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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 나 몰래 누가 정신과 약 처방을?…건강보험 도용 ‘속수무책’
입력 2021.12.20 (21:36) 수정 2021.12.20 (21:53) 뉴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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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자신의 인적사항을 대고 10년 간 병원을 다녔다.

한 50대 여성이 최근 저희 KBS에 제보한 내용입니다.

이런 건강보험 도용이 자신도 모르게 7백 차례 넘게 이뤄졌다는데, 심지어 경찰에 신고해 수사가 진행 중인데도 또 도용을 당했다고 합니다.

시청자와 함께 만드는 뉴스, 제보. 윤현서 기잡니다.

[리포트]

경기도 남양주에 사는 53살 노 모씨는 지난 6월 병원에서 이상한 말을 들었습니다.

가본 적도 없는 경남 창원의 2~3개 병원에서 자신이 정신과 약을 수백 차례 처방받은 기록이 있다는 거였습니다.

[노 모 씨/건강보험 도용 피해자/음성변조 : “병원으로 전화를 해서 내가 본인인데, 그 사람(도용한 사람)의 연락처 이런 게 있냐고 처음에 물었어요. 그랬더니 없다고 그러더라고요.”]

건강보험공단에 알아보니, 실제 누군가가 지난 10년 동안 7백여 차례에 걸쳐 자신의 건강보험을 도용했습니다.

공단 측이 범인을 잡기 전까지는 진료와 처방 이력을 삭제할 수 없다고 해, 노 씨는 지난 8월 경찰에 고소장을 냈습니다.

그런데 노 씨는 최근에도 건강보험을 도용당한 사실을 알게됐습니다.

[노 모 씨/건강보험 도용 피해자/음성변조 : “혹시나 싶어서 한 2~3일 전에 공단에 도용 건이 또 나와 있냐고 했더니, 확인하더니 최근까지 나와 있다...”]

취재진은 의료기관에서 다른 사람 건강보험을 도용하는 일이 가능한지 알아보기 위해 한 병원을 찾아가 봤습니다.

취재기자 동생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적어내자 본인 신분증과 대조하지 않고 진료 접수를 받습니다.

[A 병원 : “처음 오셨나요. (네, 처음이에요) 개인 정보 동의서 적어주시고요. 안쪽으로 쭉 들어가시면 6번 진료실이에요.”]

다른 병원도 마찬가지입니다.

[B 병원 : “(저 신분증을 놓고 왔는데 신분증 없어도 되나요.) 괜찮아요. (괜찮아요?) 네.”]

국민건강보험법은 환자가 의료기관에 건강보험증이나 신분증을 제출하는 걸 원칙으로 합니다.

대부분의 의료기관은 진료접수를 할 때, 이름과 주소, 주민등록번호 등의 기본정보를 요구하지만, 이를 확인하는 절차는 없습니다.

최근 5년간 건강보험증을 불법 대여하거나 명의를 도용해 적발된 건수는 한 해 평균 4만 9천 건에 이릅니다.

KBS 뉴스 윤현서입니다.

촬영기자:김형준/영상편집:이상철

건강보험 도용…병원은 확인 안 하고, 공단은 못 걸러내

[앵커]

이 문제 취재한 윤현서 기자와 좀 더 짚어보겠습니다.

건강보험을 도용당하면, 본인 피해도 있지 않습니까.

[기자]

진료와 처방기록이 다 전산에 남으니까 불이익을 당할 수 있습니다.

노 씨는 50대 초반인데, 민간 보험에 가입하려고 했더니, 알 수 없는 병명을 이유로 수 차례 거절당했다고 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진료받거나 처방받은 이력도 경찰 수사가 끝나고 누가 도용했는지가 드러나야 삭제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결국 본인 확인을 제대로 안 해서 생긴 문제잖아요.

현행 법은 어떻게 돼 있습니까.

[기자]

네 이게 좀 애매한데요.

환자는 건강보험증을 병원에 의무적으로 제출하게 돼 있는데, 병원은 이를 확인하는 게 의무는 아닙니다.

원래는 의무였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전산화가 되면서 지금은 환자의 이름과 주민번호를 받아서 건강보험 가입자란 점만 확인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앵커]

그래도 10년이나 도용했는데, 공단에서 몰랐다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데요.

[기자]

네 건강보험공단은 사전에는 걸러낼 수 없고, 사후에 의심 사례는 조사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이번 사례를 보면, 경기도와 경남 창원에서 같은 날 진료받은 기록도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당연히 의심 사례로 걸러낼 법하지만 공단 측은 10년 동안 이를 사후 조사로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앵커]

개선 방안은 없습니까?

[기자]

병원 진료나 약 처방 받으면 본인에게 문자를 보내는 걸 검토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개인 정보 문제 때문에 실행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고 공단 측은 설명했습니다.

병원이 의무적으로 환자 본인인지를 확인하도록 하고, 어기면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한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지만 계류 중입니다.

의료계는 업무 부담이 커진다면서 반대하고 있습니다.

[앵커]

​윤현서 기자였습니다.

