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과 법] 여순사건 희생자 ‘무죄’, 판결 의미는?

입력 2022.02.07 (19:39) 수정 2022.02.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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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얼마 전, 여순사건 당시 반란군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희생된 민간인들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는데요,

이번 판결이 나오게 된 이유와 의미, 이종완 변호사와 함께 오늘 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앞서 보신 것처럼 최근 여순사건 당시 희생된 민간인 12명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죠?

[답변]

네, 최근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여순사건과 관련해 억울하게 유죄를 인정받고 수감된 다음 학살당한 민간인 희생자 12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희생자들은 여순사건 당시 14연대 소속 군인들에 동조했다는 이유로 내란 및 포고령 위반 혐의로 영장도 없이 체포되었고요,

무기징역 등을 선고받고 형무소에 수감되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전쟁 발발 후 1950년 6월 대전시 산내동 골령골에 끌려가 끔찍하게도 학살을 당한 것입니다.

유족들은 법원에 고인들이 죄를 저지르지 않았으니 다시 판단을 해달라고 재심청구를 하였고요.

법원은 결국 무죄를 인정한 것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번에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이유는 뭔가요?

[답변]

네, 재판부는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들었는데요.

하나는 수사 절차가 잘못된 점, 다른 하나는 처벌의 근거가 되는 법령 자체가 무효인 점을 들었습니다.

사건 당시 민간인에 대한 체포와 감금, 고문이 무차별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재판부는 이렇게 불법 체포와 고문을 통해 얻어진 증거로는 유죄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고요.

또 형법은 그 내용을 국민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명확해야 하는데요.

이를 죄형법정주의라고 합니다.

그러나 당시 이들에 적용된 근거법령이 맥아더 장군의 포고령 제2호였는데요.

그 내용은‘공중치안이나 질서를 교란한 자는 사형 또는 타 형벌에 처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재판부는 이 포고령 제2호가 너무도 광범위하고 포괄적이기 때문에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되어서 무효인 법률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앵커]

그런데, 민간인 희생자가 재심을 통해 무죄판결 받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죠.

지난 2019년, 재심 개시가 결정된 뒤 세 번째라고요?

[답변]

그렇습니다.

재심이 시작될 수 있었던 것은 2009년도에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여순사건의 민간인들이 무고한 희생을 당했다는 것을 확인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유족들은 2011년도에 진실화해위원회의 결론을 토대로 법원에 기존 판결을 다시 판단을 해달라며 재심 청구를 하였습니다.

법원은 재심 결정을 내렸는데 검찰이 법원의 결정에 불복하면서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요,

2019년에 이르러서야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으로 재심이 개시될 수 있었습니다.

2020년 첫 번째 재심 사건에선 철도기관사로 일하다 내란 및 포고령 혐의로 처형당한 장환봉 씨에게 무죄를 선고하였고요.

지난해는 당시 철도원으로 근무했던 김영기 씨 등 9명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앵커]

짚고 넘어갈 게, 여순 사건 뿐만 아니라 우리 지역에선 한국전쟁 전후로 수많은 민간인 희생들이 있었다고 알려지는데요,

이들에 대한 진상규명은 어떻게 돼 가고 있나요?

[답변]

네. 이번 무죄판결은 진실화해위원회가 여순사건 관련 진실을 규명했기 때문에 가능했는데요,

진실화해위원회 2기가 지난해 출범되어 현재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광주와 전남지역의 경우 지난해를 기준으로 총 3,900여 건의 진실규명 신청이 접수되었고, 그중 2,300건에 대해 조사가 진행 중에 있다고 합니다.

국민들의 인권감수성이 높아져 새로운 유형의 사건들이 많이 접수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접수 기간은 올해 12월 9일까지고요.

이번에도 위원회의 적극적인 활동으로 억울한 희생자들의 진실이 밝혀졌으면 합니다.

[앵커]

그런데, 이런 움직임에도 희생당한 민간인이나 유족들이 피해를 구제받는 데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다고요?

[답변]

네, 워낙 과거의 일이다 보니 현행법 체계 하에서는 피해자들을 구제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피해액수 산정에 한계가 있고 그마저도 소멸시효 때문에 청구를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진실화해위원회 1기에서는 활동을 종료하면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집단희생사건에 대한 배보상 특별법 제정을 권고하기도 했는데요.

아직까지도 입법은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번 여순사건처럼 재심절차도 문제되는데요.

절차가 복잡한 것은 물론이고 관련 자료를 구하기도 힘들고요.

유족이 없거나, 사망한 경우에는 재심 청구 자체를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주4·3사건의 경우는 특별법을 통해 검찰이 직권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는데요.

