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 돋보기] ‘촉법소년’ 4년 만에 60% 급증…대선 후보별 입장은?

입력 2022.02.07 (21:40) 수정 2022.02.0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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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만 10살 이상 14살 미만이면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학교 1,2학년 정도, 우리 형사법 체계에서'촉법소년'으로 분류되는 나이입니다.

아무리 무거운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 처벌을 할 수 없고, 대신 소년원에 보내는 걸 비롯해 보호 처분만 가능합니다.

이와는 달리 만 14살 이상 19살 미만은 법죄의 종류에 따라 보호 처분을 할 수도, 형벌을 부과할 수도 있습니다.

최근 촉법소년 범죄가 급증하자 이 촉법소년 나이를 낮추고, 형사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반면,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죠.

주요 대선 후보들은 어떤 입장일까요.

'공약 돋보기', 김유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대전의 한 교차로.

신호를 어긴 도난 승용차가 오토바이를 들이받고는 그대로 달아납니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끝내 깨어나지 못했습니다.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19살 대학 새내기였습니다.

[당시 목격자/음성변조 : “오토바이는 볼 수 없을 정도로 형체가 다 찌그러지고….”]

교통사고로 사람을 죽게 하고 달아나는 도주치사죄 법정형은 무기 또는 징역 5년 이상입니다.

승용차 운전자는 아무런 형사 처벌도 받지 않았습니다.

운전자가 만 13살 중학생으로 촉법소년이었기 때문입니다.

법원에서 소년원 2년 송치를 받는데 그쳤는데, 그나마 소년법상 가장 무거운 처분입니다.

전과 기록도 안 남았습니다.

법원에 접수된 이런 촉법소년 사건은 2017년 7천 8백여 건에서 지난해 1만2천5백여 건으로 해마다 급증하고 있습니다.

최근 5년 간 범죄 유형을 보면, 절도가 2만 1천여 명으로 가장 많고, 강도와 살인도 각각 42명, 8명에 이릅니다.

연령 상한을 만 14살로 정한 현행 촉법소년 기준은 1958년 소년법 제정 이후 한 번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10대 아동과 청소년 성숙도가 당시와 다르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개정이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져 왔습니다.

[승재현/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사법 시스템을 악용하는 아이들에게는 보호 처분이라는 문이 아니라 형사처벌이라는 문을 열어두자. 그리고 우리 소년법에서는 그렇게 열어두더라도 여러가지 보호장치가 있어요.”]

주요 대선 후보들은 어떤 입장일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구체적 내용은 제시하지 않았지만, 촉법소년 연령을 내리겠다는 원칙은 밝혔습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각각 만 12살 미만으로 낮추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처벌 강화가 해법은 아니라며 연령 하향에 반대 입장입니다.

앞서 유엔은 아동권리협약을 통해 우리나라 형사미성년자 기준을 14살로 유지하라고 권고한 바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2018년, 촉법소년 연령 하향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범죄 예방에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낙인찍기로 사회 복귀를 어렵게 한다는 겁니다.

[박인숙/변호사 : “(형사 처벌은) 사회적으로 격리시키는 거지 거기서(교도소) 교화 거의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불안하니까 격리시켜 이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미래를 보고, 이 아이들이 결국은 우리와 같이 살아야 하는 사람이거든요.”]

현 정부에선 법무부와 교육부 등이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겠단 방침을 밝혔습니다.

비슷한 내용의 여야 의원 법안도 국회에 여러 개 발의됐지만 본격적인 논의는 없는 상황입니다.

KBS 뉴스 김유대입니다.

촬영기자:김보현/영상편집:이상철/그래픽:노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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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2-07 21:40:45
    • 수정2022-02-07 22: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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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만 10살 이상 14살 미만이면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학교 1,2학년 정도, 우리 형사법 체계에서'촉법소년'으로 분류되는 나이입니다.

아무리 무거운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 처벌을 할 수 없고, 대신 소년원에 보내는 걸 비롯해 보호 처분만 가능합니다.

이와는 달리 만 14살 이상 19살 미만은 법죄의 종류에 따라 보호 처분을 할 수도, 형벌을 부과할 수도 있습니다.

최근 촉법소년 범죄가 급증하자 이 촉법소년 나이를 낮추고, 형사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반면,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죠.

주요 대선 후보들은 어떤 입장일까요.

'공약 돋보기', 김유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대전의 한 교차로.

신호를 어긴 도난 승용차가 오토바이를 들이받고는 그대로 달아납니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끝내 깨어나지 못했습니다.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19살 대학 새내기였습니다.

[당시 목격자/음성변조 : “오토바이는 볼 수 없을 정도로 형체가 다 찌그러지고….”]

교통사고로 사람을 죽게 하고 달아나는 도주치사죄 법정형은 무기 또는 징역 5년 이상입니다.

승용차 운전자는 아무런 형사 처벌도 받지 않았습니다.

운전자가 만 13살 중학생으로 촉법소년이었기 때문입니다.

법원에서 소년원 2년 송치를 받는데 그쳤는데, 그나마 소년법상 가장 무거운 처분입니다.

전과 기록도 안 남았습니다.

법원에 접수된 이런 촉법소년 사건은 2017년 7천 8백여 건에서 지난해 1만2천5백여 건으로 해마다 급증하고 있습니다.

최근 5년 간 범죄 유형을 보면, 절도가 2만 1천여 명으로 가장 많고, 강도와 살인도 각각 42명, 8명에 이릅니다.

연령 상한을 만 14살로 정한 현행 촉법소년 기준은 1958년 소년법 제정 이후 한 번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10대 아동과 청소년 성숙도가 당시와 다르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개정이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져 왔습니다.

[승재현/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사법 시스템을 악용하는 아이들에게는 보호 처분이라는 문이 아니라 형사처벌이라는 문을 열어두자. 그리고 우리 소년법에서는 그렇게 열어두더라도 여러가지 보호장치가 있어요.”]

주요 대선 후보들은 어떤 입장일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구체적 내용은 제시하지 않았지만, 촉법소년 연령을 내리겠다는 원칙은 밝혔습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각각 만 12살 미만으로 낮추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처벌 강화가 해법은 아니라며 연령 하향에 반대 입장입니다.

앞서 유엔은 아동권리협약을 통해 우리나라 형사미성년자 기준을 14살로 유지하라고 권고한 바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2018년, 촉법소년 연령 하향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범죄 예방에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낙인찍기로 사회 복귀를 어렵게 한다는 겁니다.

[박인숙/변호사 : “(형사 처벌은) 사회적으로 격리시키는 거지 거기서(교도소) 교화 거의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불안하니까 격리시켜 이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미래를 보고, 이 아이들이 결국은 우리와 같이 살아야 하는 사람이거든요.”]

현 정부에선 법무부와 교육부 등이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겠단 방침을 밝혔습니다.

비슷한 내용의 여야 의원 법안도 국회에 여러 개 발의됐지만 본격적인 논의는 없는 상황입니다.

KBS 뉴스 김유대입니다.

촬영기자:김보현/영상편집:이상철/그래픽:노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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