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승객 25% 사라진 서울 지하철…무임승차만 ‘2억 명’

입력 2022.02.03 (06:00) 수정 2022.02.03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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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민의 발'로 불리는 지하철 역시 코로나19의 직격탄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재택근무의 영향으로 2년 연속 승객이 급감했기 때문인데요.

무임수송 등으로 인한 고질적인 재정난에 운수수입까지 크게 줄면서, 서울 지하철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2년을 보냈습니다.

■ 코로나19 전보다 승객 4분의 1 감소…수입 4,825억 원↓

서울교통공사는 서울 지하철 1~8호선과 9호선 2, 3단계(언주~중앙보훈병원) 구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공사가 오늘(3일) 발표한 '2021년 수송 인원 분석결과'를 살펴보면, 지난해 승객은 19억 5,103만 명으로 2020년보다 1,657만 명(0.9%)이 늘었습니다.

총 인원만 보면 아주 살짝 늘었지만, 2020년과 비교했을 때 새로 개통한 역들(5호선 강일・하남시청・하남검단산역, 8호선 남위례역)을 생각하면 사실상 현상 유지 수준입니다.

게다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승객 4명 중 1명이 떨어져 나간 셈입니다. 2019년 한 해 총 수송 인원은 26억 7,143만 명이었습니다.


승객 감소는 자연히 운수수입 감소로 이어집니다. 2019년 1조 6,367억 원에서 2020년 1조 1,932억 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지난해에도 1조 1,542억 원으로 한 번 더 감소했습니다.

서울교통공사는 코로나19 때문으로 추정되는 운수수입 감소분은 4,825억 원이라며, 지난해 적자 금액으로 추정되는 1조 원대 초반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2020년분까지 더할 경우, 감소분은 9천억 원대에 달합니다.

[연관 기사] “역 이름 팔면 얼마?”…‘1조 적자’ 서울 지하철이 살아남는 법 (2022.01.24.)

■ 재택근무 영향으로 '강남역·종각역' 승객 줄어

조금 더 세부적으로 따져볼까요. 2020년과 비교했을 때 승객 감소 폭이 가장 큰 역은 2호선 강남역이었습니다. 하루 평균 6,290명이 줄었죠. 다음으로는 1호선 종각역(5,263명 감소), 2호선 강변역(3,304명 감소) 순이었습니다.

강남역과 종각역은 회사들이 밀집한 상업·업무지구인데,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서 이용객이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강변역의 경우 경기도에 지하철 노선(5호선 하남연장선·경강선 등)이 개통된 뒤 활성화되면서, 버스를 타는 인원이 줄어든 영향으로 추정됩니다.


승객이 오히려 늘어난 역도 있었습니다. 2호선 성수역은 하루 평균 4,275명, 5호선 여의나루역은 하루 평균 4,065명이 늘었는데요.

성수역은 근처 카페거리와 수제화거리 등이 인기를 끌고 소규모 회사들이 입점하면서 방문객이 늘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여의나루역은 지난해 2월 여의도 '더 현대 서울'이 문을 열고 나들이객이 증가하면서 승객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 '무임승차' 얼마나 되길래?…65살 이상 노인이 83%

서울교통공사는 만성 적자의 이유로 '무임수송'을 꼽고 있습니다. 지난해 지하철 1~8호선 전체 무임수송 인원은 2억 574만 명으로, 전체 승객의 15.9%로 집계됐습니다. 2020년보다 1,000만 명 넘게 늘었습니다. 이를 운임으로 환산하면 2,784억 원 정도입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65살 이상 노인이 83%로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 승객의 인원과 비율은 가파른 증가세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이 밖에 장애인이 16.0%, 국가유공자나 독립유공자 등이 1%를 각각 차지하고 있습니다.

서울교통공사는 이 같은 무임수송 손실에 대응하기 위해 중앙 정부의 지원과 도시철도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전국 6개 도시철도 운영기관 노·사는 지난달 25일 부산에 모여 무임수송 국비 보전에 대한 건의문을 채택했는데요. 이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정당 대선캠프에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 'N잡러' 서울 지하철…4분의 1은 '비운수수입'

하지만 서울교통공사가 마냥 정부 지원만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닙니다. 이른바 'N잡러'(본업 외에도 여러 개의 직업을 가짐)로서, 다양한 부업에 나서고 있는데요.

