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정말 질린다”…총기규제 실패 뒤에는 NRA의 검은 돈

입력 2022.06.02 (18:03) 수정 2022.06.0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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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주 미국 텍사스주의 한 초등학교에선 갓 성인이 된 18살 남성이 총기를 난사해 어린이 19명과 교사 2명, 모두 스물 한 명이 희생됐습니다.

잊을 만 하면 반복되는 비극에 바이든 대통령도 "이젠 정말 질린다"고 총기 규제를 강력히 호소했는데요.

미국 정치권이 총기규제 못하는 건지, 안하는 건지 이유, 뭘까요.

오늘 글로벌 ET, 워싱턴 특파원과 자세히 알아봅니다.

김양순 특파원~ 미국 총기사건, 정말 하루가 멀다하고 나오는 것 같은데... 이번 텍사스 초등학교 참사는 최악인 것 같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우리 면 단위의 아주 작은 시골마을에서 같은 동네에 살던 18살 남성이 초등학교에 들어가 한 교실에 있던 아이들과 교사를 무참히 죽인 사건입니다.

2012년 코네티컷의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20명의 아이들과 교사 6명이 희생된 사건 이후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 참사로는 최악입니다.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첫번째 드는 궁금증은 어떻게 총을 이렇게 쉽게 살 수 있었는지, 또 그냥 총이 아니라 대량살상용 무기를 쉽게 살 수 있었냐 라는 점입니다.

[앵커]

사실 그게 궁금합니다.

누구나 총을 살 수 있는 건가요? 난사가 가능한 살상용 소총을?

[기자]

물론 모든 주에서 그런 건 아닙니다만, 대부분의 주가 그렇습니다.

특히 이번에 사건이 일어난 텍사스주는 공화당의 그렉 애봇이라는 주지사가 맡고 있는데 지난해 누구라도 18살이 되면 면허도, 신원조회도 필요없이 총을 살 수 있게 법을 바꿨습니다.

지적하신 대량 살상용 소총 AR 15형 소총은 미국에서 수많은 총기난사 참사를 일으킨 주범입니다.

당연히 규제가 있을 거라 생각하겠지만 현실은 너무 쉬웠습니다, 총을 구입하기가요.

현지 언론 쿼츠가 실제로 인터넷에서 문제의 소총을 주문했는데 가격은 1870달러, 우리돈으로 200만원 가량을 내면 클릭 5번 만에 AR 15형을 구입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 난사형 소총은 텍사스주법에 의거해서도 연방법을 어긴 적이 없는지, 구매자의 신원조회를 하게 되어 있는데 온라인 구매 과정에선 단 한번도 신원조회를 요청하지 않았습니다.

즉 18살만 넘으면 누구나 아무나 살 수 있었단 겁니다.

[앵커]

미국에선 우리가 기억하는 99년 컬럼바인 고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이 있었잖아요.

그 때도 고등학생들이 총기를 난사해서 15명이 죽었어요.

그런데 지금 20년 넘게 흘렀는데도 바뀐 게 없다는 게 믿기지 않거든요?

[기자]

미국에서 가장 큰 로비단체이자 총기대표단체, 전미총기협회가 첫번째 이윱니다.

NRA는 총을 가질 권리를 지지하는 보수 공화당 정치인에게 엄청난 돈을 후원해왔는데요.

2021년에만 1580만 달러, 우리 돈 2백 억 원 이상을 총기 소유를 옹호하는 데 썼습니다.

총기 규제 단체들의 로비자금은 290만 달러, 5배가 넘는 차이가 납니다.

1998년 이래로 총기옹호 단체들은 로비에 1억 9천만 달러를 썼고, 총기 규제 지지자들은 3천만 달러를 썼습니다.

정치자금으로 따져보면 총기옹호 단체들은 1989년부터 2020년 사이에 연방 후보들과 당 위원회에 5050만 달러를 기부했고, 대부분 공화당이었습니다.

[앵커]

정치권에선 막강한 로비자금을 대는 돈줄을 외면할 수 없단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양당 정치구조가 뿌리깊이 고착화된 미국 정치구조, 특히 상원은 거의 반분 상태로 이어져온만큼 민주당이 아무리 총기규제법안을 내밀어도 공화당에서 꿈쩍하지 않으면 법안 통과 자체는 불가능합니다.

[도널드 트럼프/전 미국 대통령 : "옛말에 이런 속담이 있죠. 총을 든 나쁜 자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총을 든 착한 자다."]

