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K] 추적! 기후위기 ‘공범들’

입력 2022.06.05 (21:13) 수정 2023.01.19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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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지구가 점점 더 빨리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알게, 또 모르게 뿜어내는 '온실가스' 때문입니다.

대가는 다시 우리의 몫입니다.

당장 생계와 연관된 문제도 아니고, 피부로 느낄 수도 없죠?

KBS는 오늘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기후위기를 만들고, 다시 피해로 이어지는 실태를 우리 생활 속에서 찾아보고자 합니다.

먼저 온실가스 메탄입니다.

새 정부의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 대응하자고 지목된 물질이죠.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80배 넘게 강력합니다.

온난화 원인의 25%를 차지할 정도입니다.

주로 소 축사나 LNG 발전소, 폐기물 매립지 등에서 배출되는데, 이런 시설들은 정부가 농도도 측정하고, 관리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측정도, 관리도 안 된 채 방치되고 있는 사각지대가 있습니다.

기후위기대응팀, 김세현 기상전문기자가 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관측 장비를 단 차량이 도로를 달리며 메탄 농도를 측정합니다.

LNG 저장시설에서도.

["올라간다. 올라간다."]

공장 밀집 지역에서도 초록색이던 메탄 농도가 붉은색으로 바뀝니다.

모두 우리나라 평균치를 초과했습니다.

이번에는 오염 시설이 없는 주택가.

갑자기 메탄 농도가 높아지는 지점이 발견됩니다.

["지금처럼 이제 8천, 만…."]

고농도 메탄이 나오는 곳은 다름 아닌 하수관을 묻은 맨홀입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맨홀입니다.

그런데 이 맨홀에서는 서울시의 일반적인 대기보다 약 15배 정도 높은 3만 ppb의 메탄이 관측됐습니다.

서울 시내 맨홀 91곳을 측정했더니, 90%가 넘는 83곳에서 평균치를 초과했습니다.

오래된 하수 속 유기물이 메탄 가스를 발생시키고, 맨홀을 통해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겁니다.

맨홀은 관리시설로 지정돼 있지 않아 정확한 실태 파악도, 대책도 없습니다.

[정수종/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 "맨홀에서 나오는 메탄은 배출원으로 산정이 안 되기 때문에 정확하게 우리가 산정하고 이걸 줄이기 위해서는 정화조를 깨끗하게 만들어주는 작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런 숨은 메탄을 찾기 위해 전용 위성 발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스티븐 함부르크/환경방어기금(EDF) 수석 과학자 : "메탄가스가 정확히 어디서 배출되고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단순히 줄여야 한다는 의지와 바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메탄을 2018년 대비 30%까지 줄여야 합니다.

KBS 뉴스 김세현입니다.

[기자]

메탄이 기후위기를 만드는 주범 가운데 하나라면, 그 결과로 인간을 위협하는 유해물질 가운데 '오존'이 있습니다.

'오존' 하면, 자외선을 막아주는 오존층을 떠올리기 쉬운데요.

그런데 우리가 숨 쉬는 공기 중의 오존은 폐와 심장에 치명적인 유해 물질로 바뀝니다.

이런 오존, 최근 20년 동안 서울 기준으로 따져 2배 급증했습니다.

같은 기간과 지역에서 절반으로 떨어진 초미세먼지와 대조적입니다.

여기에 오존은 고온에서 더 많이 만들어지는 특성이 있어서, 온난화가 오존 급증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이대로 괜찮을까요?

[기자]

괜찮지 않아 보입니다.

2019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오존 때문에 초과 사망한 사람의 숫자가 2,890명에 달합니다.

단기 영향만 따지고 보면, 초미세먼지보다 피해가 큽니다.

하지만 뿌옇게라도 보이는 미세먼지와 달리, 오존은 눈에 보이지도 않아서, 관심도 대책도 뒷전입니다.

특수카메라를 이용해 우리 생활 어디에서 오존을 만들어 내고 있는지 직접 확인해봤습니다.

[리포트]

오존을 만드는 건 질소산화물과 휘발성 유기화합물입니다.

질소산화물은 대부분 차량과 공장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배출원은 생활공간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휘발성 유기화합물도 오존과 마찬가지로 눈에 보이지 않는 물질인데요.

적외선 카메라를 이용해서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확인해보겠습니다.

주유를 마치고 주유 건을 빼 드는 순간, 일반 카메라에서는 보이지 않던 가스가 적외선 카메라에서는 어지럽게 일렁이며 솟아오릅니다.

주유 중에는 특수 장치가 이 가스를 막지만, 주유 뒤 새는 가스는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박번수/서울시 기후환경본부 팀장 :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기온이 높을수록 쉽게 휘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여름철에는 주간에 주유를 자제하시고 아침과 야간에 해주시면 (좋습니다)."]

자동차 부품 도색을 위해 유성 페인트를 뿌리자, 카메라가 바로 반응합니다.

여과 장치를 갖춘 곳은 괜찮지만, 야외에서 도색을 하면 유해가스가 그대로 배출됩니다.

이곳뿐이 아닙니다.

헤어스프레이를 뿌릴 때 퍼지는 가스나, 조리 과정에서도, 차량 배기구에서도 배출됩니다.

걸러내기도 힘들어 원료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방법이 없습니다.

[이강웅/한국외대 환경학과 교수 : "친환경적인 재료라든지 이런 걸 사용하는 게 필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개별 사업장에서 고가의 원재료를 사용하는 게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이 때문에 오존을 키우는 유기화합물 원료 사용의 규제와 함께, 정부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KBS 뉴스 이정훈입니다.

