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자 청소’ 공포정치 예고한 푸틴
입력 2022.03.18 (17:59)
수정 2022.03.1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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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경제 제재, 반전 시위를 맞닥뜨린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국민을 향해 "인간 쓰레기, 배신자"라는 격한 표현을 하며 공포정치를 예고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영TV 연설에서 "어느 나라 사람이든, 특히 러시아인들은 더더욱 인간 쓰레기와 배신자들 사이에서 진정한 애국자를 구분해낼 수 있다."면서 "입 안에 들어오는 벌레를 뱉어내듯 바닥에 뱉어낼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고 필수적인 러시아 사회의 자율 청소가 러시아를 강하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연설은 반전 시위와 서방 제재 이후 푸틴의 자국민을 향한 첫 연설이라고 외신들은 전했습니다.
■ "배신자들 스스로 러시아 떠나…저절로 청소 중"
푸틴은 연설에서 먼저 러시아의 엘리트층을 겨냥했습니다. 푸틴은 서방과 연계된 이들은 러시아에 대한 흔들림 없는 충성심을 보여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푸틴은 "(미국) 마이애미, 프랑스 리비에라에 빌라를 가진 사람들이나 푸아그라, 굴(같은 고급 음식), 성의 자유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들을 비난하진 않을 것이다."라면서도 "다만 문제는 이런 사람들 중에 다수는 근본적으로 마음이 그곳에 가 있고, 여기 러시아와 함께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러시아 국영방송 채널1 메인뉴스에서 마리나 오브샤니코바가 기습 반전 시위를 펼친 모습. 이후 러시아 관영 언론 소속이던 언론인들이 잇따라 사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이 지목한 이들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자리에서 물러났거나 나라를 떠난 이들을 의미한다고 부연했습니다. 푸틴의 연설 다음날, 페스코프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진정한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면서 "아주 많은 이들이 스스로 자신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가 말한 배신자들 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들은 사회에서 사라지고 있다."면서 "자신의 자리를 떠나거나 직업을 그만두거나 나라를 떠나서 다른 나라로 가고 있다."면서 "이것이 청소가 일어나는 방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지난달 말 이후, 20만 명이 넘는 러시아인들이 자국을 스스로 떠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연관 기사] “침공 이후 20만 명 추산” 러시아를 떠나는 사람들
■ "모호한 지시로 공포 가중" 사형제 부활 우려도
푸틴은 연설에서 배신자를 언급하면서도 이들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세르게이 라첸코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는 공포가 스며들도록 겁을 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푸틴이 잠재적 배신자에 대한 구체적 지시를 회피함으로써 관계당국과 보안기관들이 이들을 포괄적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는 겁니다.
실제로 러시아 경찰은 반전 시위에 참여한 러시아인들을 마구잡이로 체포하거나 구금하고 있습니다. 인권단체인 OVD-Info에 따르면 지금까지 러시아 전역에서 1만 5천 명에 가까운 이들이 반전 시위와 관련해 체포됐습니다. 이 중에는 시위대 근처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붙잡혀가거나, 아무 글자도 쓰이지 않은 빈 종이를 거리에 들고 있다가 붙잡히는 경우도 공개되고 있습니다.
13일 노보시르비스크의 거리에서 빈 종이를 들고 있는 남성이 경찰에게 불법행위를 하고 있다는 경고를 받고 체포되는 모습
구금된 이후 조사에서는 가혹 행위를 당했다는 증언도 나옵니다. OVD-Info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한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시위자에게 "푸틴은 우리 편이고 당신은 러시아의 적이다. 인민의 적이다." 라고 말했습니다.
러시아가 사형제를 다시 부활할 거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러시아는 1996년 유럽평의회에 가입하면서 의무 조건에 따라 그동안 사형제를 잠정 유예했습니다. 하지만 반전시위가 고조되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사형제 부활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러시아는 지난 15일 유럽평의회 탈퇴를 공식화했습니다.
