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쫓는 ‘완화’ 공약들…임기 안에 가능할까?

입력 2022.05.29 (08:01) 수정 2022.05.2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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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칼코마니 같은 1기 신도시 정비 공약

1기 신도시는 성남 분당, 고양 일산, 안양 평촌, 군포 산본, 부천 중동 등 모두 5곳입니다. 1991년부터 입주를 시작해, 29만여 호에 이릅니다.

지은 지 30년이 넘어가면서 재건축, 리모델링 여부가 지역 현안이 됐습니다. 그러자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 모두 이번 지방선거에서 1기 신도시 정비를 공약했습니다.

그런데 정당 정책 공약을 보면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거의 비슷합니다.

민주당은 1기 신도시 특별법을 제정하겠다,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과 리모델링 안전성 검토 기준을 현실에 맞게 완화하겠다, 용적률이 500%까지 허용되는 4종 일반주거지역을 적용해 인허가를 신속히 진행하겠다고 했습니다.

국민의힘은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 촉진을 위한 특별법을 신속히 제정하고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하겠다, 용적률을 개선하겠다, 원스톱 통합 심의로 재정비 사업 기간을 단축하겠다고 했습니다.

특별법 제정, 안전진단 기준 완화, 인허가나 심의 기간을 줄여 신속히 진행하겠다는 내용 등이 거의 닮았습니다.


■ 분당, 일산은 이미 신고가 경신 중

1기 신도시 정비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당시 공약이기도 했습니다. 양당의 경기도지사 후보들도 1기 신도시 공약을 앞다퉈 내세우자 분당과 일산 주요 지역의 아파트는 이미 매매되는 실거래 가격이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분당 지역의 한 공인중개사는 "역세권을 중심으로 호가가 올라갔고 거래가 되면 신고가"라고 밝혔습니다. "재건축 기대감 때문에 역세권은 내놓은 물량이 거의 없다"고도 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이 내놓는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동향을 살펴보니 5월 16일 기준으로 성남 분당구는 전 주에 비해 0.04% 올랐고, 고양 일산동구는 0.08%, 일산 서구는 0.07%가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은 0.01% 떨어졌고 수도권은 0.02% 떨어졌습니다.


■ 4년 임기 안에 가능할까?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1기 신도시 정비가 경기도지사에 출마한 후보들의 공약대로 곧바로 실현될 수 있을까요? 지방선거로 선출되는 시도지사의 임기는 4년입니다.

재건축에 일반적으로 걸리는 기간은 10년 정도이고 착공에서 준공까지는 3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4년 임기로는 실현이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KBS 공약검증 자문위원인 진장익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내년부터 당장 착공에 들어가야 임기 내에 입주가 시작될 수 있는데 그러면 1년 안에 모든 것들이 처리돼야 한다"면서 "아무리 규제 완화를 해도 이해 당사자 간의 여러 가지 이해관계 문제들을 규제 완화만 가지고는 풀 수 없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굉장히 떨어진다"고 말했습니다.

진 교수는 또 "큰 그림을 그려야 하는 시도지사 입장에서 장기간으로 재건축을 해서 공급을 충분히 하겠다는 취지는 좋다"면서 "공약을 통해 지나치게 빨리하겠다고 하면 단기간에 주택 가격이 너무 빠르게 상승할 수 있기 때문에 그로 인한 부작용은 매우 크고 거기에 대한 고려 자체는 실제로 계획상에선 없기 때문에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 "부동산 세제 완화" 여야 한목소리

이번 지방선거 부동산 공약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의 공통점은 또 있습니다. 세제 완화를 내세우고 있는 것입니다.

민주당은 1주택자의 보유세 세 부담 완화 방안을 세우고, 1주택자 취득세 인하도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일시적인 2주택자 등 '억울한 종부세'는 합리화하겠다고 했습니다.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는 다주택자의 종부세 공제 기준을 6억 원에서 11억 원으로 상향하겠다고 했고, 김동연 경기도지사 후보는 장기보유한 1주택자의 종부세는 폐지하고 재산세 완화, 양도세 중과 유예 등을 내세웠습니다.

국민의힘은 보유세 체계를 개편하고 세 부담을 적정화하겠다고 했습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도 개편하겠다고 합니다.

김은혜 경기도지사 후보는 과세표준 기준 3억 원(공시가격 5억 원, 평균 시세 9억 원) 이하 1주택자에 재산세를 100% 감면하겠다고 했습니다. 해당 가구는 경기도 내 319만 호로 경기도 전체의 약 60%에 이릅니다.

이렇게 여야 할 것 없이 부동산 세제 완화 공약들을 쏟아냈습니다.

■ 세수 공백은 어떻게?..."지역균형발전 재원 논의 필요"

하지만 이렇게 세 부담을 완화했을 때 세수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가 문제입니다.

KBS 공약검증 자문위원인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한쪽에서는 세수가 아주 많이 필요한 공약을 이야기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세수를 크게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면서 "여나 야나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이 크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종합부동산세는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재원으로 쓰이는 점에서 종부세 완화 정책은 지역 균형발전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합니다.

