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K] 생물다양성…공존의 열쇠

입력 2022.05.30 (20:25) 수정 2022.05.30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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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부엉이가 나뭇가지에 부리를 갈고 있습니다.

먹이 사냥에 앞서 부리를 날카롭게 만드는 겁니다.

위협조차 되지 못할 작은 새가 둥지 근처에 다가오자 새끼를 품은 어미가 잔뜩 경계하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조류의 생태를 관찰하는 이성훈 씨가 지난해, 완주 봉동의 앞대산 절벽에서 찍은 영상과 사진들입니다.

[이성훈/조류생태 시민모니터 : "수리부엉이의 울음소리를 계속 들었어요. 이 근방에서…. 겨울에 수리부엉이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건 아무래도 이 근방에 수리부엉이가 번식하고 있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우연찮은 기회에 바로 위에 있는 절벽의 수리부엉이 새끼가 있는 모습을 딱 보게 된 거죠."]

이후 틈날 때마다 수리부엉이를 관찰했다는 이성훈 씨.

한 쌍의 수리부엉이는 2020년 겨울 세 마리의 새끼를 낳았고, 이듬해인 지난해 늦여름 다 자란 새끼들은 먹이를 찾아 이곳을 떠났습니다.

남은 수리부엉이 한 쌍은 지난해 겨울에도 세 마리의 새끼를 낳았고, 지금은 다섯 마리가 이곳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수리부엉이 서식지가 위험에 처했습니다.

이곳 절벽을 깎아 자전거도로를 만든다는 겁니다.

[이성훈/조류생태 시민 모니터 : "근처에서 측량을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어떤 상황인지 알아야 되니까 가서 이 주변에 공사가 있냐고 하니까 길을 신설한다고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익산 국토부에 전화해서 물어보니까 이 근방에 자전거도로가 계획돼 있다."]

절벽이 사라지면 수리부엉이는 다른 서식지를 찾아 이동해야 하고,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하면 죽음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수리부엉이처럼, 우리의 생활반경 내에 사는 야생동물이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자연 서식지가 줄어들면서 먹이를 찾아 도시에서의 삶을 선택하는 건데요.

이제는 잘 알려진 전주천의 수달과 삵은 물론이고, 건지산 자락 나무 꼭대기엔 보호종인 백로와 왜가리 수십 마리가 둥지를 틀었습니다.

[원정운/전주시 동산동 : "다양한 생물하고 살아간다는 것은 환경이 건강하다는 의미인 것 같아요. 옛날에는 개발 위주였다면 이제 주변에 다양한 생물들이 살고 있는 것은 환경보존도 잘 되고 있다는 의미라서…."]

완산공원의 생태습지원엔 참개구리와 무당개구리, 그리고 멸종위기종인 맹꽁이 등이 모여 살고 있습니다.

한여름 장마철이 되면 짝을 찾는 양서류들의 울음소리가 우렁찹니다.

[이병을/완주군 이서면 : "맹꽁이가 맹꽁맹꽁하는 거 들으니까 좋기는 참 좋아요. 이런 습지를 좀 더 활용해서 다른 데로 확장해갔으면 좋겠다는 그런 마음이에요."]

하지만 도심 속 야생동물들의 삶이 마냥 평온하지만은 않습니다.

늘 서식지 파괴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때 수백 마리 맹꽁이가 모여들어 맹꽁이 놀이터라 불렸던 전주 삼천동 거마공원의 습지는 빗물을 저장하는 시설까지 만들었음에도 관리가 되지 않아 바싹 말라버렸습니다.

[이정현/전북환경운동연합 선임활동가 : "전주만 하더라도 멸종위기에 처한 맹꽁이 서식지들이 여러 곳이 있었는데, 대부분 새로운 도시개발이라든지 택지개발로 인해서 많이 사라지고 남은 곳이 몇 곳 되지 않은 상황인데요. 도시가 확장되고 산업화가 되고 오염물질들이 많이 생기면서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훼손되고 그곳에 깃들어 살고 있는 소생물들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멸종위기종인 큰기러기와 고니 등이 사는 백석저수지.

택지개발로 아파트가 빽빽이 들어선 곳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생태계의 보석 같은 곳입니다.

그런데 지난해, 이곳에 데크와 잔디광장 등 인공시설을 늘리는 수변공원 개발 계획이 발표되면서 생물들의 서식지가 파괴될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는데요.

다행히 전주시는 이달 백석저수지를 생태 친화적 공간으로 조성하겠다며 계획을 수정하기로 했습니다.

[이정현/전북환경운동연합 선임활동가 : "야생동물의 서식지이자 녹지공간을 지키고 보존하기 위해서 야생동물 보호구역을 지정해놨는데요. 그게 아주 형식적이고 그리고 면적 자체가 좁습니다.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크게 줄어들고 있는 만큼 이들과 공존할 수 있도록 계획을,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구간과 야생동물의 서식지는 보존하는 방식으로 개발 계획들이 전면 수정이 돼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환경운동가 제인 구달은, 다양한 생명이 어우러진 생태계를 거미줄이라 표현했습니다.

몇 가닥 거미줄이 끊어지면 전체가 무너지는 것처럼, 생태계의 어느 한 부분이 망가지면 모두가 위험에 처한다는 의밉니다.

우리 역시 생태계의 일부입니다.

자연과 공존하는 길을 찾는 일.

