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처음엔 어색했지만…응어리 풀어준 ‘대화’

입력 2022.03.05 (08:42) 수정 2022.03.05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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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주변에는 3만5천여 명의 탈북민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탈북민을 접촉해 본 사람은 서울대 금융경제연구원 조사 결과 10명 중 1명에 불과한 실정인데요.

최효은 리포터! 이렇게 교류가 부족하니까 오해나 편견이 생기는 걸 텐데 탈북민들과 속을 터놓고 대화하는 현장을 다녀왔다고요?

[답변]

네. ‘남북생애나눔대화’가 열리는 현장이었는데요.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면서 거리감을 좁히고 있었습니다.

[앵커]

대화에 참여한 사람들 반응은 어떻던가요?

[답변]

네. 코로나 19로 인해 많은 인원이 모일 수 없었지만, 모두 만족스러워했는데요.

짧은 시간 안에 탈북민들과 부쩍 가까워지면서 그동안 가졌던 편견도 사라지는 모습이었습니다.

대화를 통해 ‘작은 통일’을 실현하는 현장으로 지금 함께 가보시죠.

[리포트]

서울 송파구의 한 평범한 주택가.

2011년 탈북을 한 이효주 씨도 이 동네에 뿌리를 내리고 살면서 한국 사회에 적응하느라 부단히 애를 썼는데요.

하지만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시선을 견디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이효주/탈북민 : "처음에는 입만 벌리면 중국 사람이면서 막 이러고. 자아존중감이 뚝뚝 떨어져서 웬만한 쉬운 말도 어디 가서 입을 못 벌리겠더라고요."]

두 살배기 어린 딸까지 데리고 오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가 더 쉽지 않았는데요.

특히 명절이 되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커졌습니다.

[이효주/탈북민 : "추석이 되면 그냥 쓸쓸하다 못해 외롭다 못해 너무 힘들더라고요. 어렵고 힘든 일 당했을 때마다 그리고 제가 우리 딸을 어린 딸한테 너무 의지한 거예요. 남편처럼 부모처럼 엄청 힘들었죠."]

어느새 중학생이 된 딸은 이효주 씨에게 남편이자 친구 같은 존재입니다.

초등학교 4학년이 돼서야 탈북 자녀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하는데요.

[이지유/이효주 씨 딸 : "딱히 일상생활에서 난 북한인이다. 난 북한인이다 이렇게 인지하고 있지 않아서 힘든 건 딱히 없었어요."]

학교에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사회에 녹아드는 딸을 보며, 이효주 씨도 마음을 다잡게 됐습니다.

[이효주/탈북민 : "우울증으로 밖으로 못 나오니까 그게 너무 속상하고 안타까워서 저도 그 시절 다 겪었으니까 나와서 소통 마음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서 그게 중요한 거 같아요."]

탈북민들은 한국 사회에 정착하면서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통일부에 따르면 취약계층으로 분류되는 탈북민 가운데 약 40퍼센트가 정서적 그리고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오늘 이효주 씨가 찾아간 곳은 서울 강서구의 한 회의실.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이웃들이 탈북민들과 서로의 삶을 공유하는 프로그램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북한에서 양강도에서 온 소나무라고 합니다. 남한 사회에 정착하려고 처음에는 노력을 많이 하면서 그렇게 살았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남북통합문화센터가 주관하는 ‘남북생애나눔대화’인데요.

독일 통일 이후 옛 동독과 서독 주민들의 화합을 위해 진행하던 ‘동서 포럼’에서 착안했다고 합니다.

[김영수/남북생애나눔대화 진행자, 서강대 교수 : "남과 북에 살던 주민들끼리 서로 어떤 사람인가를 이해하는 소통과 나눔의 시간입니다. 통일 전에 남북의 만남을 해보자 해서 올해로 3년째 접어들고 있습니다."]

대화를 평범한 60대 여성 2명과 탈북민 2명이 마주 앉았습니다.

처음 만난 자리라 그런지 다소 어색한 분위기도 느껴지는데요.

각자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들을 하나씩 풀어냅니다.

[김영재/남북생애나눔대화 참가자 : "전 경상남도에서 태어났어요. 주로 마산에서 생활했고. 저는 세 살 때 할머니 집에 가서 한 육 개월 정도 엄마랑 떨어져 있다 보니까 (엄마랑) 약간 거리감 있는 느낌으로 늘 살았던 저를 회상하게 하더라고요."]