[웨인 라피에르/NRA CEO : "우리, NRA는 사회를 병들게 하는 악과 범죄적 요소들로부터 맞서 우리를 지키게 하는 수단으로서, 법적으로 보장되는 순수한 권리(총기 소유)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겁니다."]

방금 들으신 연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올해 NRA 전미총기협회 연례총회에 가서 한 연설인데요.

아이러니하게도 NRA 총회는 텍사스 유밸디에서 초등학생 19명이 희생된 바로 그 현장에서 불과 차로 3,4시간 떨어진 휴스턴에서 열렸습니다.

행사장 밖에선 스쿨버스는 운구차가 아니다, 라고 적힌 반대 시위대들이 있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물론 현직 텍사스 주지사, 현직 텍사스 상원의원 모두가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당장 사람 목숨 죽어나간 것에 여론이 쏠리겠지만 길게 보면 역시 잊혀질 거다, 라고까지 말했는데요.

반대편에서 총기규제, 아무리 하려해도 안된다, 울분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롤랜드 구티에레스/텍사스 상원의원 : "여기 온 공화당원들은 총기 문제에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저는 사람들에게 총을 뺏자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공격용 소총에 대한 규제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위험인물의 총기소유를 금지하는 법이 필요합니다. 정말 지쳤습니다. 이젠 정말 탈진했어요."]

[앵커]

실제 미국인들의 인식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이대로 괜찮다는 건가요?

[기자]

자신의 정치적 견해에 따라서 상당히 엇갈립니다.

민주당 지지자의 75%는 총기규제에 찬성하지만 공화당의 경우 24%만 찬성합니다.

미국의 수정헌법 2조, 무기를 소지하고 휴대하는 미국 국민의 권리는 침해받을 수 없다,

광활한 개척시대 스스로 자기 몸을 지키며 살아야했던 과거의 역사를 현재의 논리로 들이대고, NRA가 막대한 로비자금을 퍼붓고 있는 한, 미국에서 총기소유가 강력하게 규제되긴 앞으로도 어려워보입니다.

워싱턴에서 KBS 뉴스 김양순입니다.

촬영기자:오범석/영상편집:이현모/자료조사:권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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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02 18:03:43
    • 수정2022-06-02 18:20:37
    통합뉴스룸ET
[앵커]

지난주 미국 텍사스주의 한 초등학교에선 갓 성인이 된 18살 남성이 총기를 난사해 어린이 19명과 교사 2명, 모두 스물 한 명이 희생됐습니다.

잊을 만 하면 반복되는 비극에 바이든 대통령도 "이젠 정말 질린다"고 총기 규제를 강력히 호소했는데요.

미국 정치권이 총기규제 못하는 건지, 안하는 건지 이유, 뭘까요.

오늘 글로벌 ET, 워싱턴 특파원과 자세히 알아봅니다.

김양순 특파원~ 미국 총기사건, 정말 하루가 멀다하고 나오는 것 같은데... 이번 텍사스 초등학교 참사는 최악인 것 같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우리 면 단위의 아주 작은 시골마을에서 같은 동네에 살던 18살 남성이 초등학교에 들어가 한 교실에 있던 아이들과 교사를 무참히 죽인 사건입니다.

2012년 코네티컷의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20명의 아이들과 교사 6명이 희생된 사건 이후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 참사로는 최악입니다.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첫번째 드는 궁금증은 어떻게 총을 이렇게 쉽게 살 수 있었는지, 또 그냥 총이 아니라 대량살상용 무기를 쉽게 살 수 있었냐 라는 점입니다.

[앵커]

사실 그게 궁금합니다.

누구나 총을 살 수 있는 건가요? 난사가 가능한 살상용 소총을?

[기자]

물론 모든 주에서 그런 건 아닙니다만, 대부분의 주가 그렇습니다.

특히 이번에 사건이 일어난 텍사스주는 공화당의 그렉 애봇이라는 주지사가 맡고 있는데 지난해 누구라도 18살이 되면 면허도, 신원조회도 필요없이 총을 살 수 있게 법을 바꿨습니다.

지적하신 대량 살상용 소총 AR 15형 소총은 미국에서 수많은 총기난사 참사를 일으킨 주범입니다.

당연히 규제가 있을 거라 생각하겠지만 현실은 너무 쉬웠습니다, 총을 구입하기가요.

