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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굣길 12살 성폭행…엄마의 바람은
입력 2022.05.14 (09:37) 수정 2022.05.14 (19:02) 취재K

평소와 다름없는 등굣길이었습니다. 12살 김모 양(가명)은 자주 다니던 공원을 지나 학교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낯선 할아버지가 다가왔습니다. "착하게 생겼다"고 말을 건네더니, 김 양을 어디론가 데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도망가려고 했지만, 할아버지는 꽉 붙잡은 어깨를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결국, 김 양은 할아버지의 집에 끌려가 끔찍한 일을 겪어야 했습니다.

■등굣길, 80대 남성에게 끌려가 성폭행

지난달 27일,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인근 주택가에서 12살 김 양이 80대 남성 A 씨에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김 양 부모의 신고로 A 씨는 범행 당일 경찰에 긴급체포됐고, 지난 6일 검찰에 구속 송치됐습니다.


"처음에 아이한테 전화가 온 거는 '엄마 모르는 할아버지가 만졌어 손을 뿌리치고 왔어'라고 얘기를 했어요. 그래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을 한 거예요."
"형사분께서 '어머니 산부인과를 가셔야 해요'라고 하셔서...갑자기 많은 생각이 지나가더라고요."
- 김 양 어머니

■A 씨, 알고 보니 미성년자 강제추행 전과 2범

범행 며칠 뒤, 김 양 어머니는 변호사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김 양을 성폭행한 A 씨가 과거에도 13세 미만 미성년자를 성추행해 재판을 받은 적이 있다는 겁니다.

"변호사님이 혹시 알고 계셨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처음 듣는 이야기였어요. 되게 놀랐거든요. 저희 딸 아이 또래 아이들을 건드리셨더라고요."
- 김 양 어머니

판결문을 확인해봤습니다. 지난 2017년 4월, A 씨는 등교하는 초등학생을 강제추행 했습니다. 아이의 엉덩이를 만지며 성희롱적인 발언도 했습니다. 당시 A 씨는 초등학교 등교 안전 도우미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A 씨는 성폭력처벌법상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고령이고, 초등학교 교장과 교감이 선처를 바란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하고 A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

■집행유예 기간에 재범…벌금형 선고?

집행유예 기간인 2018년 9월. A 씨는 또다시 미성년자를 성추행했습니다.

문화센터 셔틀 버스 안에서 옆자리에 앉은 9세 여아에게 "할아버지니까 괜찮지?"라고 말하며 허벅지를 수차례 쓰다듬었습니다. 2017년 사건의 판결이 확정된 지 불과 3개월 만이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A 씨에게 실형이 아닌 벌금 4천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피해자 측과 합의했고, 피고인이 80년 넘는 세월 동안 성실히 살아왔다는 이유였습니다. 취재진이 자문한 법조인들은 '집행유예 기간에 재범을 저질렀는데도 벌금형을 선고한 건, A 씨를 구속하지 않겠다는 재판부 판단'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봐주기였다는 겁니다.

"이 사건 범행 및 2017.4.경 강제추행 범행을 제외하고는 8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별다른 처벌 전력 없이 비교적 성실하게 살아온 것으로 보인다."
- 2018년 사건 1심 판결문

재판부는 A 씨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도, 전자발찌 부착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재범의 위험성이 낮다고 판단한 겁니다.

만약 이때 엄벌을 받고, 신상정보가 공개되었더라면...세 번째 범행이 일어났을까요.

■ "애들이 거짓말을 했겠지"…반성 없는 A 씨 가족

A 씨가 두 번째 범행을 저질렀을 때, 그의 가족들은 재판부에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했습니다. 당시 재판부가 A 씨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피고인은 80세가 넘는 고령으로 치매 진단을 받는 등 건강 상태가 좋지 않고, 피고인의 가족들도 피고인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일 것을 다짐하고 있다."
- 2018년 사건 1심 판결문

하지만 A 씨는 또다시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폭력을 저질렀습니다. 더욱이 이번엔 성추행이 아닌 성폭행이었습니다. 그럼에도 A 씨 가족은 김 양과 부모에게 사과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김 양의 부모를 만난 자리에서, 과거의 범행을 '예민한 아이들의 문제'로 돌리는 발언도 했습니다.

"죽든지 살든지. 죽을 나이도 됐으니까. 죽어도 거기서 죽어버리고 살아도 거기서 나오지 말든지."
"애들이 거짓말을 했겠지."
"그 애가 하필이면 초등생이니까 예민한 애였나 봐."
- A 씨 아내

■"법이 강화됐으면 좋겠어요"…김 양 엄마의 바람

A 씨에게 성폭행을 당한 김 양은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입니다. 학교도 잘 가려 하지 않고, 길에서 낯선 할아버지를 보면 거부감을 보이기도 합니다.

아이에 대한 2차 피해를 우려하면서도, 김 양 어머니는 취재진에게 성폭행 사실을 모두 털어놨습니다. 이번만큼은 A 씨가 제대로 처벌받고, 또 다른 김 양이 없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법이 좀 강화됐으면 좋겠어요. 나이가 많다고 풀려나는 게 아니고. 다른 아이들이 또 이런 일을 당할 수도 있는 거고. 나이 상관없이 이런 범죄는 다시는 못 일어나게끔 해줘야 되는 게 맞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 김 양 어머니

[연관 기사]
[단독] 등굣길 초등학생, 집으로 끌려가 성폭행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61480
[단독] 5년간 3번이나 미성년자 성범죄…처벌 강했더라면?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61481
  • 등굣길 12살 성폭행…엄마의 바람은
    • 입력 2022-05-14 09:37:22
    • 수정2022-05-14 19:02:31
    취재K

평소와 다름없는 등굣길이었습니다. 12살 김모 양(가명)은 자주 다니던 공원을 지나 학교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낯선 할아버지가 다가왔습니다. "착하게 생겼다"고 말을 건네더니, 김 양을 어디론가 데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도망가려고 했지만, 할아버지는 꽉 붙잡은 어깨를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결국, 김 양은 할아버지의 집에 끌려가 끔찍한 일을 겪어야 했습니다.

