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경제난 속 ‘재자원화’ 독려…“한계 분명”

입력 2022.04.30 (08:31) 수정 2022.04.30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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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 열병식에서 보듯 북한은 전략무기 등을 대거 선보이며 국방력을 과시하고 있는데, 경제 사정은 여전히 어려운 듯합니다.

2년 전 북한의 경제성장률은 1997년 이후 2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는데요.

북한 당국이 내놓은 해결책은 ‘자력갱생’, 바로 이 말입니다.

재자원화란 법까지 만들었는데요.

한 번 쓴 자원을 재활용해서 다시 자원으로 만들어 써라 이런 겁니다.

법을 만들고 2년이 지난 지금 성과는 어떨까요?

‘오물도 보물처럼 생각하라’는 북한의 재자원화 정책, ‘클로즈업 북한’에서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북한의 단편 영화 ‘내가 찾은 보물’.

운동에 한창이던 주인공 영찬의 눈에 깨지고 낡은 플라스틱 용기들이 들어온다.

[北 영화 ‘내가 찾은 보물’ : "내 이거 그만큼 말했는데. 내가 버리고 말아야지."]

동네방네 버려진 재활용 쓰레기를 모아오는 아내를 타박까지 하는 영찬.

[北 영화 ‘내가 찾은 보물’ : "(아니 내가 모아 놓은거 다 버렸어요? 야... 그 아까운 걸.) 아까워? 당신 이거 뭐가 잘못되지 않았어? 남이 쓰다 버린 이런 어지러운 걸 들고 다녀서야 되겠어? 구차스럽게!"]

피복공장 직장장이기도 한 영찬은 공장에 필요 없다고 생각되는 물건도 가차 없이 버릴 것을 지시 한다.

[北 영화 ‘내가 찾은 보물’ : "야, 우리한테 필요 없는 저런 게 오물이지 딴 게 오물이야? 이제 당장 내다 버려. 싹 다!"]

하지만 이내 상황은 역전되고 만다.

화단 울타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내다 버린 폐수지들이 절실하게 된 것이다.

결국 영찬은 버린 쓰레기를 되찾기 위해 뇌물 공세까지 펼치고.

[北 영화 ‘내가 찾은 보물’ : "이거 정말 급해서 그러니 좀 도와주오. 수지울타리 얼마요?"]

[北 영화 ‘내가 찾은 보물’ : "내 두 배, 아니 아니. 세 배 도로 물겠으니까."]

영화는 폐기물을 함부로 하지 말라는 메시지로 끝을 맺는다.

[北 영화 ‘내가 찾은 보물’ : "(여보 당신이 버리라, 버리라던 오물이 얼마나 귀한 건지 이젠 알겠죠?) 그래. 재자원화. 내 오늘 정말 귀한 보물을 찾았소."]

북한이 폐기물을 재활용한 제품 생산을 본격화 한 것은 1984년, ‘8·3 인민소비품 창조운동’때부터다.

인민소비품 전시회를 찾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폐자재를 이용한 소비품 생산을 늘리라고 지시한 것이다.

비슷한 시기 우리도 폐지와 유리, 플라스틱 등을 수거해 재활용한 것과 비슷해 보이지만 그 성격은 전혀 달랐다.

한국이 자원 절약과 환경보호에 중점을 뒀다면 북한의 경우 외화 부족에 따른 원자재 수입난 극복이 우선이었다.

[최은주/세종연구소 연구위원 : "재자원화 자체가 갖고 있는 중요성이나 가치보다 북한 주민들한테 제공해야 될 소비품이 부족하고, 이 소비품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자원들을 넉넉하게 보장해 주지 못하면서 오히려 소비품을 만드는데 자원이 부족하니까 기존의 자원들을 최대한 활용해라라는 취지에서 이뤄지는..."]

최근 들어 북한의 재자원화 정책은 더욱 강화됐다.

2019년,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재자원화를 중요 경제 전략으로 내세웠고,

[최고인민회의/2020년 5월 :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재자원화 법을 채택함에 대하여..."]

1년 뒤인 2020년엔 재자원화 법을 제정하고 공표했다.

