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돋보기] ‘내국인면세점’, 정책 결정으로 달라지는 미래

입력 2022.03.07 (19:31) 수정 2022.03.07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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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제주 사회 현안을 심층적으로 살펴보는 '제주 돋보기'.

김익태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내국인면세점'이야기네요.

대선을 이틀 앞두고 꺼낸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정치와 내 삶이 무슨 상관 있어, 거기가 거기지"라고 생각하실 시청자분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정치인들의 정책 결정이 우리 삶과 미래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지 내국인면세점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제주에 내국인면세점을 도입 하자는 논의, 언제 시작됐을까요?

[앵커]

국제자유도시 계획에 따라 만들어진 거니까, 2000년 전후가 아닐까요?

[기자]

정답은 1996년입니다.

내국인면세점 아이디어를 정책으로 처음 제시한 건 제주도 의뢰를 받아 제주국제컨벤션센터 타당성 용역을 맡은 한국관광연구원인데요.

도민주 공모 주식회사 방식으로도 흑자를 낼 수 있다고 결론 냈습니다.

그 비결은 카지노와 쇼핑아울렛, 그리고 면세점 등의 수익 사업입니다.

이 가운데 카지노와 쇼핑아울렛은 지금도 논란만 되고 있지만, 면세점 구상은 이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즉 JDC의 핵심 수익사업으로 2002년 12월, 제주공항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앵커]

컨벤션센터의 수익 사업 정책이 JDC 사업으로 바뀌게 된거군요?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건가요?

[기자]

여기에 바로 정책 결정을 하는 정치인들의 역할이 있습니다.

1996년 제주도 도제 실시 50주년 기념사에서 신구범 당시 지사가 처음으로 국제회의시설 구상을 밝혔죠.

신 지사는 지역 사회의 부정적 여론에도 컨벤션 사업을 이끌고 갔습니다만 1998년 기공식만 하고 그해 지방선거에서 패배했습니다.

여기에 외환위기까지 맞으며 사업 추진력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이때 김대중 대통령과 우근민 지사는 제주 비전을 국제자유도시 계획으로 잡았고, 추진 주체로 국가공기업인 JDC를 설립하고 JDC에 내국인면세점 운영이라는 독점적 권한을 준 겁니다.

[앵커]

가장 큰 수익사업인 면세점 사업을 놓치면서 제주국제컨벤션센터가 만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물론 컨벤션센터는 관광 인프라 시설이기 때문에 반드시 흑자를 내야 하는 건 아닐 겁니다.

하지만, 제주도가 재일동포를 비롯한 도민들에게 약속을 하고도 이익 배당을 한 번도 하지 못한 건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그래서 제주도는 뒤늦게나마 2년 전부터 개인주주 4천 명의 주식을 사들이고 있죠.

지난 2년간 지방비 35억 원을 투입했고 올해도 27억 원을 들여 주식을 매입할 예정입니다.

[앵커]

약속을 지키지 못한데 대해 제주도가 최소한의 책임을 지는 거네요.

당초 계획대로 컨벤션센터가 내국인면세점 운영 권한을 가지게 됐다면 현재 제주 모습이 크게 달라졌겠네요?

[기자]

같은 질문을 당시 컨벤션센터 용역을 맡았던 한범수 현 경기대학교 교수에게 했는데요.

한 교수는 "국토부 중심이 아닌 제주도 중심의 관광개발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제주 비전의 주도권을 제주도가 주체적으로 쥐고 행사했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물론 2009년부터 컨벤션센터에서 내국인면세점이 운영되고 있죠.

이 면세점은 컨벤션센터가 아니라 제주관광공사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관광공사는 지난해 500억 원대 매출에 50억 원 이상 순이익을 올린 것으로 잠정 집계했습니다만, 선발 주자인 JDC의 실적에 비하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앵커]

JDC는 얼마나 수익을 올리고 있죠?

지난해 매출액이 사상 최고 였다는 소식을 전해드리긴 했습니다만.

[기자]

네 맞습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해외로 나가지 못한 관광객들이 제주로 몰려들면서 오히려 호황을 맞고 있죠.

운영 첫해로 볼수 있는 2003년 천억 원을 살짝 넘겼던 매출액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6천억 원을 돌파했습니다.

지난 20년간 누적 매출액을 추산해보니 6조 6천억 원이 넘습니다.

순이익도 볼까요?

2003년 200억 원을 기록했는데 2015년 이후부터 매년 천억 원 이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20년간 추산 누적 순이익은 1조 6천억 원을 넘습니다.

