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무지개의 달’ 6월…전 세계 성소수자 행사 잇따라

입력 2022.06.13 (10:48) 수정 2022.06.1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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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주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우리 나라를 방문했을 때, 방송인 하리수 씨 등 성 소수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는 소식, 접하셨을텐데요.

셔먼 부장관이 외교 행보 외에도 이런 이 일정을 잡은 건 6월이 미국에선 성소수자 인권의 달, 이른바 '프라이드 먼스'이기 때문입니다.

'프라이드 먼스'의 의미와 성소수자 인권의 현주소를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들여다보겠습니다.

황 기자, '프라이드 먼스' 이름이 좀 생소한데요?

[기자]

네, 영어로 자긍심이라는 뜻의 프라이드와 달을 뜻하는 먼스, 우리말로는 '자긍심의 달'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1969년 미국 뉴욕에서 일어난 경찰의 성소수자 폭력 진압 규탄 항쟁과 이듬해 열린 행진을 계기로 탄생했습니다.

6월 한 달 동안 미국 곳곳에서는 성 소수자들이 중심이 돼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데요.

지금 보시는 장면은 미국 북동부 메사추세츠 주에서 진행된 행사입니다.

성 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색 옷과 악세서리를 걸친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축제를 즐기고 있습니다.

['프라이드 먼스' 축제 참가자 : "'프라이드 먼스'는 성 소수자를 위한 축제예요. 하지만 모두에게 열려 있고, 모두가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요."]

'프라이드 먼스'는 미국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의 축제로도 자리잡고 있는데요.

태국 방콕에서도 지난주에 성 소수자 수천 명이 동성 결혼 합법화 등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왔습니다.

['프라이드 먼스' 축제 참가자 : "제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어서 기뻐요. 사람들에게 우리 같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요. 우리는 경멸이나 수치의 대상이 아니에요."]

인구의 90%가 이슬람교도이고 보수적인 사회인 유럽 코소보에서는 경찰이 경계를 선 상태에서 성 소수자 수백 명이 행진을 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사회적 영향력이 적은 소수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것 같은데요.

이 프라이드 먼스가 최근까지도 미국에서 공식 인정받지 못했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6월은 '호국 보훈의 달' 이잖아요?

국가보훈처가 공식적으로 그렇게 인정을 한 건데요.

5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프라이드 먼스'는 트럼프 정부 4년 동안 공식 인정을 받지 못하다가, 지난해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다시 명맥을 이어오게 됐습니다.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지우기'의 일환으로 성 소수자 인권과 다양성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바이든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자리의 14%를 성 소수자로 채우기도 했습니다.

미국뿐 아니라 앞서 보신 태국 방콕도 올해 처음으로 '프라이드 먼스'를 공식 인정하고, 지자체 예산을 지원했습니다.

[앵커]

경제적으로도 프라이드 먼스의 영향력이 인정을 받고 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성 소수자 혐오와 차별을 없애자는 전 세계적인 추세와 기업의 사회적 영향력을 강조하는 흐름이 맞물리면서, 글로벌 기업들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데요.

나이키는 매년 6월 '프라이드 먼스'를 기념하는 이벤트 상품을 출시하고, 판매 수익 일부를 성 소수자 단체에 기부하고 있습니다.

애플은 역시 지난달 무지개 깃발을 상징하는 애플워치를 내놨고, 장난감 기업, 레고도 성 소수자를 상징하는 피규어 모델을 출시했습니다.

[앵커]

하지만,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도 여전한게 현실이잖아요?

[기자]

축제인 '프라이드 먼스' 행사만 해도 맘 편히 안전하게 치를 수 있는게 아닙니다.

미국 아이다호주에선 프라이드 먼스 축제를 습격할 계획을 세운 극우단체 소속 회원 31명이 지난 주말에 체포됐습니다.

축제를 공격하기 위해서 연막탄을 준비했고, 이렇게 복면을 쓰고, 모자와 셔츠, 부츠 등을 맞춰 입었습니다.

이들은 성소수자를 공격하고 이 모습을 인터넷으로 올리는 것으로 알려진 단체인데, 그런 모습을 응원하는 이들이 있는 것도, 무시하지 못할 현실입니다.

[앵커]

아직 성 소수자 인권 향상을 위해 개선해야할 점이 많은 것이겠죠?

[기자]

네, 성 소수자 혐오 범죄나 일상적인 차별이 여전하기 때문에 아직 갈 길이 먼데요.

미국에서는 2019년 성 소수자 등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평등법이 국회에 제출돼 하원까지는 통과됐지만, 상원에선 부결됐습니다.