지난해엔 김정은 위원장까지 직접 나서 재자원화 실현을 채근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2021년 제6차 세포비서대회 : "원료와 자재의 국산화 재자원화를 실현하는데서 사업을 방법론 있게 해 나가야 합니다."]

장기화된 대북제재는 물론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국경까지 봉쇄하면서 원자재 수급난이 극심해지자 다시 재자원화를 통한 자력갱생을 내세워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최은주/세종연구소 연구위원 : "생산에 필요한 자원들을 확보하기 어려워지니까 이것들을 최대한 내부에서 끌어내야 된다. 재자원화 사업을 통해서 필수적으로 필요한 자원들을 만들어내야 한다라고 얘기하고 있어서 경제 파트에서 자력갱생함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첫 출발점인 자원 제약의 문제를 푸는데 재자원화가 효과적이라 보고 있고..."]

그렇다면 북한의 재자원화 정책은 어떤 효과가 있을까?

[조선중앙TV : "지금 여러분이 보시는 이 연필통이나 비닐 박막, 그리고 이 학습장도 모두 재자원화 덕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지난 1년간 조선중앙TV는 재자원화 성과물을 주제로 한 시리즈물을 내보내고 있다.

한 인쇄공장에선 종이 생산의 70%를 파지로 해결하는 것은 물론,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폐수까지도 모두 재활용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조선중앙TV 방송원 : "지금까지 공정을 돌아보니까 생산의 앞 공정부터 마지막 공정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것이 다 재자원화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정말 실리적입니다."]

[리희선/신문종이분공장 부원 : "그렇습니다. 원료, 유실돼서 나가거나 폐수 속에 있는 거 다 재생이용하게 한 사업들도 하면서 우리 공장에서는 버릴 게 하나도 없습니다."]

가방, 신발과 같은 대중 소비품에서부터 산업 생산물까지 재자원화 품목도 다양화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전문 가공기업이 아니더라도 재자원화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고 있다며, 오물처리를 전담으로 하는 이 공장은 보도블록과 같은 각종 건설 자재들을 집중 생산하고 있다고 전한다.

[한성옥/흥덕구역 오물처리공장 지배인 : "오물이 정말 그야말로 보물이 됐다. 이까짓 말이 쉽지 헐치 않았습니다. 그저 ‘해야지’ 하면 안 됩니다. ‘무조건 죽더라도 해야 된다’ 하는 관점이 서면 방도가 나와지고 묘책이 생기고 그 다음에 어떻게 해야 된다는 방향이 선단 말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재자원화를 통한 경제성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북한이 재자원화 지식과 신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한 점은 근본적 한계라는 분석이다.

[최은주/세종연구소 연구위원 : "산업폐기물들을 재자원화로 만든단 건 사실 굉장한 기술들도 같이 결합돼야 되는. 북한은 지금 그런 기술을 갖고 있다고 보긴 어려우니까. 각종 재료에 쓰고 남은 부분들을 어떻게 재활용해서 새로운 물건을 만들까라고 하는 초보적인 단계에서의 재자원화 사업들을 독려하고 있다라고 이해하시면 현실을 잘 설명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최근 폐기물 회수에 주민 동참까지 독려하고 나섰다.

[조선중앙TV ‘재자원화와 우리생활’ : "재자원화를 하자면 그 원천이 있어야 합니다."]

지역마다 설치된 수매소에 빈 병 등의 재활용품을 모아오면 필요한 생필품으로 교환해주도록 한 것.

[조선중앙TV ‘재자원화와 우리생활’ : "퇴임자 할머니 수고하십니다. (아이고, 또 왔구나. 우리 리순탄 할머니.)"]

그런데 방송에선 새 재품을 받아 가는 경우보단 자발적 동참 사례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리순탄/평양 시민 : "요거 하나하나 모으면 다 나라에 도움을 준다는 이런 마음 가지고 하면. 그저 뭐 솔직히 뭐 자꾸 떼야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거 아니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나라에 보탬을 주는 거지요, 뭐."]

