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짊어진 연준FED의 ‘미션 임파서블’

입력 2022.02.17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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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레이크도 밟으면서 엑셀(가속페달)도 밟아라"

미 연준은 이제 연율 7.5%짜리 인플레이션을 상대해야 한다. 40년 내 유례없는 거대 인플레이션이다. 이 인플레이션을 잡고, 동시에 금융안정도 유지해야한다.

상대가 인플레 뿐이면 그래도 간단하다. 기준금리만 보면 된다. 허나 그 뒤에 붙은 금융안정, 이게 골치다.

기준금리를 올리면 금융안정을 해칠 수 있다. 지금 나스닥을 보면 된다. 금리 인상은 시작도 안했는데 출렁댄다. 한 때 연초 대비 15% 이상 하락했다. 우리 증시는 직격탄을 맞았다.

연준의 금리 인상이, 또 양적 긴축을 포함한 긴축이 금융시장의 구조적 취약성을 건드릴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면 연준은 긴축으로 더 나아가기 힘들다.

즉, 연준은 지금부터 브레이크(긴축)를 밟겠지만, 때에 따라서 반대로 가속페달(통화 완화정책)을 밟아야 할 수 있다. 둘 다 밟고 운전하는게 가능할까?


■ 시장의 첫째 두려움 : 긴축발작(텐트럼)

임박한 위험, 역사적으로 본다면 우선 긴축발작이 거론된다. 2013년, 미국 경제가 회복된다며 긴축을 하겠다고 하자 세계가 출렁했다.

당시 연준 의장 버냉키가 긴축을 거론하자 마자(1차, 2013.5) 신흥국에서 외국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말만 꺼내도 흔들린다!) 브라질 등 신흥국 채권, 환율, 주식이 트리플 약세로 갔다. 경제 위기 수준의 충격이 왔다. 실제 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에 나선 2015년(2차)과 2017년 연말(3차) 이후에도 조정이 있었다.

여파는 돌아 미국까지 되돌아왔다. 그래서 연준도 처음 생각만큼 긴축하진 못했다. 전통적 통화정책인 기준금리 정상화는 물론 비전통적 수단인 양적완화QE를 거둬들이는 양적긴축QT도.

**양적 긴축Quantitative Tightening대표적인 비전통적 통화정책인 양적완화의 반대 개념. 완화가 시장에 돈을 푼 것이라면 긴축은 푼 돈을 회수하는 절차다. 얼마나 풀었고 회수했는지는 연준 대차대조표를 보면 된다. (통장 잔고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그래서 양적 긴축을 '대차대조표 축소'라고도 한다. 이 대차대조표에 쌓인 자산, 2008년 이전 1조 달러가 안됐는데 금융위기 이후 4조 4천억 달러까지 늘었다. 그만큼의 돈을 풀었단 얘기다.**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지만, 버냉키가 말 꺼낸 건 2013년이지만, 실제 QT는 2017년 말이나 돼야 시작한다.

늦었을 뿐 아니라 실제 긴축 규모도 얼마 안 된다. 4조 4천억 달러에서 3조 7천억 달러로 15% 줄였을 뿐이다. 그리고 코로나가 왔다.

죄다 말고 무제한 양적완화로 돌아섰다. 화장실 가서 바지를 내리려다 말고 다시 올린 셈이다.

이후는 그래프 기울기가 알려주다시피, 전례 없다. 그래서 2월 현재 잔고는 우리 돈 1경이 넘는다.

그런데 연준의 이번 양적긴축 계획은 훨씬 강력하다. 빠르면 여름쯤, 파월은 "결정 시점이 더 빨라질 수 있다. 조만간 더 빨리 말하겠다. 그 정도는 확실하다."고 말해 시장을 자극했다. 한 연준 이사는 WSJ과의 인터뷰에서 "20~35%를 줄이는 게 목표"라고 했다. 2조 달러 안팎이다.


앞선 긴축 때보다 더 빨리, 규모는 3배 이상 크게 긴축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게 올 초부터 시장이 흔들린 첫 번째 이유다.

월스트리트의 랙쉬만 애커탄 ECRI 대표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그렇게 못할 거라고 전망했다. 복서 마이크 타이슨의 어록을 거론했다.

