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K] 늦은 결혼·출산에 30대 ‘난자 냉동’ 늘어

입력 2022.05.09 (12:41) 수정 2022.05.09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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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결혼 연령이 해마다 늦어지면서, 임신에 어려움을 겪는 난임 가정이 늘고 있습니다.

그래서 30대 여성들을 중심으로 건강했을 때 미리 자신의 난자를 얼려두려는 사례가 최근 급증했는데요.

초저출생 시대, 인구 문제를 극복할 하나의 대안으로 자리잡을지 주목됩니다.

홍화경 기자입니다.

[리포트]

"딸·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이런 정책을 펴던 때가 있었습니다.

국토는 좁은데, 인구가 너무 많다는 게 이유였죠.

2000년대 들어 상황은 완전히 반대가 됐습니다. 아이를 너무 안 낳아서 문제인데요.

"혼자는 싫고, 동생을 갖고 싶다"고 조르는 공익광고처럼, '출산 장려'로 정책이 바뀌었습니다.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약 0.8명, 부부가 결혼해서 평생 낳는 자녀의 수가 1명도 채 되지 않는 건데요.

출산율이 1을 넘지 못하는 나라는 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이 유일하고, 세계 최저 수준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출산율 하락 속도는 예상보다 더 빨라졌습니다.

올해는 0.7명대의 역대 최저 출산율이 예상됩니다.

20년 전까지만해도 남녀 평균 초혼 연령이 모두 20대였는데요.

요즘은 남성 33.4세, 여성 31.1세로 결혼이 늦어졌습니다.

늦은 결혼과 출산, 환경의 영향으로 난임 부부도 자연히 증가했는데요.

혹시 모를 노산으로 인한 난임 걱정을 덜기 위해 자신의 난자를 냉동보관하는 30대 여성들이 늘고 있습니다.

42살인 이 여성은 임신 6개월째를 맞았습니다.

초음파 검사를 해보니, 뱃속의 태아가 선명하게 보이죠.

언젠가 아이를 갖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3년 전 난자를 냉동 보관했다고 합니다.

결혼한 뒤에는 보관해둔 난자로 시험관 아기 시술에 성공했습니다.

[송보경/42살/임신부 : "제 뱃속에 태동도 느끼기 시작하다 보니까 경이롭다, 꿈틀대는 느낌도 많이 나다 보니까 낳고 나면 더 소중할 것 같은 생각이 많이 들어요."]

적지 않은 나이지만 다행히 임신에 순조롭게 성공했는데요.

[송보경/42살/임신부 : "지금 나이보다는 3년 젊긴 하지만 그때 (냉동)해 놨기 때문에 그래도 낫지 않았나 그런 생각. 나이가 많아도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것, 한번에 고생 안 하는 부분들."]

2년 전, '비혼 출산'으로 화제를 모은 방송인 사유리 씨도 같은 생각이었는데요.

평소에도 아이를 갖고 싶다고 솔직하게 고백해 왔는데요.

[사유리/방송인 : "아기를 갖고 싶어서 요즘 엄청 노력 많이 해요. 난자도 8개 얼리고."]

그렇게 미리 냉동한 난자로 42살에 3.2㎏의 건강한 남자아이를 출산했습니다.

몸이 조금이라도 더 젊고 건강했을 때 임신을 미리 준비하기 위해, 난자를 얼려두는 여성이 늘었습니다.

한 전문병원의 경우 난자 냉동을 한 여성이 지난해 1,200명에 육박했습니다. 2년 새 2배 이상 증가한 수치입니다.

여성의 난소 기능은 25살 이후 지속해서 떨어지기 때문에, 난자 냉동을 마음 먹었다면 빠를수록 좋다는데요.

될 수 있으면 난자가 가장 건강한 35살 이전에 하는 게 좋습니다.

늦어도 43살까지는 와야 난자 냉동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구화선/분당차병원 난임센터 교수 : "43세 이후에는 저희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난자를 획득하기 힘들고 착상률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43세까지로 권하고 있습니다."]

여성계 질환이나 항암치료 때문에 난자 냉동을 찾는 사람도 있지만, 난자 냉동을 원하는 90% 이상이 가임력 보존을 위한 30대 미혼 여성이라고 합니다.

다만, 난자 냉동은 난임치료 지원 항목에는 빠져 있어서 수백만 원의 비용을 스스로 부담해야 합니다.

