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포상에 세금 35억 원…예산·조례도 허점

입력 2021.12.17 (10:42) 수정 2021.12.17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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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시민상부터 공로상, 표창과 유공 수여식까지…. 한 해를 정리하는 연말이면 지방자치단체에서 주최하는 시상식이 참 많습니다. 모두 우리 세금으로 열리지만, 대체 얼마가 어떻게 쓰이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KBS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민선 7기 33개 대구·경북 광역·기초자치단체가 민간에 수여한 각종 포상 건수와 예산 집행 내용을 확인해봤습니다.


■ 10만 건 포상에 쓰인 세금 35억 원…자치단체도 모른다?

KBS는 앞서 민선 7기 대구·경북 광역·기초자치단체의 민간 포상 건수와 예산 집행 내용, 수상자 내역을 전해드렸습니다.

[연관기사] 지자체 포상에 쓰인 세금 35억 원…누가 받았나 했더니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50141


취재진이 민선 7기 3년 반 동안 확인한 것만 10만 건에 35억 원에 달하는 예산이 투입됐는데, 연평균으로 따지면 매년 2만 8천여 건에 10여억 원이 나가고 있던 겁니다.

문제는 자치단체들 스스로 포상에 얼마나 많은 예산을 쓰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대구·경북 자치단체의 포상 관련 예산 집행 내용. 각 부서에서 개별적으로 집행했다.대구·경북 자치단체의 포상 관련 예산 집행 내용. 각 부서에서 개별적으로 집행했다.

개별 부서에서 각자 예산을 수립하고 이후 부서 경비로 처리하는 탓에 총액, 즉 전체 예산은 잘 드러나지 않아 관리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부서 경비에서) 그냥 쪼개서 쓰는 거죠. 어떤 건으로 상장이나 상패가 만들어지는 것까지는 포상 대장이 있어서 그거는 나오겠지만, 거기에 얼마가 들어갔는지는 정확하게 계산이 좀 어려운…."


■ 자치단체 포상 조례 있지만…허점 '수두룩'

포상의 근거가 되는 조례나 규칙도 숱한 허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자치단체는 저마다 포상에 관한 조례와 규칙을 두고 있다.자치단체는 저마다 포상에 관한 조례와 규칙을 두고 있다.

대부분 수상 대상과 기준이 '도정 및 시정 발전에 기여한 공적이 현저한 자, 지방행정 또는 지역발전, 복지증진에 기여한 공적이 현저한 공무원'과 같이 광범위하거나 추상적이었는데요. 이렇다 보니 수여 대상과 범위가 해석에 따라 넓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또, 모범 시민상 등 조례에 별도의 규정을 명시한 표창을 제외하고 민간에 주는 포상은 수상자 수에 대한 제한 규정도 없습니다.

물론, 대구시의 경우 대구경북 자치단체에서 유일하게 전년도 말 주민등록인구의 1천분의 1 이내로 표창장 수상자 수를 제한하고 있는데요. 그래도 매년 2천4백여 명(2020년 기준 대구시 인구 241.8만 명)이 표창장을 받을 수 있는 셈인데, 사실상 이렇게 많은 수상자에 대한 사전심사가 제대로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
"대구시의 전체 인구 1/1000도 너무 많다고 생각하고요. 일부 구 같은 경우에는 인원을 최소화한다고 얘기만 하고 실질적으로 남발하고 있는 경향이 있어서…. 지금 시상의 취소 같은 경우에도 대구시만 조례에 규정하고 있는데 지금 방식으로 두면 상 자체가 인센티브로 작용을 하면서 건강한 사회질서를 해치는 불합리한 측면도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자치단체장과 후보자의 기부행위는 공직선거법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자치단체 조례에 근거한 포상행위는
제한을 받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공직선거법 제112조(기부행위의 정의 등)
②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는 기부행위로 보지 아니한다.
가. 국가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사업계획과 예산으로 행하는 법령에 의한 금품제공행위(지방자치단체가 표창ㆍ포상을 하는 경우 부상의 수여를 제외한다. 이하 나목에서 같다)
나.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사업계획과 예산으로 대상ㆍ방법ㆍ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정한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 의한 금품제공행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단체장들의 포상 남발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김태운/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지방자치단체장의 의견이 상당히 많이 개입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에. 공적심의위원회라든가 이런 부분들을 좀 더 강화 시킨다든가, 아니면 그 부분에 민간인들의 참여를 확대 시킨다든가."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포상을 막기 위해 수여 대상과 범위, 인원 등을 조례와 규칙에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공적 사항 등도 홈페이지 등을 통해 민간에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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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자체 포상에 세금 35억 원…예산·조례도 허점
    • 입력 2021-12-17 10:42:24
    • 수정2021-12-17 10:44:19
    취재K
각종 시민상부터 공로상, 표창과 유공 수여식까지…. 한 해를 정리하는 연말이면 지방자치단체에서 주최하는 시상식이 참 많습니다. 모두 우리 세금으로 열리지만, 대체 얼마가 어떻게 쓰이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KBS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민선 7기 33개 대구·경북 광역·기초자치단체가 민간에 수여한 각종 포상 건수와 예산 집행 내용을 확인해봤습니다.