촬영기자:김상민 유성주 송혜성 김경민/영상편집:김선영 신남규 김형기/그래픽:이근희 노경일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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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후K] 추적! 기후위기 ‘공범들’
    • 입력 2022-06-05 21:13:50
    • 수정2023-01-19 21:11:14
    뉴스 9
[기자]

지구가 점점 더 빨리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알게, 또 모르게 뿜어내는 '온실가스' 때문입니다.

대가는 다시 우리의 몫입니다.

당장 생계와 연관된 문제도 아니고, 피부로 느낄 수도 없죠?

KBS는 오늘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기후위기를 만들고, 다시 피해로 이어지는 실태를 우리 생활 속에서 찾아보고자 합니다.

먼저 온실가스 메탄입니다.

새 정부의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 대응하자고 지목된 물질이죠.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80배 넘게 강력합니다.

온난화 원인의 25%를 차지할 정도입니다.

주로 소 축사나 LNG 발전소, 폐기물 매립지 등에서 배출되는데, 이런 시설들은 정부가 농도도 측정하고, 관리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측정도, 관리도 안 된 채 방치되고 있는 사각지대가 있습니다.

기후위기대응팀, 김세현 기상전문기자가 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관측 장비를 단 차량이 도로를 달리며 메탄 농도를 측정합니다.

LNG 저장시설에서도.

["올라간다. 올라간다."]

공장 밀집 지역에서도 초록색이던 메탄 농도가 붉은색으로 바뀝니다.

모두 우리나라 평균치를 초과했습니다.

이번에는 오염 시설이 없는 주택가.

갑자기 메탄 농도가 높아지는 지점이 발견됩니다.

["지금처럼 이제 8천, 만…."]

고농도 메탄이 나오는 곳은 다름 아닌 하수관을 묻은 맨홀입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맨홀입니다.

그런데 이 맨홀에서는 서울시의 일반적인 대기보다 약 15배 정도 높은 3만 ppb의 메탄이 관측됐습니다.

서울 시내 맨홀 91곳을 측정했더니, 90%가 넘는 83곳에서 평균치를 초과했습니다.

오래된 하수 속 유기물이 메탄 가스를 발생시키고, 맨홀을 통해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겁니다.

맨홀은 관리시설로 지정돼 있지 않아 정확한 실태 파악도, 대책도 없습니다.

[정수종/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 "맨홀에서 나오는 메탄은 배출원으로 산정이 안 되기 때문에 정확하게 우리가 산정하고 이걸 줄이기 위해서는 정화조를 깨끗하게 만들어주는 작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런 숨은 메탄을 찾기 위해 전용 위성 발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스티븐 함부르크/환경방어기금(EDF) 수석 과학자 : "메탄가스가 정확히 어디서 배출되고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단순히 줄여야 한다는 의지와 바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메탄을 2018년 대비 30%까지 줄여야 합니다.

KBS 뉴스 김세현입니다.

[기자]

메탄이 기후위기를 만드는 주범 가운데 하나라면, 그 결과로 인간을 위협하는 유해물질 가운데 '오존'이 있습니다.

'오존' 하면, 자외선을 막아주는 오존층을 떠올리기 쉬운데요.

그런데 우리가 숨 쉬는 공기 중의 오존은 폐와 심장에 치명적인 유해 물질로 바뀝니다.

이런 오존, 최근 20년 동안 서울 기준으로 따져 2배 급증했습니다.

같은 기간과 지역에서 절반으로 떨어진 초미세먼지와 대조적입니다.

여기에 오존은 고온에서 더 많이 만들어지는 특성이 있어서, 온난화가 오존 급증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이대로 괜찮을까요?

[기자]

괜찮지 않아 보입니다.

2019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오존 때문에 초과 사망한 사람의 숫자가 2,890명에 달합니다.

단기 영향만 따지고 보면, 초미세먼지보다 피해가 큽니다.

하지만 뿌옇게라도 보이는 미세먼지와 달리, 오존은 눈에 보이지도 않아서, 관심도 대책도 뒷전입니다.

특수카메라를 이용해 우리 생활 어디에서 오존을 만들어 내고 있는지 직접 확인해봤습니다.

[리포트]

오존을 만드는 건 질소산화물과 휘발성 유기화합물입니다.

질소산화물은 대부분 차량과 공장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배출원은 생활공간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휘발성 유기화합물도 오존과 마찬가지로 눈에 보이지 않는 물질인데요.

적외선 카메라를 이용해서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확인해보겠습니다.

주유를 마치고 주유 건을 빼 드는 순간, 일반 카메라에서는 보이지 않던 가스가 적외선 카메라에서는 어지럽게 일렁이며 솟아오릅니다.

주유 중에는 특수 장치가 이 가스를 막지만, 주유 뒤 새는 가스는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박번수/서울시 기후환경본부 팀장 :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기온이 높을수록 쉽게 휘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여름철에는 주간에 주유를 자제하시고 아침과 야간에 해주시면 (좋습니다)."]

자동차 부품 도색을 위해 유성 페인트를 뿌리자, 카메라가 바로 반응합니다.

여과 장치를 갖춘 곳은 괜찮지만, 야외에서 도색을 하면 유해가스가 그대로 배출됩니다.

이곳뿐이 아닙니다.

헤어스프레이를 뿌릴 때 퍼지는 가스나, 조리 과정에서도, 차량 배기구에서도 배출됩니다.

걸러내기도 힘들어 원료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방법이 없습니다.

[이강웅/한국외대 환경학과 교수 : "친환경적인 재료라든지 이런 걸 사용하는 게 필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개별 사업장에서 고가의 원재료를 사용하는 게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이 때문에 오존을 키우는 유기화합물 원료 사용의 규제와 함께, 정부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KBS 뉴스 이정훈입니다.

촬영기자:김상민 유성주 송혜성 김경민/영상편집:김선영 신남규 김형기/그래픽:이근희 노경일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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