"처맞기 전에는 누구나 계획이 있다, 그러나 일단 얼굴을 처맞으면 그 계획은 창문 밖으로 날아가 버린다"


연준이 애초에 세운 금리 인상과 비전통적 통화정책(양적완하) 회수 계획은 말 그대로 계획일 뿐, 시장이 발작하면 실행 불가능하단 것이다.

이 경우, 연준의 과제는 미션 임파서블이 된다. 브레이크 밟다가 액셀 밟아야 하는 수가 생긴다.

[연관 기사] 긴축의 미래 “얼간이 정책 탓 퍼펙트스톰” vs “계획은 처맞기 전에나 있는 것”

■ 물론 긴축발작이 과거처럼 심하지 않을 수 있다

세계 경제가 잘 회복된다면 그렇다.

과거 긴축발작이 증폭된 이유는 '미국 경제만 나아질 뿐' 나머지 세계는 회복이 미약하거나 아예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좀 다를 수 있다. 코로나 이후 회복세가 대부분 국가에서 견조하다. 올해도 일단 예상 자체는 나쁘지 않다. 실제 좋은 성장이 나타나고, 그 과정에서 금리가 오른다면 약간의 충격은 있어도 발작은 없다.

키는 인플레다. 오미크론이 잦아들어 주고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이 하반기 가면서 풀린다면, 그러면서 공급발 인플레 우려가 좀 잦아든다면 연준의 발걸음은 가벼워질 수 있다. 그렇게만 된다면 연준의 도전은 미션 임파서블 까지는 아닐 수 있다. (이런 긍정적인 징후,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

여튼, 여기까지는 '예측 가능한' 영역이다. 진짜 두려움은 겪어보지 못한 부문에 있다.


■ 시장의 둘째, 그리고 진짜 두려움 : 시스템리스크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최신호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금융시스템이 근본적 변화를 겪었다고 평가했다. 변화의 한 축은 규제, 다른 축은 기술혁신이다. 여기에 새로운 시스템리스크의 가능성이 깔려있다.


①Bank-Light : 은행은 덜 위험하지만, 전체 위험은 그대로

우선 규제,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SIFI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자본 건전성, 위험 자산, 영업 영역 규제. 그리고 주기적이고 강도 높은 스트레스테스트 검증. 은행 같은 규제 범위 내 금융기관은 더 안전해졌다. 하지만 금융시스템 전체가 안전해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은행이 아닌 연기금이나 보험사들, 그리고 대체투자자, 헤지펀드는 과거보다 더 많은 위험자산을 더 많은 레버리지를 활용해 보유한다. 고수익 위험 투자도 계속이다. 이 부문의 위험성은 계속된다.

시장의 무게중심 자체도 이동했다. 미국 주택담보대출 시장은 과거 80%가 은행 차지였지만, 지금은 은행 아닌 금융회사 비율이 반 정도 된다. 또 이들은 대출을 다시 투자자들에게 판매한다. 즉, '금융의 탐욕'이라 불리었던 행태는 은행 바깥 금융에서 계속되고 있다.

연준의 긴축이 시장의 유동성을 급속히 위축시킨다면, 새로운 전이구조를 가진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② High Tech : 초단타 매매, ETF가 변동성을 극대화한다

출처 : Hackday.com출처 : Hackday.com

기술도 시장을 바꿔놨다. 개인은 스마트폰으로 거래한다. 전 세계 모든 주식을 쉽게 사고, 팔 수 있다. 거래비용은 0에 수렴할 정도로 적어졌다.

기관들은 더 발전했다. 슈퍼 컴퓨터와 알고리즘, 빅데이터를 이용한다. 슈퍼 컴퓨터와 전용회선을 이용해 더 빨리 사고, 판다. 거래 시점은 사람이 아닌 기계가 알고리즘으로 자동으로 결정한다. 빅데이터는 그 결정의 정확성을 높인다.

그 결과 초단타 거래(High Frequency Trading) 시장이 발전했다. 주식도 채권도 순식간에 사고, 판다. 아주 적은 이익이 순간적으로만 보이기만 하면 자동화된 초고성능 컴퓨터가 초고속 매매망에 접속해 100분의 1초, 1,000분의 1초 단위로 이익을 실현한다.