오늘을 사는 우리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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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경K] 생물다양성…공존의 열쇠
    • 입력 2022-05-30 20:25:40
    • 수정2022-05-30 20:55:30
    뉴스7(전주)
수리부엉이가 나뭇가지에 부리를 갈고 있습니다.

먹이 사냥에 앞서 부리를 날카롭게 만드는 겁니다.

위협조차 되지 못할 작은 새가 둥지 근처에 다가오자 새끼를 품은 어미가 잔뜩 경계하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조류의 생태를 관찰하는 이성훈 씨가 지난해, 완주 봉동의 앞대산 절벽에서 찍은 영상과 사진들입니다.

[이성훈/조류생태 시민모니터 : "수리부엉이의 울음소리를 계속 들었어요. 이 근방에서…. 겨울에 수리부엉이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건 아무래도 이 근방에 수리부엉이가 번식하고 있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우연찮은 기회에 바로 위에 있는 절벽의 수리부엉이 새끼가 있는 모습을 딱 보게 된 거죠."]

이후 틈날 때마다 수리부엉이를 관찰했다는 이성훈 씨.

한 쌍의 수리부엉이는 2020년 겨울 세 마리의 새끼를 낳았고, 이듬해인 지난해 늦여름 다 자란 새끼들은 먹이를 찾아 이곳을 떠났습니다.

남은 수리부엉이 한 쌍은 지난해 겨울에도 세 마리의 새끼를 낳았고, 지금은 다섯 마리가 이곳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수리부엉이 서식지가 위험에 처했습니다.

이곳 절벽을 깎아 자전거도로를 만든다는 겁니다.

[이성훈/조류생태 시민 모니터 : "근처에서 측량을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어떤 상황인지 알아야 되니까 가서 이 주변에 공사가 있냐고 하니까 길을 신설한다고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익산 국토부에 전화해서 물어보니까 이 근방에 자전거도로가 계획돼 있다."]

절벽이 사라지면 수리부엉이는 다른 서식지를 찾아 이동해야 하고,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하면 죽음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수리부엉이처럼, 우리의 생활반경 내에 사는 야생동물이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자연 서식지가 줄어들면서 먹이를 찾아 도시에서의 삶을 선택하는 건데요.

이제는 잘 알려진 전주천의 수달과 삵은 물론이고, 건지산 자락 나무 꼭대기엔 보호종인 백로와 왜가리 수십 마리가 둥지를 틀었습니다.

[원정운/전주시 동산동 : "다양한 생물하고 살아간다는 것은 환경이 건강하다는 의미인 것 같아요. 옛날에는 개발 위주였다면 이제 주변에 다양한 생물들이 살고 있는 것은 환경보존도 잘 되고 있다는 의미라서…."]

완산공원의 생태습지원엔 참개구리와 무당개구리, 그리고 멸종위기종인 맹꽁이 등이 모여 살고 있습니다.

한여름 장마철이 되면 짝을 찾는 양서류들의 울음소리가 우렁찹니다.

[이병을/완주군 이서면 : "맹꽁이가 맹꽁맹꽁하는 거 들으니까 좋기는 참 좋아요. 이런 습지를 좀 더 활용해서 다른 데로 확장해갔으면 좋겠다는 그런 마음이에요."]

하지만 도심 속 야생동물들의 삶이 마냥 평온하지만은 않습니다.

늘 서식지 파괴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때 수백 마리 맹꽁이가 모여들어 맹꽁이 놀이터라 불렸던 전주 삼천동 거마공원의 습지는 빗물을 저장하는 시설까지 만들었음에도 관리가 되지 않아 바싹 말라버렸습니다.

[이정현/전북환경운동연합 선임활동가 : "전주만 하더라도 멸종위기에 처한 맹꽁이 서식지들이 여러 곳이 있었는데, 대부분 새로운 도시개발이라든지 택지개발로 인해서 많이 사라지고 남은 곳이 몇 곳 되지 않은 상황인데요. 도시가 확장되고 산업화가 되고 오염물질들이 많이 생기면서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훼손되고 그곳에 깃들어 살고 있는 소생물들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멸종위기종인 큰기러기와 고니 등이 사는 백석저수지.

택지개발로 아파트가 빽빽이 들어선 곳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생태계의 보석 같은 곳입니다.

그런데 지난해, 이곳에 데크와 잔디광장 등 인공시설을 늘리는 수변공원 개발 계획이 발표되면서 생물들의 서식지가 파괴될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는데요.

다행히 전주시는 이달 백석저수지를 생태 친화적 공간으로 조성하겠다며 계획을 수정하기로 했습니다.

[이정현/전북환경운동연합 선임활동가 : "야생동물의 서식지이자 녹지공간을 지키고 보존하기 위해서 야생동물 보호구역을 지정해놨는데요. 그게 아주 형식적이고 그리고 면적 자체가 좁습니다.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크게 줄어들고 있는 만큼 이들과 공존할 수 있도록 계획을,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구간과 야생동물의 서식지는 보존하는 방식으로 개발 계획들이 전면 수정이 돼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환경운동가 제인 구달은, 다양한 생명이 어우러진 생태계를 거미줄이라 표현했습니다.

몇 가닥 거미줄이 끊어지면 전체가 무너지는 것처럼, 생태계의 어느 한 부분이 망가지면 모두가 위험에 처한다는 의밉니다.

우리 역시 생태계의 일부입니다.

자연과 공존하는 길을 찾는 일.

오늘을 사는 우리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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