유럽연합은 헝가리 등 일부 국가에서 성 소수자 차별이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혐오 범죄를 마약 밀매나 돈 세탁과 같은 이른바 'EU 범죄'로 분류해 단속 권한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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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13 10:48:55
    • 수정2022-06-13 11: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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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주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우리 나라를 방문했을 때, 방송인 하리수 씨 등 성 소수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는 소식, 접하셨을텐데요.

셔먼 부장관이 외교 행보 외에도 이런 이 일정을 잡은 건 6월이 미국에선 성소수자 인권의 달, 이른바 '프라이드 먼스'이기 때문입니다.

'프라이드 먼스'의 의미와 성소수자 인권의 현주소를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들여다보겠습니다.

황 기자, '프라이드 먼스' 이름이 좀 생소한데요?

[기자]

네, 영어로 자긍심이라는 뜻의 프라이드와 달을 뜻하는 먼스, 우리말로는 '자긍심의 달'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1969년 미국 뉴욕에서 일어난 경찰의 성소수자 폭력 진압 규탄 항쟁과 이듬해 열린 행진을 계기로 탄생했습니다.

6월 한 달 동안 미국 곳곳에서는 성 소수자들이 중심이 돼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데요.

지금 보시는 장면은 미국 북동부 메사추세츠 주에서 진행된 행사입니다.

성 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색 옷과 악세서리를 걸친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축제를 즐기고 있습니다.

['프라이드 먼스' 축제 참가자 : "'프라이드 먼스'는 성 소수자를 위한 축제예요. 하지만 모두에게 열려 있고, 모두가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요."]

'프라이드 먼스'는 미국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의 축제로도 자리잡고 있는데요.

태국 방콕에서도 지난주에 성 소수자 수천 명이 동성 결혼 합법화 등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왔습니다.

['프라이드 먼스' 축제 참가자 : "제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어서 기뻐요. 사람들에게 우리 같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요. 우리는 경멸이나 수치의 대상이 아니에요."]

인구의 90%가 이슬람교도이고 보수적인 사회인 유럽 코소보에서는 경찰이 경계를 선 상태에서 성 소수자 수백 명이 행진을 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사회적 영향력이 적은 소수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것 같은데요.

이 프라이드 먼스가 최근까지도 미국에서 공식 인정받지 못했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6월은 '호국 보훈의 달' 이잖아요?

국가보훈처가 공식적으로 그렇게 인정을 한 건데요.

5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프라이드 먼스'는 트럼프 정부 4년 동안 공식 인정을 받지 못하다가, 지난해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다시 명맥을 이어오게 됐습니다.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지우기'의 일환으로 성 소수자 인권과 다양성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바이든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자리의 14%를 성 소수자로 채우기도 했습니다.

미국뿐 아니라 앞서 보신 태국 방콕도 올해 처음으로 '프라이드 먼스'를 공식 인정하고, 지자체 예산을 지원했습니다.

[앵커]

경제적으로도 프라이드 먼스의 영향력이 인정을 받고 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성 소수자 혐오와 차별을 없애자는 전 세계적인 추세와 기업의 사회적 영향력을 강조하는 흐름이 맞물리면서, 글로벌 기업들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데요.

나이키는 매년 6월 '프라이드 먼스'를 기념하는 이벤트 상품을 출시하고, 판매 수익 일부를 성 소수자 단체에 기부하고 있습니다.

애플은 역시 지난달 무지개 깃발을 상징하는 애플워치를 내놨고, 장난감 기업, 레고도 성 소수자를 상징하는 피규어 모델을 출시했습니다.

[앵커]

하지만,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도 여전한게 현실이잖아요?

[기자]

축제인 '프라이드 먼스' 행사만 해도 맘 편히 안전하게 치를 수 있는게 아닙니다.

미국 아이다호주에선 프라이드 먼스 축제를 습격할 계획을 세운 극우단체 소속 회원 31명이 지난 주말에 체포됐습니다.

축제를 공격하기 위해서 연막탄을 준비했고, 이렇게 복면을 쓰고, 모자와 셔츠, 부츠 등을 맞춰 입었습니다.

이들은 성소수자를 공격하고 이 모습을 인터넷으로 올리는 것으로 알려진 단체인데, 그런 모습을 응원하는 이들이 있는 것도, 무시하지 못할 현실입니다.

[앵커]

아직 성 소수자 인권 향상을 위해 개선해야할 점이 많은 것이겠죠?

[기자]

네, 성 소수자 혐오 범죄나 일상적인 차별이 여전하기 때문에 아직 갈 길이 먼데요.

미국에서는 2019년 성 소수자 등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평등법이 국회에 제출돼 하원까지는 통과됐지만, 상원에선 부결됐습니다.

유럽연합은 헝가리 등 일부 국가에서 성 소수자 차별이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혐오 범죄를 마약 밀매나 돈 세탁과 같은 이른바 'EU 범죄'로 분류해 단속 권한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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