지난해 기준으로 운수수입은 1조 1,542억 원(75.6%), 비운수수입은 3,732억 원(24.4%)이었으니 예상 외로 비운수수입의 비중이 꽤 높죠.

2019년에는 운수수입이 1조 6,367억 원(81.6%), 비운수수입이 3,678억 원(18.4%)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코로나19 이후 운수수입이 급감하면서 비운수수입 비중이 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서울교통공사가 대체 어떤 사업들을 하고 있는지 좀 더 들여다봤습니다. 가장 비중이 큰 건 역시 '상가 임대' 사업으로, 692억 원 정도의 수입을 올렸습니다. 최근에는 단순 상가 임대뿐 아니라 의원·약국 등 메디컬존이나 공유오피스 등을 꾸려 다양화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이동통신 서비스공간 임대사업'이 517억 원을 차지했습니다. 지하철 내에 기지실을 짓도록 이동통신 3사와 회선임대사업자에게 일정한 면적을 제공하고 그에 따른 대가를 받았습니다.

광고비도 433억 원 정도로 많았습니다. 지하철 역사나 스크린도어, 전동차 내부는 물론 음성광고와 역명병기 유상판매 사업까지 포함된 금액입니다.

또 5호선·7호선 연장구간 위탁운영과 GTX-A 관리, 서부선 컨설팅 사업 등 국내 철도사업으로 66억 원, 역사 내 간이 판매대 등 조례편의시설 임대로 30억 원을 벌었습니다.

공사 소유인 용답동 골프장 부지 임대 수익도 22억 원이었고, 호주 시드니·베트남 다낭·페루 리마·인도 델리 등 해외 도시철도 운영 컨설팅사업으로도 10억 원가량을 벌었습니다.

서울교통공사는 "이 외에도 단기적으로 물품이나 자산을 매각해 수입을 얻고 있고, 소소하게는 '또타'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는 사업 등 다양한 수입확대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인포그래픽: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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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이후 승객 25% 사라진 서울 지하철…무임승차만 ‘2억 명’
    • 입력 2022-02-03 06:00:24
    • 수정2022-02-03 08:08:29
    취재K

'서울 시민의 발'로 불리는 지하철 역시 코로나19의 직격탄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재택근무의 영향으로 2년 연속 승객이 급감했기 때문인데요.

무임수송 등으로 인한 고질적인 재정난에 운수수입까지 크게 줄면서, 서울 지하철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2년을 보냈습니다.

■ 코로나19 전보다 승객 4분의 1 감소…수입 4,825억 원↓

서울교통공사는 서울 지하철 1~8호선과 9호선 2, 3단계(언주~중앙보훈병원) 구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공사가 오늘(3일) 발표한 '2021년 수송 인원 분석결과'를 살펴보면, 지난해 승객은 19억 5,103만 명으로 2020년보다 1,657만 명(0.9%)이 늘었습니다.

총 인원만 보면 아주 살짝 늘었지만, 2020년과 비교했을 때 새로 개통한 역들(5호선 강일・하남시청・하남검단산역, 8호선 남위례역)을 생각하면 사실상 현상 유지 수준입니다.

게다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승객 4명 중 1명이 떨어져 나간 셈입니다. 2019년 한 해 총 수송 인원은 26억 7,143만 명이었습니다.


승객 감소는 자연히 운수수입 감소로 이어집니다. 2019년 1조 6,367억 원에서 2020년 1조 1,932억 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지난해에도 1조 1,542억 원으로 한 번 더 감소했습니다.

서울교통공사는 코로나19 때문으로 추정되는 운수수입 감소분은 4,825억 원이라며, 지난해 적자 금액으로 추정되는 1조 원대 초반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2020년분까지 더할 경우, 감소분은 9천억 원대에 달합니다.

[연관 기사] “역 이름 팔면 얼마?”…‘1조 적자’ 서울 지하철이 살아남는 법 (2022.01.24.)