[길영란/수매원 : "파지, 파비닐, 고품만 해도 하루에 500kg 들어오는데 어떤 할머니는 다섯, 여섯 번을 왔다는 말입니다. 다섯, 여섯 번을 와서 수매를 하면서 우리가 이렇게 해서 나라에 보탬으로 된다면 얼마든지 하겠다고 그러면서 수매하는 주민들이 많았단 말입니다."]

주민들의 애국심에 기대는 것이다.

한편에선 폐기물 자체가 턱 없이 부족하다고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지영/2020년 탈북 : "고등학교 다닐 때 (폐품 수집) 많이 했어요. 그게(폐수지) 폐비닐에 속하거든요. 플라스틱이. 그런데 솔직히 깨질 때까지 쓰려면 얼마만큼 써야겠어요. (북한에서는) 알아서 집들에서 다 재활용을 해요. 쓸만한 것들을 함부로 버리지 않기 때문에 전 (재자원화 동참이) 타당하다고 생각되지가 않아요. 북한에서 만약 재활용 수집을 하면 (가정에서) 재활용 할 만한 쓰레기들이 일단 나오지 않거든요."]

실제 북한은 다른 나라와 달리 매일매일 수많은 물건과 포장재가 버려지는 소비 중심 사회가 아니다.

결국 재자원화 강화는 주민 피로감만 가중 시킬 거란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이지영/2020년 탈북 : "일반적인 사람들을 기준으로 봤을 때 소비도 적고 새로 구매를 하는 물품도 적기 때문에 위에서 그런 정책을 펼쳐도 아래에서 관철을 할 수 없거든요. 결국 돈을 내란 소리에요. 그런 명목으로. (낼 재활용품이) 없잖아요. 그럼 돈을 낼 수 밖에 없잖아요."]

[조선중앙TV ‘재자원화와 우리생활’ : "지금 이 시각도 재자원화의 예비는 우리 곁에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얼마든지 오물도 보물로 귀중한 재부를 만들 수 있습니다!"]

오물을 보물로, 40년이 가까이 재자원화 정책을 경제난 극복의 일환으로 삼고 있는 북한.

그러나 원활한 원료 공급과 기술력 습득이라는 근본적인 토대가 갖추어지지 않는 한 눈에 띄는 성과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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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경제난 속 ‘재자원화’ 독려…“한계 분명”
    • 입력 2022-04-30 08:31:07
    • 수정2022-04-30 09:4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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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 열병식에서 보듯 북한은 전략무기 등을 대거 선보이며 국방력을 과시하고 있는데, 경제 사정은 여전히 어려운 듯합니다.

2년 전 북한의 경제성장률은 1997년 이후 2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는데요.

북한 당국이 내놓은 해결책은 ‘자력갱생’, 바로 이 말입니다.

재자원화란 법까지 만들었는데요.

한 번 쓴 자원을 재활용해서 다시 자원으로 만들어 써라 이런 겁니다.

법을 만들고 2년이 지난 지금 성과는 어떨까요?

‘오물도 보물처럼 생각하라’는 북한의 재자원화 정책, ‘클로즈업 북한’에서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북한의 단편 영화 ‘내가 찾은 보물’.

운동에 한창이던 주인공 영찬의 눈에 깨지고 낡은 플라스틱 용기들이 들어온다.

[北 영화 ‘내가 찾은 보물’ : "내 이거 그만큼 말했는데. 내가 버리고 말아야지."]

동네방네 버려진 재활용 쓰레기를 모아오는 아내를 타박까지 하는 영찬.

[北 영화 ‘내가 찾은 보물’ : "(아니 내가 모아 놓은거 다 버렸어요? 야... 그 아까운 걸.) 아까워? 당신 이거 뭐가 잘못되지 않았어? 남이 쓰다 버린 이런 어지러운 걸 들고 다녀서야 되겠어? 구차스럽게!"]

피복공장 직장장이기도 한 영찬은 공장에 필요 없다고 생각되는 물건도 가차 없이 버릴 것을 지시 한다.

[北 영화 ‘내가 찾은 보물’ : "야, 우리한테 필요 없는 저런 게 오물이지 딴 게 오물이야? 이제 당장 내다 버려. 싹 다!"]

하지만 이내 상황은 역전되고 만다.

화단 울타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내다 버린 폐수지들이 절실하게 된 것이다.

