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루나, 암호를 풀다]① 테라에 1억 투자…대체 뭘 믿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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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루나 사태, 전세계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은 사건입니다.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이 첫 수사 대상으로도 삼았습니다. 그런데 루나가 무엇인지, 왜 수사 대상이 되는 것인지 알기 쉽지 않습니다. KBS는 이 암호 같은 '테라·루나'를 A부터 Z까지 찬찬히 풀어보기로 했습니다.
"아직도 비트코인하세요?"
가상화폐 투자자들 사이에서 한때 오간 질문입니다. 가상화폐하면 비트코인만 떠오르던 몇 년 전과 달리 지금은 국내 거래소에서 상장된 가상화폐 종류만 지난해 말 기준 1,257개에 달할 정도로 많아졌습니다.
■ 가상화폐 투자, 국민 10명 중 1명꼴
하루 평균 거래 규모는 11조 원. 가상화폐 투자자만 558만 명에 달하고, 10억 원 이상 가상자산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도 4,000여 명에 이릅니다. 이렇게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은 이제 비트코인 외에도 다양한 가상화폐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특히 가격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의 단점을 보완한 가상화폐가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화폐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투자 위험성을 낮췄다는 새로운 가상화폐, 이른바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이 등장한 겁니다.
스테이블 코인은 말 그대로 가격이 들쭉날쭉하지 않고, 일정 수준을 유지하도록 설계된 가상화폐를 뜻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을 통해 일정한 가격을 보장하는 걸까요?
■ 주목받은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
스테이블 코인의 종류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실물 등 자산을 담보로 한 코인, 또 다른 하나는 담보 없이 알고리즘에 기반한 코인입니다.
담보형 코인은 자산이나 화폐 등을 보관해두고, 보관한 가치만큼 가상화폐를 발행하는 방식입니다. 반면 알고리즘 코인은 자산 등을 보관하지 않고 미리 설계한 알고리즘을 통해 가상화폐를 발행합니다.
'테라'와 '루나', 대표적인 알고리즘 코인입니다.
특히 테라와 루나는 젊은 한국인 개발자가 만든 한국산 가상화폐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가총액 6위까지 오를 만큼 세계적으로도 주목을 받았는데요. 수많은 가상화폐 가운데 테라와 루나가 국내외 많은 투자자의 선택을 받은 이유는 뭘까요?
이를 알기 위해서는 테라와 루나의 알고리즘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 "테라 가격은 언제나 1달러에"
1테라는 1달러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됐습니다. 1테라가 1달러 가치에 고정된 상태를 '페깅(pegging)'이라고 부릅니다. 반대로 1테라가 1달러 가치에서 벗어난 상태를 '디페깅(depegging)'이라고 부릅니다. 1테라가 1달러보다 비싸거나 싼 상태일 때 '테라가 디페깅됐다'고 부르는 것이죠.
1테라는 1달러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페깅' 일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테라가 '디페깅'이 되는 순간 알고리즘이 작동합니다.
1테라의 값이 1달러보다 싼 경우, 테라를 보유하고 있는 이용자들은 가지고 있던 테라를 루나라는 다른 가상화폐로 바꿉니다. 그러면 이용자가 가지고 있던 테라는 즉시 폐기되고, 이용자는 루나 1달러어치를 보유하게 됩니다.
이용자는 가치가 떨어진 테라 대신 1달러짜리 루나를 갖게 됐기 때문에 손실을 면합니다. 이렇게 테라를 루나로 바꾸는 이용자가 늘면, 테라는 그만큼 폐기되기 때문에 화폐량이 줄어듭니다. 공급이 줄어든 테라의 가격은 차츰 다시 오르기 시작하고 1달러에 근접해집니다.
1테라가 1달러보다 값이 비쌀 땐, 이번엔 1달러어치 루나를 가진 이용자들이 테라와 바꿀 수 있게 합니다. 차익을 보려는 이용자들이 잇따라 루나를 테라로 바꾸면 시중에는 테라의 공급량이 늘게 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테라의 가격이 1달러보다 떨어지고 안정을 되찾게 하는 겁니다.