의술의 발전으로 출산은 점차 나이와 관계 없는 '선택'의 문제가 돼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질환으로 인해 난자 냉동이 필요한 경우에 대해서는 건강보험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이인영/그래픽:정예지/리서처:민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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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절한 뉴스K] 늦은 결혼·출산에 30대 ‘난자 냉동’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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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2-05-09 13: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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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결혼 연령이 해마다 늦어지면서, 임신에 어려움을 겪는 난임 가정이 늘고 있습니다.

그래서 30대 여성들을 중심으로 건강했을 때 미리 자신의 난자를 얼려두려는 사례가 최근 급증했는데요.

초저출생 시대, 인구 문제를 극복할 하나의 대안으로 자리잡을지 주목됩니다.

홍화경 기자입니다.

[리포트]

"딸·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이런 정책을 펴던 때가 있었습니다.

국토는 좁은데, 인구가 너무 많다는 게 이유였죠.

2000년대 들어 상황은 완전히 반대가 됐습니다. 아이를 너무 안 낳아서 문제인데요.

"혼자는 싫고, 동생을 갖고 싶다"고 조르는 공익광고처럼, '출산 장려'로 정책이 바뀌었습니다.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약 0.8명, 부부가 결혼해서 평생 낳는 자녀의 수가 1명도 채 되지 않는 건데요.

출산율이 1을 넘지 못하는 나라는 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이 유일하고, 세계 최저 수준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출산율 하락 속도는 예상보다 더 빨라졌습니다.

올해는 0.7명대의 역대 최저 출산율이 예상됩니다.

20년 전까지만해도 남녀 평균 초혼 연령이 모두 20대였는데요.

요즘은 남성 33.4세, 여성 31.1세로 결혼이 늦어졌습니다.

늦은 결혼과 출산, 환경의 영향으로 난임 부부도 자연히 증가했는데요.

혹시 모를 노산으로 인한 난임 걱정을 덜기 위해 자신의 난자를 냉동보관하는 30대 여성들이 늘고 있습니다.

42살인 이 여성은 임신 6개월째를 맞았습니다.

초음파 검사를 해보니, 뱃속의 태아가 선명하게 보이죠.

언젠가 아이를 갖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3년 전 난자를 냉동 보관했다고 합니다.

결혼한 뒤에는 보관해둔 난자로 시험관 아기 시술에 성공했습니다.

[송보경/42살/임신부 : "제 뱃속에 태동도 느끼기 시작하다 보니까 경이롭다, 꿈틀대는 느낌도 많이 나다 보니까 낳고 나면 더 소중할 것 같은 생각이 많이 들어요."]

적지 않은 나이지만 다행히 임신에 순조롭게 성공했는데요.

[송보경/42살/임신부 : "지금 나이보다는 3년 젊긴 하지만 그때 (냉동)해 놨기 때문에 그래도 낫지 않았나 그런 생각. 나이가 많아도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것, 한번에 고생 안 하는 부분들."]

2년 전, '비혼 출산'으로 화제를 모은 방송인 사유리 씨도 같은 생각이었는데요.

평소에도 아이를 갖고 싶다고 솔직하게 고백해 왔는데요.

[사유리/방송인 : "아기를 갖고 싶어서 요즘 엄청 노력 많이 해요. 난자도 8개 얼리고."]

그렇게 미리 냉동한 난자로 42살에 3.2㎏의 건강한 남자아이를 출산했습니다.

몸이 조금이라도 더 젊고 건강했을 때 임신을 미리 준비하기 위해, 난자를 얼려두는 여성이 늘었습니다.

한 전문병원의 경우 난자 냉동을 한 여성이 지난해 1,200명에 육박했습니다. 2년 새 2배 이상 증가한 수치입니다.

여성의 난소 기능은 25살 이후 지속해서 떨어지기 때문에, 난자 냉동을 마음 먹었다면 빠를수록 좋다는데요.

될 수 있으면 난자가 가장 건강한 35살 이전에 하는 게 좋습니다.

늦어도 43살까지는 와야 난자 냉동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구화선/분당차병원 난임센터 교수 : "43세 이후에는 저희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난자를 획득하기 힘들고 착상률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43세까지로 권하고 있습니다."]

여성계 질환이나 항암치료 때문에 난자 냉동을 찾는 사람도 있지만, 난자 냉동을 원하는 90% 이상이 가임력 보존을 위한 30대 미혼 여성이라고 합니다.

다만, 난자 냉동은 난임치료 지원 항목에는 빠져 있어서 수백만 원의 비용을 스스로 부담해야 합니다.

의술의 발전으로 출산은 점차 나이와 관계 없는 '선택'의 문제가 돼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질환으로 인해 난자 냉동이 필요한 경우에 대해서는 건강보험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이인영/그래픽:정예지/리서처:민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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