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20대 다이버는 왜 숨졌나…서로 다른 진술, 사고 쟁점은?
입력 2022.01.12 (07:00)
수정 2022.01.12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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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제주 서귀포 해상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하던 20대 여성 관광객이 숨졌습니다. 피해자는 당시 29살 문 모 씨입니다. 문 씨는 바다로 입수한 뒤 얼마 안 돼 다이버들을 태우는 선박 아래 있는 '스크루'에 크게 다쳐 현장에서 숨졌습니다. 어떻게 이런 사고가 발생한 걸까요? KBS는 사고 당시 상황과 원인을 짚어보는 연속보도를 준비했습니다. |
제주 스쿠버 다이빙 사망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해경의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사고 현장에 있던 다이빙 강사와 선장의 진술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서귀포시 문섬 일대 사고 현장으로 나가는 다이버들. (해당 다이버들과 선박은 사고와 관계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지난달 11일(2021년 12월 11일) 낮 12시 40분쯤, 피해자 문 씨 일행은 서귀포 문섬 일대로 '보트(boat) 다이빙'을 나갔습니다. 피해자 일행은 문 씨를 포함해 강사 3명과 다이버 4명 등 모두 7명. 이중 제주 현지 다이빙숍 강사 1명이 총괄 인솔을 맡았습니다.이들은 사전에 예약한 레저 선박을 타고, 다이빙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당시 배엔 피해자 일행과 또 다른 다이빙팀이 타고 있었는데, 배는 합승한 팀을 먼저 내려준 뒤 피해자 일행이 다이빙할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 쟁점① "한 선박에서 두 팀이 동시간대에 입·출수"
배 위에서 입수(入水)를 준비하던 이들은 다이빙 장소에 도착한 직후 "당황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당초 다이빙 선박의 왼쪽에 설치된 리프트(승강기)를 통해 차례로 바다로 들어갈 예정이었는데, 다이빙을 마치고 물 밖으로 나온 또 다른 팀이 배에 타기 위해 리프트 쪽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피해자 일행 A 씨는 "당초 입수 계획과는 달라 우왕좌왕하고 있던 사이, 현지 다이빙 강사가 먼저 리프트가 설치돼있지 않은 배 오른쪽으로 입수했다"며 "선장이 '왜 그쪽으로 내리느냐'고 화를 냈다"고 말했습니다.
다이버들을 태우고 내리는 레저 선박의 리프트 (해당 다이버들과 선박은 사고와 관계없음을 알려드립니다.)
또 다른 일행 B 씨는 "(선장이) 리프트를 작동하면서 우리에게 빨리 내리라는 식으로 재촉했다"며 "입수 전에 마스크를 잘 잡고, 자세를 취한 뒤 뛰어내리는데 준비하는 시간이 매우 짧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이어 B 씨는 "제주에서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며 "보통 선박은 바다에 내려준 다이빙팀을 기다렸다가, 그 팀을 배에 태워 항구로 돌아온다"고 덧붙였습니다.
■ 쟁점② "잠수 시도하던 중 선박 움직였다"
겨울 바다로 뛰어든 이들은 각자 짝을 이뤄, 바닷속으로 깊이 들어가기 위해 잠수했습니다. 그런데 수심 1~2m 위치에서 하강을 시도한 지 얼마 안 돼, 이들이 타고 내린 선박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한 목격자는 말했습니다.
일행 C 씨는 "다이빙 기록을 보니, 1분 20초경에 내려가자는 신호를 받고 하강을 시도했던 것 같다"며 "1분 40초가 찍혔을 때 수심 3m가 찍힌 걸 보면, 30초가 안 돼 사고가 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C 씨는 당시 자신이 일행을 놓쳤다고 착각해, 혼자 3m 아래까지 잠수한 뒤 수면으로 올라왔다고 덧붙였습니다.
■ 다이빙 강사·선장의 엇갈리는 진술
한 선박에서 입수와 출수를 동시에 했다는 쟁점에 대해, 양측은 상반된 입장을 내놨습니다.
현지 다이빙 강사 D 씨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왜 입수(入水)와 출수(出水)가 동시에 이뤄진 건지 납득이 안 된다"며 "(선장에게) 관련 안내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도착한 곳이 예정된 다이빙 장소는 아니었지만, 선장의 지시가 있어 바다에 들어갔다고 주장했습니다.
