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방가방가·통장’ 파란 화면 PC통신…이젠 안녕

입력 2022.03.07 (18:01) 수정 2022.03.0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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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ET콕입니다.

2001년 개봉 영화 '엽기적인 그녀' 입니다.

["너 꼭 나한테 따귀 때려! 따귀 안 때리면 죽을 줄 알아!"]

지금껏 명장면 명대사로 소환되는 이 영화의 원작은 90년대 소통의 공간, PC통신으로 거슬러 갑니다.

나우누리라는 PC통신 게시판에서 큰 인기를 누렸던 글이 영화로 만들진 것입니다.

기억하시나요.

나우누리, 천리안, 하이텔, 유니텔.

지금의 40∼50대 중장년층을 설레게 했던 PC통신의 이름입니다.

그때는 PC 통신이 지금의 인터넷, 스마트폰 같은 통신 수단이었습니다.

치지직 하는 모뎀 접속음 끝에 등장하는 파란색 바탕 화면, 그 위를 수놓던 하얀 글씨, 청춘 남녀들은 이 화면 앞에서 하얀 밤을 지샜습니다.

전화선을 이용하다 보니 잦은 ‘통화 중’에 화가 난 어머니로부터 등짝 한 대 쯤은 각오해야 했습니다.

수시로 튕기는 통신 장애로 '통장'이라는 약어가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지금의 초고속 통신망에 비하면 그야말로 악조건이었지만 재미는 못지 않았습니다.

동호회 붐을 이끌며 ‘정모’, ‘번개’, ‘방가방가’ 같은 신조어를 만들어 냈습니다.

웃음, 땀, 눈물 등 감정 이모티콘의 시초도 PC통신입니다. 특히 유니텔은 영화 드라마의 단골 소재였습니다.

1997년 개봉한 한석규·전도연 주연의 영화 ‘접속’은 아픔을 간직한 두 남녀가 유니텔을 통해 가까워지는 로맨스 영화로 대박을 쳤습니다.

[영화 <접속> : "동현씨 충고를 따르기로 했어요. 그 사람, 잊을 거예요."]

엔딩에 흐르는 세라 본의 ‘러버스 콘체르토'는 그해 국민 팝송이 됐습니다

그런 유니텔이 오는 6월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도도한 시대의 흐름을 비켜 가기 힘들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유니텔이 여태 있었어? 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2007년 일찌감치 서비스를 종료한 하이텔, 2013년 문을 닫은 나우누리와 비교하면 그간 오래 버텨 준 게 고마울 따름입니다.

돌아보면 PC통신은 꽤나 비싼 서비스였습니다

텍스트가 고작인 게시판 서비스와 모뎀 이용료 등으로 월 5만∼6만원의 요금을 내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만큼 당시 청춘들에게 PC통신은 ID(닉네임) 하나로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탈출구였습니다

["외로운 눈물이여 안녕~"]

밴드 ‘자우림’과 ‘언니네 이발관’의 시작도 PC통신 동호회로 알려져 있습니다.

1998년 초고속 인터넷 시대가 열리며 퇴로를 걷기 시작한 pc통신.

나의 젊은 추억을 간직한 또하나의 공간이 또 이렇게 사라져갑니다.

지금까지 ET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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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3-07 18:01:43
    • 수정2022-03-07 18: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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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ET콕입니다.

2001년 개봉 영화 '엽기적인 그녀' 입니다.

["너 꼭 나한테 따귀 때려! 따귀 안 때리면 죽을 줄 알아!"]

지금껏 명장면 명대사로 소환되는 이 영화의 원작은 90년대 소통의 공간, PC통신으로 거슬러 갑니다.

나우누리라는 PC통신 게시판에서 큰 인기를 누렸던 글이 영화로 만들진 것입니다.

기억하시나요.

나우누리, 천리안, 하이텔, 유니텔.

지금의 40∼50대 중장년층을 설레게 했던 PC통신의 이름입니다.

그때는 PC 통신이 지금의 인터넷, 스마트폰 같은 통신 수단이었습니다.

치지직 하는 모뎀 접속음 끝에 등장하는 파란색 바탕 화면, 그 위를 수놓던 하얀 글씨, 청춘 남녀들은 이 화면 앞에서 하얀 밤을 지샜습니다.

전화선을 이용하다 보니 잦은 ‘통화 중’에 화가 난 어머니로부터 등짝 한 대 쯤은 각오해야 했습니다.

수시로 튕기는 통신 장애로 '통장'이라는 약어가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지금의 초고속 통신망에 비하면 그야말로 악조건이었지만 재미는 못지 않았습니다.

동호회 붐을 이끌며 ‘정모’, ‘번개’, ‘방가방가’ 같은 신조어를 만들어 냈습니다.

웃음, 땀, 눈물 등 감정 이모티콘의 시초도 PC통신입니다. 특히 유니텔은 영화 드라마의 단골 소재였습니다.

1997년 개봉한 한석규·전도연 주연의 영화 ‘접속’은 아픔을 간직한 두 남녀가 유니텔을 통해 가까워지는 로맨스 영화로 대박을 쳤습니다.

[영화 <접속> : "동현씨 충고를 따르기로 했어요. 그 사람, 잊을 거예요."]

엔딩에 흐르는 세라 본의 ‘러버스 콘체르토'는 그해 국민 팝송이 됐습니다

그런 유니텔이 오는 6월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도도한 시대의 흐름을 비켜 가기 힘들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유니텔이 여태 있었어? 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2007년 일찌감치 서비스를 종료한 하이텔, 2013년 문을 닫은 나우누리와 비교하면 그간 오래 버텨 준 게 고마울 따름입니다.

돌아보면 PC통신은 꽤나 비싼 서비스였습니다

텍스트가 고작인 게시판 서비스와 모뎀 이용료 등으로 월 5만∼6만원의 요금을 내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만큼 당시 청춘들에게 PC통신은 ID(닉네임) 하나로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탈출구였습니다

["외로운 눈물이여 안녕~"]

밴드 ‘자우림’과 ‘언니네 이발관’의 시작도 PC통신 동호회로 알려져 있습니다.

1998년 초고속 인터넷 시대가 열리며 퇴로를 걷기 시작한 pc통신.

나의 젊은 추억을 간직한 또하나의 공간이 또 이렇게 사라져갑니다.

지금까지 ET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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