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마윈 체포설에 “또 찍혔나?”…몸 사리는 中 빅테크

입력 2022.05.04 (18:04) 수정 2022.05.04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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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이 중국 당국에 잡혀갔다", 전 세계를 화들짝 놀라게 했던 소식이었습니다.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습니다만, 안 그래도 툭하면 '잠적설'이나 '실종설'이 나오는 중국 기업인들의 소식을 보면 마냥 해프닝으로 넘길 일은 아니겠죠?

'글로벌 ET' 홍석우 기자 나왔습니다.

'마윈 체포설'에 저도 깜짝 놀랐었는데, 어디서 시작된 거죠?

[기자]

네, 시작은 중국 정부의 '입'이라고 할 수 있는 관영 중앙TV(CCTV)에서 였습니다.

어떤 내용이었는지 먼저 들어볼까요.

[중국 CCTV/3일 보도 : "항저우시 국가안전국이 해외 적대 세력과 결탁한 마 아무개씨를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활동을 선동한 혐의로 지난달 25일 구속했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그런데 마 아무개씨라면 알리바바의 그 마윈이라고 콕 집어 말한 건 아니었네요?

[기자]

네, 마 모 씨라 했죠.

그런데 공교롭게, 성이 '마'씨고, 또, 항저우시가 바로 마윈의 고향이자 알리바바의 사업 근거지거든요, 이렇다 보니 잡혀간 사람이 '마윈'이 아니냐는 소문이 급속히 확산한 겁니다.

죄명도 쉽게 말하면 '대역죄'라는 거잖아요.

최근 몇 년 동안 마윈이 중국 당국의 눈 밖에 나면서 '실종설', '납치설'이 돌 정도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거든요.

마윈이 왜 이렇게 정부에 미운털이 박힌 걸까, 그 배경 살펴 보면, 2020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한 금융포럼에 참석한 마윈이 중국 국유은행을 '전당포'에 비유하면서 중국 당국의 감독이 낡고 뒤떨어졌다고 비판했는데, 당시 그 자리엔 중국 지도부들이 대거 앉아 있었습니다.

이후 중국의 규제 칼날이 알리바바를 향했고, 반독점 위반으로 수조 원대 벌금 폭탄을 맞았습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로 기대를 모았던 알리바바의 자회사, 엔트그룹의 상장도 전격 무산됐고요.

[앵커]

중국 당국의 알리바바 때리기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나요?

[기자]

네, 최근에도 중국 공산당의 최고 사정 기관이 알리바바 측 유착관계 조사에 나섰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알리바바 주가를 보면, 이렇게 많이 떨어졌습니다.

1년 전과 비교해보면 무려 55%가 넘게 빠졌고, 실적 부진도 계속되고 있는데, 지난해 4분기 매출은 2014년 상장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보였습니다.

[앵커]

사실 알리바바가 중국 빅테크 규제의 시작점이었잖아요. 현재 전반적인 상황은 어떤가요?

[기자]

이번 '마윈 체포설'에 어제 하루에만 알리바바 주가가 한때 10% 가까이 폭락했거든요.

이게 뭘 의미하냐, 중국 빅테크의 사업 환경은 당국의 입장에 따라 하루아침에 흔들릴 수 있다는 겁니다.

여기서 이 사람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는데요, 중국의 '우버'라고 불리는 차량 공유업체 디디추싱의 류칭 대표입니다.

류칭 대표는 최근 자신의 SNS 계정을 비공개로 한 후 자취를 감췄는데요, 디디추싱은 미국 증시에 상장했다가 이틀 만에 국가 안보상의 이유라는 걸로, 중국 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게 됐습니다.

이후 중국의 모든 앱 장터에서 앱이 삭제돼버리는, 수난을 겪었죠.

결국, 이번 달 자발적으로 상장 폐지한다는데요.

그런가 하면 중국 최대의 게임업체인 텐센트는, 미성년자 게임 규제에 직격탄을 맞았고, 반독점 위반으로 수천억 원의 과징금이 부과된 중국 최대 배달플랫폼 메이퇀은, 지난해 4분기에만 1조 원이 넘는 손실을 냈습니다.

