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구]② 코로나19 2년 ‘급성 빈곤’…40~50대에 집중

입력 2022.04.21 (08:01) 수정 2022.04.2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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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2년 넘게 이어져 온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됐습니다. 모두가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얘기합니다. KBS부산총국은 '그렇지 못한' 가구에 주목했습니다. 경험해보지 못한 재난이자 위기인 코로나19를 겪으며 이른바 '급성 빈곤'에 빠진 가구입니다.

부산복지개발원의 도움으로 코로나19 전후 3년간 부산에서 정부로부터 받은 '긴급 복지' 사례 10만여 건을 전수 분석했습니다. '위기 가구'의 실태를 처음으로 추적한 빅데이터입니다. 이 데이터를 토대로 어렵게 '위기 가구'를 만났습니다.


[연관 기사 보기]
① ‘긴급 복지’ 10만 건 추적…상권 타격받자 ‘급성 빈곤’ 속출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44576)

■ 누가 '급성 빈곤'에 빠졌을까?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정수기를 판매하며 생계를 꾸려온 50대 가장. 코로나19는 한 가정의 삶을 한순간에 바꿔놨습니다. 영업제한 등으로 자영업자들이 가게 문을 닫기 시작하자, 판매 실적도 뚝 떨어졌습니다. 한 달 동안 손에 들어온 월급은 십만 원 남짓. 생활을 이어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나름 씩씩하게 살았죠. 그런데 이후에는 이제 일을 할 수 없으니까… 죽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50대 긴급복지 대상자)

코로나19 여파로 다른 일자리도 쉽게 구할 수 없었습니다. 특수고용직 신분이라 실업급여도 받을 수 없었습니다. 대출을 내 생활을 이어나갔습니다. 하지만 불어나는 이자는 감당하기 어려웠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동사무소에 찾아갔고, 긴급복지 지원을 받게 됐습니다.

"대출해서 생활을 하니까 생활비가 점점 커지는 거에요. 대출을 갚아야 하잖아요. 아프면 병원에 가야 되는데 ,병원비가 걱정 돼서 그냥 참고…."
(50대 긴급복지 대상자)

■ 위기의 중·장년…새로운 '복지 사각지대'

이 가장처럼 최근 3년 동안 부산에서 긴급 복지 지원을 가장 많이 받은 연령은 50대입니다.

KBS는 정부의 긴급복지 중 생계비 지원 건수를 연령별로 분류해 살펴봤습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 50대가 생계급여를 지원받은 건수는 모두 4천2백여 건. 전체 연령대 중 28%를 차지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엔 지원 건수가 7천3백여 건, 비중은 30%대로 높아졌습니다. 전체 연령과 비교해봐도 지원 비중이 2년 연속 늘어난 건 50대가 유일합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연령은 40대입니다.

2019년 40대의 생계비 지원 건수는 3천4백여 건인데요. 코로나19를 거치며 2배 안팎으로 지원 건수가 눈에 띄게 가팔라졌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첫해에는 5% 넘는 증가율을 보였습니다. 전체 연령 중 가장 높은 증가율입니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이나 특수고용직 등에 종사하는 이른바 '근로 능력'이 있는 중·장년층이 코로나19를 겪으며 급성 빈곤층으로 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전엔 재산과 근로능력으로 기초생활보장 수급 등 '복지 지원' 대상이 아니었던 이들이, 코로나19로 수익이 급감하면서 이른바 '급성 빈곤'에 빠진 겁니다.

정주영 / 부산복지개발원 연구위원
"40대의 증가 폭을 주목해서 봐야 하고요. 근로 능력이 있는 중·장년, 40~50대의 지원이 많아졌고, 이분들이 위기 상황에 빠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긴급 생계비 70%가 40~64세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중·장년층의 범위를 40살에서 64살로 정해 살펴봤습니다.

부산에서 생계비로 받은 긴급 복지 건수를 기준으로 2019년 63%대였던 중·장년층 비중이 코로나19 이후 70%대로 높아졌습니다.

갑자기 소득이 줄었지만, 근로 능력이 있는 중·장년층 위기 가구는 복지 혜택도 제한적이어서 맞춤형 대책이 필요합니다.

최재우 / 부산 동래구 복지정책과 주무관
"근로 능력이 있으신 분들은 사실은 공적 서비스를 받기에는 좀 제한이 많이 되거든요. 그런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서 '자활 조건부 맞춤형 급여 수급 '제도가 있기는 한데, 자활 조건부 자체도 (코로나19로 인해) 일자리 자체가 한정되어 있으니까…"

위기가구③에서는 코로나19 전후 3년간 부산에서 긴급 복지 10만 건을 지원받은 이유를 분석해 전해드리겠습니다.