영상편집:강정희
  • [제보] 나 몰래 누가 정신과 약 처방을?…건강보험 도용 ‘속수무책’
    • 입력 2021-12-20 21:36:18
    • 수정2021-12-20 21:53:41
    뉴스 9
[앵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자신의 인적사항을 대고 10년 간 병원을 다녔다.

한 50대 여성이 최근 저희 KBS에 제보한 내용입니다.

이런 건강보험 도용이 자신도 모르게 7백 차례 넘게 이뤄졌다는데, 심지어 경찰에 신고해 수사가 진행 중인데도 또 도용을 당했다고 합니다.

시청자와 함께 만드는 뉴스, 제보. 윤현서 기잡니다.

[리포트]

경기도 남양주에 사는 53살 노 모씨는 지난 6월 병원에서 이상한 말을 들었습니다.

가본 적도 없는 경남 창원의 2~3개 병원에서 자신이 정신과 약을 수백 차례 처방받은 기록이 있다는 거였습니다.

[노 모 씨/건강보험 도용 피해자/음성변조 : “병원으로 전화를 해서 내가 본인인데, 그 사람(도용한 사람)의 연락처 이런 게 있냐고 처음에 물었어요. 그랬더니 없다고 그러더라고요.”]

건강보험공단에 알아보니, 실제 누군가가 지난 10년 동안 7백여 차례에 걸쳐 자신의 건강보험을 도용했습니다.

공단 측이 범인을 잡기 전까지는 진료와 처방 이력을 삭제할 수 없다고 해, 노 씨는 지난 8월 경찰에 고소장을 냈습니다.

그런데 노 씨는 최근에도 건강보험을 도용당한 사실을 알게됐습니다.

[노 모 씨/건강보험 도용 피해자/음성변조 : “혹시나 싶어서 한 2~3일 전에 공단에 도용 건이 또 나와 있냐고 했더니, 확인하더니 최근까지 나와 있다...”]

취재진은 의료기관에서 다른 사람 건강보험을 도용하는 일이 가능한지 알아보기 위해 한 병원을 찾아가 봤습니다.

취재기자 동생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적어내자 본인 신분증과 대조하지 않고 진료 접수를 받습니다.

[A 병원 : “처음 오셨나요. (네, 처음이에요) 개인 정보 동의서 적어주시고요. 안쪽으로 쭉 들어가시면 6번 진료실이에요.”]

다른 병원도 마찬가지입니다.

[B 병원 : “(저 신분증을 놓고 왔는데 신분증 없어도 되나요.) 괜찮아요. (괜찮아요?) 네.”]

국민건강보험법은 환자가 의료기관에 건강보험증이나 신분증을 제출하는 걸 원칙으로 합니다.

대부분의 의료기관은 진료접수를 할 때, 이름과 주소, 주민등록번호 등의 기본정보를 요구하지만, 이를 확인하는 절차는 없습니다.

최근 5년간 건강보험증을 불법 대여하거나 명의를 도용해 적발된 건수는 한 해 평균 4만 9천 건에 이릅니다.

KBS 뉴스 윤현서입니다.

촬영기자:김형준/영상편집:이상철

건강보험 도용…병원은 확인 안 하고, 공단은 못 걸러내

[앵커]

이 문제 취재한 윤현서 기자와 좀 더 짚어보겠습니다.

건강보험을 도용당하면, 본인 피해도 있지 않습니까.

[기자]

진료와 처방기록이 다 전산에 남으니까 불이익을 당할 수 있습니다.

노 씨는 50대 초반인데, 민간 보험에 가입하려고 했더니, 알 수 없는 병명을 이유로 수 차례 거절당했다고 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진료받거나 처방받은 이력도 경찰 수사가 끝나고 누가 도용했는지가 드러나야 삭제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결국 본인 확인을 제대로 안 해서 생긴 문제잖아요.

현행 법은 어떻게 돼 있습니까.

[기자]

네 이게 좀 애매한데요.

환자는 건강보험증을 병원에 의무적으로 제출하게 돼 있는데, 병원은 이를 확인하는 게 의무는 아닙니다.

원래는 의무였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전산화가 되면서 지금은 환자의 이름과 주민번호를 받아서 건강보험 가입자란 점만 확인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앵커]

그래도 10년이나 도용했는데, 공단에서 몰랐다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데요.

[기자]

네 건강보험공단은 사전에는 걸러낼 수 없고, 사후에 의심 사례는 조사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이번 사례를 보면, 경기도와 경남 창원에서 같은 날 진료받은 기록도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당연히 의심 사례로 걸러낼 법하지만 공단 측은 10년 동안 이를 사후 조사로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앵커]

개선 방안은 없습니까?

[기자]

병원 진료나 약 처방 받으면 본인에게 문자를 보내는 걸 검토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개인 정보 문제 때문에 실행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고 공단 측은 설명했습니다.

병원이 의무적으로 환자 본인인지를 확인하도록 하고, 어기면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한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지만 계류 중입니다.

의료계는 업무 부담이 커진다면서 반대하고 있습니다.

[앵커]

​윤현서 기자였습니다.

영상편집:강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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