결국 영찬은 버린 쓰레기를 되찾기 위해 뇌물 공세까지 펼치고.

[北 영화 ‘내가 찾은 보물’ : "이거 정말 급해서 그러니 좀 도와주오. 수지울타리 얼마요?"]

[北 영화 ‘내가 찾은 보물’ : "내 두 배, 아니 아니. 세 배 도로 물겠으니까."]

영화는 폐기물을 함부로 하지 말라는 메시지로 끝을 맺는다.

[北 영화 ‘내가 찾은 보물’ : "(여보 당신이 버리라, 버리라던 오물이 얼마나 귀한 건지 이젠 알겠죠?) 그래. 재자원화. 내 오늘 정말 귀한 보물을 찾았소."]

북한이 폐기물을 재활용한 제품 생산을 본격화 한 것은 1984년, ‘8·3 인민소비품 창조운동’때부터다.

인민소비품 전시회를 찾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폐자재를 이용한 소비품 생산을 늘리라고 지시한 것이다.

비슷한 시기 우리도 폐지와 유리, 플라스틱 등을 수거해 재활용한 것과 비슷해 보이지만 그 성격은 전혀 달랐다.

한국이 자원 절약과 환경보호에 중점을 뒀다면 북한의 경우 외화 부족에 따른 원자재 수입난 극복이 우선이었다.

[최은주/세종연구소 연구위원 : "재자원화 자체가 갖고 있는 중요성이나 가치보다 북한 주민들한테 제공해야 될 소비품이 부족하고, 이 소비품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자원들을 넉넉하게 보장해 주지 못하면서 오히려 소비품을 만드는데 자원이 부족하니까 기존의 자원들을 최대한 활용해라라는 취지에서 이뤄지는..."]

최근 들어 북한의 재자원화 정책은 더욱 강화됐다.

2019년,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재자원화를 중요 경제 전략으로 내세웠고,

[최고인민회의/2020년 5월 :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재자원화 법을 채택함에 대하여..."]

1년 뒤인 2020년엔 재자원화 법을 제정하고 공표했다.

지난해엔 김정은 위원장까지 직접 나서 재자원화 실현을 채근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2021년 제6차 세포비서대회 : "원료와 자재의 국산화 재자원화를 실현하는데서 사업을 방법론 있게 해 나가야 합니다."]

장기화된 대북제재는 물론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국경까지 봉쇄하면서 원자재 수급난이 극심해지자 다시 재자원화를 통한 자력갱생을 내세워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최은주/세종연구소 연구위원 : "생산에 필요한 자원들을 확보하기 어려워지니까 이것들을 최대한 내부에서 끌어내야 된다. 재자원화 사업을 통해서 필수적으로 필요한 자원들을 만들어내야 한다라고 얘기하고 있어서 경제 파트에서 자력갱생함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첫 출발점인 자원 제약의 문제를 푸는데 재자원화가 효과적이라 보고 있고..."]

그렇다면 북한의 재자원화 정책은 어떤 효과가 있을까?

[조선중앙TV : "지금 여러분이 보시는 이 연필통이나 비닐 박막, 그리고 이 학습장도 모두 재자원화 덕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지난 1년간 조선중앙TV는 재자원화 성과물을 주제로 한 시리즈물을 내보내고 있다.

한 인쇄공장에선 종이 생산의 70%를 파지로 해결하는 것은 물론,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폐수까지도 모두 재활용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조선중앙TV 방송원 : "지금까지 공정을 돌아보니까 생산의 앞 공정부터 마지막 공정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것이 다 재자원화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정말 실리적입니다."]

[리희선/신문종이분공장 부원 : "그렇습니다. 원료, 유실돼서 나가거나 폐수 속에 있는 거 다 재생이용하게 한 사업들도 하면서 우리 공장에서는 버릴 게 하나도 없습니다."]

가방, 신발과 같은 대중 소비품에서부터 산업 생산물까지 재자원화 품목도 다양화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전문 가공기업이 아니더라도 재자원화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고 있다며, 오물처리를 전담으로 하는 이 공장은 보도블록과 같은 각종 건설 자재들을 집중 생산하고 있다고 전한다.

