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루나, 암호를 풀다]② “1억이 1,000원으로”…테라·루나가 어쩌다?

입력 2022.06.04 (07:00) 수정 2022.06.06 (15:1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요약

테라·루나 사태, 전세계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은 사건입니다.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이 첫 수사 대상으로도 삼았습니다. 그런데 루나가 무엇인지, 왜 수사 대상이 되는 것인지 알기 쉽지 않습니다. KBS는 이 암호 같은 '테라·루나'를 A부터 Z까지 찬찬히 풀어보기로 했습니다.


"3,000만 원이 하루아침에 증발됐죠."

이 모 씨는 국내 한 거래소를 통해 테라에 3,000만 원을 투자했다가 '페깅' 붕괴로 하루 만에 대부분을 잃었습니다.

이 씨는 워낙 많은 이들이 투자한 가상화폐니 반등할 거라 믿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말 그대로 믿음일 뿐이었습니다. 테라는 그대로 사실상 상장폐지 됐습니다.

■ 앵커 프로토콜, 대체 넌 누구냐?


테라 생태계를 이해하기 위해선 '앵커 프로토콜'을 꼭 이해해야 합니다. 생소한 개념인데, 우리가 자주 이용하는 은행과 비교하는 게 그나마 이해가 쉽습니다.

A 금융지주가 있습니다. 이 금융지주는 다양한 금융업을 운영합니다. 그렇지만 핵심은 은행입니다. 은행이 잘 굴러가야 고객이 모입니다. 은행이 손님을 끌려면? 무엇보다 금리를 높게 쳐줘야겠죠.

여기에 대입해보겠습니다. 테라는 복합 금융업을 지향했습니다. 여러 서비스가 있지만, 핵심은 앵커 프로토콜이었습니다. 투자자를 끌어 모을 핵심 장치였습니다. 유인을 위해 금리를 아주 높게 쳐주기로 했습니다.

쉽게 말해, 앵커 프토로콜은 테라의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일종의 은행이었던 셈입니다. 우리가 자주 이용하는 시중 은행이 그렇듯, 예금도 받고 대출도 해줬습니다.

투자자들은 앵커 프로토콜에서 루나와 이더리움 등을 담보로 맡기고 테라를 대출받기도 하고, 테라를 예치(스테이킹)하기도 했습니다.

은행처럼 테라를 예치하는 투자자들에게 예치 이자를 지급했고, 테라를 대출하는 이들에게 대출 이자를 받으며 운영을 해나갔습니다.

■ '연 20% 이자' 약속한 이유는?


앞서 1편에서 말한 테라의 달러 페깅을 기억하실 겁니다. '1테라=1달러'를 유지해야 한다는 개념입니다.

테라가 1달러보다 싸지면 테라를 루나로 바꿉니다. 그러면 테라에 대한 수요가 줄어드니 가격이 회복됩니다. 테라가 1달러보다 비싸지면 그 반대를 실행하는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의문. 가치가 1달러로 유지되는 1테라를 살 바에야, 차라리 1달러를 직접 사는 게 더 낫지 않나? 더 확실하고 더 안전하지 않나?

테라폼랩스는 이 의문을 해소하고, 동시에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유인책을 폅니다. 앵커 프로토콜에 테라를 예치하면, 큰 수익을 보장하기로 합니다. 연리 20%를 약속했습니다.

전통 금융은 물론 다른 디파이 프로젝트들은 보통 '연 3~5%'의 이자율을 보장했습니다. 그런데 테라는 연 20%? 투자자들이 테라로 몰리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테라의 수요는 급증했고, 테라와 교환되는 루나의 수요도 크게 상승했습니다. 그렇게 테라와 루나는 세계 가상자산 순위 10위권 안으로 빠르게 진입합니다.

■ '죽음의 나선'에 힘없이 무너져

테라는 자매 코인인 루나가 떠받치며 페깅을 통해 가치를 유지합니다. 한쪽의 가치가 떨어지면, 다른 쪽의 가치를 올리는 식입니다. 마치 놀이터의 시소와 같습니다.

이 시소를 받쳐주는 건 알고리즘에 대한 '신뢰'입니다. 테라가 약해지면 루나가 받쳐주고, 루나가 떨어지면 테라가 밀어 올려줄 것이라는 믿음이 알고리즘을 유지합니다.

그런데 그 믿음이 '어떤 계기'로 무너진다면? '테라든 루나든 가상 세계의 휴짓조각일 뿐'이라는 불신이 커진다면? 테라와 루나를 잇는 시소는 작동할 수 없습니다.