어마어마하죠?

[앵커]

그렇네요.

순이익 1조 6천억 원, 모두 어디에 쓴 건가요?

[기자]

뉴스에서 자주 접하는 신화역사공원이나 영어교육도시, 헬스케어타운과 첨단과기단지, 휴양형 주거단지와 항공우주박물관 등 제주개발사업에 투자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JDC의 누적 투자 실적을 보면 JDC에서 직접 부담한 투자액이 2019년 기준 1조 6천억 원에 육박합니다.

국비와 지방비 부담액 2800억 원과 비교해보면 면세점 수익이 절대적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민간 투자를 제외하면 공공 부문 투자 가운데 JDC 부담이 82%를 넘는 거죠.

중앙정부에서 제주에 내국인면세제도라는 특혜를 준 이유를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앙정부가 국제자유도시 조성에 필요한 돈을 국비로 주기엔 부담스러우니 대신 면세점 운영권을 준 겁니다.

[앵커]

그렇네요.

그렇다면 그동안 내국인면세점 수익으로 JDC가 개발사업을 해왔다는 건데, 투자한 만큼 효과를 거뒀을까요?

[기자]

국토부 산하의 국가공기업인 JDC를 제주도로 이관해야 한다는 논란이 지금도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만, 이 논란의 핵심은 직설적으로 말씀드리면 내국인면세점 운영권을 둘러싼 힘겨루기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만약 개발사업이 기대만큼 성과를 거뒀다면 면세점 수익 사용권을 어느 기관에서 가져가는가는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JDC 개발사업의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느냐, 이건 가치 판단의 문제라고 봅니다.

다만 이 개발사업을 놓고 지난 20년간 제주사회가 갈등을 지속해왔다는 점, 제주의 생태자원을 지속가능하게 사용하지 못했다는 점은 꼭 언급해두고 싶습니다.

[앵커]

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제주도민이라면 누구나 각자 의견이 있을 거라고 보고 넘어가도록 하죠.

그런데 내국인면세점을 처음에 제주공항이 아니라 컨벤션센터에서 열었다면 지금처럼 호황을 누렸을까요?

[기자]

흥미로운 질문입니다.

한 가지 전제할 것은 1996년 용역에서 면세점 설치 장소까지는 제시하지 않았는데요.

만약 중문관광단지에서 운영했더라면 접근성 문제 때문에 수익성은 떨어졌을 겁니다.

그런데 수익성을 우선해 제주공항에 면세점을 입점한 정책 결정은 제주사회에 다른 차원의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제주공항 출발 대합실에 가면 어떤 느낌을 받으시나요?

[앵커]

혼란스럽죠.

탑승 시간을 기다릴때 앉을 의자도 없어서 피곤하기도 하구요.

[기자]

네, 제주공항 이용객들이 제주공항 혼잡도를 느끼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죠.

JDC 공항면세점의 임대면적이 3600 제곱미터, 축구장의 절반 정도 됩니다.

적지 않은 규모죠.

관광을 산업적 측면에서 봤을때 핵심 원칙 가운데 하나가 관광객들의 관광지 체류 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겁니다.

관광지에서 최대한 돈을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인데요.

그런데 쇼핑 장소를 공항에 마련한 결과 오히려 관광객들을 제주도에서 빨리 내쫓는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면세점 쇼핑을 위해 관광객들은 공항에 일찍 도착하고, 그 탓에 대기시간이 길어지며 대합실은 더욱 혼잡해지는 악순환 구조를 만든 겁니다.

공항엔 면세품 인도장만 운영하고 현재의 면세점 공간을 공항 이용객들에게 돌려주는 게 공항공사의 서비스 정신에도 맞다는 얘깁니다.

[앵커]

맞는 말이기는 합니다만 공항공사 입장에서 본다면 수익성을 따지지 않을 수 없지 않습니까?

[기자]

그 점 때문인데요.

JDC에서 공항공사에 내는 임대료가 만만치 않습니다.

사업 초기 면세점 매출액의 3%에서 지금은 매출액의 12.5% 수준을 임대료로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매출액이 늘면 임대료도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지난 한해 임대료만 788억 원, 역대 최곱니다.

20년간 누적 임대료를 추산해보니 7천억 원을 넘었습니다.

제주공항의 순수 매장 임대료 수익 가운데 JDC에서 낸 비중이 2020년 12월 기준 68.5%나 되더군요.

사무실과 창고 등을 포함한 전체 임대료 수익으로 늘려봐도 JDC 임대료 비중은 63% 수준입니다.