이런 제도적 보완도 절실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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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건과 법] 여순사건 희생자 ‘무죄’, 판결 의미는?
    • 입력 2022-02-07 19:39:49
    • 수정2022-02-07 20:00:14
    뉴스7(광주)
[앵커]

얼마 전, 여순사건 당시 반란군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희생된 민간인들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는데요,

이번 판결이 나오게 된 이유와 의미, 이종완 변호사와 함께 오늘 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앞서 보신 것처럼 최근 여순사건 당시 희생된 민간인 12명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죠?

[답변]

네, 최근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여순사건과 관련해 억울하게 유죄를 인정받고 수감된 다음 학살당한 민간인 희생자 12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희생자들은 여순사건 당시 14연대 소속 군인들에 동조했다는 이유로 내란 및 포고령 위반 혐의로 영장도 없이 체포되었고요,

무기징역 등을 선고받고 형무소에 수감되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전쟁 발발 후 1950년 6월 대전시 산내동 골령골에 끌려가 끔찍하게도 학살을 당한 것입니다.

유족들은 법원에 고인들이 죄를 저지르지 않았으니 다시 판단을 해달라고 재심청구를 하였고요.

법원은 결국 무죄를 인정한 것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번에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이유는 뭔가요?

[답변]

네, 재판부는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들었는데요.

하나는 수사 절차가 잘못된 점, 다른 하나는 처벌의 근거가 되는 법령 자체가 무효인 점을 들었습니다.

사건 당시 민간인에 대한 체포와 감금, 고문이 무차별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재판부는 이렇게 불법 체포와 고문을 통해 얻어진 증거로는 유죄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고요.

또 형법은 그 내용을 국민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명확해야 하는데요.

이를 죄형법정주의라고 합니다.

그러나 당시 이들에 적용된 근거법령이 맥아더 장군의 포고령 제2호였는데요.

그 내용은‘공중치안이나 질서를 교란한 자는 사형 또는 타 형벌에 처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재판부는 이 포고령 제2호가 너무도 광범위하고 포괄적이기 때문에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되어서 무효인 법률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앵커]

그런데, 민간인 희생자가 재심을 통해 무죄판결 받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죠.

지난 2019년, 재심 개시가 결정된 뒤 세 번째라고요?

[답변]

그렇습니다.

재심이 시작될 수 있었던 것은 2009년도에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여순사건의 민간인들이 무고한 희생을 당했다는 것을 확인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유족들은 2011년도에 진실화해위원회의 결론을 토대로 법원에 기존 판결을 다시 판단을 해달라며 재심 청구를 하였습니다.

법원은 재심 결정을 내렸는데 검찰이 법원의 결정에 불복하면서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요,

2019년에 이르러서야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으로 재심이 개시될 수 있었습니다.

2020년 첫 번째 재심 사건에선 철도기관사로 일하다 내란 및 포고령 혐의로 처형당한 장환봉 씨에게 무죄를 선고하였고요.

지난해는 당시 철도원으로 근무했던 김영기 씨 등 9명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앵커]

짚고 넘어갈 게, 여순 사건 뿐만 아니라 우리 지역에선 한국전쟁 전후로 수많은 민간인 희생들이 있었다고 알려지는데요,

이들에 대한 진상규명은 어떻게 돼 가고 있나요?

[답변]

네. 이번 무죄판결은 진실화해위원회가 여순사건 관련 진실을 규명했기 때문에 가능했는데요,

진실화해위원회 2기가 지난해 출범되어 현재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광주와 전남지역의 경우 지난해를 기준으로 총 3,900여 건의 진실규명 신청이 접수되었고, 그중 2,300건에 대해 조사가 진행 중에 있다고 합니다.

국민들의 인권감수성이 높아져 새로운 유형의 사건들이 많이 접수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접수 기간은 올해 12월 9일까지고요.

이번에도 위원회의 적극적인 활동으로 억울한 희생자들의 진실이 밝혀졌으면 합니다.

[앵커]

그런데, 이런 움직임에도 희생당한 민간인이나 유족들이 피해를 구제받는 데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다고요?

[답변]

네, 워낙 과거의 일이다 보니 현행법 체계 하에서는 피해자들을 구제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피해액수 산정에 한계가 있고 그마저도 소멸시효 때문에 청구를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진실화해위원회 1기에서는 활동을 종료하면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집단희생사건에 대한 배보상 특별법 제정을 권고하기도 했는데요.

아직까지도 입법은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번 여순사건처럼 재심절차도 문제되는데요.

절차가 복잡한 것은 물론이고 관련 자료를 구하기도 힘들고요.

유족이 없거나, 사망한 경우에는 재심 청구 자체를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주4·3사건의 경우는 특별법을 통해 검찰이 직권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는데요.

이런 제도적 보완도 절실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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