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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권? 오줌권?…해외는 어떨까 알아봤습니다
입력 2021.12.05 (08:04) 취재K


[연관기사]
감춰진 산재 ‘화장실 직업병’(11월 15일)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25567
“방광염? 우리에겐 감기 같아요”…‘화장실’ 그리고 ‘직업병’(11월 17일)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27271&ref=A
선생님도, 검침원도, 캐셔도…일할 때 못 가는 ‘이곳’(11월 30일)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36814&ref=A


KBS는 지난달부터 일터와 화장실 문제를 연속 보도하고 있습니다. 기사마다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찬성이든 반대든 적지 않은 의견이 달렸습니다. 화장실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곳이자 누구든 감추고 싶은 미묘한 공간이기 때문일 겁니다.

1. '오줌권' 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일터와 화장실에 대한 고민은 아직 걸음마 수준입니다. 하지만, 분명 고민은 시작됐습니다. 출발은 장애인 권리운동입니다. 아시다시피 장애인은 화장실 이용에서 가장 배제된 존재입니다.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장애인의 화장실 접근권은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장애인의 경제활동이 늘면서 일터에서 일하는 장애인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그 일터의 화장실은 개선되지 않은 곳이 많습니다. 그곳에서 일하는 장애인은 참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지체장애인인 김원영 변호사는 이를 '오줌권'이라는 말로 개념화합니다. 오줌권 침해는 가장 깊은 수준의 인권 침해라고 설명합니다. '오줌권'이라는 단어 자체는 아직은 낯설지만, 누구도 오줌이라는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감안하면 설득력 있는 접근입니다. 최근에는 <나의 오줌권에 대하여> 라는 인터뷰집도 출간됐습니다.

"밥은 사람들 앞에서도 먹는다. 불가피한 사정이 있다면 하루 정도 굶어도 괜찮다. 오줌은 다르다. 급하다고 사람들 앞에서 눌 수는 없다. 미리 눌 수도 없다. 조금씩 나눠 누는 걸로 상황을 모면하지도 못한다. 내 지인은 모든 권리 가운데 '오줌권'이야말로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권리라고 단언한다".
- 김원영 저,「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中

노동계는 이를 '일터의 오줌권'으로 확장하려 시도하고 있습니다.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화장실을 이용하기 매우 난감합니다. 건설업 자체가 워낙 남성 중심이었다 보니, 여성 화장실 자체가 없는 현장이 여전히 매우 많습니다. 그러나 건설 현장의 여성 노동자는 계속 늘고 있습니다.

건설 현장의 사례를 시작으로 여러 일터에서 화장실 이용에 큰 문제가 있음을 실태조사로 입증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물류센터 화장실 문제가 자주 등장합니다. 배송 시간 1분 1초를 줄이려고, 화장실 갈 여유 조차 허용하지 않는 곳이 종종 폭로되고 있습니다.

2. Toilet Breaks

그렇다면 해외는 어떨까. 자연스레 궁금해졌습니다. 화장실 문제에 동서가 따로 있을 수가 없겠죠. 해외 주요 언론의 기사를 살펴봤습니다. 우리와 비슷했습니다. 해외도 일터와 화장실 문제를 다룬 기사가 많지 않지만, 고민을 시작하는 움직임은 분명히 있었습니다.

Toilet Breaks, 번역하면 '화장실 갈 시간' 정도의 뜻입니다. 이 문제로 가장 악명을 떨치고 있는 기업은 세계 최대 기업 중 하나인 아마존(Amazon)이었습니다.

화장실 갈 시간도 안주는 회사라는 직원들의 인터뷰를 싣고 있습니다. '그래서 플라스틱 병에 오줌을 누기도 한다' '마치 노예 취급 받는 느낌이었다' 는 주장도 전합니다. 배송 시간에 들어갈 1분 1초를 아끼려다 보니, 직원들 화장실 갈 시간까지 쥐어짜는 건 한국이나 미국이나 차이가 없는 듯 합니다.