장기적으로, 이론적으로만 보면 시장이 더 빨리 정확한 균형가격에 이르겠지만,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2020년 3월 코로나 위기가 찾아오자 블랙록이 가장 큰 투자등급 회사채 ETF 거래를 하루 9만 번 반복했다고 했다.

거래비용이 낮고, 자동화된 매매패턴을 반복하는 상장지수 ETF 비중이 커진 점도 변동성에 영향을 미친다. 매일의 주가 오르내림을 반영해 펀드를 일일 재조정(Rebalancing) 할 때마다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쉽게 (도식적으로) 말하면 오른 주식은 더 많이 보유해야 하니까 더 사고, 내린 주식은 더 적게 보유해야 하니까 판다. 해외는 물론 한국은행 연구(2020.3 김수진 신영석)에서도 레버리지 ETF 경우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다는 결론이 났다.

결국, 전체 시스템 위험 RISK 은 그대로이고, 변동성 Volatility 은 더 증폭된 셈이다


③ 그래서 어쩌면 꼬리가 전체를 흔들 수 있다


지난해 파산한 헤지펀드 아케고스. 한국계 미국인 빌 황이 이끌던 아케고스는 큰 레버리지로 극도로 위험한 투자를 일삼다가 파산했다. 은행이 아닌 헤지펀드였지만, 파산 이후 은행권이 큰 피해를 봤다.

은행들은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하게 되자 담보로 잡았던 주식들을 강제 매각했는데, 이 과정에서 주식 가격이 폭락의 악순환에 빠져들었다. JP모건은 은행권 손실이 100억 달러, 12조 원에 달한다고 봤다.


게임스탑 사태. 단결한 개미들이 공매도 헤지펀드를 (잠시지만) 이긴 사건. 이때 공매도에 나섰던 헤지펀드 맬빈이나 메이 플레인 등은 공매도 게임에 패배하면서 전체 운용자산 기준 4~50%대 손실을 보았다. 당시 미 CNBC 방송은 공매도 손실을 200억 달러, 우리 돈 24조 원 수준으로 추산했는데 진짜 영향은 더 거대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한 자산운용역을 인용해 "당시 숏스퀴즈에 몰린 헤지펀드들이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S&P 500 지수 전체가 5% 정도 폭락했다"고 추산했다. 주식 하나가 S&P 전체를 흔든다.

아직 경험하지 못한 시스템 리스크의 가능성은 바로 이 같은 '꼬리 충격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때 올 수 있다. 규제 바깥에서 대규모 차입에 의존해 위험한 거래를 일삼는 금융이 여전히 존재하는데, 기술혁신의 영향으로 자동화되고 초단타 거래에 집중하는 금융 시장이 변하면서 변동성은 더 증폭될 가능성이 커졌다.



■ 미션 임파서블 : 피해는 가계, 수출 신흥국의 몫

시장 충격은 고스란히 개인에게 전이될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스마트폰 보급과 거래수수료 감소의 영향으로 이제 미국 가정의 53%는 주식투자를 하고 온라인 계좌 수는 1억 개에 달한다 했다. 투자 패턴 자체가 연기금을 통한 간접 투자에서 직접투자로 바뀌고 있다.

90년대 연기금이 25%, 개인 직접투자는 10%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27%가 직접 투자하고, 15%만이 연기금의 형태로 간접투자를 한다. 즉, 개인은 예금보다, 간접투자보다 더 위험하고 변동성 큰 투자를 더 많이 한다.

충격이 발생하면 손실은 즉각 현실화된다. 자산이 오를 때 '흥청망청 소비'가 느는 바로 그만큼, 반대 상황에선 소비 위축이 전례 없이 심각해질 수 있다. 그러면 경제 전체의 충격이다.

이때 수출 의존적인 신흥국은 이 충격을 피할 수 없다. 90년대 이후 금융위기의 공식이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에서 먼저 충격이 발생하면, 전혀 무관한 우리나라에서 외국인 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다. 국제 자산운용사들의 분류에서 '신흥국'으로 분류되는 국가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연준의 미션 임파서블. 피해자가 발생한다면 여러모로 그 명단에서 한국인과 한국시장이 빠지기는 쉽지 않다.