김 교수는 "재산세는 지방세고 종부세는 국세라서 이를 통합한다면 국세적인 요소, 즉 세금을 걷어서 다른 지역으로 배분하는 역할을 어떻게 할 것인지 답을 찾아야 한다"며 "균형발전을 위한 재원을 어떻게 계속 가져가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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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 쫓는 ‘완화’ 공약들…임기 안에 가능할까?
    • 입력 2022-05-29 08:01:15
    • 수정2022-05-29 08:35:43
    취재K

■ 데칼코마니 같은 1기 신도시 정비 공약

1기 신도시는 성남 분당, 고양 일산, 안양 평촌, 군포 산본, 부천 중동 등 모두 5곳입니다. 1991년부터 입주를 시작해, 29만여 호에 이릅니다.

지은 지 30년이 넘어가면서 재건축, 리모델링 여부가 지역 현안이 됐습니다. 그러자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 모두 이번 지방선거에서 1기 신도시 정비를 공약했습니다.

그런데 정당 정책 공약을 보면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거의 비슷합니다.

민주당은 1기 신도시 특별법을 제정하겠다,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과 리모델링 안전성 검토 기준을 현실에 맞게 완화하겠다, 용적률이 500%까지 허용되는 4종 일반주거지역을 적용해 인허가를 신속히 진행하겠다고 했습니다.

국민의힘은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 촉진을 위한 특별법을 신속히 제정하고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하겠다, 용적률을 개선하겠다, 원스톱 통합 심의로 재정비 사업 기간을 단축하겠다고 했습니다.

특별법 제정, 안전진단 기준 완화, 인허가나 심의 기간을 줄여 신속히 진행하겠다는 내용 등이 거의 닮았습니다.


■ 분당, 일산은 이미 신고가 경신 중

1기 신도시 정비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당시 공약이기도 했습니다. 양당의 경기도지사 후보들도 1기 신도시 공약을 앞다퉈 내세우자 분당과 일산 주요 지역의 아파트는 이미 매매되는 실거래 가격이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분당 지역의 한 공인중개사는 "역세권을 중심으로 호가가 올라갔고 거래가 되면 신고가"라고 밝혔습니다. "재건축 기대감 때문에 역세권은 내놓은 물량이 거의 없다"고도 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이 내놓는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동향을 살펴보니 5월 16일 기준으로 성남 분당구는 전 주에 비해 0.04% 올랐고, 고양 일산동구는 0.08%, 일산 서구는 0.07%가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은 0.01% 떨어졌고 수도권은 0.02% 떨어졌습니다.


■ 4년 임기 안에 가능할까?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1기 신도시 정비가 경기도지사에 출마한 후보들의 공약대로 곧바로 실현될 수 있을까요? 지방선거로 선출되는 시도지사의 임기는 4년입니다.

재건축에 일반적으로 걸리는 기간은 10년 정도이고 착공에서 준공까지는 3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4년 임기로는 실현이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KBS 공약검증 자문위원인 진장익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내년부터 당장 착공에 들어가야 임기 내에 입주가 시작될 수 있는데 그러면 1년 안에 모든 것들이 처리돼야 한다"면서 "아무리 규제 완화를 해도 이해 당사자 간의 여러 가지 이해관계 문제들을 규제 완화만 가지고는 풀 수 없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굉장히 떨어진다"고 말했습니다.

진 교수는 또 "큰 그림을 그려야 하는 시도지사 입장에서 장기간으로 재건축을 해서 공급을 충분히 하겠다는 취지는 좋다"면서 "공약을 통해 지나치게 빨리하겠다고 하면 단기간에 주택 가격이 너무 빠르게 상승할 수 있기 때문에 그로 인한 부작용은 매우 크고 거기에 대한 고려 자체는 실제로 계획상에선 없기 때문에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 "부동산 세제 완화" 여야 한목소리

이번 지방선거 부동산 공약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의 공통점은 또 있습니다. 세제 완화를 내세우고 있는 것입니다.

민주당은 1주택자의 보유세 세 부담 완화 방안을 세우고, 1주택자 취득세 인하도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일시적인 2주택자 등 '억울한 종부세'는 합리화하겠다고 했습니다.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는 다주택자의 종부세 공제 기준을 6억 원에서 11억 원으로 상향하겠다고 했고, 김동연 경기도지사 후보는 장기보유한 1주택자의 종부세는 폐지하고 재산세 완화, 양도세 중과 유예 등을 내세웠습니다.

국민의힘은 보유세 체계를 개편하고 세 부담을 적정화하겠다고 했습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도 개편하겠다고 합니다.

김은혜 경기도지사 후보는 과세표준 기준 3억 원(공시가격 5억 원, 평균 시세 9억 원) 이하 1주택자에 재산세를 100% 감면하겠다고 했습니다. 해당 가구는 경기도 내 319만 호로 경기도 전체의 약 60%에 이릅니다.

이렇게 여야 할 것 없이 부동산 세제 완화 공약들을 쏟아냈습니다.

■ 세수 공백은 어떻게?..."지역균형발전 재원 논의 필요"

하지만 이렇게 세 부담을 완화했을 때 세수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가 문제입니다.

KBS 공약검증 자문위원인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한쪽에서는 세수가 아주 많이 필요한 공약을 이야기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세수를 크게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면서 "여나 야나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이 크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종합부동산세는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재원으로 쓰이는 점에서 종부세 완화 정책은 지역 균형발전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합니다.

김 교수는 "재산세는 지방세고 종부세는 국세라서 이를 통합한다면 국세적인 요소, 즉 세금을 걷어서 다른 지역으로 배분하는 역할을 어떻게 할 것인지 답을 찾아야 한다"며 "균형발전을 위한 재원을 어떻게 계속 가져가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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