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프랑스 대선과 우크라이나 전쟁

입력 2022.04.12 (10:54) 수정 2022.04.12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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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일요일이죠.

10일 프랑스에선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었죠.

1차 선거에서 현 대통령인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가 승리했는데요.

한국국제정치학회 유럽연구분과 위원장인 성공회대 정치학 전공 윤석준 교수와 함께 이번 대선의 의미를 분석해보겠습니다.

윤 교수님, 먼저 이번 대선 결과부터 분석해 주시죠.

[답변]

네, 프랑스 대선 1차 선거에서 현 집권당인 '전진하는 공화국'의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가 27.6%의 득표로 1위를 차지해서, 24.4% 특표로 2위를 한 극우 성향 '민족연맹(국민연합)'의 마링 르펜 후보와 최종 결선투표를 치르게 되었습니다.

프랑스 대통령 선거는 결선투표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데,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은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 1, 2위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2주 뒤에 결선투표를 실시하게 됩니다.

현재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마크롱 후보가 결선투표에서 르펜 후보에 대해 오차범위를 넘나드는 수준에서 박빙의 우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1차 투표를 며칠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마린 르펜이 앞선 여론조사 결과도 하나 나온 바 있어 그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일반적으로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에서는 이른바 '공화국연대'라는 정치문법이 작동해왔습니다.

극우정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막기 위해서 1차투표에서 다른 후보들에게 투표했던 유권자들이 좌우파를 넘어 비극우정당 후보에 투표해왔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극우성향의 후보가 두 명 출마했는데, 이들에 대한 지지세를 합산하면 극우정당에 대한 지지세는 역대 최고치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위 공화국 연대가 이번에도 성공적으로 작동할지 주목해볼 일입니다.

[앵커]

프랑스 새 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우선 과제,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답변]

마크롱 후보가 재선에 성공하게 되면 그동안 프랑스 정치를 주도해오던 중도좌파, 중도우파 정권들이 미뤄왔던 사회 경제 분야에서의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법정 정년 연장인데요.

마크롱 후보는 고령화 사회를 고려한 연금 정책 차원에서 법정 정년을 기존 62세에서 65세로 늘려서 연금 수령 개시 연령을 늦출 것을 공약하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 그동안 필요성은 충분히 공감해왔지만 아무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하지 않았던 대표적 현안들 중 하나입니다.

특히 마크롱 후보가 5년전 대선에서 제시했던 공약이 법정 정년 유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개혁 의지는 단호해 보입니다.

그리고 대외적으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포함해서 국제사회에서 프랑스의 위상과 유럽연합의 목소리를 높이는 데 더욱 주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유럽연합의 주도국으로서 프랑스와 그의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앵커]

이번에는 러시아-우크라 전쟁이 유럽안보 질서에 미친 영향 좀 살펴보죠.

우선 눈에 띄는게 독일 등 유럽국가들의 국방비 대폭 증액이던데요.

러-우크라 전쟁이 유럽안보에 던진 함의점들은 어떻게 분석하십니까?

[답변]

유럽은 지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파리기후협약 탈퇴 등으로 인해 미국과의 대서양 양안관계에 있어 심각한 균열을 경험하면서, 유럽이 새로운 세계질서에 대한 독자적 준비가 필요하다는 고민을 이어왔습니다.

매사에 신중하기로 유명했던 메르켈 독일 총리가 재임 후반기에 했던 가장 대표적 연설 중 하나가 바로 "우리 유럽이 이제는 더 이상 다른 나라에게, 즉 미국에게 안전보장을 의존하던 시기는 지나갔다"라는 내용이었지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유럽은 미국과의 공조를 기본적으로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냉전시기처럼 모든 국제현안에 대해 미국과 단일한 서구(the West)로 행동할 수 없다는 것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나토를 통해 미국에 의존해온 군사안보와 관련하여 유럽의 독자적 안보능력 확충 노력을 가속화할 것입니다.

그리고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도 가속화할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친환경 에너지 산업은 경제를 넘어 점차 안보의 영역으로 여겨지게 될 것입니다.

[앵커]

특히 독일의 재무장이 심상치 않은데요.

이번 전쟁 이전부터 “유럽군 창설” 등 유럽의 독자안보 노선이 논의됐었는데 이 과정에서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주요국들의 역할 분담이 적지 않은 논쟁거리가 될 거 같군요?

[답변]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한 유럽 주요국들의 군사안보협력 심화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즉 브렉시트를 통해서 가속화된 측면이 있습니다.

브렉시트가 유럽통합의 역사에서 경제적인 측면으로는 일면 위기라고도 할 수 있었지만, 오히려 군사안보적인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요인도 있었습니다.

그동안 유럽 국가들간 안보협력이나 독자적인 군사역량 강화에 소극적이었던 영국의 탈퇴로 인해서 프랑스와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군 창설도 본격화될 수 있었습니다.

이미 유럽연합의 항구적 안보협력(PESCO)이라는 군사안보협력 플랫폼을 통해서 상당히 다양한 군사안보협력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PESCO는 아주 간단히 설명드리면 기존의 모든 회원국들이 참여해야했던 군사안보협력을 고집하지 않고 구체적인 개별 프로젝트별로 희망국들만 참여할 수 있게 만든 유연성이 극대화된 유럽연합의 군사안보협력 플랫폼입니다.

이러한 협력의 경험이 축적되면서 장기적으로는 유럽연합이 군사안보협력에서도 일정한 수준에서 의미있는 역할을 수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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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돋보기] 프랑스 대선과 우크라이나 전쟁
    • 입력 2022-04-12 10:54:41
    • 수정2022-04-12 11:03:48
    지구촌뉴스
[앵커]

지난 일요일이죠.

