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문재인 정부가 사실은 같은 곳을 바라본다?

입력 2022.06.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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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뜻밖의 똑같은 시작...<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 '새경방'> 보도자료를 받아들고는 생각했다. 아 경제만큼은 ABM(Anything But Munjaein)구나. 내용이 이렇게 상반되는구나. 사실 작성 기관은 기획재정부로 똑같은데도 이렇게 다르구나... (과연 공무원들이란...)

얼마나 상반된 지 보려고 5년 전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새경방'을 찾아봤다. 내용 첫 페이지를 보았다.

어?... 처음엔 잘못 본 줄 알았다. 5년 전 것을 클릭한다는 게 이번 것을 클릭했나? 할 만큼. 문서의 맨 앞에 등장하는 그래프가 같았다. 아래와 같다.

위가 현 정부 새경방 3페이지 그래프, 아래가 전 정부 같은 보도자료 3페이지다위가 현 정부 새경방 3페이지 그래프, 아래가 전 정부 같은 보도자료 3페이지다

제목은 조금 다르다. '주요국 잠재성장률 추이(OECD)'와 '선진국 장기 경제성장률 추이(5년 전)'다. 데이터도 하나는 '잠재 성장률' 추이이고 다른 하나는 '지금까지의 성장률 추이'여서 조금 다르다.

그러나 의미가 같다. 둘 다 우하향 한다. 과거엔 우리나라 (잠재) 성장률이 훨씬 높았다. 그런데 시간이 흐름에 따라 하락한다. 결국, 우리와 다른 나라들이 저성장 지점에서 만난다. 그러니까 똑같은 추세를 보여준다.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이 꺼지고 있다."

같은 그래프, 글로는 이렇게 표현되어 있다.

▲ (현 정부) '우리 경제 성장 기반은 ’90년대 이후 주요국 대비 급속히 하락하고 있으며, 이런 가운데 최근 물가 상승세가 확대되고 성장세도 약화한다'

▲ (5년 전 문재인 정부도) ' 우리 경제는 95년 이전에는 성장률이 완만히 둔화했으나 95년 이후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며 '성장이 둔화하는 가운데 분배까지 악화하는 구조적 복합적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 목적이 같아서다
"어떻게 경제성장을 이룰 것인가?"

결국은 이 질문이다. 어떻게 구조적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성장을 이룰 것인가? 이 질문이 두 정부를 관통하는 공통된 화두다.

그래프로 보자면 점점 우하향하는 저 그래프 오른쪽 끝을 어떻게 조금이라도 더 들어 올릴 것인가. 잠재 성장률이 되었건 실제 성장률이 되었건.


그런데 방법론이 다르다. 그냥 다른 정도가 아니다. 같은 곳을 바라보는 두 정부가 방법론은 화성과 금성처럼 다르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연애라면 이런 상황이다.

"나를 사랑한다며, 사랑한다면서 왜 꼭 비빔밥을 먹겠다는 거야?"
"사랑하니까 이러는 거야, 건강에 좋잖아, 꼭 떡볶이로 위장을 망쳐야겠어? 너 정말 내 맘 몰라?"


■ 시장 주도 성장 : '낙수효과'


"기업 부담 줄여 투자 촉진"
"덩어리 규제 철폐"
"민간 혁신 위해 교육·자금 지원"

새 정부 정책은 민간. 시장. 혁신이다. 성장은 기업이 하는 것이다. 민간이 하는 것이다. 시장의 기능에 맡겨놓았을 때 가장 성과가 좋다.

정부가 끼어들면 비효율만 커진다. 간섭하고 규제 만들어서다. 정부 역할은 그저 판만 평평하게 깔아주고 뒤로 물러서는 것이다. 플레이어는 기업이다.

