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언니 문 좀 열어 줘요”…차창 밖 헤어진 자매 ‘이산의 슬픔’

입력 2022.01.27 (18:01) 수정 2022.01.27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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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ET 콕입니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12월.

아버지는 피난선에 올라탔지만 장남 '덕수'는 등에 업은 동생을 놓쳐 버립니다.

["막순아, 막순아! 내 막순이 잃어버렸습니다."]

훗날 '덕수'가 LA에 사는 여동생을 확인하는 장면.

관객석에서 수많은 이들이 눈물을 훔친 이유는 누구보다 이산의 아픔에 공감한 때문일 겁니다.

통일부에 따르면 이산가족찾기를 신청한 13만 3천여 명 가운데 생존자는 4만 7천여 명에 불과했습니다.

절반 이상이 이산의 한을 끝내 풀지 못하고 눈을 감은 셈입니다.

이런 통계는 전에도 발표된 것이지만 더욱 각별하게 다가오는 건 설 연휴를 앞둔 때문일 겁니다.

맏아들이 돌아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이사 한 번 않고 같은 집에 살아온 노모가 있는가 하면, 빛바랜 사진 한 장 품고 평생을 살아온 아버지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들의 사무치는 마음을 달래주던 임진각 망향경모제는 코로나 영향으로 이번 설 역시 온라인으로 진행된다고 합니다.

우리의 이산가족은 모두가 소설이나 영화가 되고도 남을 사연을 갖고 있습니다.

1983년 KBS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특별 생방송에선 만 건이 상봉에 성공했습니다.

같은 시장통에서 수십 년을 티격태격하던 이웃 점포 아줌마가 자매로 확인되는 등 숱한 사연을 남겼습니다.

폭발적인 반응으로 첫날 방송이 당초 예정 시간에 2시간 30분을 연장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산가족 상봉 행사.

아흔한 살의 할아버지가 들것에 실려 금강산으로 가던 광경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어렵사리 구급차에 몸을 실은 이유, 짐작이 가고도 남습니다.

할아버지는 북한에 있는 아들 딸을 만나고 온 한 달여 뒤 숨을 거뒀습니다.

헤어질 때마다 버스 차창을 사이에 두고 손바닥을 마주한 절절한 모습이 반도를 울렸습니다.

["언니, 웃어. 웃으라구."]

["문 좀 열어 주세요."]

서신 교환도, 재상봉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짧은 만남의 기억을 부둥켜 안고 살아가야 하는 아픔입니다.

차라리 만나지 말고 그리움 속에 살걸, 후회하는 가족들도 많다고 합니다.

이산가족상봉 행사가 2018년 8월에 마지막으로 열렸으니 '눈물의 상봉'도 어느덧 4년이 돼 갑니다.

이제나 저제나 발을 구르는데도 달리 소식이 없어 안타깝습니다.

북쪽에 있는 가족들도 그럴 것입니다.

이들 모두에게 시간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

통일부는 "남북 기대수명 차이를 생각하면 이산가족 1세대의 대면상봉은 지금부터 사실상 5년 정도"라고 전망했습니다.

지금까지 ET 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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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1-27 18:01:43
    • 수정2022-01-27 18:13:40
    통합뉴스룸ET
이어서 ET 콕입니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12월.

아버지는 피난선에 올라탔지만 장남 '덕수'는 등에 업은 동생을 놓쳐 버립니다.

["막순아, 막순아! 내 막순이 잃어버렸습니다."]

훗날 '덕수'가 LA에 사는 여동생을 확인하는 장면.

관객석에서 수많은 이들이 눈물을 훔친 이유는 누구보다 이산의 아픔에 공감한 때문일 겁니다.

통일부에 따르면 이산가족찾기를 신청한 13만 3천여 명 가운데 생존자는 4만 7천여 명에 불과했습니다.

절반 이상이 이산의 한을 끝내 풀지 못하고 눈을 감은 셈입니다.

이런 통계는 전에도 발표된 것이지만 더욱 각별하게 다가오는 건 설 연휴를 앞둔 때문일 겁니다.

맏아들이 돌아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이사 한 번 않고 같은 집에 살아온 노모가 있는가 하면, 빛바랜 사진 한 장 품고 평생을 살아온 아버지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들의 사무치는 마음을 달래주던 임진각 망향경모제는 코로나 영향으로 이번 설 역시 온라인으로 진행된다고 합니다.

우리의 이산가족은 모두가 소설이나 영화가 되고도 남을 사연을 갖고 있습니다.

1983년 KBS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특별 생방송에선 만 건이 상봉에 성공했습니다.

같은 시장통에서 수십 년을 티격태격하던 이웃 점포 아줌마가 자매로 확인되는 등 숱한 사연을 남겼습니다.

폭발적인 반응으로 첫날 방송이 당초 예정 시간에 2시간 30분을 연장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산가족 상봉 행사.

아흔한 살의 할아버지가 들것에 실려 금강산으로 가던 광경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어렵사리 구급차에 몸을 실은 이유, 짐작이 가고도 남습니다.

할아버지는 북한에 있는 아들 딸을 만나고 온 한 달여 뒤 숨을 거뒀습니다.

헤어질 때마다 버스 차창을 사이에 두고 손바닥을 마주한 절절한 모습이 반도를 울렸습니다.

["언니, 웃어. 웃으라구."]

["문 좀 열어 주세요."]

서신 교환도, 재상봉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짧은 만남의 기억을 부둥켜 안고 살아가야 하는 아픔입니다.

차라리 만나지 말고 그리움 속에 살걸, 후회하는 가족들도 많다고 합니다.

이산가족상봉 행사가 2018년 8월에 마지막으로 열렸으니 '눈물의 상봉'도 어느덧 4년이 돼 갑니다.

이제나 저제나 발을 구르는데도 달리 소식이 없어 안타깝습니다.

북쪽에 있는 가족들도 그럴 것입니다.

이들 모두에게 시간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

통일부는 "남북 기대수명 차이를 생각하면 이산가족 1세대의 대면상봉은 지금부터 사실상 5년 정도"라고 전망했습니다.

지금까지 ET 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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