

국제 인권단체는 멕시코 정부가 실종 사건 해결과 처벌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지난 2014년 사범대 학생 43명이 사라진 실종 사건은, 범죄 조직과 결탁한 지역 경찰의 소행으로 추정되고 있는데요.

7년째 제대로 된 진상 규명도 가해자 처벌도 이뤄지지 않았고, 학생들의 행방은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습니다.

[칼라 퀸타나/멕시코 국가수색위원회 : "신원 미상의 시신 수천 구가 나오지만, 사건의 98%는 처벌받지 않습니다. 어떤 기관이 아닌 멕시코 국민으로서 위기 해결을 위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몇 해 전부터 매년 5월 어머니의 날이면, 멕시코에선 실종자 가족을 둔 어머니들을 중심으로 애타는 외침이 거리에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자신들과 같은 비극을 겪는 사람이 더는 늘지 않기를 바라며, 정부의 관심과 대책 마련을 간절히 촉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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