-그러니 법인세 깎아주자. 대기업은 더 깎아주자. 투자 더 많이 하면 더 깎아주자.
-중소기업은 가업 상속 시 상속세 유예하자. 세제 혜택 주자.
-규제는 없애자. 부총리가 '장'이 되는 TF를 만들자. 규제 하나 만들면 반드시 두 개 없애게 하자.
-대학은 필요한 인력 공급하게 하자. 학과 정원 통폐합하자. 교부금을 대학에 더 많이 쓰게 하자.
-부동산도 죄지은 것도 아닌데 세금 좀 줄이자. 대출규제도 청년 중심으로 풀자. 시장기능이 회복되게 내버려 두자.

흔한 오해는 '부자 감세'다. 부자 좋게 하는 정부라는 생각이다. 아니다. 전혀 아니다. 기업 세금 깎아주면 오너가 부자 되는 게 아니다. 기업은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돈이 남으면 투자한다. 혁신 기술을 더 많이 시도한다. 성공하면 생산성이 올라가고 성장이 일어난다. 성장이 일어나면 일자리가 늘어난다. 국민경제 전체에 훈풍이 돈다.

세금도 깎아주는 것 같지만 아니다. 세금을 깎아줘 결과적으로 성장이 일어난다면 기업은 돈을 더 많이 번다. 이익이 많아진다. 이익이 많아지면 설사 세율이 낮더라도 내는 돈 자체는 더 많아질 수 있다. 이익 100만 원 날 때 세율이 25%면 세수는 25만 원이지만, 이익이 200만 원이고 세율이 20%라면 세수는 40만 원이다. 부자 감세가 아니다.

이게 낙수효과다. Trickle Down Effect


물론 아주 강력한 반론이 이미 준비돼있다

세계가 불평등을 앓는다. 혁신기업, 슈퍼스타 기업이 곳곳에서 등장하는데 훈풍이 돌질 않는다. 혁신기업은 돈은 벌지만, 일자리를 만들진 않는다.

아랫목은 뜨거워 장판이 타는데 윗목은 얼음이 얼고 있다.


그 결과? 불만이 가득한 계층이 고착화 되고 그들은 '사회 전체 이익' 말고 '그들의 분노'를 대변할 정치 리더를 뽑는다. 트럼프다. '그들의 분노'는 의회로 총을 들고 난입하는 사태로 이어진다. 영국의 브렉시트도 낳았다. 프랑스에선 늘 인종주의자 극우 리더 마린 르펜을 대통령 후보 결선투표로 밀어 올린다.

결정적으로, 올 초 미국의 바이든이 의회에 가서 연설한 걸 확인하면 새 정부는 조금 당황할지도 모른다. <연두교서>에서 바이든은 <낙수효과는 없다>고 말한다. 침소봉대가 아니다. 일부 발췌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이 연두교서의 주제다. 옮겨왔으니 읽어보라.

For the past 40 years we were told that if we gave tax breaks to those at the very top, the benefits would trickle down to everyone else.
지난 40년간, 우리는 고소득층의 세금을 깎아주면 그 혜택이 모두에게 골고루 흩뿌려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왔다.

But that trickle-down theory led to weaker economic growth, lower wages, bigger deficits, and the widest gap between those at the top and everyone else in nearly a century.
하지만 낙수효과 이론은 더 미약한 경제성장, 낮은 노동임금, 더 큰 정부 재정적자, 근 백년 사이 부자와 나머지 사이 최대 격차 등을 이끌었을 뿐이다.

Invest in America. Educate Americans. Grow the workforce. Build the economy from the bottom up and the middle out, not from the top down.
미국에 투자하고, 미국인을 교육하고, 노동력을 키워가야 한다. 경제를 아래에서 위로 그리고 중간에서 건설해야 한다. 위에서 아래로가 아니라.

짧은 인용이라 신뢰하기 어렵다면 이 기사를 읽어보라. 연두교서를 최대한 그 맥락에 맞게 키워드로 재구성해 놓았다.

