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사업 종료 신산머루 마을, 건물 세우는데만 수십 억

입력 2022.05.09 (19:08) 수정 2022.05.09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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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KBS는 도시재생사업 실태를 지난주부터 연속 보도하고 있는데요.

네 번째 순서로, 전체 예산 절반 가까이를 건물 짓는데 투자한 제주시 신산머루 도시재생 사례를 임연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은 지 20년 넘은 낡은 주택이 대부분이고 인구도 줄어들고 있는 제주시 일도2동 신산머루 마을.

쇠락하는 마을 공동체 회복을 위해 2018년부터 83억 원을 들여 추진된 도시재생사업이 지난해 6월 마무리됐습니다.

커뮤니티센터 조성을 위해 지난해 새로 지은 3층짜리 새 건물.

어린이와 노인이 머무는 돌봄시설로 쓰겠다는 건데 행정 허가 절차를 마무리 못 해 준공 후 1년 가까이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신산머루 마을 주민/음성변조 : "너무 아깝죠. 동네서 이런 건물 지어놓고. 전혀 (쓸) 기미가 없으니까. 돌봄교실도 안 하는 것 같고.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모르겠어요."]

마을 안에 세워진 가설건축물.

원래 도시재생센터가 문화예술인 한 달 살기 용도 건물을 지으려 한 곳입니다.

그런데 좁은 도로 폭 등을 이유로 건축 허가를 받기 어려워지자, 관광객 안내센터로 쓰는 가설건축물을 세우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하지만 이곳 역시 문 닫힌 채 방치되고 있습니다.

[신산머루 마을 주민/음성변조 : "돈들이 썩었지. 저렇게 지어서 내버려서. 그냥 주민들에게라도 빌려주면 얼마나 좋을까. 집 없는 사람들이 천지인데."]

도시재생사업으로 리모델링한 2층 주택.

처음엔 '웰컴 센터' 목적으로 추진됐다가 이후 마을 수익 창출을 위해 지난해부터 게스트하우스로 운영되고 있는데 숙박업소로는 등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처럼 신산머루 마을 도시재생 사업 중 '커뮤니티 센터' 조성을 이유로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한 건물은 총 4개 동, 38억 원 넘는 돈이 쓰였습니다.

'커뮤니티 센터' 조성 단일 사업에 전체 도시재생 예산의 절반 가까이 들어간 겁니다.

사업 고시 당시엔 16억 원 예산이 책정됐지만, 투자된 사업비는 2배 이상 껑충 뛰었습니다.

건물이 세워질 동안 정작 마을 주거 복지를 실현할 공공성 높은 도시재생 사업들은 줄줄이 폐지됐습니다.

마을 주민들의 수요가 높은 공공임대 주택 공급 사업은 도시재생 사업 계획이 변경되면서 백지화됐습니다.

좁은 골목길이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마을 특성에 맞춘 소방도로 개설 사업도 무산됐습니다.

주민들의 숙원 사업인 마을 주차장 조성은 겨우 14면 늘어나는 데 그쳤고, 주민 일자리 창출 역시 카페 직원과 게스트하우스 직원 단 2명 채용된 게 전붑니다.

도시재생 사업 종료 후 사업 추진을 이어 맡게 된 신산머루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측은 돌봄센터는 늦어도 7월쯤 개소 예정이고, 새 건물 활용을 않는 이유는 상주 인력 인건비 부담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쇠락한 도심 재개발 사업의 대안으로 추진된 도시재생 뉴딜 사업, 지속적인 마을 재생을 목표로 한 '마중물' 사업이라는 정책 취지에 부합하려면 보여주기식 사업 추진이 아닌 내실을 키워야 할 때입니다.

KBS 뉴스 임연희입니다.

촬영기자:고성호·신비오/그래픽: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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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사업 종료 신산머루 마을, 건물 세우는데만 수십 억
    • 입력 2022-05-09 19:08:49
    • 수정2022-05-09 19:58:39
    뉴스7(제주)
[앵커]

KBS는 도시재생사업 실태를 지난주부터 연속 보도하고 있는데요.

네 번째 순서로, 전체 예산 절반 가까이를 건물 짓는데 투자한 제주시 신산머루 도시재생 사례를 임연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은 지 20년 넘은 낡은 주택이 대부분이고 인구도 줄어들고 있는 제주시 일도2동 신산머루 마을.

쇠락하는 마을 공동체 회복을 위해 2018년부터 83억 원을 들여 추진된 도시재생사업이 지난해 6월 마무리됐습니다.

커뮤니티센터 조성을 위해 지난해 새로 지은 3층짜리 새 건물.

어린이와 노인이 머무는 돌봄시설로 쓰겠다는 건데 행정 허가 절차를 마무리 못 해 준공 후 1년 가까이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신산머루 마을 주민/음성변조 : "너무 아깝죠. 동네서 이런 건물 지어놓고. 전혀 (쓸) 기미가 없으니까. 돌봄교실도 안 하는 것 같고.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모르겠어요."]

마을 안에 세워진 가설건축물.

원래 도시재생센터가 문화예술인 한 달 살기 용도 건물을 지으려 한 곳입니다.

그런데 좁은 도로 폭 등을 이유로 건축 허가를 받기 어려워지자, 관광객 안내센터로 쓰는 가설건축물을 세우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하지만 이곳 역시 문 닫힌 채 방치되고 있습니다.

[신산머루 마을 주민/음성변조 : "돈들이 썩었지. 저렇게 지어서 내버려서. 그냥 주민들에게라도 빌려주면 얼마나 좋을까. 집 없는 사람들이 천지인데."]

도시재생사업으로 리모델링한 2층 주택.

처음엔 '웰컴 센터' 목적으로 추진됐다가 이후 마을 수익 창출을 위해 지난해부터 게스트하우스로 운영되고 있는데 숙박업소로는 등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처럼 신산머루 마을 도시재생 사업 중 '커뮤니티 센터' 조성을 이유로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한 건물은 총 4개 동, 38억 원 넘는 돈이 쓰였습니다.

'커뮤니티 센터' 조성 단일 사업에 전체 도시재생 예산의 절반 가까이 들어간 겁니다.

사업 고시 당시엔 16억 원 예산이 책정됐지만, 투자된 사업비는 2배 이상 껑충 뛰었습니다.

건물이 세워질 동안 정작 마을 주거 복지를 실현할 공공성 높은 도시재생 사업들은 줄줄이 폐지됐습니다.

마을 주민들의 수요가 높은 공공임대 주택 공급 사업은 도시재생 사업 계획이 변경되면서 백지화됐습니다.

좁은 골목길이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마을 특성에 맞춘 소방도로 개설 사업도 무산됐습니다.

주민들의 숙원 사업인 마을 주차장 조성은 겨우 14면 늘어나는 데 그쳤고, 주민 일자리 창출 역시 카페 직원과 게스트하우스 직원 단 2명 채용된 게 전붑니다.

도시재생 사업 종료 후 사업 추진을 이어 맡게 된 신산머루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측은 돌봄센터는 늦어도 7월쯤 개소 예정이고, 새 건물 활용을 않는 이유는 상주 인력 인건비 부담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쇠락한 도심 재개발 사업의 대안으로 추진된 도시재생 뉴딜 사업, 지속적인 마을 재생을 목표로 한 '마중물' 사업이라는 정책 취지에 부합하려면 보여주기식 사업 추진이 아닌 내실을 키워야 할 때입니다.

KBS 뉴스 임연희입니다.

촬영기자:고성호·신비오/그래픽: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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