(인포그래픽 :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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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를 짊어진 연준FED의 ‘미션 임파서블’
    • 입력 2022-02-17 07:01:24
    취재K

■ "브레이크도 밟으면서 엑셀(가속페달)도 밟아라"

미 연준은 이제 연율 7.5%짜리 인플레이션을 상대해야 한다. 40년 내 유례없는 거대 인플레이션이다. 이 인플레이션을 잡고, 동시에 금융안정도 유지해야한다.

상대가 인플레 뿐이면 그래도 간단하다. 기준금리만 보면 된다. 허나 그 뒤에 붙은 금융안정, 이게 골치다.

기준금리를 올리면 금융안정을 해칠 수 있다. 지금 나스닥을 보면 된다. 금리 인상은 시작도 안했는데 출렁댄다. 한 때 연초 대비 15% 이상 하락했다. 우리 증시는 직격탄을 맞았다.

연준의 금리 인상이, 또 양적 긴축을 포함한 긴축이 금융시장의 구조적 취약성을 건드릴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면 연준은 긴축으로 더 나아가기 힘들다.

즉, 연준은 지금부터 브레이크(긴축)를 밟겠지만, 때에 따라서 반대로 가속페달(통화 완화정책)을 밟아야 할 수 있다. 둘 다 밟고 운전하는게 가능할까?


■ 시장의 첫째 두려움 : 긴축발작(텐트럼)

임박한 위험, 역사적으로 본다면 우선 긴축발작이 거론된다. 2013년, 미국 경제가 회복된다며 긴축을 하겠다고 하자 세계가 출렁했다.

당시 연준 의장 버냉키가 긴축을 거론하자 마자(1차, 2013.5) 신흥국에서 외국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말만 꺼내도 흔들린다!) 브라질 등 신흥국 채권, 환율, 주식이 트리플 약세로 갔다. 경제 위기 수준의 충격이 왔다. 실제 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에 나선 2015년(2차)과 2017년 연말(3차) 이후에도 조정이 있었다.

여파는 돌아 미국까지 되돌아왔다. 그래서 연준도 처음 생각만큼 긴축하진 못했다. 전통적 통화정책인 기준금리 정상화는 물론 비전통적 수단인 양적완화QE를 거둬들이는 양적긴축QT도.

**양적 긴축Quantitative Tightening대표적인 비전통적 통화정책인 양적완화의 반대 개념. 완화가 시장에 돈을 푼 것이라면 긴축은 푼 돈을 회수하는 절차다. 얼마나 풀었고 회수했는지는 연준 대차대조표를 보면 된다. (통장 잔고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그래서 양적 긴축을 '대차대조표 축소'라고도 한다. 이 대차대조표에 쌓인 자산, 2008년 이전 1조 달러가 안됐는데 금융위기 이후 4조 4천억 달러까지 늘었다. 그만큼의 돈을 풀었단 얘기다.**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지만, 버냉키가 말 꺼낸 건 2013년이지만, 실제 QT는 2017년 말이나 돼야 시작한다.

늦었을 뿐 아니라 실제 긴축 규모도 얼마 안 된다. 4조 4천억 달러에서 3조 7천억 달러로 15% 줄였을 뿐이다. 그리고 코로나가 왔다.

죄다 말고 무제한 양적완화로 돌아섰다. 화장실 가서 바지를 내리려다 말고 다시 올린 셈이다.

이후는 그래프 기울기가 알려주다시피, 전례 없다. 그래서 2월 현재 잔고는 우리 돈 1경이 넘는다.

그런데 연준의 이번 양적긴축 계획은 훨씬 강력하다. 빠르면 여름쯤, 파월은 "결정 시점이 더 빨라질 수 있다. 조만간 더 빨리 말하겠다. 그 정도는 확실하다."고 말해 시장을 자극했다. 한 연준 이사는 WSJ과의 인터뷰에서 "20~35%를 줄이는 게 목표"라고 했다. 2조 달러 안팎이다.


앞선 긴축 때보다 더 빨리, 규모는 3배 이상 크게 긴축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게 올 초부터 시장이 흔들린 첫 번째 이유다.

월스트리트의 랙쉬만 애커탄 ECRI 대표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그렇게 못할 거라고 전망했다. 복서 마이크 타이슨의 어록을 거론했다.