[이효주/남북생애나눔대화 참가자/탈북민 : "내 자식이 친구들이랑 놀러 우리 집에 왔는데 (사투리 때문에) 입을 못 벌리겠는 거예요. 먹을 것만 사주고. 속으로 너무 (속상했어요.)"]

북한 사투리를 고치지 못했기 때문인데요.

특히 탈북민들은 한국에 와서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가 스트레스가 가장 컸다고 합니다.

[김혜숙/가명/남북생애나눔대화 참가자/탈북민 : "우리가 소통을 잘하려고 해도 소통이 잘 안 되더라고요 남한이나 북한이나 같은 우리 민족이잖아요. 같은 민족인데 그렇게 알아듣지 못하니까 소통이 잘 안 되니까 속 쓰리고 아프더라고요."]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이곳에선 편견을 내려놓고 함께 작은 통일을 이뤄나가고 있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사람을 만나기가 더욱 힘든 시기.

오랜만에 속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눠서일까요?

대화는 점점 깊어져 갑니다.

["이보오 오랜만이오. 이게 남북이 똑같이 쓰던 말입니다. 옛날에. 북한 말이 아니라 남과 북이 저 말을 똑같이 썼대요. 옛날에."]

특히 또 다른 실향민이 된 탈북민들은 이산가족 상봉 모습을 보니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습니다.

마음의 응어리를 덜어낸 것만으로도 탈북민들에게는 큰 힘이 된 시간이었습니다.

[김혜숙/가명/남북생애나눔대화 참가자/탈북민 : "내가 가슴이 답답했는데 나가서 우리가 말 못 한 사연을 여기 나와서 지금 다 대화하면서 풀잖아요. 시원하게 털어놓으니까 얼마나 좋아요. 그러니까 다 해소되는 거 같아요."]

[김영재/남북생애나눔대화 참가자 : "사람의 마음은 똑같구나 남한이든 북한이든 자기 아픈 상처를 자기 스스로 핥기도 하고 또 들어내기도 하고 다 비슷하구나 힘이 될 수 있다면 참 좋겠다."]

‘남북생애나눔대화’는 남북통합문화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남북한 출신 주민들이 허물없이 만나다 보면 한반도에도 따뜻한 봄날이 찾아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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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처음엔 어색했지만…응어리 풀어준 ‘대화’
    • 입력 2022-03-05 08:42:16
    • 수정2022-03-05 09:4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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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주변에는 3만5천여 명의 탈북민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탈북민을 접촉해 본 사람은 서울대 금융경제연구원 조사 결과 10명 중 1명에 불과한 실정인데요.

최효은 리포터! 이렇게 교류가 부족하니까 오해나 편견이 생기는 걸 텐데 탈북민들과 속을 터놓고 대화하는 현장을 다녀왔다고요?

[답변]

네. ‘남북생애나눔대화’가 열리는 현장이었는데요.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면서 거리감을 좁히고 있었습니다.

[앵커]

대화에 참여한 사람들 반응은 어떻던가요?

[답변]

네. 코로나 19로 인해 많은 인원이 모일 수 없었지만, 모두 만족스러워했는데요.

짧은 시간 안에 탈북민들과 부쩍 가까워지면서 그동안 가졌던 편견도 사라지는 모습이었습니다.

대화를 통해 ‘작은 통일’을 실현하는 현장으로 지금 함께 가보시죠.

[리포트]

서울 송파구의 한 평범한 주택가.

2011년 탈북을 한 이효주 씨도 이 동네에 뿌리를 내리고 살면서 한국 사회에 적응하느라 부단히 애를 썼는데요.

하지만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시선을 견디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이효주/탈북민 : "처음에는 입만 벌리면 중국 사람이면서 막 이러고. 자아존중감이 뚝뚝 떨어져서 웬만한 쉬운 말도 어디 가서 입을 못 벌리겠더라고요."]

두 살배기 어린 딸까지 데리고 오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가 더 쉽지 않았는데요.

특히 명절이 되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커졌습니다.

[이효주/탈북민 : "추석이 되면 그냥 쓸쓸하다 못해 외롭다 못해 너무 힘들더라고요. 어렵고 힘든 일 당했을 때마다 그리고 제가 우리 딸을 어린 딸한테 너무 의지한 거예요. 남편처럼 부모처럼 엄청 힘들었죠."]

어느새 중학생이 된 딸은 이효주 씨에게 남편이자 친구 같은 존재입니다.