[앵커]

제주공항을 흑자 공항으로 만드는데 JDC가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기자]

그렇죠.

1등 공신으로 볼 수 있습니다.

2020년 코로나19 속에서 국내 모든 공항들이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도 제주공항은 249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냈고, 지난해에도 상반기까지 당기순이익 188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JDC 면세점 임대료가 이런 실적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공항공사와 JDC 모두 국토교통부 산하에 있다는 겁니다.

심하게 말하면 내부자 거래라고 할수 있을까요?

[앵커]

그렇게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제주공항을 적자로 운영할 수는 없는 것 아닐까요?

[기자]

당연한 말씀입니다.

문제는 이런 과정에 제주도가 영향력을 전혀 행사할 수 없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말았다는 거겠죠.

지방자치를 확대하는 역사적 흐름에 비춰봤을때 특히 특별자치를 하는 제주도라면 수익권을 쥐고 그 돈의 사용처에 대해서도 주도권을 가져야 하는 데, 상황은 정반대라는 겁니다.

오히려 상대적인 불이익마저 받고 있죠.

대표적인 게 교통시설특별회계입니다.

국토교통부는 도로, 철도, 공항, 항만의 확충과 관리를 위해 특별회계를 운영하고 있는데 공항에 대한 연간 집행액은 최대 8천억 원대에 이릅니다.

그런데 가장 이용객이 많고 수익도 많이 나는 제주공항에 대한 집행 실적을 보면 아예 한 푼도 없는 해가 있을 정돕니다.

[앵커]

중앙정부가 제주공항에서 돈을 많이 벌어들이면서 정작 투자를 제대로 하지 않는 하나의 사례로 볼 수 있겠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내국인면세점의 역사를 예기하다보니 제주공항에 대한 얘기로 넘어왔습니다만, 정치인들이 원래 계획대로 컨벤션센터에서 면세점 운영권을 갖도록 결정했다면 제주의 현재 모습은 분명히 크게 변화했을 겁니다.

[앵커]

네. 모레 9일은 대통령선거 투표일입니다.

나의 한 표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점 잊지 마시고 꼭 투표하시기 바랍니다.

오늘 제주돋보기는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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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 돋보기] ‘내국인면세점’, 정책 결정으로 달라지는 미래
    • 입력 2022-03-07 19:31:42
    • 수정2022-03-07 20:10:46
    뉴스7(제주)
[앵커]

제주 사회 현안을 심층적으로 살펴보는 '제주 돋보기'.

김익태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내국인면세점'이야기네요.

대선을 이틀 앞두고 꺼낸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정치와 내 삶이 무슨 상관 있어, 거기가 거기지"라고 생각하실 시청자분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정치인들의 정책 결정이 우리 삶과 미래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지 내국인면세점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제주에 내국인면세점을 도입 하자는 논의, 언제 시작됐을까요?

[앵커]

국제자유도시 계획에 따라 만들어진 거니까, 2000년 전후가 아닐까요?

[기자]

정답은 1996년입니다.

내국인면세점 아이디어를 정책으로 처음 제시한 건 제주도 의뢰를 받아 제주국제컨벤션센터 타당성 용역을 맡은 한국관광연구원인데요.

도민주 공모 주식회사 방식으로도 흑자를 낼 수 있다고 결론 냈습니다.

그 비결은 카지노와 쇼핑아울렛, 그리고 면세점 등의 수익 사업입니다.

이 가운데 카지노와 쇼핑아울렛은 지금도 논란만 되고 있지만, 면세점 구상은 이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즉 JDC의 핵심 수익사업으로 2002년 12월, 제주공항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앵커]

컨벤션센터의 수익 사업 정책이 JDC 사업으로 바뀌게 된거군요?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건가요?

[기자]

여기에 바로 정책 결정을 하는 정치인들의 역할이 있습니다.

1996년 제주도 도제 실시 50주년 기념사에서 신구범 당시 지사가 처음으로 국제회의시설 구상을 밝혔죠.

신 지사는 지역 사회의 부정적 여론에도 컨벤션 사업을 이끌고 갔습니다만 1998년 기공식만 하고 그해 지방선거에서 패배했습니다.

여기에 외환위기까지 맞으며 사업 추진력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이때 김대중 대통령과 우근민 지사는 제주 비전을 국제자유도시 계획으로 잡았고, 추진 주체로 국가공기업인 JDC를 설립하고 JDC에 내국인면세점 운영이라는 독점적 권한을 준 겁니다.