10일 프랑스에선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었죠.

1차 선거에서 현 대통령인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가 승리했는데요.

한국국제정치학회 유럽연구분과 위원장인 성공회대 정치학 전공 윤석준 교수와 함께 이번 대선의 의미를 분석해보겠습니다.

윤 교수님, 먼저 이번 대선 결과부터 분석해 주시죠.

[답변]

네, 프랑스 대선 1차 선거에서 현 집권당인 '전진하는 공화국'의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가 27.6%의 득표로 1위를 차지해서, 24.4% 특표로 2위를 한 극우 성향 '민족연맹(국민연합)'의 마링 르펜 후보와 최종 결선투표를 치르게 되었습니다.

프랑스 대통령 선거는 결선투표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데,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은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 1, 2위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2주 뒤에 결선투표를 실시하게 됩니다.

현재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마크롱 후보가 결선투표에서 르펜 후보에 대해 오차범위를 넘나드는 수준에서 박빙의 우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1차 투표를 며칠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마린 르펜이 앞선 여론조사 결과도 하나 나온 바 있어 그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일반적으로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에서는 이른바 '공화국연대'라는 정치문법이 작동해왔습니다.

극우정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막기 위해서 1차투표에서 다른 후보들에게 투표했던 유권자들이 좌우파를 넘어 비극우정당 후보에 투표해왔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극우성향의 후보가 두 명 출마했는데, 이들에 대한 지지세를 합산하면 극우정당에 대한 지지세는 역대 최고치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위 공화국 연대가 이번에도 성공적으로 작동할지 주목해볼 일입니다.

[앵커]

프랑스 새 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우선 과제,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답변]

마크롱 후보가 재선에 성공하게 되면 그동안 프랑스 정치를 주도해오던 중도좌파, 중도우파 정권들이 미뤄왔던 사회 경제 분야에서의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법정 정년 연장인데요.

마크롱 후보는 고령화 사회를 고려한 연금 정책 차원에서 법정 정년을 기존 62세에서 65세로 늘려서 연금 수령 개시 연령을 늦출 것을 공약하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 그동안 필요성은 충분히 공감해왔지만 아무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하지 않았던 대표적 현안들 중 하나입니다.

특히 마크롱 후보가 5년전 대선에서 제시했던 공약이 법정 정년 유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개혁 의지는 단호해 보입니다.

그리고 대외적으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포함해서 국제사회에서 프랑스의 위상과 유럽연합의 목소리를 높이는 데 더욱 주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유럽연합의 주도국으로서 프랑스와 그의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앵커]

이번에는 러시아-우크라 전쟁이 유럽안보 질서에 미친 영향 좀 살펴보죠.

우선 눈에 띄는게 독일 등 유럽국가들의 국방비 대폭 증액이던데요.

러-우크라 전쟁이 유럽안보에 던진 함의점들은 어떻게 분석하십니까?

[답변]

유럽은 지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파리기후협약 탈퇴 등으로 인해 미국과의 대서양 양안관계에 있어 심각한 균열을 경험하면서, 유럽이 새로운 세계질서에 대한 독자적 준비가 필요하다는 고민을 이어왔습니다.

매사에 신중하기로 유명했던 메르켈 독일 총리가 재임 후반기에 했던 가장 대표적 연설 중 하나가 바로 "우리 유럽이 이제는 더 이상 다른 나라에게, 즉 미국에게 안전보장을 의존하던 시기는 지나갔다"라는 내용이었지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유럽은 미국과의 공조를 기본적으로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냉전시기처럼 모든 국제현안에 대해 미국과 단일한 서구(the West)로 행동할 수 없다는 것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나토를 통해 미국에 의존해온 군사안보와 관련하여 유럽의 독자적 안보능력 확충 노력을 가속화할 것입니다.

그리고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도 가속화할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친환경 에너지 산업은 경제를 넘어 점차 안보의 영역으로 여겨지게 될 것입니다.

[앵커]

특히 독일의 재무장이 심상치 않은데요.

이번 전쟁 이전부터 “유럽군 창설” 등 유럽의 독자안보 노선이 논의됐었는데 이 과정에서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주요국들의 역할 분담이 적지 않은 논쟁거리가 될 거 같군요?

[답변]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한 유럽 주요국들의 군사안보협력 심화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즉 브렉시트를 통해서 가속화된 측면이 있습니다.

브렉시트가 유럽통합의 역사에서 경제적인 측면으로는 일면 위기라고도 할 수 있었지만, 오히려 군사안보적인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요인도 있었습니다.

그동안 유럽 국가들간 안보협력이나 독자적인 군사역량 강화에 소극적이었던 영국의 탈퇴로 인해서 프랑스와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군 창설도 본격화될 수 있었습니다.

이미 유럽연합의 항구적 안보협력(PESCO)이라는 군사안보협력 플랫폼을 통해서 상당히 다양한 군사안보협력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PESCO는 아주 간단히 설명드리면 기존의 모든 회원국들이 참여해야했던 군사안보협력을 고집하지 않고 구체적인 개별 프로젝트별로 희망국들만 참여할 수 있게 만든 유연성이 극대화된 유럽연합의 군사안보협력 플랫폼입니다.

이러한 협력의 경험이 축적되면서 장기적으로는 유럽연합이 군사안보협력에서도 일정한 수준에서 의미있는 역할을 수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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