■ '시총 55조 원' 하루아침에 폭락
이 알고리즘만 보면, 투자자들은 어떤 상황에도 손실을 볼 일이 없습니다. 테라가 '페깅'일 때는 예상되는 가치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니 안심할 수 있고, '디페깅'되면 테라와 루나를 맞교환해 차익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알고리즘 외에도 보유한 테라를 예치만 하면 이자를 연 20% 주는 시스템 또한 투자 유치에 톡톡한 역할을 했습니다. 투자자들은 억대 금액까지도 거침없이 투자했고, 테라는 성장을 거듭했습니다. 시가 총액이 55조 원에 달할 정도로 테라와 루나는 성공 가도를 달리는 듯 했습니다.
이렇게 잘 나가던 테라와 루나가 하루아침에 폭락을 맞았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다음 편에서는 '테라', '루나'의 폭락 과정을 살펴봅니다.
■ 테라·루나 용어 해설 ☞ 디파이(defi) : 탈중앙화 금융. 정부나 기업 등 중앙기관의 통제 없이 블록체인 기술로 가동되는 금융 서비스. ☞ 앵커 프로토콜(anchor protocol) : 테라의 디파이 서비스. 테라를 예금하면 연리 20%를 주고, 다른 가상화폐를 담보삼아 테라를 대출해주기도 함. ☞ 페깅(pegging) : 통화나 상품의 가치를 안정적인 자산에 고정하는 것. 테라의 UST는 1달러에 고정되도록 설계됨. 1 UST가 1달러 가치에서 벗어난 상태는 '디페깅'이라고 함. ☞ 스테이킹(staking) :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상화폐를 특정 플랫폼에 넣고, 플랫폼 운영에 참여하는 행위. 테라의 경우, 자매 가상화폐인 루나로 앵커 프로토콜에 참여하는 걸 말함. |
[연관 기사] [테라·루나, 암호를 풀다]② “1억이 1,000원으로”…테라·루나가 어쩌다?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78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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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라·루나, 암호를 풀다]① 테라에 1억 투자…대체 뭘 믿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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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2-06-03 07:00:20
- 수정2022-06-06 15:17:32
"아직도 비트코인하세요?"
가상화폐 투자자들 사이에서 한때 오간 질문입니다. 가상화폐하면 비트코인만 떠오르던 몇 년 전과 달리 지금은 국내 거래소에서 상장된 가상화폐 종류만 지난해 말 기준 1,257개에 달할 정도로 많아졌습니다.
■ 가상화폐 투자, 국민 10명 중 1명꼴
하루 평균 거래 규모는 11조 원. 가상화폐 투자자만 558만 명에 달하고, 10억 원 이상 가상자산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도 4,000여 명에 이릅니다. 이렇게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은 이제 비트코인 외에도 다양한 가상화폐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특히 가격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의 단점을 보완한 가상화폐가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화폐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투자 위험성을 낮췄다는 새로운 가상화폐, 이른바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이 등장한 겁니다.
스테이블 코인은 말 그대로 가격이 들쭉날쭉하지 않고, 일정 수준을 유지하도록 설계된 가상화폐를 뜻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을 통해 일정한 가격을 보장하는 걸까요?
■ 주목받은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
스테이블 코인의 종류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실물 등 자산을 담보로 한 코인, 또 다른 하나는 담보 없이 알고리즘에 기반한 코인입니다.
담보형 코인은 자산이나 화폐 등을 보관해두고, 보관한 가치만큼 가상화폐를 발행하는 방식입니다. 반면 알고리즘 코인은 자산 등을 보관하지 않고 미리 설계한 알고리즘을 통해 가상화폐를 발행합니다.
'테라'와 '루나', 대표적인 알고리즘 코인입니다.
