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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반도체 폐기물’ 2시간 만에 ‘보조사료 원료’로 납품
입력 2021.12.14 (21:42) 수정 2021.12.15 (06:54) 뉴스9(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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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 폐기물 처리업체가 '반도체 화학폐기물'을 사료 등을 생산하는 중견 식품기업에 두 해 가까이 납품한 사실을 KBS가 단독 취재해 확인했습니다.

해당 기업도 폐기물 처리업체에 속았다는 입장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오정현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끊임없이 화학물질이 반입되고, 공정이 끝나면 배출하는 반도체 공장.

배출된 화학물질은 폐기물로 처리해야 합니다.

이 반도체 공장으로부터 일반 폐기물 가운데 폐흡수제로 배출된 '황산암모늄'을 수거하는 폐기물 처리업체.

폐기물 상태인 황산암모늄을 약품 처리해 다시 제품화한 뒤 사료를 생산하는 기업에 원료로 납품해왔습니다.

실제 폐기물관리법엔 반응이나 증발 등 공정을 거쳐 폐기물을 다시 쓸 수 있는 상태로 만들면 원료로 재활용할 수 있게끔 돼 있습니다.

[화학폐기물 처리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폐기물에) 약품을 넣어서 숙성이라든지 침전이라든지 침강을 시켜서 제품화를 시켜서 보내거든요."]

문제는 이 과정을 생략한 채 폐기물 상태인 황산암모늄을 그대로 사료 생산 기업에 납품한 겁니다.

폐기물 처리업체는 일부 물량이라고 해명합니다.

[화학폐기물 처리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거기에 대해선 저희가 잘못을 했다. 한 30% 갔을 겁니다. 일부죠. 다 그렇게 가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직접 폐기물을 운반한 기사의 말은 다릅니다.

[화학폐기물 운반 기사/음성변조 : "(일부라는 건) 전혀 안 맞습니다. 직접적으로 바로 간 게 대부분입니다. (운반 기록은) 공장장에게 직접 보고하는 것이기 때문에."]

취재진이 입수한 폐기물 운반 일지.

해당 기업에 납품된 163건 가운데 134건, 80퍼센트 이상을 반도체 공장에서 곧바로 사료 공장으로, 폐기물 상태인 황산암모늄을 2시간 만에 실어 날랐습니다.

이런 사실은 반도체 공장과 사료 공장에서 각각 뗀 계량 증명서로도 확인됩니다.

문제의 폐기물 처리업체가 납품한 황산암모늄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6천여 톤.

해당 기업은 최근 이 사실을 알게 됐다며, 서면을 통해 보조사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황산암모늄은 발효가 잘되도록 하는 데 필요한 성분일 뿐 제품에는 전혀 남지 않는다고 설명습니다.

또, 폐기물 상태의 황산암모늄이 그대로 반입된 사실을 확인한 즉시 처리업체와의 거래를 중단했으며, 이후 외부 공인 기관의 정밀 검사를 통해 사료 품질엔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혀왔습니다.

KBS 뉴스 오정현입니다.

[앵커]

이 내용 취재한 오정현 기자와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봅니다.

오 기자, '반도체 화학폐기물' 가운데 황산암모늄, 다소 생소한 물질인데요?

[기자]

먼저, 이 폐기물이 뭔지 설명하겠습니다.

반도체 공정엔 다양한 화학물질이 사용되고 화학 반응 뒤엔 폐수가 남습니다.

폐수에선 암모니아 가스가 생성되는데, 그대로 내보낼 수 없기 때문에 여기에 양이온인 황산을 반응시켜 중화하고, 물로 희석해 폐기물로 배출하는 겁니다.

이렇게 나온 물질이 '황산암모늄 수용액'이고, 이번에 문제가 된 화학 폐기물 입니다.

[앵커]

이 물질이 그대로 사료를 만드는 데 쓰였다는 건데, 앞서 리포트를 보니까, 제품에 성분이 남는 건 아니라고요?

[기자]

이 부분에서 해당 기업의 해명은 이렇습니다.

동물 보조사료를 만드는 데, 납품된 황산암모늄의 쓰임새는 단순히 발효재였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정제되지 않은 폐기물 상태일지라도 황산암모늄에서 질소만을 떼다가 제품을 발효시키는 데 썼기 때문에, 최종 제품엔 황산암모늄이라는 물질 자체가 남아있을 수 없다는 설명입니다.

또 이 기업이 사용하는 전체 황산암모늄 가운데 문제가 된 물량은 2.9%에 그친다고도 부연했습니다.

다만 사용된 황산암모늄 자체에 대해선 반도체 공정에서 나온 화학폐기물인 만큼, 위해 물질이 섞여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습니다.

저희 취재진은 반도체 폐기물인 이 물질의 성분을 정확히 따져보기 위해 국내 대학 연구팀에 정밀 분석을 맡겼습니다.

[앵커]

"우리도 피해자"라는 입장을 해당 식품 기업이 강조하고 있는데요?

[기자]

고의성 여부는 취재진이 집중적으로 따져본 부분이기도 합니다.