알리바바의 라이벌인 징둥닷컴은, 수천억 원 적자가 쌓이면서 지난달 직원 만 명을 해고했고요.

[앵커]

와, 한 번 밉보였다가 사업까지 존폐 위기에 놓이는군요, 자국 기업도 예외가 없는데, 중국 정부,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건가요?

[기자]

현재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많은데요. 중국 당국은 자국 기업들의 회계 자료가 미국에 넘어가는걸 국가 안보상의 문제로 보고 있습니다.

게다가 중국 당국은 유명 연예인들도 엄격하게 규제 또는 단속하고 있잖아요.

판빙빙 등 유명 연예인들도 '실종설'이 나돌았을 정도니까요, BTS나 아이유 등 우리 아이돌 팬덤도 규제와 단속에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중국 정부가 힘 과시 또는 '길들이기'를 하고 있다는 분석인데요, 시진핑 주석이 올 가을 3연임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얼마 전 이런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중국이 빅테크에 대한 규제를 끝낼 것이다, 시 주석이 직접, 규제 완화를 넘어 지원을 할 뜻까지 밝혔어요.

이유는 바로, 경제 때문입니다.

지난달 중국의 제조업 경기, 26개월 만에 최저치로 나타났거든요, 2020년 2월 우한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악인데, 최근 상하이 등 도시 봉쇄 확대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까지 겹치면서 더 나빠졌습니다.

중국 당국이 지난달 신규 게임 서비스에 대한 허가를 내주면서, 이걸 규제 완화 신호로 보는, 시각도 있었는데요, '마윈 체포설'은 이런 기대감에 보란 듯이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빅테크 단속이 정말로 끝났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라고 지적했는데요, 바닥을 치고 있는 중국 기술주는 어제 하루에만 또 1%가 넘게 하락했습니다.

[앵커]

마윈 체포설은 해프닝이었지만, 투자자들은 중국 리스크를 크게 느낄 만도 하네요.

홍석우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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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T] 마윈 체포설에 “또 찍혔나?”…몸 사리는 中 빅테크
    • 입력 2022-05-04 18:04:08
    • 수정2022-05-04 18:33:56
    통합뉴스룸ET
[앵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이 중국 당국에 잡혀갔다", 전 세계를 화들짝 놀라게 했던 소식이었습니다.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습니다만, 안 그래도 툭하면 '잠적설'이나 '실종설'이 나오는 중국 기업인들의 소식을 보면 마냥 해프닝으로 넘길 일은 아니겠죠?

'글로벌 ET' 홍석우 기자 나왔습니다.

'마윈 체포설'에 저도 깜짝 놀랐었는데, 어디서 시작된 거죠?

[기자]

네, 시작은 중국 정부의 '입'이라고 할 수 있는 관영 중앙TV(CCTV)에서 였습니다.

어떤 내용이었는지 먼저 들어볼까요.

[중국 CCTV/3일 보도 : "항저우시 국가안전국이 해외 적대 세력과 결탁한 마 아무개씨를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활동을 선동한 혐의로 지난달 25일 구속했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그런데 마 아무개씨라면 알리바바의 그 마윈이라고 콕 집어 말한 건 아니었네요?

[기자]

네, 마 모 씨라 했죠.

그런데 공교롭게, 성이 '마'씨고, 또, 항저우시가 바로 마윈의 고향이자 알리바바의 사업 근거지거든요, 이렇다 보니 잡혀간 사람이 '마윈'이 아니냐는 소문이 급속히 확산한 겁니다.

죄명도 쉽게 말하면 '대역죄'라는 거잖아요.

최근 몇 년 동안 마윈이 중국 당국의 눈 밖에 나면서 '실종설', '납치설'이 돌 정도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거든요.

마윈이 왜 이렇게 정부에 미운털이 박힌 걸까, 그 배경 살펴 보면, 2020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한 금융포럼에 참석한 마윈이 중국 국유은행을 '전당포'에 비유하면서 중국 당국의 감독이 낡고 뒤떨어졌다고 비판했는데, 당시 그 자리엔 중국 지도부들이 대거 앉아 있었습니다.