■ 10만 건 포상에 쓰인 세금 35억 원…자치단체도 모른다?

KBS는 앞서 민선 7기 대구·경북 광역·기초자치단체의 민간 포상 건수와 예산 집행 내용, 수상자 내역을 전해드렸습니다.

[연관기사] 지자체 포상에 쓰인 세금 35억 원…누가 받았나 했더니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50141


취재진이 민선 7기 3년 반 동안 확인한 것만 10만 건에 35억 원에 달하는 예산이 투입됐는데, 연평균으로 따지면 매년 2만 8천여 건에 10여억 원이 나가고 있던 겁니다.

문제는 자치단체들 스스로 포상에 얼마나 많은 예산을 쓰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대구·경북 자치단체의 포상 관련 예산 집행 내용. 각 부서에서 개별적으로 집행했다.
개별 부서에서 각자 예산을 수립하고 이후 부서 경비로 처리하는 탓에 총액, 즉 전체 예산은 잘 드러나지 않아 관리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부서 경비에서) 그냥 쪼개서 쓰는 거죠. 어떤 건으로 상장이나 상패가 만들어지는 것까지는 포상 대장이 있어서 그거는 나오겠지만, 거기에 얼마가 들어갔는지는 정확하게 계산이 좀 어려운…."


■ 자치단체 포상 조례 있지만…허점 '수두룩'

포상의 근거가 되는 조례나 규칙도 숱한 허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자치단체는 저마다 포상에 관한 조례와 규칙을 두고 있다.
대부분 수상 대상과 기준이 '도정 및 시정 발전에 기여한 공적이 현저한 자, 지방행정 또는 지역발전, 복지증진에 기여한 공적이 현저한 공무원'과 같이 광범위하거나 추상적이었는데요. 이렇다 보니 수여 대상과 범위가 해석에 따라 넓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또, 모범 시민상 등 조례에 별도의 규정을 명시한 표창을 제외하고 민간에 주는 포상은 수상자 수에 대한 제한 규정도 없습니다.

물론, 대구시의 경우 대구경북 자치단체에서 유일하게 전년도 말 주민등록인구의 1천분의 1 이내로 표창장 수상자 수를 제한하고 있는데요. 그래도 매년 2천4백여 명(2020년 기준 대구시 인구 241.8만 명)이 표창장을 받을 수 있는 셈인데, 사실상 이렇게 많은 수상자에 대한 사전심사가 제대로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
"대구시의 전체 인구 1/1000도 너무 많다고 생각하고요. 일부 구 같은 경우에는 인원을 최소화한다고 얘기만 하고 실질적으로 남발하고 있는 경향이 있어서…. 지금 시상의 취소 같은 경우에도 대구시만 조례에 규정하고 있는데 지금 방식으로 두면 상 자체가 인센티브로 작용을 하면서 건강한 사회질서를 해치는 불합리한 측면도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자치단체장과 후보자의 기부행위는 공직선거법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자치단체 조례에 근거한 포상행위는
제한을 받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공직선거법 제112조(기부행위의 정의 등)
②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는 기부행위로 보지 아니한다.
가. 국가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사업계획과 예산으로 행하는 법령에 의한 금품제공행위(지방자치단체가 표창ㆍ포상을 하는 경우 부상의 수여를 제외한다. 이하 나목에서 같다)
나.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사업계획과 예산으로 대상ㆍ방법ㆍ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정한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 의한 금품제공행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단체장들의 포상 남발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김태운/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지방자치단체장의 의견이 상당히 많이 개입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에. 공적심의위원회라든가 이런 부분들을 좀 더 강화 시킨다든가, 아니면 그 부분에 민간인들의 참여를 확대 시킨다든가."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포상을 막기 위해 수여 대상과 범위, 인원 등을 조례와 규칙에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공적 사항 등도 홈페이지 등을 통해 민간에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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