취재 결과, "정제되지 않은 폐기물이 납품되는 줄 몰랐다"는 해당 기업의 해명은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KBS 내부 자문을 통해 이런 내용을 충분히 논의하고, 그 결과, 기업명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다만 이번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기업과 지자체, 정부부처의 역할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다시 한번 들여다보고, 개선할 방법은 무엇인지, 취재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 [단독] ‘반도체 폐기물’ 2시간 만에 ‘보조사료 원료’로 납품
    • 입력 2021-12-14 21:42:45
    • 수정2021-12-15 06:54:11
    뉴스9(전주)
[앵커]

한 폐기물 처리업체가 '반도체 화학폐기물'을 사료 등을 생산하는 중견 식품기업에 두 해 가까이 납품한 사실을 KBS가 단독 취재해 확인했습니다.

해당 기업도 폐기물 처리업체에 속았다는 입장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오정현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끊임없이 화학물질이 반입되고, 공정이 끝나면 배출하는 반도체 공장.

배출된 화학물질은 폐기물로 처리해야 합니다.

이 반도체 공장으로부터 일반 폐기물 가운데 폐흡수제로 배출된 '황산암모늄'을 수거하는 폐기물 처리업체.

폐기물 상태인 황산암모늄을 약품 처리해 다시 제품화한 뒤 사료를 생산하는 기업에 원료로 납품해왔습니다.

실제 폐기물관리법엔 반응이나 증발 등 공정을 거쳐 폐기물을 다시 쓸 수 있는 상태로 만들면 원료로 재활용할 수 있게끔 돼 있습니다.

[화학폐기물 처리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폐기물에) 약품을 넣어서 숙성이라든지 침전이라든지 침강을 시켜서 제품화를 시켜서 보내거든요."]

문제는 이 과정을 생략한 채 폐기물 상태인 황산암모늄을 그대로 사료 생산 기업에 납품한 겁니다.

폐기물 처리업체는 일부 물량이라고 해명합니다.

[화학폐기물 처리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거기에 대해선 저희가 잘못을 했다. 한 30% 갔을 겁니다. 일부죠. 다 그렇게 가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직접 폐기물을 운반한 기사의 말은 다릅니다.

[화학폐기물 운반 기사/음성변조 : "(일부라는 건) 전혀 안 맞습니다. 직접적으로 바로 간 게 대부분입니다. (운반 기록은) 공장장에게 직접 보고하는 것이기 때문에."]

취재진이 입수한 폐기물 운반 일지.

해당 기업에 납품된 163건 가운데 134건, 80퍼센트 이상을 반도체 공장에서 곧바로 사료 공장으로, 폐기물 상태인 황산암모늄을 2시간 만에 실어 날랐습니다.

이런 사실은 반도체 공장과 사료 공장에서 각각 뗀 계량 증명서로도 확인됩니다.

문제의 폐기물 처리업체가 납품한 황산암모늄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6천여 톤.

해당 기업은 최근 이 사실을 알게 됐다며, 서면을 통해 보조사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황산암모늄은 발효가 잘되도록 하는 데 필요한 성분일 뿐 제품에는 전혀 남지 않는다고 설명습니다.

또, 폐기물 상태의 황산암모늄이 그대로 반입된 사실을 확인한 즉시 처리업체와의 거래를 중단했으며, 이후 외부 공인 기관의 정밀 검사를 통해 사료 품질엔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혀왔습니다.

KBS 뉴스 오정현입니다.

[앵커]

이 내용 취재한 오정현 기자와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봅니다.

오 기자, '반도체 화학폐기물' 가운데 황산암모늄, 다소 생소한 물질인데요?

[기자]

먼저, 이 폐기물이 뭔지 설명하겠습니다.

반도체 공정엔 다양한 화학물질이 사용되고 화학 반응 뒤엔 폐수가 남습니다.

폐수에선 암모니아 가스가 생성되는데, 그대로 내보낼 수 없기 때문에 여기에 양이온인 황산을 반응시켜 중화하고, 물로 희석해 폐기물로 배출하는 겁니다.

이렇게 나온 물질이 '황산암모늄 수용액'이고, 이번에 문제가 된 화학 폐기물 입니다.

[앵커]

이 물질이 그대로 사료를 만드는 데 쓰였다는 건데, 앞서 리포트를 보니까, 제품에 성분이 남는 건 아니라고요?

[기자]

이 부분에서 해당 기업의 해명은 이렇습니다.

동물 보조사료를 만드는 데, 납품된 황산암모늄의 쓰임새는 단순히 발효재였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정제되지 않은 폐기물 상태일지라도 황산암모늄에서 질소만을 떼다가 제품을 발효시키는 데 썼기 때문에, 최종 제품엔 황산암모늄이라는 물질 자체가 남아있을 수 없다는 설명입니다.

또 이 기업이 사용하는 전체 황산암모늄 가운데 문제가 된 물량은 2.9%에 그친다고도 부연했습니다.

다만 사용된 황산암모늄 자체에 대해선 반도체 공정에서 나온 화학폐기물인 만큼, 위해 물질이 섞여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습니다.

저희 취재진은 반도체 폐기물인 이 물질의 성분을 정확히 따져보기 위해 국내 대학 연구팀에 정밀 분석을 맡겼습니다.

[앵커]

"우리도 피해자"라는 입장을 해당 식품 기업이 강조하고 있는데요?

[기자]

고의성 여부는 취재진이 집중적으로 따져본 부분이기도 합니다.

취재 결과, "정제되지 않은 폐기물이 납품되는 줄 몰랐다"는 해당 기업의 해명은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KBS 내부 자문을 통해 이런 내용을 충분히 논의하고, 그 결과, 기업명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다만 이번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기업과 지자체, 정부부처의 역할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다시 한번 들여다보고, 개선할 방법은 무엇인지, 취재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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