[연관 리포트]
① 최후의 사회안전망…긴급 복지 10만 건 분석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42862)
② 달라진 급성 빈곤…위기 가구 급증한 곳은?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42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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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가구]② 코로나19 2년 ‘급성 빈곤’…40~50대에 집중
    • 입력 2022-04-21 08:01:03
    • 수정2022-04-21 08:01:42
    취재K
2년 넘게 이어져 온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됐습니다. 모두가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얘기합니다. KBS부산총국은 '그렇지 못한' 가구에 주목했습니다. 경험해보지 못한 재난이자 위기인 코로나19를 겪으며 이른바 '급성 빈곤'에 빠진 가구입니다.<br /><br />부산복지개발원의 도움으로 코로나19 전후 3년간 부산에서 정부로부터 받은 '긴급 복지' 사례 10만여 건을 전수 분석했습니다. '위기 가구'의 실태를 처음으로 추적한 빅데이터입니다. 이 데이터를 토대로 어렵게 '위기 가구'를 만났습니다.

[연관 기사 보기]
① ‘긴급 복지’ 10만 건 추적…상권 타격받자 ‘급성 빈곤’ 속출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44576)

■ 누가 '급성 빈곤'에 빠졌을까?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정수기를 판매하며 생계를 꾸려온 50대 가장. 코로나19는 한 가정의 삶을 한순간에 바꿔놨습니다. 영업제한 등으로 자영업자들이 가게 문을 닫기 시작하자, 판매 실적도 뚝 떨어졌습니다. 한 달 동안 손에 들어온 월급은 십만 원 남짓. 생활을 이어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나름 씩씩하게 살았죠. 그런데 이후에는 이제 일을 할 수 없으니까… 죽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50대 긴급복지 대상자)

코로나19 여파로 다른 일자리도 쉽게 구할 수 없었습니다. 특수고용직 신분이라 실업급여도 받을 수 없었습니다. 대출을 내 생활을 이어나갔습니다. 하지만 불어나는 이자는 감당하기 어려웠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동사무소에 찾아갔고, 긴급복지 지원을 받게 됐습니다.

"대출해서 생활을 하니까 생활비가 점점 커지는 거에요. 대출을 갚아야 하잖아요. 아프면 병원에 가야 되는데 ,병원비가 걱정 돼서 그냥 참고…."
(50대 긴급복지 대상자)

■ 위기의 중·장년…새로운 '복지 사각지대'

이 가장처럼 최근 3년 동안 부산에서 긴급 복지 지원을 가장 많이 받은 연령은 50대입니다.

KBS는 정부의 긴급복지 중 생계비 지원 건수를 연령별로 분류해 살펴봤습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 50대가 생계급여를 지원받은 건수는 모두 4천2백여 건. 전체 연령대 중 28%를 차지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엔 지원 건수가 7천3백여 건, 비중은 30%대로 높아졌습니다. 전체 연령과 비교해봐도 지원 비중이 2년 연속 늘어난 건 50대가 유일합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연령은 40대입니다.

2019년 40대의 생계비 지원 건수는 3천4백여 건인데요. 코로나19를 거치며 2배 안팎으로 지원 건수가 눈에 띄게 가팔라졌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첫해에는 5% 넘는 증가율을 보였습니다. 전체 연령 중 가장 높은 증가율입니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이나 특수고용직 등에 종사하는 이른바 '근로 능력'이 있는 중·장년층이 코로나19를 겪으며 급성 빈곤층으로 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전엔 재산과 근로능력으로 기초생활보장 수급 등 '복지 지원' 대상이 아니었던 이들이, 코로나19로 수익이 급감하면서 이른바 '급성 빈곤'에 빠진 겁니다.

정주영 / 부산복지개발원 연구위원
"40대의 증가 폭을 주목해서 봐야 하고요. 근로 능력이 있는 중·장년, 40~50대의 지원이 많아졌고, 이분들이 위기 상황에 빠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긴급 생계비 70%가 40~64세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중·장년층의 범위를 40살에서 64살로 정해 살펴봤습니다.

부산에서 생계비로 받은 긴급 복지 건수를 기준으로 2019년 63%대였던 중·장년층 비중이 코로나19 이후 70%대로 높아졌습니다.

갑자기 소득이 줄었지만, 근로 능력이 있는 중·장년층 위기 가구는 복지 혜택도 제한적이어서 맞춤형 대책이 필요합니다.

최재우 / 부산 동래구 복지정책과 주무관
"근로 능력이 있으신 분들은 사실은 공적 서비스를 받기에는 좀 제한이 많이 되거든요. 그런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서 '자활 조건부 맞춤형 급여 수급 '제도가 있기는 한데, 자활 조건부 자체도 (코로나19로 인해) 일자리 자체가 한정되어 있으니까…"

위기가구③에서는 코로나19 전후 3년간 부산에서 긴급 복지 10만 건을 지원받은 이유를 분석해 전해드리겠습니다.

[연관 리포트]
① 최후의 사회안전망…긴급 복지 10만 건 분석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42862)
② 달라진 급성 빈곤…위기 가구 급증한 곳은?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42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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