[앵커]

가장 큰 수익사업인 면세점 사업을 놓치면서 제주국제컨벤션센터가 만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물론 컨벤션센터는 관광 인프라 시설이기 때문에 반드시 흑자를 내야 하는 건 아닐 겁니다.

하지만, 제주도가 재일동포를 비롯한 도민들에게 약속을 하고도 이익 배당을 한 번도 하지 못한 건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그래서 제주도는 뒤늦게나마 2년 전부터 개인주주 4천 명의 주식을 사들이고 있죠.

지난 2년간 지방비 35억 원을 투입했고 올해도 27억 원을 들여 주식을 매입할 예정입니다.

[앵커]

약속을 지키지 못한데 대해 제주도가 최소한의 책임을 지는 거네요.

당초 계획대로 컨벤션센터가 내국인면세점 운영 권한을 가지게 됐다면 현재 제주 모습이 크게 달라졌겠네요?

[기자]

같은 질문을 당시 컨벤션센터 용역을 맡았던 한범수 현 경기대학교 교수에게 했는데요.

한 교수는 "국토부 중심이 아닌 제주도 중심의 관광개발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제주 비전의 주도권을 제주도가 주체적으로 쥐고 행사했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물론 2009년부터 컨벤션센터에서 내국인면세점이 운영되고 있죠.

이 면세점은 컨벤션센터가 아니라 제주관광공사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관광공사는 지난해 500억 원대 매출에 50억 원 이상 순이익을 올린 것으로 잠정 집계했습니다만, 선발 주자인 JDC의 실적에 비하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앵커]

JDC는 얼마나 수익을 올리고 있죠?

지난해 매출액이 사상 최고 였다는 소식을 전해드리긴 했습니다만.

[기자]

네 맞습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해외로 나가지 못한 관광객들이 제주로 몰려들면서 오히려 호황을 맞고 있죠.

운영 첫해로 볼수 있는 2003년 천억 원을 살짝 넘겼던 매출액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6천억 원을 돌파했습니다.

지난 20년간 누적 매출액을 추산해보니 6조 6천억 원이 넘습니다.

순이익도 볼까요?

2003년 200억 원을 기록했는데 2015년 이후부터 매년 천억 원 이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20년간 추산 누적 순이익은 1조 6천억 원을 넘습니다.

어마어마하죠?

[앵커]

그렇네요.

순이익 1조 6천억 원, 모두 어디에 쓴 건가요?

[기자]

뉴스에서 자주 접하는 신화역사공원이나 영어교육도시, 헬스케어타운과 첨단과기단지, 휴양형 주거단지와 항공우주박물관 등 제주개발사업에 투자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JDC의 누적 투자 실적을 보면 JDC에서 직접 부담한 투자액이 2019년 기준 1조 6천억 원에 육박합니다.

국비와 지방비 부담액 2800억 원과 비교해보면 면세점 수익이 절대적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민간 투자를 제외하면 공공 부문 투자 가운데 JDC 부담이 82%를 넘는 거죠.

중앙정부에서 제주에 내국인면세제도라는 특혜를 준 이유를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앙정부가 국제자유도시 조성에 필요한 돈을 국비로 주기엔 부담스러우니 대신 면세점 운영권을 준 겁니다.

[앵커]

그렇네요.

그렇다면 그동안 내국인면세점 수익으로 JDC가 개발사업을 해왔다는 건데, 투자한 만큼 효과를 거뒀을까요?

[기자]

국토부 산하의 국가공기업인 JDC를 제주도로 이관해야 한다는 논란이 지금도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만, 이 논란의 핵심은 직설적으로 말씀드리면 내국인면세점 운영권을 둘러싼 힘겨루기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만약 개발사업이 기대만큼 성과를 거뒀다면 면세점 수익 사용권을 어느 기관에서 가져가는가는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JDC 개발사업의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느냐, 이건 가치 판단의 문제라고 봅니다.

다만 이 개발사업을 놓고 지난 20년간 제주사회가 갈등을 지속해왔다는 점, 제주의 생태자원을 지속가능하게 사용하지 못했다는 점은 꼭 언급해두고 싶습니다.

[앵커]

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제주도민이라면 누구나 각자 의견이 있을 거라고 보고 넘어가도록 하죠.

그런데 내국인면세점을 처음에 제주공항이 아니라 컨벤션센터에서 열었다면 지금처럼 호황을 누렸을까요?

[기자]

흥미로운 질문입니다.