■ 재택근무 영향으로 '강남역·종각역' 승객 줄어

조금 더 세부적으로 따져볼까요. 2020년과 비교했을 때 승객 감소 폭이 가장 큰 역은 2호선 강남역이었습니다. 하루 평균 6,290명이 줄었죠. 다음으로는 1호선 종각역(5,263명 감소), 2호선 강변역(3,304명 감소) 순이었습니다.

강남역과 종각역은 회사들이 밀집한 상업·업무지구인데,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서 이용객이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강변역의 경우 경기도에 지하철 노선(5호선 하남연장선·경강선 등)이 개통된 뒤 활성화되면서, 버스를 타는 인원이 줄어든 영향으로 추정됩니다.


승객이 오히려 늘어난 역도 있었습니다. 2호선 성수역은 하루 평균 4,275명, 5호선 여의나루역은 하루 평균 4,065명이 늘었는데요.

성수역은 근처 카페거리와 수제화거리 등이 인기를 끌고 소규모 회사들이 입점하면서 방문객이 늘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여의나루역은 지난해 2월 여의도 '더 현대 서울'이 문을 열고 나들이객이 증가하면서 승객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 '무임승차' 얼마나 되길래?…65살 이상 노인이 83%

서울교통공사는 만성 적자의 이유로 '무임수송'을 꼽고 있습니다. 지난해 지하철 1~8호선 전체 무임수송 인원은 2억 574만 명으로, 전체 승객의 15.9%로 집계됐습니다. 2020년보다 1,000만 명 넘게 늘었습니다. 이를 운임으로 환산하면 2,784억 원 정도입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65살 이상 노인이 83%로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 승객의 인원과 비율은 가파른 증가세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이 밖에 장애인이 16.0%, 국가유공자나 독립유공자 등이 1%를 각각 차지하고 있습니다.

서울교통공사는 이 같은 무임수송 손실에 대응하기 위해 중앙 정부의 지원과 도시철도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전국 6개 도시철도 운영기관 노·사는 지난달 25일 부산에 모여 무임수송 국비 보전에 대한 건의문을 채택했는데요. 이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정당 대선캠프에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 'N잡러' 서울 지하철…4분의 1은 '비운수수입'

하지만 서울교통공사가 마냥 정부 지원만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닙니다. 이른바 'N잡러'(본업 외에도 여러 개의 직업을 가짐)로서, 다양한 부업에 나서고 있는데요.

지난해 기준으로 운수수입은 1조 1,542억 원(75.6%), 비운수수입은 3,732억 원(24.4%)이었으니 예상 외로 비운수수입의 비중이 꽤 높죠.

2019년에는 운수수입이 1조 6,367억 원(81.6%), 비운수수입이 3,678억 원(18.4%)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코로나19 이후 운수수입이 급감하면서 비운수수입 비중이 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서울교통공사가 대체 어떤 사업들을 하고 있는지 좀 더 들여다봤습니다. 가장 비중이 큰 건 역시 '상가 임대' 사업으로, 692억 원 정도의 수입을 올렸습니다. 최근에는 단순 상가 임대뿐 아니라 의원·약국 등 메디컬존이나 공유오피스 등을 꾸려 다양화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이동통신 서비스공간 임대사업'이 517억 원을 차지했습니다. 지하철 내에 기지실을 짓도록 이동통신 3사와 회선임대사업자에게 일정한 면적을 제공하고 그에 따른 대가를 받았습니다.

광고비도 433억 원 정도로 많았습니다. 지하철 역사나 스크린도어, 전동차 내부는 물론 음성광고와 역명병기 유상판매 사업까지 포함된 금액입니다.

또 5호선·7호선 연장구간 위탁운영과 GTX-A 관리, 서부선 컨설팅 사업 등 국내 철도사업으로 66억 원, 역사 내 간이 판매대 등 조례편의시설 임대로 30억 원을 벌었습니다.

공사 소유인 용답동 골프장 부지 임대 수익도 22억 원이었고, 호주 시드니·베트남 다낭·페루 리마·인도 델리 등 해외 도시철도 운영 컨설팅사업으로도 10억 원가량을 벌었습니다.

서울교통공사는 "이 외에도 단기적으로 물품이나 자산을 매각해 수입을 얻고 있고, 소소하게는 '또타'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는 사업 등 다양한 수입확대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인포그래픽: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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