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나무 뽑고, 인도·공원 망치고’…이게 전주시 정원 정책?

입력 2022.05.03 (19:26) 수정 2022.05.03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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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주시가 천만 그루 정원도시를 만들겠다며 지금까지 6백억 원 넘는 돈을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심은 나무가 오히려 인도나 공원을 망친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존의 나무를 뽑고 새 나무를 심는 과정에서 예산 낭비 논란도 일고 있습니다.

이지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전주 백제대로 인도에 심어진 가로수.

전주시가 경관을 개선하겠다며 20년 넘게 잘 자라던 나무를 뽑고 지난해 말 새로 심은 나무들입니다.

기린로 화단형 중앙분리대의 이 나무들도 기존의 소나무를 뽑고 최근 새로 심었습니다.

시민들은 멀쩡한 나무를 왜 교체하냐며 항의합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소나무를 뽑아서 다른 나무를 심었다고 하는 것을 내가 항의를 했죠. 이유는 말 못하고…."]

전주 장동의 한 자전거 도로와 인도.

폭 5미터 넘는 너비로 자전거와 사람이 함께 오가도 넉넉했지만 인도 한 가운데 화단이 생기면서 비좁아졌습니다.

공사 뒤 물이 잘 빠지지 않고 일부 구간은 화단을 곡선으로 만들어 자전거가 지나갈 때 위험해졌습니다.

[보행자/음성변조 : "이건 안 해도 되는데 굳이 여기에 화단을 또 만들어? 화단도 허술하게 만들어 놓고, 이건 보여주기식이 아닌가…. 비가 조금만 와도 침수되고 하는데 거기다 왜 쓸 데 없이…."]

이 도시 공원은 최근 나무를 추가로 심으며 조경과 휴식공간을 망쳤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완만한 언덕마다 푸른 잔디가 뒤덮고 나무 그늘이 좋아 많은 시민들이 쉬던 곳이었는데, 이젠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만큼 나무들이 빼곡히 심어진 탓입니다.

[주민/음성변조 : "공간이 없다, 그리고 어떤 인간에 대한 배려가 없다, 돈 때문에 심은 것 같다. 환경이 아니라…. 전문가가 심으면 이렇게 안 심죠. 어떤 논리나 조경, 인간의 삶을 위해서 심은 것이 아니다…."]

전주시가 2026년까지 9년 동안 천만 그루 정원도시 조성에 쓰는 돈은 대략 3천억 원.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공간 활용과 조경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옵니다.

[김인순/생태교통시민행동 공동대표 : "오히려 생활 도로 안에서 이런 조경 공간이 들어오게 되면서 장애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게 훨씬 많습니다. 어떻게 보면 천만 그루라고 하는 도시를 지향하면서 정책과 일반 서민의 밀접한 생활과의 상충되는 부분이 있어서…."]

사업 계획에 따라 나무 심기에 급급하면서, 녹지가 주는 안정감과 휴식 효과는 뒷전이 되는 게 아닌지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KBS 뉴스 이지현입니다.

촬영기자:김동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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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멀쩡한 나무 뽑고, 인도·공원 망치고’…이게 전주시 정원 정책?
    • 입력 2022-05-03 19:26:41
    • 수정2022-05-03 19:56:54
    뉴스7(전주)
[앵커]

전주시가 천만 그루 정원도시를 만들겠다며 지금까지 6백억 원 넘는 돈을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심은 나무가 오히려 인도나 공원을 망친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존의 나무를 뽑고 새 나무를 심는 과정에서 예산 낭비 논란도 일고 있습니다.

이지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전주 백제대로 인도에 심어진 가로수.

전주시가 경관을 개선하겠다며 20년 넘게 잘 자라던 나무를 뽑고 지난해 말 새로 심은 나무들입니다.

기린로 화단형 중앙분리대의 이 나무들도 기존의 소나무를 뽑고 최근 새로 심었습니다.

시민들은 멀쩡한 나무를 왜 교체하냐며 항의합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소나무를 뽑아서 다른 나무를 심었다고 하는 것을 내가 항의를 했죠. 이유는 말 못하고…."]

전주 장동의 한 자전거 도로와 인도.

폭 5미터 넘는 너비로 자전거와 사람이 함께 오가도 넉넉했지만 인도 한 가운데 화단이 생기면서 비좁아졌습니다.

공사 뒤 물이 잘 빠지지 않고 일부 구간은 화단을 곡선으로 만들어 자전거가 지나갈 때 위험해졌습니다.

[보행자/음성변조 : "이건 안 해도 되는데 굳이 여기에 화단을 또 만들어? 화단도 허술하게 만들어 놓고, 이건 보여주기식이 아닌가…. 비가 조금만 와도 침수되고 하는데 거기다 왜 쓸 데 없이…."]

이 도시 공원은 최근 나무를 추가로 심으며 조경과 휴식공간을 망쳤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완만한 언덕마다 푸른 잔디가 뒤덮고 나무 그늘이 좋아 많은 시민들이 쉬던 곳이었는데, 이젠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만큼 나무들이 빼곡히 심어진 탓입니다.

[주민/음성변조 : "공간이 없다, 그리고 어떤 인간에 대한 배려가 없다, 돈 때문에 심은 것 같다. 환경이 아니라…. 전문가가 심으면 이렇게 안 심죠. 어떤 논리나 조경, 인간의 삶을 위해서 심은 것이 아니다…."]

전주시가 2026년까지 9년 동안 천만 그루 정원도시 조성에 쓰는 돈은 대략 3천억 원.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공간 활용과 조경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옵니다.

[김인순/생태교통시민행동 공동대표 : "오히려 생활 도로 안에서 이런 조경 공간이 들어오게 되면서 장애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게 훨씬 많습니다. 어떻게 보면 천만 그루라고 하는 도시를 지향하면서 정책과 일반 서민의 밀접한 생활과의 상충되는 부분이 있어서…."]

사업 계획에 따라 나무 심기에 급급하면서, 녹지가 주는 안정감과 휴식 효과는 뒷전이 되는 게 아닌지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KBS 뉴스 이지현입니다.

촬영기자:김동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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