한 가지 전제할 것은 1996년 용역에서 면세점 설치 장소까지는 제시하지 않았는데요.

만약 중문관광단지에서 운영했더라면 접근성 문제 때문에 수익성은 떨어졌을 겁니다.

그런데 수익성을 우선해 제주공항에 면세점을 입점한 정책 결정은 제주사회에 다른 차원의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제주공항 출발 대합실에 가면 어떤 느낌을 받으시나요?

[앵커]

혼란스럽죠.

탑승 시간을 기다릴때 앉을 의자도 없어서 피곤하기도 하구요.

[기자]

네, 제주공항 이용객들이 제주공항 혼잡도를 느끼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죠.

JDC 공항면세점의 임대면적이 3600 제곱미터, 축구장의 절반 정도 됩니다.

적지 않은 규모죠.

관광을 산업적 측면에서 봤을때 핵심 원칙 가운데 하나가 관광객들의 관광지 체류 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겁니다.

관광지에서 최대한 돈을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인데요.

그런데 쇼핑 장소를 공항에 마련한 결과 오히려 관광객들을 제주도에서 빨리 내쫓는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면세점 쇼핑을 위해 관광객들은 공항에 일찍 도착하고, 그 탓에 대기시간이 길어지며 대합실은 더욱 혼잡해지는 악순환 구조를 만든 겁니다.

공항엔 면세품 인도장만 운영하고 현재의 면세점 공간을 공항 이용객들에게 돌려주는 게 공항공사의 서비스 정신에도 맞다는 얘깁니다.

[앵커]

맞는 말이기는 합니다만 공항공사 입장에서 본다면 수익성을 따지지 않을 수 없지 않습니까?

[기자]

그 점 때문인데요.

JDC에서 공항공사에 내는 임대료가 만만치 않습니다.

사업 초기 면세점 매출액의 3%에서 지금은 매출액의 12.5% 수준을 임대료로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매출액이 늘면 임대료도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지난 한해 임대료만 788억 원, 역대 최곱니다.

20년간 누적 임대료를 추산해보니 7천억 원을 넘었습니다.

제주공항의 순수 매장 임대료 수익 가운데 JDC에서 낸 비중이 2020년 12월 기준 68.5%나 되더군요.

사무실과 창고 등을 포함한 전체 임대료 수익으로 늘려봐도 JDC 임대료 비중은 63% 수준입니다.

[앵커]

제주공항을 흑자 공항으로 만드는데 JDC가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기자]

그렇죠.

1등 공신으로 볼 수 있습니다.

2020년 코로나19 속에서 국내 모든 공항들이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도 제주공항은 249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냈고, 지난해에도 상반기까지 당기순이익 188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JDC 면세점 임대료가 이런 실적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공항공사와 JDC 모두 국토교통부 산하에 있다는 겁니다.

심하게 말하면 내부자 거래라고 할수 있을까요?

[앵커]

그렇게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제주공항을 적자로 운영할 수는 없는 것 아닐까요?

[기자]

당연한 말씀입니다.

문제는 이런 과정에 제주도가 영향력을 전혀 행사할 수 없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말았다는 거겠죠.

지방자치를 확대하는 역사적 흐름에 비춰봤을때 특히 특별자치를 하는 제주도라면 수익권을 쥐고 그 돈의 사용처에 대해서도 주도권을 가져야 하는 데, 상황은 정반대라는 겁니다.

오히려 상대적인 불이익마저 받고 있죠.

대표적인 게 교통시설특별회계입니다.

국토교통부는 도로, 철도, 공항, 항만의 확충과 관리를 위해 특별회계를 운영하고 있는데 공항에 대한 연간 집행액은 최대 8천억 원대에 이릅니다.

그런데 가장 이용객이 많고 수익도 많이 나는 제주공항에 대한 집행 실적을 보면 아예 한 푼도 없는 해가 있을 정돕니다.

[앵커]

중앙정부가 제주공항에서 돈을 많이 벌어들이면서 정작 투자를 제대로 하지 않는 하나의 사례로 볼 수 있겠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내국인면세점의 역사를 예기하다보니 제주공항에 대한 얘기로 넘어왔습니다만, 정치인들이 원래 계획대로 컨벤션센터에서 면세점 운영권을 갖도록 결정했다면 제주의 현재 모습은 분명히 크게 변화했을 겁니다.

[앵커]

네. 모레 9일은 대통령선거 투표일입니다.

나의 한 표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점 잊지 마시고 꼭 투표하시기 바랍니다.

오늘 제주돋보기는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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