영국<인디펜던트>2019년 7월 19일 기사. 홈페이지 갈무리.영국<인디펜던트>2019년 7월 19일 기사. 홈페이지 갈무리.

첫 보도는 2019년쯤 나왔지만, 뉴스는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화장실 문제로 큰 곤란을 겪고 있음을 아마존 사측이 오랫동안 알고 있었지만, 손을 놓고 대책을 안 세웠다는 내부 문서가 폭로되기도 합니다. 결국 아마존은 공식 사과문을 내놨습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해도 너무한 기업 사례도 확인됩니다. 2014년 미국의 워터세이버(WaterSaver)라는 업체가 직원의 화장실 이용 시간을 하루 6분으로 제한한 겁니다. 미국 현지에서 조차 큰 논란이 돼 주요 언론이 잇따라 보도했습니다.

미국<시카고 트리뷴>2014년 7월 10일 기사. 홈페이지 갈무리.미국<시카고 트리뷴>2014년 7월 10일 기사. 홈페이지 갈무리.

3. 해법은? 아직…

이렇게 문제의식은 싹트고 있지만, 해외도 마땅한 해결책이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노동자의 화장실 이용을 법이나 제도로 보장했다는 소식은 없습니다. 꼭 제도적 접근이 아니라도 뾰족한 해법을 찾았다는 기업이나 기관은 검색되지 않습니다.

놀랍게도 화장실 부문(?)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 기록 보유국입니다. 2004년 <공중화장실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습니다. 세계 처음이었습니다. 그 덕에 우리나라는 전 세계 어느나라보다 공중화장실이 많습니다. 해외 주요 관광지에서 공중화장실을 못 찾아 당혹했던 기억을 가지신 분들은 쉽게 이해되실 겁니다.

이런 경험을 살려 일터와 화장실 문제에서 가장 먼저 해법을 찾아보길 기대하는 건 어떨까요.
  • 화장실권? 오줌권?…해외는 어떨까 알아봤습니다
    • 입력 2021-12-05 08:04:56
    취재K


[연관기사]
감춰진 산재 ‘화장실 직업병’(11월 15일)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25567
“방광염? 우리에겐 감기 같아요”…‘화장실’ 그리고 ‘직업병’(11월 17일)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27271&ref=A
선생님도, 검침원도, 캐셔도…일할 때 못 가는 ‘이곳’(11월 30일)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36814&ref=A


KBS는 지난달부터 일터와 화장실 문제를 연속 보도하고 있습니다. 기사마다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찬성이든 반대든 적지 않은 의견이 달렸습니다. 화장실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곳이자 누구든 감추고 싶은 미묘한 공간이기 때문일 겁니다.

1. '오줌권' 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일터와 화장실에 대한 고민은 아직 걸음마 수준입니다. 하지만, 분명 고민은 시작됐습니다. 출발은 장애인 권리운동입니다. 아시다시피 장애인은 화장실 이용에서 가장 배제된 존재입니다.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장애인의 화장실 접근권은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장애인의 경제활동이 늘면서 일터에서 일하는 장애인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그 일터의 화장실은 개선되지 않은 곳이 많습니다. 그곳에서 일하는 장애인은 참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지체장애인인 김원영 변호사는 이를 '오줌권'이라는 말로 개념화합니다. 오줌권 침해는 가장 깊은 수준의 인권 침해라고 설명합니다. '오줌권'이라는 단어 자체는 아직은 낯설지만, 누구도 오줌이라는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감안하면 설득력 있는 접근입니다. 최근에는 <나의 오줌권에 대하여> 라는 인터뷰집도 출간됐습니다.