- ‘도전에 둘러싸인 민주주의’ 美 연두교서 속 세계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08527

바이든은 그 실천으로 증세하려 한다. 법인세도 소득세도 자본이득세도 다 올리려 한다. 부자 증세를 해야 '아래에서 위로, 중산층을 탄탄하게 해서 사회 전체를' 성장하게 할 수 있다.

<낙수효과>에 반대되는 <분수효과 : Fountain Effect>라고 부를만하다.


■ 소득 주도 성장 : 분수효과

여기서 전 정부가 소환된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바로 그런 목적을 가진 정책이다.

법인세 인상
최저임금 만원 인상
비정규직 정규직화
공기업 공공기관부터 솔선수범
노동이사제

화물연대의 파업 이유는 쉽게 말하면 '안전운임제 사수'다. 유가 상승 시기에도 생업의 안정성을 보장해주는 좋은 제도를 지키잔 것이다. 역시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다.

아래를 탄탄하게 해서 중산층과 서민의 소비 여력을 확충하자. 그들이 소비를 많이 하게 수요 보강을 해주자. 그러면 전체 사회 생산도 늘고 그에 따라 경제 전체에 활력이 돈다.


미국 바이든과 정확히 동일한 의도의 정책이었다. 다만 이 <분수효과 유도 정책>이 성공적이었다고 답하긴 쉽지 않다. 성과보다는 혼란이 많았다. 특히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그랬다. 알바도 사람다운 임금 좀 받아보자고 했더니 '너 대신 키오스크'를 외치는 사장들이 늘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인국공> 사태로 비화 되어 청년세대의 반발을 불렀다. 시험을 치고 들어가야 하는 회사를 뒷문으로 들어가는 게 공정이냐는 (온전히 동의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정의가 무엇인지를 묻는 젊은이들의 분노에 봉착했다.

일자리는 늘었지만, 정부가 재정으로 만들어낸 지속 불가능한 일자리라 그 질이 좋지 않다는 꼬리표가 늘 따라다녔다.

정책 하나하나가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 전 정부는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불렀지만, 전통 경제학 하는 사람들은 '꼬리가 머리를 문다고? 무슨 소리냐?' 했다. '성장이란 이름을 뒤집어쓴 분배정책', '경제학 교과서에 없는 성장이론' 혹평도 쏟아졌다.

정부조차 정치적 부담으로 임기 후반에는 '소득 주도 성장'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길 꺼렸다. 그러자 당시 기재부는 대신 '포용적 성장'이란 조금 더 보편적인 용어를 제공했다. 어떤 의미에서도 성공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정책이 되어버렸다.

기존 경제정책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해 더 나은 세상을 꿈꾼 정책이었지만, 아직은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 소득 주도와 민간 주도... 우리 이대로 이별해야 하나요

화끈하게 한 쪽 편을 들어주고 싶지만, 사실을 바라보면 그러기 쉽지 않다. 의도와 목적이 선하다면 마치 독일의 철학자 '칸트'처럼 선의지만 보고 손을 들어주고 싶지만, 경제란 그런 것이 아니다.

두 정부 '새경방'의 맨 앞에 쓰여 있듯, 판단 기준은 너무나 명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이루는 토대가 되었는가?'

낙수와 분수효과, 그러니까 소득주도와 시장주도는 모두 같은 곳을 바라보는 정책이다. 그리고 그 둘은 모두 얼마간 옳고 또 얼마간 틀렸다. 화성만 바라보거나, 또는 금성만 바라본다면 '성장'이란 목적에 다가갈 수 없다는 의미다. 현실은 이렇게 어렵다.

"나를 사랑한다면, 떡볶이가 소울푸드라는 점을 좀 알아주면 좋겠어."
"알았어, 이번엔 떡볶이를 먹지만, 먹고 나면 남산 한 바퀴 돌자 콜?
내가 너를 온전히 이해하는 일은 불가능하겠지만, 노력은 할게. 대신 비빔밥도 먹어야 해."

이 정도가 최선일지도 모른다.