특히 테라와 루나는 젊은 한국인 개발자가 만든 한국산 가상화폐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가총액 6위까지 오를 만큼 세계적으로도 주목을 받았는데요. 수많은 가상화폐 가운데 테라와 루나가 국내외 많은 투자자의 선택을 받은 이유는 뭘까요?
이를 알기 위해서는 테라와 루나의 알고리즘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 "테라 가격은 언제나 1달러에"
1테라는 1달러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됐습니다. 1테라가 1달러 가치에 고정된 상태를 '페깅(pegging)'이라고 부릅니다. 반대로 1테라가 1달러 가치에서 벗어난 상태를 '디페깅(depegging)'이라고 부릅니다. 1테라가 1달러보다 비싸거나 싼 상태일 때 '테라가 디페깅됐다'고 부르는 것이죠.
1테라는 1달러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페깅' 일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테라가 '디페깅'이 되는 순간 알고리즘이 작동합니다.
1테라의 값이 1달러보다 싼 경우, 테라를 보유하고 있는 이용자들은 가지고 있던 테라를 루나라는 다른 가상화폐로 바꿉니다. 그러면 이용자가 가지고 있던 테라는 즉시 폐기되고, 이용자는 루나 1달러어치를 보유하게 됩니다.
이용자는 가치가 떨어진 테라 대신 1달러짜리 루나를 갖게 됐기 때문에 손실을 면합니다. 이렇게 테라를 루나로 바꾸는 이용자가 늘면, 테라는 그만큼 폐기되기 때문에 화폐량이 줄어듭니다. 공급이 줄어든 테라의 가격은 차츰 다시 오르기 시작하고 1달러에 근접해집니다.
1테라가 1달러보다 값이 비쌀 땐, 이번엔 1달러어치 루나를 가진 이용자들이 테라와 바꿀 수 있게 합니다. 차익을 보려는 이용자들이 잇따라 루나를 테라로 바꾸면 시중에는 테라의 공급량이 늘게 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테라의 가격이 1달러보다 떨어지고 안정을 되찾게 하는 겁니다.
■ '시총 55조 원' 하루아침에 폭락
이 알고리즘만 보면, 투자자들은 어떤 상황에도 손실을 볼 일이 없습니다. 테라가 '페깅'일 때는 예상되는 가치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니 안심할 수 있고, '디페깅'되면 테라와 루나를 맞교환해 차익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알고리즘 외에도 보유한 테라를 예치만 하면 이자를 연 20% 주는 시스템 또한 투자 유치에 톡톡한 역할을 했습니다. 투자자들은 억대 금액까지도 거침없이 투자했고, 테라는 성장을 거듭했습니다. 시가 총액이 55조 원에 달할 정도로 테라와 루나는 성공 가도를 달리는 듯 했습니다.
이렇게 잘 나가던 테라와 루나가 하루아침에 폭락을 맞았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다음 편에서는 '테라', '루나'의 폭락 과정을 살펴봅니다.
■ 테라·루나 용어 해설 ☞ 디파이(defi) : 탈중앙화 금융. 정부나 기업 등 중앙기관의 통제 없이 블록체인 기술로 가동되는 금융 서비스. ☞ 앵커 프로토콜(anchor protocol) : 테라의 디파이 서비스. 테라를 예금하면 연리 20%를 주고, 다른 가상화폐를 담보삼아 테라를 대출해주기도 함. ☞ 페깅(pegging) : 통화나 상품의 가치를 안정적인 자산에 고정하는 것. 테라의 UST는 1달러에 고정되도록 설계됨. 1 UST가 1달러 가치에서 벗어난 상태는 '디페깅'이라고 함. ☞ 스테이킹(staking) :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상화폐를 특정 플랫폼에 넣고, 플랫폼 운영에 참여하는 행위. 테라의 경우, 자매 가상화폐인 루나로 앵커 프로토콜에 참여하는 걸 말함. |
[연관 기사] [테라·루나, 암호를 풀다]② “1억이 1,000원으로”…테라·루나가 어쩌다?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78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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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 writte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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