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韓 한센인 가족 보상 시작…위안부·강제징용은 왜?

입력 2022.04.26 (21:29) 수정 2022.04.26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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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천국으로의 여행"

한센병 환자 강선봉 씨는 소록도를 천국이라 표현했습니다.

천국은 낙원이 아닌 천한 나라를 뜻합니다.

일제 강점기, 단지 한센병 환자라는 이유로 소록도에 강제 격리돼 평생 차별과 낙인찍힌 삶을 살아야 했던 강 씨 아버지 세대의 처지를 비유한거죠.

이 피해자 가족들이 일본 정부로부터 보상을 받게 됐습니다.

삼 년 전 일본 정부가 한센 가족 보상법을 제정한 뒤 일제 강점기 과거사에 대해 책임을 진 최초의 전후 보상입니다.

뒤늦은 판결이지만, 위안부 피해 보상과 강제 징용 등 다른 과거사 문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이지은 기자입니다.

[리포트]

하늘이 내린 벌, '천형'의 땅으로 불린 소록도.

일제의 집단 수용정책으로 한센인 6천여 명이 이 섬에 내쫓겨 감금과 강제노역에 시달렸습니다.

소록도에 함께 격리된 가족도 생이별을 해야 했습니다.

8살 때 어머니를 따라 소록도에 들어간 강선봉 씨.

보육원에서 지내다 한 달에 딱 한 번, 어머니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둔 채였습니다.

[강선봉/한센인 가족 : "한 시간 울다가 끝난 거지. 그런 거는 기억도 하기 싫고 그 아픈 상처..."]

한센인 자녀를 부르는 말 '미감아'.

아직 감염되지 않았다고 붙여진 이 이름은 또 하나의 낙인이었습니다.

[강선봉/한센인 가족 : "밟은 자의 흔적은 있지만 밟힌 사람이 흔적이 뭐가 있겠어요? 아프기는 아팠고 당하긴 당했는데 흔적이 없어."]

일본 정부가 한국 한센인 가족에 대한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하며 지난해 말 피해 보상을 결정했습니다.

대상자는 모두 10명, 한 사람에 최대 180만 엔, 천7백만 원가량이 지급됩니다.

남은 신청자 120여 명도 심사를 받고 있습니다.

일본이 보상법을 제정해 과거사 피해 보상에 나선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

다만, 일본 정부는 한센인 문제와 위안부와 강제징용 등은 별개라며 선을 긋고 있습니다.

일본 법원이 피해자 손을 들어준 한센인에 대해선 인권 문제로 보는 반면, 위안부와 강제징용 문제는 정치 쟁점화된 사안으로 다르게 다루고 있다는 해석입니다.

[조영선/한센가족보상청구변호단 단장 : "'(일본 정부 태도가) 이율배반적이다'라고 표현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다른 강제징용이나 징병 문제에서도 이러한 사례를 또 적용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번 보상에는 한일 변호사 간의 공조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여러 과거사를 놓고 '정부 대 정부 간' 해법이 좀처럼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민간의 교류 협력이 성과를 보인 사례로도 평가받습니다.

KBS 뉴스 이지은입니다.

촬영기자:박찬걸/영상편집:위강해/그래픽:노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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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韓 한센인 가족 보상 시작…위안부·강제징용은 왜?
    • 입력 2022-04-26 21:29:11
    • 수정2022-04-26 21:46:41
    뉴스 9
[앵커]

"천국으로의 여행"

한센병 환자 강선봉 씨는 소록도를 천국이라 표현했습니다.

천국은 낙원이 아닌 천한 나라를 뜻합니다.

일제 강점기, 단지 한센병 환자라는 이유로 소록도에 강제 격리돼 평생 차별과 낙인찍힌 삶을 살아야 했던 강 씨 아버지 세대의 처지를 비유한거죠.

이 피해자 가족들이 일본 정부로부터 보상을 받게 됐습니다.

삼 년 전 일본 정부가 한센 가족 보상법을 제정한 뒤 일제 강점기 과거사에 대해 책임을 진 최초의 전후 보상입니다.

뒤늦은 판결이지만, 위안부 피해 보상과 강제 징용 등 다른 과거사 문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이지은 기자입니다.

[리포트]

하늘이 내린 벌, '천형'의 땅으로 불린 소록도.

일제의 집단 수용정책으로 한센인 6천여 명이 이 섬에 내쫓겨 감금과 강제노역에 시달렸습니다.

소록도에 함께 격리된 가족도 생이별을 해야 했습니다.

8살 때 어머니를 따라 소록도에 들어간 강선봉 씨.

보육원에서 지내다 한 달에 딱 한 번, 어머니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둔 채였습니다.

[강선봉/한센인 가족 : "한 시간 울다가 끝난 거지. 그런 거는 기억도 하기 싫고 그 아픈 상처..."]

한센인 자녀를 부르는 말 '미감아'.

아직 감염되지 않았다고 붙여진 이 이름은 또 하나의 낙인이었습니다.

[강선봉/한센인 가족 : "밟은 자의 흔적은 있지만 밟힌 사람이 흔적이 뭐가 있겠어요? 아프기는 아팠고 당하긴 당했는데 흔적이 없어."]

일본 정부가 한국 한센인 가족에 대한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하며 지난해 말 피해 보상을 결정했습니다.

대상자는 모두 10명, 한 사람에 최대 180만 엔, 천7백만 원가량이 지급됩니다.

남은 신청자 120여 명도 심사를 받고 있습니다.

일본이 보상법을 제정해 과거사 피해 보상에 나선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

다만, 일본 정부는 한센인 문제와 위안부와 강제징용 등은 별개라며 선을 긋고 있습니다.

일본 법원이 피해자 손을 들어준 한센인에 대해선 인권 문제로 보는 반면, 위안부와 강제징용 문제는 정치 쟁점화된 사안으로 다르게 다루고 있다는 해석입니다.

[조영선/한센가족보상청구변호단 단장 : "'(일본 정부 태도가) 이율배반적이다'라고 표현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다른 강제징용이나 징병 문제에서도 이러한 사례를 또 적용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번 보상에는 한일 변호사 간의 공조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여러 과거사를 놓고 '정부 대 정부 간' 해법이 좀처럼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민간의 교류 협력이 성과를 보인 사례로도 평가받습니다.

KBS 뉴스 이지은입니다.

촬영기자:박찬걸/영상편집:위강해/그래픽:노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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