초등학교 4학년이 돼서야 탈북 자녀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하는데요.

[이지유/이효주 씨 딸 : "딱히 일상생활에서 난 북한인이다. 난 북한인이다 이렇게 인지하고 있지 않아서 힘든 건 딱히 없었어요."]

학교에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사회에 녹아드는 딸을 보며, 이효주 씨도 마음을 다잡게 됐습니다.

[이효주/탈북민 : "우울증으로 밖으로 못 나오니까 그게 너무 속상하고 안타까워서 저도 그 시절 다 겪었으니까 나와서 소통 마음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서 그게 중요한 거 같아요."]

탈북민들은 한국 사회에 정착하면서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통일부에 따르면 취약계층으로 분류되는 탈북민 가운데 약 40퍼센트가 정서적 그리고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오늘 이효주 씨가 찾아간 곳은 서울 강서구의 한 회의실.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이웃들이 탈북민들과 서로의 삶을 공유하는 프로그램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북한에서 양강도에서 온 소나무라고 합니다. 남한 사회에 정착하려고 처음에는 노력을 많이 하면서 그렇게 살았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남북통합문화센터가 주관하는 ‘남북생애나눔대화’인데요.

독일 통일 이후 옛 동독과 서독 주민들의 화합을 위해 진행하던 ‘동서 포럼’에서 착안했다고 합니다.

[김영수/남북생애나눔대화 진행자, 서강대 교수 : "남과 북에 살던 주민들끼리 서로 어떤 사람인가를 이해하는 소통과 나눔의 시간입니다. 통일 전에 남북의 만남을 해보자 해서 올해로 3년째 접어들고 있습니다."]

대화를 평범한 60대 여성 2명과 탈북민 2명이 마주 앉았습니다.

처음 만난 자리라 그런지 다소 어색한 분위기도 느껴지는데요.

각자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들을 하나씩 풀어냅니다.

[김영재/남북생애나눔대화 참가자 : "전 경상남도에서 태어났어요. 주로 마산에서 생활했고. 저는 세 살 때 할머니 집에 가서 한 육 개월 정도 엄마랑 떨어져 있다 보니까 (엄마랑) 약간 거리감 있는 느낌으로 늘 살았던 저를 회상하게 하더라고요."]

[이효주/남북생애나눔대화 참가자/탈북민 : "내 자식이 친구들이랑 놀러 우리 집에 왔는데 (사투리 때문에) 입을 못 벌리겠는 거예요. 먹을 것만 사주고. 속으로 너무 (속상했어요.)"]

북한 사투리를 고치지 못했기 때문인데요.

특히 탈북민들은 한국에 와서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가 스트레스가 가장 컸다고 합니다.

[김혜숙/가명/남북생애나눔대화 참가자/탈북민 : "우리가 소통을 잘하려고 해도 소통이 잘 안 되더라고요 남한이나 북한이나 같은 우리 민족이잖아요. 같은 민족인데 그렇게 알아듣지 못하니까 소통이 잘 안 되니까 속 쓰리고 아프더라고요."]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이곳에선 편견을 내려놓고 함께 작은 통일을 이뤄나가고 있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사람을 만나기가 더욱 힘든 시기.

오랜만에 속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눠서일까요?

대화는 점점 깊어져 갑니다.

["이보오 오랜만이오. 이게 남북이 똑같이 쓰던 말입니다. 옛날에. 북한 말이 아니라 남과 북이 저 말을 똑같이 썼대요. 옛날에."]

특히 또 다른 실향민이 된 탈북민들은 이산가족 상봉 모습을 보니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습니다.

마음의 응어리를 덜어낸 것만으로도 탈북민들에게는 큰 힘이 된 시간이었습니다.

[김혜숙/가명/남북생애나눔대화 참가자/탈북민 : "내가 가슴이 답답했는데 나가서 우리가 말 못 한 사연을 여기 나와서 지금 다 대화하면서 풀잖아요. 시원하게 털어놓으니까 얼마나 좋아요. 그러니까 다 해소되는 거 같아요."]

[김영재/남북생애나눔대화 참가자 : "사람의 마음은 똑같구나 남한이든 북한이든 자기 아픈 상처를 자기 스스로 핥기도 하고 또 들어내기도 하고 다 비슷하구나 힘이 될 수 있다면 참 좋겠다."]

‘남북생애나눔대화’는 남북통합문화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남북한 출신 주민들이 허물없이 만나다 보면 한반도에도 따뜻한 봄날이 찾아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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