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 누락된 민간인 학살 희생자 ‘1만 4955명’

입력 2022.01.12 (19:43) 수정 2022.01.1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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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부가 진실규명을 통해 6.25 전쟁 직후 억울하게 학살된 민간인 희생자로 공식 인정한 것만 약 2만 명에 이릅니다.

그런데 희생자 유족들 대부분이 고령이다보니 국가배상청구 소송 시기를 놓쳐 국가로부터 아무런 배상도 받지 못한 사람들이 만 4천여 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정재훈 기자입니다.

[리포트]

골령골 학살터 비석 앞에서 백발인 81살 박용부 씨 부부가 머리를 숙입니다.

박 씨의 아버지는 1948년 여순사건에 연루됐다 6·25전쟁 때 골령골에서 총살당했습니다.

박 씨는 2008년 정부에 진실규명을 신청했고,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냈습니다.

하지만 국가로부터 배상은 받지 못했습니다.

진실규명 결정은 받았지만, 국가배상청구권 소멸시효인 3년 안에 소송을 제기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박용부/여수·순천사건 골령골 희생자 유족 : "빨갱이 새끼다, 공산당 새끼다. 그렇게 살았는데 학교를 국민학교 밖에 안 나왔습니다. 그러니 뭘 알아요. 뭔 소리를 내가 들을 줄 알아요?"]

6·25전쟁 직후 골령골에서 아버지를 잃은 79살 김종구 씨도 진실규명 이후 집단 소송을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복잡한 소송 과정을 살피지 못하는 사이 이름이 누락 됐고 결국, 배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김종구/여수·순천사건 골령골 희생자 유족 : "변호사비도 60만 원 주고 송달료도 10만 원을 냈는데 아무 소식이 없어서 뒤늦게 와보니까 접수가 안 된 거예요. 나 자신을 원망했습니다. 내가 못 배운 것이 서럽다."]

대법원은 2013년 당시 민간인 희생자 국가배상청구소송에서, 청구권 소멸시효는 진실화해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을 안 날로부터 3년 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때문에 골령골을 비롯해 진실규명 결정을 받은 6.25 민간인 학살 희생자 2만 6백여 명 가운데, 제 때 소송을 제기해 배상을 받은 유족들은 5천 6백여 명에 불과합니다.

대부분 고령의 노인들이다보니 72%에 달하는 만 4천 9백여 명이 소멸시효 기간을 놓쳐 각하되면서 한 푼도 받지 못했습니다.

[정근식/2기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 : "고령자임을 감안해서 여러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어떻게 할 수 없는 그런 (법적) 요인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대법원은 2013년 민사소송 방식의 국가배상청구 방식은 소송을 제기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차별될 수밖에 없다며 국회와 정부가 특별법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러나 민간 학살 희생자에 대한 국가의 배상 의무를 담은 과거사 정리법 개정안은 2017년부터 지금까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정재훈입니다.

촬영기자:박평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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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상 누락된 민간인 학살 희생자 ‘1만 4955명’
    • 입력 2022-01-12 19:43:50
    • 수정2022-01-12 20:16:13
    뉴스7(대전)
[앵커]

정부가 진실규명을 통해 6.25 전쟁 직후 억울하게 학살된 민간인 희생자로 공식 인정한 것만 약 2만 명에 이릅니다.

그런데 희생자 유족들 대부분이 고령이다보니 국가배상청구 소송 시기를 놓쳐 국가로부터 아무런 배상도 받지 못한 사람들이 만 4천여 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정재훈 기자입니다.

[리포트]

골령골 학살터 비석 앞에서 백발인 81살 박용부 씨 부부가 머리를 숙입니다.

박 씨의 아버지는 1948년 여순사건에 연루됐다 6·25전쟁 때 골령골에서 총살당했습니다.

박 씨는 2008년 정부에 진실규명을 신청했고,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냈습니다.

하지만 국가로부터 배상은 받지 못했습니다.

진실규명 결정은 받았지만, 국가배상청구권 소멸시효인 3년 안에 소송을 제기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박용부/여수·순천사건 골령골 희생자 유족 : "빨갱이 새끼다, 공산당 새끼다. 그렇게 살았는데 학교를 국민학교 밖에 안 나왔습니다. 그러니 뭘 알아요. 뭔 소리를 내가 들을 줄 알아요?"]

6·25전쟁 직후 골령골에서 아버지를 잃은 79살 김종구 씨도 진실규명 이후 집단 소송을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복잡한 소송 과정을 살피지 못하는 사이 이름이 누락 됐고 결국, 배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김종구/여수·순천사건 골령골 희생자 유족 : "변호사비도 60만 원 주고 송달료도 10만 원을 냈는데 아무 소식이 없어서 뒤늦게 와보니까 접수가 안 된 거예요. 나 자신을 원망했습니다. 내가 못 배운 것이 서럽다."]

대법원은 2013년 당시 민간인 희생자 국가배상청구소송에서, 청구권 소멸시효는 진실화해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을 안 날로부터 3년 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때문에 골령골을 비롯해 진실규명 결정을 받은 6.25 민간인 학살 희생자 2만 6백여 명 가운데, 제 때 소송을 제기해 배상을 받은 유족들은 5천 6백여 명에 불과합니다.

대부분 고령의 노인들이다보니 72%에 달하는 만 4천 9백여 명이 소멸시효 기간을 놓쳐 각하되면서 한 푼도 받지 못했습니다.

[정근식/2기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 : "고령자임을 감안해서 여러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어떻게 할 수 없는 그런 (법적) 요인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대법원은 2013년 민사소송 방식의 국가배상청구 방식은 소송을 제기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차별될 수밖에 없다며 국회와 정부가 특별법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러나 민간 학살 희생자에 대한 국가의 배상 의무를 담은 과거사 정리법 개정안은 2017년부터 지금까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정재훈입니다.

촬영기자:박평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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