인포그래픽 : 김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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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문재인 정부가 사실은 같은 곳을 바라본다?
    • 입력 2022-06-18 10:00:48
    취재K

■ 뜻밖의 똑같은 시작...<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 '새경방'> 보도자료를 받아들고는 생각했다. 아 경제만큼은 ABM(Anything But Munjaein)구나. 내용이 이렇게 상반되는구나. 사실 작성 기관은 기획재정부로 똑같은데도 이렇게 다르구나... (과연 공무원들이란...)

얼마나 상반된 지 보려고 5년 전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새경방'을 찾아봤다. 내용 첫 페이지를 보았다.

어?... 처음엔 잘못 본 줄 알았다. 5년 전 것을 클릭한다는 게 이번 것을 클릭했나? 할 만큼. 문서의 맨 앞에 등장하는 그래프가 같았다. 아래와 같다.

위가 현 정부 새경방 3페이지 그래프, 아래가 전 정부 같은 보도자료 3페이지다
제목은 조금 다르다. '주요국 잠재성장률 추이(OECD)'와 '선진국 장기 경제성장률 추이(5년 전)'다. 데이터도 하나는 '잠재 성장률' 추이이고 다른 하나는 '지금까지의 성장률 추이'여서 조금 다르다.

그러나 의미가 같다. 둘 다 우하향 한다. 과거엔 우리나라 (잠재) 성장률이 훨씬 높았다. 그런데 시간이 흐름에 따라 하락한다. 결국, 우리와 다른 나라들이 저성장 지점에서 만난다. 그러니까 똑같은 추세를 보여준다.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이 꺼지고 있다."

같은 그래프, 글로는 이렇게 표현되어 있다.

▲ (현 정부) '우리 경제 성장 기반은 ’90년대 이후 주요국 대비 급속히 하락하고 있으며, 이런 가운데 최근 물가 상승세가 확대되고 성장세도 약화한다'

▲ (5년 전 문재인 정부도) ' 우리 경제는 95년 이전에는 성장률이 완만히 둔화했으나 95년 이후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며 '성장이 둔화하는 가운데 분배까지 악화하는 구조적 복합적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 목적이 같아서다
"어떻게 경제성장을 이룰 것인가?"

결국은 이 질문이다. 어떻게 구조적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성장을 이룰 것인가? 이 질문이 두 정부를 관통하는 공통된 화두다.

그래프로 보자면 점점 우하향하는 저 그래프 오른쪽 끝을 어떻게 조금이라도 더 들어 올릴 것인가. 잠재 성장률이 되었건 실제 성장률이 되었건.


그런데 방법론이 다르다. 그냥 다른 정도가 아니다. 같은 곳을 바라보는 두 정부가 방법론은 화성과 금성처럼 다르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연애라면 이런 상황이다.

"나를 사랑한다며, 사랑한다면서 왜 꼭 비빔밥을 먹겠다는 거야?"
"사랑하니까 이러는 거야, 건강에 좋잖아, 꼭 떡볶이로 위장을 망쳐야겠어? 너 정말 내 맘 몰라?"


■ 시장 주도 성장 : '낙수효과'


"기업 부담 줄여 투자 촉진"
"덩어리 규제 철폐"
"민간 혁신 위해 교육·자금 지원"

새 정부 정책은 민간. 시장. 혁신이다. 성장은 기업이 하는 것이다. 민간이 하는 것이다. 시장의 기능에 맡겨놓았을 때 가장 성과가 좋다.

정부가 끼어들면 비효율만 커진다. 간섭하고 규제 만들어서다. 정부 역할은 그저 판만 평평하게 깔아주고 뒤로 물러서는 것이다. 플레이어는 기업이다.

