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문화] ‘화폭에 담은 백기완의 꿈’…민중미술 대표작가 18인의 추모전

입력 2022.02.19 (21:26) 수정 2022.02.19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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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주말마다 문화계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한평생 민주주의와 통일을 위해 거리에서 싸웠던 고 백기완 선생이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됐습니다.

1주기를 맞아서 민중화가들이 고인을 기리는 전시회를 마련했다고 하는군요.

정연욱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황해도 장산곶에서 거대한 독수리에 맞서 마을을 지켰다던 장산곶매.

숱한 투옥과 고문으로 만신창이가 됐어도 끝끝내 시대의 부조리와 맞섰던 백기완의 초상에는, 저승에서 별이 돼 힘차게 날고 있다는 그 장산곶매가 점점이 찍혀 있습니다.

동학농민운동 당시 죽창을 든 농민들로 산이 하얗게 변해버린 순간.

그 깊은 울분과 고통을 담아낸 이 그림 역시, 모두가 함께 잘사는 '노나메기' 세상을 향한 힘겨운 여정을 함축했습니다.

[신학철/화가 : "죽창을 들고 백산에 모였을 때 그 심정을 한사람의 얼굴로 드러내 본 것이라 생각하면 돼요."]

민중미술의 선구자 오윤이 한풀이의 희망을 시원하게 형상화한 시대의 명작 '칼노래'부터, 캔버스 대신 흙 위에 손가락과 나이프로 거침없이 그려낸 임옥상의 최신 작품까지.

백기완이 거리에서 싸우는 동안, 그 열정과 헌신을 예술혼으로 승화시킨 젊은 화가들은 이제 화단의 원로가 돼 고인을 위한 추모전을 열었습니다.

[유홍준/전시 총감독 : "그림이라고 하는 것이 아름다운 장식이 아니고 우리들의 희망과 우리들의 의지를 담아낼 수 있는 현실적인 그림이어야 한다는 민중미술이 같이 태동을 해서."]

민중의 말과 이야기를 예술로 담아내 우리 고유의 미감을 창조하고자 했던 백기완의 감각과 노력은, 한때 서양미술에 경도됐던 국내 화단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김정헌/화가 : "기득권에 저항해라, 그냥 굴하지 말고 저항해라. 민중미술가로 내가 40년 동안 활동해왔는데 그게 다 백기완 선생님의 정신에서 물려받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백기완이 1991년 문을 연 뒤 재야 민주 인사들의 거점이 됐던 통일문제연구소는 전시회가 끝나면 백기완 기념관으로 재개관합니다.

KBS 뉴스 정연욱입니다.

촬영기자:김보현/영상편집:이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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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말&문화] ‘화폭에 담은 백기완의 꿈’…민중미술 대표작가 18인의 추모전
    • 입력 2022-02-19 21:26:28
    • 수정2022-02-19 21:57:01
    뉴스 9
[앵커]

주말마다 문화계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한평생 민주주의와 통일을 위해 거리에서 싸웠던 고 백기완 선생이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됐습니다.

1주기를 맞아서 민중화가들이 고인을 기리는 전시회를 마련했다고 하는군요.

정연욱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황해도 장산곶에서 거대한 독수리에 맞서 마을을 지켰다던 장산곶매.

숱한 투옥과 고문으로 만신창이가 됐어도 끝끝내 시대의 부조리와 맞섰던 백기완의 초상에는, 저승에서 별이 돼 힘차게 날고 있다는 그 장산곶매가 점점이 찍혀 있습니다.

동학농민운동 당시 죽창을 든 농민들로 산이 하얗게 변해버린 순간.

그 깊은 울분과 고통을 담아낸 이 그림 역시, 모두가 함께 잘사는 '노나메기' 세상을 향한 힘겨운 여정을 함축했습니다.

[신학철/화가 : "죽창을 들고 백산에 모였을 때 그 심정을 한사람의 얼굴로 드러내 본 것이라 생각하면 돼요."]

민중미술의 선구자 오윤이 한풀이의 희망을 시원하게 형상화한 시대의 명작 '칼노래'부터, 캔버스 대신 흙 위에 손가락과 나이프로 거침없이 그려낸 임옥상의 최신 작품까지.

백기완이 거리에서 싸우는 동안, 그 열정과 헌신을 예술혼으로 승화시킨 젊은 화가들은 이제 화단의 원로가 돼 고인을 위한 추모전을 열었습니다.

[유홍준/전시 총감독 : "그림이라고 하는 것이 아름다운 장식이 아니고 우리들의 희망과 우리들의 의지를 담아낼 수 있는 현실적인 그림이어야 한다는 민중미술이 같이 태동을 해서."]

민중의 말과 이야기를 예술로 담아내 우리 고유의 미감을 창조하고자 했던 백기완의 감각과 노력은, 한때 서양미술에 경도됐던 국내 화단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김정헌/화가 : "기득권에 저항해라, 그냥 굴하지 말고 저항해라. 민중미술가로 내가 40년 동안 활동해왔는데 그게 다 백기완 선생님의 정신에서 물려받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백기완이 1991년 문을 연 뒤 재야 민주 인사들의 거점이 됐던 통일문제연구소는 전시회가 끝나면 백기완 기념관으로 재개관합니다.

KBS 뉴스 정연욱입니다.

촬영기자:김보현/영상편집:이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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