이때부터는 테라와 루나가 서로를 끌어내립니다. 테라가 못 미더우니 테라를 팔고 루나를 사지만, 이미 루나도 가치가 급락했습니다. 다시 루나를 팔고 테라를 사지만, 테라는 더 휴짓조각…


이렇게 모두가 동반 하락하는 '죽음의 소용돌이' 구조에 빠지는 겁니다. 지난달 9일 시작된 붕괴도 여기서 시작됐습니다.

테라가 먼저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대규모 테라 매도가 시작되면서 디페깅이 발생했습니다. 테라와 알고리즘으로 연동된 루나의 가치가 떨어졌고, 테라와 루나 모두 가격이 하락하자 패닉셀(공황매도)이 발생했습니다.

앵커 프로토콜에서 예치금이 빠져나가는 코인런이 시작됐고, 그 결과는, -99.999%라는 기록적 폭락이었습니다.

테라 대규모 매도로 시작된 사태지만, 그 배경에는 '연 20% 이자'에 대한 시장의 의심이 신뢰를 잃게 했다는 분석도 따르고 있습니다.

시장의 불신을 사 테라 생태계의 붕괴로까지 이어진 테라폼랩스의 '연 20% 이자', 이것이 정말 가능했던 것인지 다음 편에서 이어질 예정입니다.

■ 테라·루나 용어 해설

☞ 디파이(defi) : 탈중앙화 금융. 정부나 기업 등 중앙기관의 통제 없이 블록체인 기술로 가동되는 금융 서비스.
☞ 앵커 프로토콜(anchor protocol) : 테라의 디파이 서비스. 테라를 예금하면 연리 20%를 주고, 다른 가상화폐를 담보삼아 테라를 대출해주기도 함.
☞ 페깅(pegging) : 통화나 상품의 가치를 안정적인 자산에 고정하는 것. 테라의 UST는 1달러에 고정되도록 설계됨. 1 UST가 1달러 가치에서 벗어난 상태는 '디페깅'이라고 함.
☞ 스테이킹(staking) :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상화폐를 특정 플랫폼에 넣고, 플랫폼 운영에 참여하는 행위. 테라의 경우, 자매 가상화폐인 루나로 앵커 프로토콜에 참여하는 걸 말함.

[연관 기사]
[테라·루나, 암호를 풀다]① 테라에 1억 투자…대체 뭘 믿고?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77392
[테라·루나, 암호를 풀다]③ 투자 유도해놓고…뚜껑 여니 ‘파산 직전’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78565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테라·루나, 암호를 풀다]② “1억이 1,000원으로”…테라·루나가 어쩌다?
    • 입력 2022-06-04 07:00:07
    • 수정2022-06-06 15:18:42
    취재K
<strong>테라·루나 사태, 전세계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은 사건입니다.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이 첫 수사 대상으로도 삼았습니다. 그런데 루나가 무엇인지, 왜 수사 대상이 되는 것인지 알기 쉽지 않습니다. KBS는 이 암호 같은 '테라·루나'를 A부터 Z까지 찬찬히 풀어보기로 했습니다.</strong><br />

"3,000만 원이 하루아침에 증발됐죠."

이 모 씨는 국내 한 거래소를 통해 테라에 3,000만 원을 투자했다가 '페깅' 붕괴로 하루 만에 대부분을 잃었습니다.

이 씨는 워낙 많은 이들이 투자한 가상화폐니 반등할 거라 믿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말 그대로 믿음일 뿐이었습니다. 테라는 그대로 사실상 상장폐지 됐습니다.

■ 앵커 프로토콜, 대체 넌 누구냐?


테라 생태계를 이해하기 위해선 '앵커 프로토콜'을 꼭 이해해야 합니다. 생소한 개념인데, 우리가 자주 이용하는 은행과 비교하는 게 그나마 이해가 쉽습니다.

A 금융지주가 있습니다. 이 금융지주는 다양한 금융업을 운영합니다. 그렇지만 핵심은 은행입니다. 은행이 잘 굴러가야 고객이 모입니다. 은행이 손님을 끌려면? 무엇보다 금리를 높게 쳐줘야겠죠.

여기에 대입해보겠습니다. 테라는 복합 금융업을 지향했습니다. 여러 서비스가 있지만, 핵심은 앵커 프로토콜이었습니다. 투자자를 끌어 모을 핵심 장치였습니다. 유인을 위해 금리를 아주 높게 쳐주기로 했습니다.

쉽게 말해, 앵커 프토로콜은 테라의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일종의 은행이었던 셈입니다. 우리가 자주 이용하는 시중 은행이 그렇듯, 예금도 받고 대출도 해줬습니다.

투자자들은 앵커 프로토콜에서 루나와 이더리움 등을 담보로 맡기고 테라를 대출받기도 하고, 테라를 예치(스테이킹)하기도 했습니다.