러시아 카네기 모스크바 센터의 알렉산더 가부에프 선임 연구원은 "푸틴이 이전보다 훨씬 더 잔혹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습니다. 특히 경제 재재로 러시아인들의 생활고가 가중되면서, 반전 여론에 경제적 불만이 가중되는 것을 푸틴이 두려워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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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신자 청소’ 공포정치 예고한 푸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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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2-03-18 17:59:47
- 수정2022-03-18 19:30:03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경제 제재, 반전 시위를 맞닥뜨린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국민을 향해 "인간 쓰레기, 배신자"라는 격한 표현을 하며 공포정치를 예고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영TV 연설에서 "어느 나라 사람이든, 특히 러시아인들은 더더욱 인간 쓰레기와 배신자들 사이에서 진정한 애국자를 구분해낼 수 있다."면서 "입 안에 들어오는 벌레를 뱉어내듯 바닥에 뱉어낼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고 필수적인 러시아 사회의 자율 청소가 러시아를 강하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연설은 반전 시위와 서방 제재 이후 푸틴의 자국민을 향한 첫 연설이라고 외신들은 전했습니다.
■ "배신자들 스스로 러시아 떠나…저절로 청소 중"
푸틴은 연설에서 먼저 러시아의 엘리트층을 겨냥했습니다. 푸틴은 서방과 연계된 이들은 러시아에 대한 흔들림 없는 충성심을 보여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푸틴은 "(미국) 마이애미, 프랑스 리비에라에 빌라를 가진 사람들이나 푸아그라, 굴(같은 고급 음식), 성의 자유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들을 비난하진 않을 것이다."라면서도 "다만 문제는 이런 사람들 중에 다수는 근본적으로 마음이 그곳에 가 있고, 여기 러시아와 함께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이 지목한 이들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자리에서 물러났거나 나라를 떠난 이들을 의미한다고 부연했습니다. 푸틴의 연설 다음날, 페스코프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진정한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면서 "아주 많은 이들이 스스로 자신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가 말한 배신자들 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들은 사회에서 사라지고 있다."면서 "자신의 자리를 떠나거나 직업을 그만두거나 나라를 떠나서 다른 나라로 가고 있다."면서 "이것이 청소가 일어나는 방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지난달 말 이후, 20만 명이 넘는 러시아인들이 자국을 스스로 떠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연관 기사] “침공 이후 20만 명 추산” 러시아를 떠나는 사람들
■ "모호한 지시로 공포 가중" 사형제 부활 우려도
푸틴은 연설에서 배신자를 언급하면서도 이들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세르게이 라첸코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는 공포가 스며들도록 겁을 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푸틴이 잠재적 배신자에 대한 구체적 지시를 회피함으로써 관계당국과 보안기관들이 이들을 포괄적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는 겁니다.
실제로 러시아 경찰은 반전 시위에 참여한 러시아인들을 마구잡이로 체포하거나 구금하고 있습니다. 인권단체인 OVD-Info에 따르면 지금까지 러시아 전역에서 1만 5천 명에 가까운 이들이 반전 시위와 관련해 체포됐습니다. 이 중에는 시위대 근처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붙잡혀가거나, 아무 글자도 쓰이지 않은 빈 종이를 거리에 들고 있다가 붙잡히는 경우도 공개되고 있습니다.
구금된 이후 조사에서는 가혹 행위를 당했다는 증언도 나옵니다. OVD-Info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한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시위자에게 "푸틴은 우리 편이고 당신은 러시아의 적이다. 인민의 적이다." 라고 말했습니다.
러시아가 사형제를 다시 부활할 거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러시아는 1996년 유럽평의회에 가입하면서 의무 조건에 따라 그동안 사형제를 잠정 유예했습니다. 하지만 반전시위가 고조되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사형제 부활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러시아는 지난 15일 유럽평의회 탈퇴를 공식화했습니다.
러시아 카네기 모스크바 센터의 알렉산더 가부에프 선임 연구원은 "푸틴이 이전보다 훨씬 더 잔혹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습니다. 특히 경제 재재로 러시아인들의 생활고가 가중되면서, 반전 여론에 경제적 불만이 가중되는 것을 푸틴이 두려워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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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하 기자 isegori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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