현지 언론 쿼츠가 실제로 인터넷에서 문제의 소총을 주문했는데 가격은 1870달러, 우리돈으로 200만원 가량을 내면 클릭 5번 만에 AR 15형을 구입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 난사형 소총은 텍사스주법에 의거해서도 연방법을 어긴 적이 없는지, 구매자의 신원조회를 하게 되어 있는데 온라인 구매 과정에선 단 한번도 신원조회를 요청하지 않았습니다.

즉 18살만 넘으면 누구나 아무나 살 수 있었단 겁니다.

[앵커]

미국에선 우리가 기억하는 99년 컬럼바인 고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이 있었잖아요.

그 때도 고등학생들이 총기를 난사해서 15명이 죽었어요.

그런데 지금 20년 넘게 흘렀는데도 바뀐 게 없다는 게 믿기지 않거든요?

[기자]

미국에서 가장 큰 로비단체이자 총기대표단체, 전미총기협회가 첫번째 이윱니다.

NRA는 총을 가질 권리를 지지하는 보수 공화당 정치인에게 엄청난 돈을 후원해왔는데요.

2021년에만 1580만 달러, 우리 돈 2백 억 원 이상을 총기 소유를 옹호하는 데 썼습니다.

총기 규제 단체들의 로비자금은 290만 달러, 5배가 넘는 차이가 납니다.

1998년 이래로 총기옹호 단체들은 로비에 1억 9천만 달러를 썼고, 총기 규제 지지자들은 3천만 달러를 썼습니다.

정치자금으로 따져보면 총기옹호 단체들은 1989년부터 2020년 사이에 연방 후보들과 당 위원회에 5050만 달러를 기부했고, 대부분 공화당이었습니다.

[앵커]

정치권에선 막강한 로비자금을 대는 돈줄을 외면할 수 없단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양당 정치구조가 뿌리깊이 고착화된 미국 정치구조, 특히 상원은 거의 반분 상태로 이어져온만큼 민주당이 아무리 총기규제법안을 내밀어도 공화당에서 꿈쩍하지 않으면 법안 통과 자체는 불가능합니다.

[도널드 트럼프/전 미국 대통령 : "옛말에 이런 속담이 있죠. 총을 든 나쁜 자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총을 든 착한 자다."]

[웨인 라피에르/NRA CEO : "우리, NRA는 사회를 병들게 하는 악과 범죄적 요소들로부터 맞서 우리를 지키게 하는 수단으로서, 법적으로 보장되는 순수한 권리(총기 소유)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겁니다."]

방금 들으신 연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올해 NRA 전미총기협회 연례총회에 가서 한 연설인데요.

아이러니하게도 NRA 총회는 텍사스 유밸디에서 초등학생 19명이 희생된 바로 그 현장에서 불과 차로 3,4시간 떨어진 휴스턴에서 열렸습니다.

행사장 밖에선 스쿨버스는 운구차가 아니다, 라고 적힌 반대 시위대들이 있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물론 현직 텍사스 주지사, 현직 텍사스 상원의원 모두가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당장 사람 목숨 죽어나간 것에 여론이 쏠리겠지만 길게 보면 역시 잊혀질 거다, 라고까지 말했는데요.

반대편에서 총기규제, 아무리 하려해도 안된다, 울분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롤랜드 구티에레스/텍사스 상원의원 : "여기 온 공화당원들은 총기 문제에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저는 사람들에게 총을 뺏자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공격용 소총에 대한 규제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위험인물의 총기소유를 금지하는 법이 필요합니다. 정말 지쳤습니다. 이젠 정말 탈진했어요."]

[앵커]

실제 미국인들의 인식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이대로 괜찮다는 건가요?

[기자]

자신의 정치적 견해에 따라서 상당히 엇갈립니다.

민주당 지지자의 75%는 총기규제에 찬성하지만 공화당의 경우 24%만 찬성합니다.

미국의 수정헌법 2조, 무기를 소지하고 휴대하는 미국 국민의 권리는 침해받을 수 없다,

광활한 개척시대 스스로 자기 몸을 지키며 살아야했던 과거의 역사를 현재의 논리로 들이대고, NRA가 막대한 로비자금을 퍼붓고 있는 한, 미국에서 총기소유가 강력하게 규제되긴 앞으로도 어려워보입니다.

워싱턴에서 KBS 뉴스 김양순입니다.

촬영기자:오범석/영상편집:이현모/자료조사:권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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