D 씨는 "보통 선장이 물때와 바람 등을 고려해 최적의 장소에 다이버들을 내려준다"며 "생각보다 먼 곳에 배를 세웠지만, 조류 등을 고려해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고, 뛰어내리라는 선장 지시를 받아 입수했다"고 말했습니다.
사고 선박을 운항한 스쿠버 다이빙 업체 사무실.
하지만 선장은 상반된 진술을 내놨습니다. 입·출수가 동시에 이뤄진 점은 사전에 양해를 구했고, 다이빙 강사에게는 입수 신호를 준 적이 없다는 겁니다.선장 E 씨는 "예정보다 빨리 수면에 떠오른 또 다른 다이버들을 태운 뒤, 다이빙을 진행하겠다고 안내했다"며 "배에 타고 있던 7명이 모두 '예'라고 답했다"고 말했습니다.
E 씨는 "또 다른 다이버들을 태우려고 리프트(승강기)를 내리는 찰나에, 강사 일행이 마음대로 바다에 뛰어내렸다"며 "너무 화가 나 욕을 하면서 여기서 왜 뛰어내리느냐고 소리를 질렀다"고 반박했습니다.
다이버들이 물속으로 들어갈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고, 급히 출발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부인했습니다.
스쿠버 다이빙 전문가들은 해상 한가운데서 이뤄지는 보트 다이빙의 경우, 다이버들을 내려준 뒤 선장이 근처에서 5분 정도 머물러줘야 한다고 말합니다. 장비 유실이나 결함, 다이버 부상 등 갑작스러운 출수(出水) 사태가 벌어질 땐, 다이버들을 다시 배에 태우고 나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선장 E 씨는 "출수한 다이버들을 마저 올리는 데만 5분이 걸렸다"며 "출수를 마친 뒤 곧바로 출발한 것도 아니고, 유압도 꺼야 하고 배에서 물도 뽑아내야 해 시간이 더 걸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E 씨는 "다이버들은 움직이면 (물방울이) 보글보글하는 게 보인다"며 "그날은 (사고 지점 주변에) 우리 배밖에 없었고, 버블을 지켜봤는데 5m, 10m씩 서서히 멀어졌다"며 피해자 일행을 계속 지켜봤다고 주장했습니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유족들은 철저한 사고 원인 조사와 책임 규명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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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자: 허지영 민소영 인포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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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② 20대 다이버는 왜 숨졌나…서로 다른 진술, 사고 쟁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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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2-01-12 07:00:09
- 수정2022-01-12 20:27:50
한 달 전, 제주 서귀포 해상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하던 20대 여성 관광객이 숨졌습니다. 피해자는 당시 29살 문 모 씨입니다. 문 씨는 바다로 입수한 뒤 얼마 안 돼 다이버들을 태우는 선박 아래 있는 '스크루'에 크게 다쳐 현장에서 숨졌습니다. 어떻게 이런 사고가 발생한 걸까요? KBS는 사고 당시 상황과 원인을 짚어보는 연속보도를 준비했습니다. |
제주 스쿠버 다이빙 사망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해경의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사고 현장에 있던 다이빙 강사와 선장의 진술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지난달 11일(2021년 12월 11일) 낮 12시 40분쯤, 피해자 문 씨 일행은 서귀포 문섬 일대로 '보트(boat) 다이빙'을 나갔습니다. 피해자 일행은 문 씨를 포함해 강사 3명과 다이버 4명 등 모두 7명. 이중 제주 현지 다이빙숍 강사 1명이 총괄 인솔을 맡았습니다.
이들은 사전에 예약한 레저 선박을 타고, 다이빙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당시 배엔 피해자 일행과 또 다른 다이빙팀이 타고 있었는데, 배는 합승한 팀을 먼저 내려준 뒤 피해자 일행이 다이빙할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 쟁점① "한 선박에서 두 팀이 동시간대에 입·출수"
배 위에서 입수(入水)를 준비하던 이들은 다이빙 장소에 도착한 직후 "당황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당초 다이빙 선박의 왼쪽에 설치된 리프트(승강기)를 통해 차례로 바다로 들어갈 예정이었는데, 다이빙을 마치고 물 밖으로 나온 또 다른 팀이 배에 타기 위해 리프트 쪽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피해자 일행 A 씨는 "당초 입수 계획과는 달라 우왕좌왕하고 있던 사이, 현지 다이빙 강사가 먼저 리프트가 설치돼있지 않은 배 오른쪽으로 입수했다"며 "선장이 '왜 그쪽으로 내리느냐'고 화를 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일행 B 씨는 "(선장이) 리프트를 작동하면서 우리에게 빨리 내리라는 식으로 재촉했다"며 "입수 전에 마스크를 잘 잡고, 자세를 취한 뒤 뛰어내리는데 준비하는 시간이 매우 짧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이어 B 씨는 "제주에서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며 "보통 선박은 바다에 내려준 다이빙팀을 기다렸다가, 그 팀을 배에 태워 항구로 돌아온다"고 덧붙였습니다.