-그러니 법인세 깎아주자. 대기업은 더 깎아주자. 투자 더 많이 하면 더 깎아주자.
-중소기업은 가업 상속 시 상속세 유예하자. 세제 혜택 주자.
-규제는 없애자. 부총리가 '장'이 되는 TF를 만들자. 규제 하나 만들면 반드시 두 개 없애게 하자.
-대학은 필요한 인력 공급하게 하자. 학과 정원 통폐합하자. 교부금을 대학에 더 많이 쓰게 하자.
-부동산도 죄지은 것도 아닌데 세금 좀 줄이자. 대출규제도 청년 중심으로 풀자. 시장기능이 회복되게 내버려 두자.

흔한 오해는 '부자 감세'다. 부자 좋게 하는 정부라는 생각이다. 아니다. 전혀 아니다. 기업 세금 깎아주면 오너가 부자 되는 게 아니다. 기업은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돈이 남으면 투자한다. 혁신 기술을 더 많이 시도한다. 성공하면 생산성이 올라가고 성장이 일어난다. 성장이 일어나면 일자리가 늘어난다. 국민경제 전체에 훈풍이 돈다.

세금도 깎아주는 것 같지만 아니다. 세금을 깎아줘 결과적으로 성장이 일어난다면 기업은 돈을 더 많이 번다. 이익이 많아진다. 이익이 많아지면 설사 세율이 낮더라도 내는 돈 자체는 더 많아질 수 있다. 이익 100만 원 날 때 세율이 25%면 세수는 25만 원이지만, 이익이 200만 원이고 세율이 20%라면 세수는 40만 원이다. 부자 감세가 아니다.

이게 낙수효과다. Trickle Down Effect


물론 아주 강력한 반론이 이미 준비돼있다

세계가 불평등을 앓는다. 혁신기업, 슈퍼스타 기업이 곳곳에서 등장하는데 훈풍이 돌질 않는다. 혁신기업은 돈은 벌지만, 일자리를 만들진 않는다.

아랫목은 뜨거워 장판이 타는데 윗목은 얼음이 얼고 있다.


그 결과? 불만이 가득한 계층이 고착화 되고 그들은 '사회 전체 이익' 말고 '그들의 분노'를 대변할 정치 리더를 뽑는다. 트럼프다. '그들의 분노'는 의회로 총을 들고 난입하는 사태로 이어진다. 영국의 브렉시트도 낳았다. 프랑스에선 늘 인종주의자 극우 리더 마린 르펜을 대통령 후보 결선투표로 밀어 올린다.

결정적으로, 올 초 미국의 바이든이 의회에 가서 연설한 걸 확인하면 새 정부는 조금 당황할지도 모른다. <연두교서>에서 바이든은 <낙수효과는 없다>고 말한다. 침소봉대가 아니다. 일부 발췌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이 연두교서의 주제다. 옮겨왔으니 읽어보라.

For the past 40 years we were told that if we gave tax breaks to those at the very top, the benefits would trickle down to everyone else.
지난 40년간, 우리는 고소득층의 세금을 깎아주면 그 혜택이 모두에게 골고루 흩뿌려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왔다.

But that trickle-down theory led to weaker economic growth, lower wages, bigger deficits, and the widest gap between those at the top and everyone else in nearly a century.
하지만 낙수효과 이론은 더 미약한 경제성장, 낮은 노동임금, 더 큰 정부 재정적자, 근 백년 사이 부자와 나머지 사이 최대 격차 등을 이끌었을 뿐이다.

Invest in America. Educate Americans. Grow the workforce. Build the economy from the bottom up and the middle out, not from the top down.
미국에 투자하고, 미국인을 교육하고, 노동력을 키워가야 한다. 경제를 아래에서 위로 그리고 중간에서 건설해야 한다. 위에서 아래로가 아니라.

짧은 인용이라 신뢰하기 어렵다면 이 기사를 읽어보라. 연두교서를 최대한 그 맥락에 맞게 키워드로 재구성해 놓았다.