은행처럼 테라를 예치하는 투자자들에게 예치 이자를 지급했고, 테라를 대출하는 이들에게 대출 이자를 받으며 운영을 해나갔습니다.

■ '연 20% 이자' 약속한 이유는?


앞서 1편에서 말한 테라의 달러 페깅을 기억하실 겁니다. '1테라=1달러'를 유지해야 한다는 개념입니다.

테라가 1달러보다 싸지면 테라를 루나로 바꿉니다. 그러면 테라에 대한 수요가 줄어드니 가격이 회복됩니다. 테라가 1달러보다 비싸지면 그 반대를 실행하는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의문. 가치가 1달러로 유지되는 1테라를 살 바에야, 차라리 1달러를 직접 사는 게 더 낫지 않나? 더 확실하고 더 안전하지 않나?

테라폼랩스는 이 의문을 해소하고, 동시에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유인책을 폅니다. 앵커 프로토콜에 테라를 예치하면, 큰 수익을 보장하기로 합니다. 연리 20%를 약속했습니다.

전통 금융은 물론 다른 디파이 프로젝트들은 보통 '연 3~5%'의 이자율을 보장했습니다. 그런데 테라는 연 20%? 투자자들이 테라로 몰리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테라의 수요는 급증했고, 테라와 교환되는 루나의 수요도 크게 상승했습니다. 그렇게 테라와 루나는 세계 가상자산 순위 10위권 안으로 빠르게 진입합니다.

■ '죽음의 나선'에 힘없이 무너져

테라는 자매 코인인 루나가 떠받치며 페깅을 통해 가치를 유지합니다. 한쪽의 가치가 떨어지면, 다른 쪽의 가치를 올리는 식입니다. 마치 놀이터의 시소와 같습니다.

이 시소를 받쳐주는 건 알고리즘에 대한 '신뢰'입니다. 테라가 약해지면 루나가 받쳐주고, 루나가 떨어지면 테라가 밀어 올려줄 것이라는 믿음이 알고리즘을 유지합니다.

그런데 그 믿음이 '어떤 계기'로 무너진다면? '테라든 루나든 가상 세계의 휴짓조각일 뿐'이라는 불신이 커진다면? 테라와 루나를 잇는 시소는 작동할 수 없습니다.

이때부터는 테라와 루나가 서로를 끌어내립니다. 테라가 못 미더우니 테라를 팔고 루나를 사지만, 이미 루나도 가치가 급락했습니다. 다시 루나를 팔고 테라를 사지만, 테라는 더 휴짓조각…


이렇게 모두가 동반 하락하는 '죽음의 소용돌이' 구조에 빠지는 겁니다. 지난달 9일 시작된 붕괴도 여기서 시작됐습니다.

테라가 먼저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대규모 테라 매도가 시작되면서 디페깅이 발생했습니다. 테라와 알고리즘으로 연동된 루나의 가치가 떨어졌고, 테라와 루나 모두 가격이 하락하자 패닉셀(공황매도)이 발생했습니다.

앵커 프로토콜에서 예치금이 빠져나가는 코인런이 시작됐고, 그 결과는, -99.999%라는 기록적 폭락이었습니다.

테라 대규모 매도로 시작된 사태지만, 그 배경에는 '연 20% 이자'에 대한 시장의 의심이 신뢰를 잃게 했다는 분석도 따르고 있습니다.

시장의 불신을 사 테라 생태계의 붕괴로까지 이어진 테라폼랩스의 '연 20% 이자', 이것이 정말 가능했던 것인지 다음 편에서 이어질 예정입니다.

■ 테라·루나 용어 해설

☞ 디파이(defi) : 탈중앙화 금융. 정부나 기업 등 중앙기관의 통제 없이 블록체인 기술로 가동되는 금융 서비스.
☞ 앵커 프로토콜(anchor protocol) : 테라의 디파이 서비스. 테라를 예금하면 연리 20%를 주고, 다른 가상화폐를 담보삼아 테라를 대출해주기도 함.
☞ 페깅(pegging) : 통화나 상품의 가치를 안정적인 자산에 고정하는 것. 테라의 UST는 1달러에 고정되도록 설계됨. 1 UST가 1달러 가치에서 벗어난 상태는 '디페깅'이라고 함.
☞ 스테이킹(staking) :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상화폐를 특정 플랫폼에 넣고, 플랫폼 운영에 참여하는 행위. 테라의 경우, 자매 가상화폐인 루나로 앵커 프로토콜에 참여하는 걸 말함.

[연관 기사]
[테라·루나, 암호를 풀다]① 테라에 1억 투자…대체 뭘 믿고?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77392
[테라·루나, 암호를 풀다]③ 투자 유도해놓고…뚜껑 여니 ‘파산 직전’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78565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