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진 노인 12시간 바닥 방치한 요양원…노인보호기관 “방임”

입력 2022.01.22 (06:40) 수정 2022.01.22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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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양원에 머물고 있던 80대 치매 노인이 화장실에서 쓰러져 다쳤는데도 10시간 넘게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대학 병원에서는 고관절 골절과 급성 폐렴 진단까지 받았습니다.

민정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침대에 누워 있던 노인이, 서서히 일어나 화장실로 갑니다.

노인은 화장실에서 쓰러졌지만, 요양보호사들은 밖에서 지켜보기만 하며 우왕좌왕합니다.

쓰러진 지 18분 뒤인 저녁 8시 51분에야 노인은 화장실에서 요양원 방 바닥으로 옮겨졌습니다.

이 노인은 치매 4급인 80대 송 모 씨로, 이 상태로 응급 처치 없이 12시간을 바닥에서 보냈습니다.

대학병원으로 옮겨진 건 사흘 뒤였는데, 고관절이 골절된 상태였습니다.

몸에선 욕창이 세 군데 발견됐고, 요로 감염과 급성 폐렴 진단도 받았습니다.

[송승훈/피해자 아들 : "저는 그 일이 있고 난 이후에 한 새벽 5시에 깨요. 벌떡벌떡 깨요."]

전북노인보호전문기관은 이 요양원이 송 씨를 방임하고 성적으로 학대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송 씨가 사고 다음 날 아침, 통증을 호소했는데도 간호 인력이나 보호자에게 알리지 않고 의료적 처치도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다른 입소자들이 깨어있는 시간 동안에 가림막 없이 기저귀를 가는 건 성적 수치심을 주는 학대라고 판단했습니다.

["코로나라고 못 들어가게 하잖아요. 뭐 볼 수도 없고 전화도 하지 말라고 하고, 오지 말라고 그러고. 그 아크릴판 넘어서 아버지 손도 제대로 못 잡아보고..."]

요양원 측은 송 씨에게 폭력적인 성향이 있어 대응이 늦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요양원 관계자/음성변조 : "이 정도 폭력성이 있는 건 처음이라 우리 선생님들이 그냥 평상시에는 연락을 하는데 갑자기 좀 정신이 없어서 못 한 것 같아요."]

전북 완주군청은 해당 요양원을 조사한 뒤 행정처분을 내릴지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민정희입니다.

촬영기자:류재현 최석규/영상편집:신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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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넘어진 노인 12시간 바닥 방치한 요양원…노인보호기관 “방임”
    • 입력 2022-01-22 06:40:53
    • 수정2022-01-22 06: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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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양원에 머물고 있던 80대 치매 노인이 화장실에서 쓰러져 다쳤는데도 10시간 넘게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대학 병원에서는 고관절 골절과 급성 폐렴 진단까지 받았습니다.

민정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침대에 누워 있던 노인이, 서서히 일어나 화장실로 갑니다.

노인은 화장실에서 쓰러졌지만, 요양보호사들은 밖에서 지켜보기만 하며 우왕좌왕합니다.

쓰러진 지 18분 뒤인 저녁 8시 51분에야 노인은 화장실에서 요양원 방 바닥으로 옮겨졌습니다.

이 노인은 치매 4급인 80대 송 모 씨로, 이 상태로 응급 처치 없이 12시간을 바닥에서 보냈습니다.

대학병원으로 옮겨진 건 사흘 뒤였는데, 고관절이 골절된 상태였습니다.

몸에선 욕창이 세 군데 발견됐고, 요로 감염과 급성 폐렴 진단도 받았습니다.

[송승훈/피해자 아들 : "저는 그 일이 있고 난 이후에 한 새벽 5시에 깨요. 벌떡벌떡 깨요."]

전북노인보호전문기관은 이 요양원이 송 씨를 방임하고 성적으로 학대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송 씨가 사고 다음 날 아침, 통증을 호소했는데도 간호 인력이나 보호자에게 알리지 않고 의료적 처치도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다른 입소자들이 깨어있는 시간 동안에 가림막 없이 기저귀를 가는 건 성적 수치심을 주는 학대라고 판단했습니다.

["코로나라고 못 들어가게 하잖아요. 뭐 볼 수도 없고 전화도 하지 말라고 하고, 오지 말라고 그러고. 그 아크릴판 넘어서 아버지 손도 제대로 못 잡아보고..."]

요양원 측은 송 씨에게 폭력적인 성향이 있어 대응이 늦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요양원 관계자/음성변조 : "이 정도 폭력성이 있는 건 처음이라 우리 선생님들이 그냥 평상시에는 연락을 하는데 갑자기 좀 정신이 없어서 못 한 것 같아요."]

전북 완주군청은 해당 요양원을 조사한 뒤 행정처분을 내릴지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민정희입니다.

촬영기자:류재현 최석규/영상편집:신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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