"처맞기 전에는 누구나 계획이 있다, 그러나 일단 얼굴을 처맞으면 그 계획은 창문 밖으로 날아가 버린다"


연준이 애초에 세운 금리 인상과 비전통적 통화정책(양적완하) 회수 계획은 말 그대로 계획일 뿐, 시장이 발작하면 실행 불가능하단 것이다.

이 경우, 연준의 과제는 미션 임파서블이 된다. 브레이크 밟다가 액셀 밟아야 하는 수가 생긴다.

[연관 기사] 긴축의 미래 “얼간이 정책 탓 퍼펙트스톰” vs “계획은 처맞기 전에나 있는 것”

■ 물론 긴축발작이 과거처럼 심하지 않을 수 있다

세계 경제가 잘 회복된다면 그렇다.

과거 긴축발작이 증폭된 이유는 '미국 경제만 나아질 뿐' 나머지 세계는 회복이 미약하거나 아예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좀 다를 수 있다. 코로나 이후 회복세가 대부분 국가에서 견조하다. 올해도 일단 예상 자체는 나쁘지 않다. 실제 좋은 성장이 나타나고, 그 과정에서 금리가 오른다면 약간의 충격은 있어도 발작은 없다.

키는 인플레다. 오미크론이 잦아들어 주고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이 하반기 가면서 풀린다면, 그러면서 공급발 인플레 우려가 좀 잦아든다면 연준의 발걸음은 가벼워질 수 있다. 그렇게만 된다면 연준의 도전은 미션 임파서블 까지는 아닐 수 있다. (이런 긍정적인 징후,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

여튼, 여기까지는 '예측 가능한' 영역이다. 진짜 두려움은 겪어보지 못한 부문에 있다.


■ 시장의 둘째, 그리고 진짜 두려움 : 시스템리스크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최신호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금융시스템이 근본적 변화를 겪었다고 평가했다. 변화의 한 축은 규제, 다른 축은 기술혁신이다. 여기에 새로운 시스템리스크의 가능성이 깔려있다.


①Bank-Light : 은행은 덜 위험하지만, 전체 위험은 그대로

우선 규제,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SIFI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자본 건전성, 위험 자산, 영업 영역 규제. 그리고 주기적이고 강도 높은 스트레스테스트 검증. 은행 같은 규제 범위 내 금융기관은 더 안전해졌다. 하지만 금융시스템 전체가 안전해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은행이 아닌 연기금이나 보험사들, 그리고 대체투자자, 헤지펀드는 과거보다 더 많은 위험자산을 더 많은 레버리지를 활용해 보유한다. 고수익 위험 투자도 계속이다. 이 부문의 위험성은 계속된다.

시장의 무게중심 자체도 이동했다. 미국 주택담보대출 시장은 과거 80%가 은행 차지였지만, 지금은 은행 아닌 금융회사 비율이 반 정도 된다. 또 이들은 대출을 다시 투자자들에게 판매한다. 즉, '금융의 탐욕'이라 불리었던 행태는 은행 바깥 금융에서 계속되고 있다.

연준의 긴축이 시장의 유동성을 급속히 위축시킨다면, 새로운 전이구조를 가진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② High Tech : 초단타 매매, ETF가 변동성을 극대화한다

출처 : Hackday.com
기술도 시장을 바꿔놨다. 개인은 스마트폰으로 거래한다. 전 세계 모든 주식을 쉽게 사고, 팔 수 있다. 거래비용은 0에 수렴할 정도로 적어졌다.

기관들은 더 발전했다. 슈퍼 컴퓨터와 알고리즘, 빅데이터를 이용한다. 슈퍼 컴퓨터와 전용회선을 이용해 더 빨리 사고, 판다. 거래 시점은 사람이 아닌 기계가 알고리즘으로 자동으로 결정한다. 빅데이터는 그 결정의 정확성을 높인다.

그 결과 초단타 거래(High Frequency Trading) 시장이 발전했다. 주식도 채권도 순식간에 사고, 판다. 아주 적은 이익이 순간적으로만 보이기만 하면 자동화된 초고성능 컴퓨터가 초고속 매매망에 접속해 100분의 1초, 1,000분의 1초 단위로 이익을 실현한다.