"밥은 사람들 앞에서도 먹는다. 불가피한 사정이 있다면 하루 정도 굶어도 괜찮다. 오줌은 다르다. 급하다고 사람들 앞에서 눌 수는 없다. 미리 눌 수도 없다. 조금씩 나눠 누는 걸로 상황을 모면하지도 못한다. 내 지인은 모든 권리 가운데 '오줌권'이야말로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권리라고 단언한다".
- 김원영 저,「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中

노동계는 이를 '일터의 오줌권'으로 확장하려 시도하고 있습니다.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화장실을 이용하기 매우 난감합니다. 건설업 자체가 워낙 남성 중심이었다 보니, 여성 화장실 자체가 없는 현장이 여전히 매우 많습니다. 그러나 건설 현장의 여성 노동자는 계속 늘고 있습니다.

건설 현장의 사례를 시작으로 여러 일터에서 화장실 이용에 큰 문제가 있음을 실태조사로 입증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물류센터 화장실 문제가 자주 등장합니다. 배송 시간 1분 1초를 줄이려고, 화장실 갈 여유 조차 허용하지 않는 곳이 종종 폭로되고 있습니다.

2. Toilet Breaks

그렇다면 해외는 어떨까. 자연스레 궁금해졌습니다. 화장실 문제에 동서가 따로 있을 수가 없겠죠. 해외 주요 언론의 기사를 살펴봤습니다. 우리와 비슷했습니다. 해외도 일터와 화장실 문제를 다룬 기사가 많지 않지만, 고민을 시작하는 움직임은 분명히 있었습니다.

Toilet Breaks, 번역하면 '화장실 갈 시간' 정도의 뜻입니다. 이 문제로 가장 악명을 떨치고 있는 기업은 세계 최대 기업 중 하나인 아마존(Amazon)이었습니다.

화장실 갈 시간도 안주는 회사라는 직원들의 인터뷰를 싣고 있습니다. '그래서 플라스틱 병에 오줌을 누기도 한다' '마치 노예 취급 받는 느낌이었다' 는 주장도 전합니다. 배송 시간에 들어갈 1분 1초를 아끼려다 보니, 직원들 화장실 갈 시간까지 쥐어짜는 건 한국이나 미국이나 차이가 없는 듯 합니다.

영국<인디펜던트>2019년 7월 19일 기사. 홈페이지 갈무리.영국<인디펜던트>2019년 7월 19일 기사. 홈페이지 갈무리.

첫 보도는 2019년쯤 나왔지만, 뉴스는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화장실 문제로 큰 곤란을 겪고 있음을 아마존 사측이 오랫동안 알고 있었지만, 손을 놓고 대책을 안 세웠다는 내부 문서가 폭로되기도 합니다. 결국 아마존은 공식 사과문을 내놨습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해도 너무한 기업 사례도 확인됩니다. 2014년 미국의 워터세이버(WaterSaver)라는 업체가 직원의 화장실 이용 시간을 하루 6분으로 제한한 겁니다. 미국 현지에서 조차 큰 논란이 돼 주요 언론이 잇따라 보도했습니다.

미국<시카고 트리뷴>2014년 7월 10일 기사. 홈페이지 갈무리.미국<시카고 트리뷴>2014년 7월 10일 기사. 홈페이지 갈무리.

3. 해법은? 아직…

이렇게 문제의식은 싹트고 있지만, 해외도 마땅한 해결책이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노동자의 화장실 이용을 법이나 제도로 보장했다는 소식은 없습니다. 꼭 제도적 접근이 아니라도 뾰족한 해법을 찾았다는 기업이나 기관은 검색되지 않습니다.

놀랍게도 화장실 부문(?)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 기록 보유국입니다. 2004년 <공중화장실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습니다. 세계 처음이었습니다. 그 덕에 우리나라는 전 세계 어느나라보다 공중화장실이 많습니다. 해외 주요 관광지에서 공중화장실을 못 찾아 당혹했던 기억을 가지신 분들은 쉽게 이해되실 겁니다.

이런 경험을 살려 일터와 화장실 문제에서 가장 먼저 해법을 찾아보길 기대하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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