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피아노·바이올린 부수던 이 남자…4년 만에 환생?

입력 2022.02.03 (18:01) 수정 2022.02.03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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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ET콕입니다.

1984년 1월 1일 정오.

'비디오 아티스트'라는 생소한 이름으로 우리 앞에 나타난 한국인이 있었습니다.

백남준입니다.

이날 그의 작품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미국과 프랑스의 TV매체를 통해 전 세계로 생방송 돼 2천5백 만 명이 시청하는 대박을 냈습니다.

데뷔는 1963년 뉴욕이었습니다.

그의 삶은 도발과 실험의 연속이었습니다.

뉴욕 한복판에서 바이올린에 불을 붙이고, 피아노를 마구 때려 부수는 남자, 해외 토픽으로나 접하던 그를 비디오아티스트로 제대로 만난 건 84년 귀국 이후입니다.

텔레비전의 역기능에 예술적 해석을 내리겠다며 전자기술과 예술의 다양한 융합을 시도합니다.

[1986년 ‘바이바이 키플링’ 중계 : "이 옆에 있는 친구는 새로운 로봇인데 백남준 씨의 로보트 가족의 새로운 멤버입니다"]

대중과 친숙해진건 88올림픽을 기념해 만든 작품, 다다익선입니다.

모니터 1003대를 켜켜이 쌓아올린 브라운관에선 동서양 각국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흘러나옵니다.

하지만 핵심 부품이 낡으면서 30년 간 땜질 수선을 거듭했고, 2018년 2월 가동을 멈췄습니다.

다다익선에 다시 불이 켜졌다는 소식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4년간의 보존·복원 작업을 마치고 시험 운전에 들어갔다고 밝혔습니다.

고장난 모니터를 수리하고 일부는 평면 디스플레이로 교체했습니다.

백남준의 만년 대표작이 다시 빛을 보게 된 것입니다.

그가 세상을 떠난지 16년 만의 일입니다.

평소 백남준은 줄기세포 등 과학을 통한 생명 연장에도 관심이 컸지만 막상 작품 활동에 몰두하느라 건강 관리에는 소홀했습니다.

뇌졸중으로 쓰러져 몸의 반쪽이 마비되는 시련을 겪었습니다.

[백남준/2000년 : "몸은 여기에 있지만 마음은 서울에 있다고. 그러니까 나의 정성만은 좀 알아달라고..."]

2006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그는 비빔밥 예찬론자로도 이름을 알렸습니다.

고슬고슬한 밥과 갖은 나물에 고추장 듬뿍 넣고 참기름 한 방울 톡 떨어뜨린 비빔밥.

고인이 된 그의 아내 구보타 시게코 여사는 "모든 것을 섞는 한국의 비빔밥이 자신의 예술품과 비슷하다고 말하곤 했다"며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비빔밥에 대한 회상으로 풀어낸 바 있습니다.

작품 속에 녹아든 소통과 융합의 정신이 다다익선의 불빛으로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수리에 쓰인 중고품이 얼마나 버텨줄지가 여전히 숙제긴 하지만.

백남준의 작품 철학을 되돌아보는 감상의 자리가 될 걸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ET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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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T] 피아노·바이올린 부수던 이 남자…4년 만에 환생?
    • 입력 2022-02-03 18:01:09
    • 수정2022-02-03 18:28:44
    통합뉴스룸ET
이어서 ET콕입니다.

1984년 1월 1일 정오.

'비디오 아티스트'라는 생소한 이름으로 우리 앞에 나타난 한국인이 있었습니다.

백남준입니다.

이날 그의 작품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미국과 프랑스의 TV매체를 통해 전 세계로 생방송 돼 2천5백 만 명이 시청하는 대박을 냈습니다.

데뷔는 1963년 뉴욕이었습니다.

그의 삶은 도발과 실험의 연속이었습니다.

뉴욕 한복판에서 바이올린에 불을 붙이고, 피아노를 마구 때려 부수는 남자, 해외 토픽으로나 접하던 그를 비디오아티스트로 제대로 만난 건 84년 귀국 이후입니다.

텔레비전의 역기능에 예술적 해석을 내리겠다며 전자기술과 예술의 다양한 융합을 시도합니다.

[1986년 ‘바이바이 키플링’ 중계 : "이 옆에 있는 친구는 새로운 로봇인데 백남준 씨의 로보트 가족의 새로운 멤버입니다"]

대중과 친숙해진건 88올림픽을 기념해 만든 작품, 다다익선입니다.

모니터 1003대를 켜켜이 쌓아올린 브라운관에선 동서양 각국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흘러나옵니다.

하지만 핵심 부품이 낡으면서 30년 간 땜질 수선을 거듭했고, 2018년 2월 가동을 멈췄습니다.

다다익선에 다시 불이 켜졌다는 소식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4년간의 보존·복원 작업을 마치고 시험 운전에 들어갔다고 밝혔습니다.

고장난 모니터를 수리하고 일부는 평면 디스플레이로 교체했습니다.

백남준의 만년 대표작이 다시 빛을 보게 된 것입니다.

그가 세상을 떠난지 16년 만의 일입니다.

평소 백남준은 줄기세포 등 과학을 통한 생명 연장에도 관심이 컸지만 막상 작품 활동에 몰두하느라 건강 관리에는 소홀했습니다.

뇌졸중으로 쓰러져 몸의 반쪽이 마비되는 시련을 겪었습니다.

[백남준/2000년 : "몸은 여기에 있지만 마음은 서울에 있다고. 그러니까 나의 정성만은 좀 알아달라고..."]

2006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그는 비빔밥 예찬론자로도 이름을 알렸습니다.

고슬고슬한 밥과 갖은 나물에 고추장 듬뿍 넣고 참기름 한 방울 톡 떨어뜨린 비빔밥.

고인이 된 그의 아내 구보타 시게코 여사는 "모든 것을 섞는 한국의 비빔밥이 자신의 예술품과 비슷하다고 말하곤 했다"며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비빔밥에 대한 회상으로 풀어낸 바 있습니다.

작품 속에 녹아든 소통과 융합의 정신이 다다익선의 불빛으로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수리에 쓰인 중고품이 얼마나 버텨줄지가 여전히 숙제긴 하지만.

백남준의 작품 철학을 되돌아보는 감상의 자리가 될 걸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ET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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