장기적으로, 이론적으로만 보면 시장이 더 빨리 정확한 균형가격에 이르겠지만,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2020년 3월 코로나 위기가 찾아오자 블랙록이 가장 큰 투자등급 회사채 ETF 거래를 하루 9만 번 반복했다고 했다.

거래비용이 낮고, 자동화된 매매패턴을 반복하는 상장지수 ETF 비중이 커진 점도 변동성에 영향을 미친다. 매일의 주가 오르내림을 반영해 펀드를 일일 재조정(Rebalancing) 할 때마다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쉽게 (도식적으로) 말하면 오른 주식은 더 많이 보유해야 하니까 더 사고, 내린 주식은 더 적게 보유해야 하니까 판다. 해외는 물론 한국은행 연구(2020.3 김수진 신영석)에서도 레버리지 ETF 경우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다는 결론이 났다.

결국, 전체 시스템 위험 RISK 은 그대로이고, 변동성 Volatility 은 더 증폭된 셈이다


③ 그래서 어쩌면 꼬리가 전체를 흔들 수 있다


지난해 파산한 헤지펀드 아케고스. 한국계 미국인 빌 황이 이끌던 아케고스는 큰 레버리지로 극도로 위험한 투자를 일삼다가 파산했다. 은행이 아닌 헤지펀드였지만, 파산 이후 은행권이 큰 피해를 봤다.

은행들은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하게 되자 담보로 잡았던 주식들을 강제 매각했는데, 이 과정에서 주식 가격이 폭락의 악순환에 빠져들었다. JP모건은 은행권 손실이 100억 달러, 12조 원에 달한다고 봤다.


게임스탑 사태. 단결한 개미들이 공매도 헤지펀드를 (잠시지만) 이긴 사건. 이때 공매도에 나섰던 헤지펀드 맬빈이나 메이 플레인 등은 공매도 게임에 패배하면서 전체 운용자산 기준 4~50%대 손실을 보았다. 당시 미 CNBC 방송은 공매도 손실을 200억 달러, 우리 돈 24조 원 수준으로 추산했는데 진짜 영향은 더 거대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한 자산운용역을 인용해 "당시 숏스퀴즈에 몰린 헤지펀드들이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S&P 500 지수 전체가 5% 정도 폭락했다"고 추산했다. 주식 하나가 S&P 전체를 흔든다.

아직 경험하지 못한 시스템 리스크의 가능성은 바로 이 같은 '꼬리 충격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때 올 수 있다. 규제 바깥에서 대규모 차입에 의존해 위험한 거래를 일삼는 금융이 여전히 존재하는데, 기술혁신의 영향으로 자동화되고 초단타 거래에 집중하는 금융 시장이 변하면서 변동성은 더 증폭될 가능성이 커졌다.



■ 미션 임파서블 : 피해는 가계, 수출 신흥국의 몫

시장 충격은 고스란히 개인에게 전이될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스마트폰 보급과 거래수수료 감소의 영향으로 이제 미국 가정의 53%는 주식투자를 하고 온라인 계좌 수는 1억 개에 달한다 했다. 투자 패턴 자체가 연기금을 통한 간접 투자에서 직접투자로 바뀌고 있다.

90년대 연기금이 25%, 개인 직접투자는 10%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27%가 직접 투자하고, 15%만이 연기금의 형태로 간접투자를 한다. 즉, 개인은 예금보다, 간접투자보다 더 위험하고 변동성 큰 투자를 더 많이 한다.

충격이 발생하면 손실은 즉각 현실화된다. 자산이 오를 때 '흥청망청 소비'가 느는 바로 그만큼, 반대 상황에선 소비 위축이 전례 없이 심각해질 수 있다. 그러면 경제 전체의 충격이다.

이때 수출 의존적인 신흥국은 이 충격을 피할 수 없다. 90년대 이후 금융위기의 공식이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에서 먼저 충격이 발생하면, 전혀 무관한 우리나라에서 외국인 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다. 국제 자산운용사들의 분류에서 '신흥국'으로 분류되는 국가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연준의 미션 임파서블. 피해자가 발생한다면 여러모로 그 명단에서 한국인과 한국시장이 빠지기는 쉽지 않다.

(인포그래픽 :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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