이후 중국의 규제 칼날이 알리바바를 향했고, 반독점 위반으로 수조 원대 벌금 폭탄을 맞았습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로 기대를 모았던 알리바바의 자회사, 엔트그룹의 상장도 전격 무산됐고요.

[앵커]

중국 당국의 알리바바 때리기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나요?

[기자]

네, 최근에도 중국 공산당의 최고 사정 기관이 알리바바 측 유착관계 조사에 나섰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알리바바 주가를 보면, 이렇게 많이 떨어졌습니다.

1년 전과 비교해보면 무려 55%가 넘게 빠졌고, 실적 부진도 계속되고 있는데, 지난해 4분기 매출은 2014년 상장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보였습니다.

[앵커]

사실 알리바바가 중국 빅테크 규제의 시작점이었잖아요. 현재 전반적인 상황은 어떤가요?

[기자]

이번 '마윈 체포설'에 어제 하루에만 알리바바 주가가 한때 10% 가까이 폭락했거든요.

이게 뭘 의미하냐, 중국 빅테크의 사업 환경은 당국의 입장에 따라 하루아침에 흔들릴 수 있다는 겁니다.

여기서 이 사람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는데요, 중국의 '우버'라고 불리는 차량 공유업체 디디추싱의 류칭 대표입니다.

류칭 대표는 최근 자신의 SNS 계정을 비공개로 한 후 자취를 감췄는데요, 디디추싱은 미국 증시에 상장했다가 이틀 만에 국가 안보상의 이유라는 걸로, 중국 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게 됐습니다.

이후 중국의 모든 앱 장터에서 앱이 삭제돼버리는, 수난을 겪었죠.

결국, 이번 달 자발적으로 상장 폐지한다는데요.

그런가 하면 중국 최대의 게임업체인 텐센트는, 미성년자 게임 규제에 직격탄을 맞았고, 반독점 위반으로 수천억 원의 과징금이 부과된 중국 최대 배달플랫폼 메이퇀은, 지난해 4분기에만 1조 원이 넘는 손실을 냈습니다.

알리바바의 라이벌인 징둥닷컴은, 수천억 원 적자가 쌓이면서 지난달 직원 만 명을 해고했고요.

[앵커]

와, 한 번 밉보였다가 사업까지 존폐 위기에 놓이는군요, 자국 기업도 예외가 없는데, 중국 정부,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건가요?

[기자]

현재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많은데요. 중국 당국은 자국 기업들의 회계 자료가 미국에 넘어가는걸 국가 안보상의 문제로 보고 있습니다.

게다가 중국 당국은 유명 연예인들도 엄격하게 규제 또는 단속하고 있잖아요.

판빙빙 등 유명 연예인들도 '실종설'이 나돌았을 정도니까요, BTS나 아이유 등 우리 아이돌 팬덤도 규제와 단속에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중국 정부가 힘 과시 또는 '길들이기'를 하고 있다는 분석인데요, 시진핑 주석이 올 가을 3연임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얼마 전 이런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중국이 빅테크에 대한 규제를 끝낼 것이다, 시 주석이 직접, 규제 완화를 넘어 지원을 할 뜻까지 밝혔어요.

이유는 바로, 경제 때문입니다.

지난달 중국의 제조업 경기, 26개월 만에 최저치로 나타났거든요, 2020년 2월 우한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악인데, 최근 상하이 등 도시 봉쇄 확대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까지 겹치면서 더 나빠졌습니다.

중국 당국이 지난달 신규 게임 서비스에 대한 허가를 내주면서, 이걸 규제 완화 신호로 보는, 시각도 있었는데요, '마윈 체포설'은 이런 기대감에 보란 듯이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빅테크 단속이 정말로 끝났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라고 지적했는데요, 바닥을 치고 있는 중국 기술주는 어제 하루에만 또 1%가 넘게 하락했습니다.

[앵커]

마윈 체포설은 해프닝이었지만, 투자자들은 중국 리스크를 크게 느낄 만도 하네요.

홍석우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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