[한성옥/흥덕구역 오물처리공장 지배인 : "오물이 정말 그야말로 보물이 됐다. 이까짓 말이 쉽지 헐치 않았습니다. 그저 ‘해야지’ 하면 안 됩니다. ‘무조건 죽더라도 해야 된다’ 하는 관점이 서면 방도가 나와지고 묘책이 생기고 그 다음에 어떻게 해야 된다는 방향이 선단 말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재자원화를 통한 경제성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북한이 재자원화 지식과 신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한 점은 근본적 한계라는 분석이다.

[최은주/세종연구소 연구위원 : "산업폐기물들을 재자원화로 만든단 건 사실 굉장한 기술들도 같이 결합돼야 되는. 북한은 지금 그런 기술을 갖고 있다고 보긴 어려우니까. 각종 재료에 쓰고 남은 부분들을 어떻게 재활용해서 새로운 물건을 만들까라고 하는 초보적인 단계에서의 재자원화 사업들을 독려하고 있다라고 이해하시면 현실을 잘 설명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최근 폐기물 회수에 주민 동참까지 독려하고 나섰다.

[조선중앙TV ‘재자원화와 우리생활’ : "재자원화를 하자면 그 원천이 있어야 합니다."]

지역마다 설치된 수매소에 빈 병 등의 재활용품을 모아오면 필요한 생필품으로 교환해주도록 한 것.

[조선중앙TV ‘재자원화와 우리생활’ : "퇴임자 할머니 수고하십니다. (아이고, 또 왔구나. 우리 리순탄 할머니.)"]

그런데 방송에선 새 재품을 받아 가는 경우보단 자발적 동참 사례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리순탄/평양 시민 : "요거 하나하나 모으면 다 나라에 도움을 준다는 이런 마음 가지고 하면. 그저 뭐 솔직히 뭐 자꾸 떼야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거 아니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나라에 보탬을 주는 거지요, 뭐."]

[길영란/수매원 : "파지, 파비닐, 고품만 해도 하루에 500kg 들어오는데 어떤 할머니는 다섯, 여섯 번을 왔다는 말입니다. 다섯, 여섯 번을 와서 수매를 하면서 우리가 이렇게 해서 나라에 보탬으로 된다면 얼마든지 하겠다고 그러면서 수매하는 주민들이 많았단 말입니다."]

주민들의 애국심에 기대는 것이다.

한편에선 폐기물 자체가 턱 없이 부족하다고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지영/2020년 탈북 : "고등학교 다닐 때 (폐품 수집) 많이 했어요. 그게(폐수지) 폐비닐에 속하거든요. 플라스틱이. 그런데 솔직히 깨질 때까지 쓰려면 얼마만큼 써야겠어요. (북한에서는) 알아서 집들에서 다 재활용을 해요. 쓸만한 것들을 함부로 버리지 않기 때문에 전 (재자원화 동참이) 타당하다고 생각되지가 않아요. 북한에서 만약 재활용 수집을 하면 (가정에서) 재활용 할 만한 쓰레기들이 일단 나오지 않거든요."]

실제 북한은 다른 나라와 달리 매일매일 수많은 물건과 포장재가 버려지는 소비 중심 사회가 아니다.

결국 재자원화 강화는 주민 피로감만 가중 시킬 거란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이지영/2020년 탈북 : "일반적인 사람들을 기준으로 봤을 때 소비도 적고 새로 구매를 하는 물품도 적기 때문에 위에서 그런 정책을 펼쳐도 아래에서 관철을 할 수 없거든요. 결국 돈을 내란 소리에요. 그런 명목으로. (낼 재활용품이) 없잖아요. 그럼 돈을 낼 수 밖에 없잖아요."]

[조선중앙TV ‘재자원화와 우리생활’ : "지금 이 시각도 재자원화의 예비는 우리 곁에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얼마든지 오물도 보물로 귀중한 재부를 만들 수 있습니다!"]

오물을 보물로, 40년이 가까이 재자원화 정책을 경제난 극복의 일환으로 삼고 있는 북한.

그러나 원활한 원료 공급과 기술력 습득이라는 근본적인 토대가 갖추어지지 않는 한 눈에 띄는 성과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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