■ 쟁점② "잠수 시도하던 중 선박 움직였다"
겨울 바다로 뛰어든 이들은 각자 짝을 이뤄, 바닷속으로 깊이 들어가기 위해 잠수했습니다. 그런데 수심 1~2m 위치에서 하강을 시도한 지 얼마 안 돼, 이들이 타고 내린 선박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한 목격자는 말했습니다.
일행 C 씨는 "다이빙 기록을 보니, 1분 20초경에 내려가자는 신호를 받고 하강을 시도했던 것 같다"며 "1분 40초가 찍혔을 때 수심 3m가 찍힌 걸 보면, 30초가 안 돼 사고가 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C 씨는 당시 자신이 일행을 놓쳤다고 착각해, 혼자 3m 아래까지 잠수한 뒤 수면으로 올라왔다고 덧붙였습니다.
■ 다이빙 강사·선장의 엇갈리는 진술
한 선박에서 입수와 출수를 동시에 했다는 쟁점에 대해, 양측은 상반된 입장을 내놨습니다.
현지 다이빙 강사 D 씨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왜 입수(入水)와 출수(出水)가 동시에 이뤄진 건지 납득이 안 된다"며 "(선장에게) 관련 안내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도착한 곳이 예정된 다이빙 장소는 아니었지만, 선장의 지시가 있어 바다에 들어갔다고 주장했습니다.
D 씨는 "보통 선장이 물때와 바람 등을 고려해 최적의 장소에 다이버들을 내려준다"며 "생각보다 먼 곳에 배를 세웠지만, 조류 등을 고려해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고, 뛰어내리라는 선장 지시를 받아 입수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선장은 상반된 진술을 내놨습니다. 입·출수가 동시에 이뤄진 점은 사전에 양해를 구했고, 다이빙 강사에게는 입수 신호를 준 적이 없다는 겁니다.
선장 E 씨는 "예정보다 빨리 수면에 떠오른 또 다른 다이버들을 태운 뒤, 다이빙을 진행하겠다고 안내했다"며 "배에 타고 있던 7명이 모두 '예'라고 답했다"고 말했습니다.
E 씨는 "또 다른 다이버들을 태우려고 리프트(승강기)를 내리는 찰나에, 강사 일행이 마음대로 바다에 뛰어내렸다"며 "너무 화가 나 욕을 하면서 여기서 왜 뛰어내리느냐고 소리를 질렀다"고 반박했습니다.
다이버들이 물속으로 들어갈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고, 급히 출발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부인했습니다.
스쿠버 다이빙 전문가들은 해상 한가운데서 이뤄지는 보트 다이빙의 경우, 다이버들을 내려준 뒤 선장이 근처에서 5분 정도 머물러줘야 한다고 말합니다. 장비 유실이나 결함, 다이버 부상 등 갑작스러운 출수(出水) 사태가 벌어질 땐, 다이버들을 다시 배에 태우고 나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선장 E 씨는 "출수한 다이버들을 마저 올리는 데만 5분이 걸렸다"며 "출수를 마친 뒤 곧바로 출발한 것도 아니고, 유압도 꺼야 하고 배에서 물도 뽑아내야 해 시간이 더 걸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E 씨는 "다이버들은 움직이면 (물방울이) 보글보글하는 게 보인다"며 "그날은 (사고 지점 주변에) 우리 배밖에 없었고, 버블을 지켜봤는데 5m, 10m씩 서서히 멀어졌다"며 피해자 일행을 계속 지켜봤다고 주장했습니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유족들은 철저한 사고 원인 조사와 책임 규명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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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자: 허지영 민소영 인포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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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영 기자 tangerin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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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소영 기자 missionalis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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