■등굣길, 80대 남성에게 끌려가 성폭행

지난달 27일,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인근 주택가에서 12살 김 양이 80대 남성 A 씨에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김 양 부모의 신고로 A 씨는 범행 당일 경찰에 긴급체포됐고, 지난 6일 검찰에 구속 송치됐습니다.


"처음에 아이한테 전화가 온 거는 '엄마 모르는 할아버지가 만졌어 손을 뿌리치고 왔어'라고 얘기를 했어요. 그래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을 한 거예요."
"형사분께서 '어머니 산부인과를 가셔야 해요'라고 하셔서...갑자기 많은 생각이 지나가더라고요."
- 김 양 어머니

■A 씨, 알고 보니 미성년자 강제추행 전과 2범

범행 며칠 뒤, 김 양 어머니는 변호사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김 양을 성폭행한 A 씨가 과거에도 13세 미만 미성년자를 성추행해 재판을 받은 적이 있다는 겁니다.

"변호사님이 혹시 알고 계셨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처음 듣는 이야기였어요. 되게 놀랐거든요. 저희 딸 아이 또래 아이들을 건드리셨더라고요."
- 김 양 어머니

판결문을 확인해봤습니다. 지난 2017년 4월, A 씨는 등교하는 초등학생을 강제추행 했습니다. 아이의 엉덩이를 만지며 성희롱적인 발언도 했습니다. 당시 A 씨는 초등학교 등교 안전 도우미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A 씨는 성폭력처벌법상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고령이고, 초등학교 교장과 교감이 선처를 바란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하고 A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

■집행유예 기간에 재범…벌금형 선고?

집행유예 기간인 2018년 9월. A 씨는 또다시 미성년자를 성추행했습니다.

문화센터 셔틀 버스 안에서 옆자리에 앉은 9세 여아에게 "할아버지니까 괜찮지?"라고 말하며 허벅지를 수차례 쓰다듬었습니다. 2017년 사건의 판결이 확정된 지 불과 3개월 만이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A 씨에게 실형이 아닌 벌금 4천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피해자 측과 합의했고, 피고인이 80년 넘는 세월 동안 성실히 살아왔다는 이유였습니다. 취재진이 자문한 법조인들은 '집행유예 기간에 재범을 저질렀는데도 벌금형을 선고한 건, A 씨를 구속하지 않겠다는 재판부 판단'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봐주기였다는 겁니다.

"이 사건 범행 및 2017.4.경 강제추행 범행을 제외하고는 8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별다른 처벌 전력 없이 비교적 성실하게 살아온 것으로 보인다."
- 2018년 사건 1심 판결문

재판부는 A 씨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도, 전자발찌 부착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재범의 위험성이 낮다고 판단한 겁니다.

만약 이때 엄벌을 받고, 신상정보가 공개되었더라면...세 번째 범행이 일어났을까요.

■ "애들이 거짓말을 했겠지"…반성 없는 A 씨 가족

A 씨가 두 번째 범행을 저질렀을 때, 그의 가족들은 재판부에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했습니다. 당시 재판부가 A 씨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피고인은 80세가 넘는 고령으로 치매 진단을 받는 등 건강 상태가 좋지 않고, 피고인의 가족들도 피고인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일 것을 다짐하고 있다."
- 2018년 사건 1심 판결문

하지만 A 씨는 또다시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폭력을 저질렀습니다. 더욱이 이번엔 성추행이 아닌 성폭행이었습니다. 그럼에도 A 씨 가족은 김 양과 부모에게 사과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김 양의 부모를 만난 자리에서, 과거의 범행을 '예민한 아이들의 문제'로 돌리는 발언도 했습니다.

"죽든지 살든지. 죽을 나이도 됐으니까. 죽어도 거기서 죽어버리고 살아도 거기서 나오지 말든지."
"애들이 거짓말을 했겠지."
"그 애가 하필이면 초등생이니까 예민한 애였나 봐."
- A 씨 아내

■"법이 강화됐으면 좋겠어요"…김 양 엄마의 바람

A 씨에게 성폭행을 당한 김 양은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입니다. 학교도 잘 가려 하지 않고, 길에서 낯선 할아버지를 보면 거부감을 보이기도 합니다.

아이에 대한 2차 피해를 우려하면서도, 김 양 어머니는 취재진에게 성폭행 사실을 모두 털어놨습니다. 이번만큼은 A 씨가 제대로 처벌받고, 또 다른 김 양이 없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법이 좀 강화됐으면 좋겠어요. 나이가 많다고 풀려나는 게 아니고. 다른 아이들이 또 이런 일을 당할 수도 있는 거고. 나이 상관없이 이런 범죄는 다시는 못 일어나게끔 해줘야 되는 게 맞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 김 양 어머니

[연관 기사]
[단독] 등굣길 초등학생, 집으로 끌려가 성폭행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61480
[단독] 5년간 3번이나 미성년자 성범죄…처벌 강했더라면?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61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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