- ‘도전에 둘러싸인 민주주의’ 美 연두교서 속 세계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08527

바이든은 그 실천으로 증세하려 한다. 법인세도 소득세도 자본이득세도 다 올리려 한다. 부자 증세를 해야 '아래에서 위로, 중산층을 탄탄하게 해서 사회 전체를' 성장하게 할 수 있다.

<낙수효과>에 반대되는 <분수효과 : Fountain Effect>라고 부를만하다.


■ 소득 주도 성장 : 분수효과

여기서 전 정부가 소환된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바로 그런 목적을 가진 정책이다.

법인세 인상
최저임금 만원 인상
비정규직 정규직화
공기업 공공기관부터 솔선수범
노동이사제

화물연대의 파업 이유는 쉽게 말하면 '안전운임제 사수'다. 유가 상승 시기에도 생업의 안정성을 보장해주는 좋은 제도를 지키잔 것이다. 역시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다.

아래를 탄탄하게 해서 중산층과 서민의 소비 여력을 확충하자. 그들이 소비를 많이 하게 수요 보강을 해주자. 그러면 전체 사회 생산도 늘고 그에 따라 경제 전체에 활력이 돈다.


미국 바이든과 정확히 동일한 의도의 정책이었다. 다만 이 <분수효과 유도 정책>이 성공적이었다고 답하긴 쉽지 않다. 성과보다는 혼란이 많았다. 특히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그랬다. 알바도 사람다운 임금 좀 받아보자고 했더니 '너 대신 키오스크'를 외치는 사장들이 늘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인국공> 사태로 비화 되어 청년세대의 반발을 불렀다. 시험을 치고 들어가야 하는 회사를 뒷문으로 들어가는 게 공정이냐는 (온전히 동의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정의가 무엇인지를 묻는 젊은이들의 분노에 봉착했다.

일자리는 늘었지만, 정부가 재정으로 만들어낸 지속 불가능한 일자리라 그 질이 좋지 않다는 꼬리표가 늘 따라다녔다.

정책 하나하나가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 전 정부는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불렀지만, 전통 경제학 하는 사람들은 '꼬리가 머리를 문다고? 무슨 소리냐?' 했다. '성장이란 이름을 뒤집어쓴 분배정책', '경제학 교과서에 없는 성장이론' 혹평도 쏟아졌다.

정부조차 정치적 부담으로 임기 후반에는 '소득 주도 성장'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길 꺼렸다. 그러자 당시 기재부는 대신 '포용적 성장'이란 조금 더 보편적인 용어를 제공했다. 어떤 의미에서도 성공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정책이 되어버렸다.

기존 경제정책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해 더 나은 세상을 꿈꾼 정책이었지만, 아직은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 소득 주도와 민간 주도... 우리 이대로 이별해야 하나요

화끈하게 한 쪽 편을 들어주고 싶지만, 사실을 바라보면 그러기 쉽지 않다. 의도와 목적이 선하다면 마치 독일의 철학자 '칸트'처럼 선의지만 보고 손을 들어주고 싶지만, 경제란 그런 것이 아니다.

두 정부 '새경방'의 맨 앞에 쓰여 있듯, 판단 기준은 너무나 명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이루는 토대가 되었는가?'

낙수와 분수효과, 그러니까 소득주도와 시장주도는 모두 같은 곳을 바라보는 정책이다. 그리고 그 둘은 모두 얼마간 옳고 또 얼마간 틀렸다. 화성만 바라보거나, 또는 금성만 바라본다면 '성장'이란 목적에 다가갈 수 없다는 의미다. 현실은 이렇게 어렵다.

"나를 사랑한다면, 떡볶이가 소울푸드라는 점을 좀 알아주면 좋겠어."
"알았어, 이번엔 떡볶이를 먹지만, 먹고 나면 남산 한 바퀴 돌자 콜?
내가 너를 온전히 이해하는 일은 불가능하겠지만, 노력은 할게. 대신 비빔밥도 먹어야 해."

이 정도가 최선일지도 모른다.

인포그래픽 : 김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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