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① 죽은 물고기 둥둥…“독극물 유입 가능성”

입력 2022.06.22 (07:00) 수정 2022.06.23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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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도심 하천에서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한 채 발견됐습니다. 얼마나 많은 물고기가 폐사했는지조차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이달 초, 강원도 춘천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KBS 취재팀은 해당 유해물질이 어디서, 어떻게, 왜 하천으로 흘러오게 된 건지 추적했습니다. 재발 방지를 위해 구조적인 문제를 짚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사 순서는 아래와 같습니다.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①죽은 물고기 둥둥…"독극물 유입 가능성"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②하천수 오염 심각…'유독물' 확인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③얼마나 위험?…"붕어도 4시간이면 몰살"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④폐사 하천 오염원은 '농공단지'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⑤공단 정화시설 관리 사각…오염수 관리 시급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⑥엇갈린 검사 결과…원인 규명도 난망


■ 물고기 떼죽음…버들치에 국내 고유종 '참종개'까지

지난 3일 KBS에 제보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출근길에 보니 하천에 죽은 물고기가 떠다녀요. 한두 마리가 아니고 수백 마리는 되는 것 같은데요."

바로 해당 장소로 나가 봤습니다. 현장은 생각보다 심각했습니다. 허옇게 배를 드러내고 둥둥 떠다니는 폐사체들이 있는가 하면, 유속이 느린 구간에는 수십 마리가 죽은 채 하천 바닥에 깔려 있기도 했습니다.


현장을 가까이 들여다보기 위해 장화를 신고 하천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하천 깊이는 무릎 정도였습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죽은 물고기들이 발에 걸렸습니다.

취재팀이 도착한 곳을 기준으로, 500여 m 하류까지 둘러보는 동안 물속에서 살아있는 생물을 눈으로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춘천의 한 도심 하천에서 폐사한 채 발견된 물고기.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한 개체만 200마리가 넘었다.춘천의 한 도심 하천에서 폐사한 채 발견된 물고기.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한 개체만 200마리가 넘었다.

폐사한 물고기들은 성인 새끼손가락만큼 작은 것부터 손바닥만 한 크기까지 다양했습니다. 버들치와 피라미, 국내 고유종인 '참종개'도 발견됐습니다. 바닥을 훑어 보니, 물고기뿐 아니라 저서생물인 물지렁이들도 모두 힘없이 손에 걸려 나왔습니다.

이 하천 근처에 사는 주민들은 물고기 떼죽음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일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강원도 춘천시 동내면에 사는 이재구 씨는, "아침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하천을 따라 산책을 하는데 오전에 나와 보니 하천 전체에 물고기들이 전부 죽어 있었다"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또, "인근에 10여 년간 살면서 이런 일은 처음 봤는데, 누군가 일부러 물에 뭘 풀지 않고는 이렇게 떼죽음을 할 수가 있나"며 의아해했습니다.

하천 바닥엔 물고기 뿐 아니라 실지렁이같은 저서생물도 폐사한 채 발견됐다.하천 바닥엔 물고기 뿐 아니라 실지렁이같은 저서생물도 폐사한 채 발견됐다.

■ 집단 폐사 원인은?…"독극물 유입 가능성 높아"

취재팀은 이번 일이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전문가에게 현장 상황에 대한 판단을 요청했습니다. 현장에 도착한 강원대 어류연구센터 연구진은 물고기 폐사체들의 상태부터 살폈습니다.

최재석 강원대학교 어류연구센터장은 "독극물에 의한 폐사로 보인다"고 말을 꺼냈습니다. 최 센터장은, "물고기 배가 부풀어 올랐고, 아가미에는 피가 고여 있다"면서 "단순하게 산소 부족이라면 아가미에 피가 고여 있지 않기 때문에, 이것이 바로 독극물 중독이라고 추정할 수 있는 증거"라고 설명했습니다.

현장에 도착한 뒤 물고기 폐사체를 수거하고 있는 강원대 연구진. 폐사체의 상태를 본 연구진들은 집단 폐사가 유독물질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현장에 도착한 뒤 물고기 폐사체를 수거하고 있는 강원대 연구진. 폐사체의 상태를 본 연구진들은 집단 폐사가 유독물질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연구진은 뒤이어 자체 장비로 현장에서 수질 검사를 했습니다.

우선, 폐사한 물고기들이 발견된 지점의 수온은 16도였습니다. 수온이 높아져 물고기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이 나왔습니다. 물속에 녹아 있는 산소량이나 산도도 정상 수치로 나왔습니다.

하지만 물이 오염돼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연구진은 물의 오염도를 알 수 있는 전기전도도 검사를 했습니다. 전기전도도는 물이 전기를 얼마나 잘 전달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데, 높을수록 물이 오염됐다는 뜻입니다.

폐사체가 집중적으로 몰려 있는 구간에서 전기전도도는 600이 나왔습니다. 이 하천의 최상류 구간에선 전기전도도가 70이 나왔습니다. 두 구간의 결괏값이 8배 넘게 차이가 난 겁니다.

연구진이 현장에서 수질 분석을 한 결과, 오염 지표 중 하나인 전기 전도도가 일반 하천수의 8배 정도 높게 나왔다.연구진이 현장에서 수질 분석을 한 결과, 오염 지표 중 하나인 전기 전도도가 일반 하천수의 8배 정도 높게 나왔다.

■ 하천수 채취 후 수질 분석

강원대 연구진은 곳곳에서 하천수를 채취했습니다. 또, 물고기 폐사체도 채취했습니다. 물속에 어떤 성분이 녹아 있는지 분석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일 주일 정도가 걸린다고 설명했습니다.

춘천시도 뒤늦게 현장을 방문했습니다. 시 당국 역시 수질 검사를 위해 하천수를 채취하는 한편, 공공근로 인력을 투입해 죽은 물고기를 건져내 정확한 원인이 무엇인지 조사해보겠다고 밝혔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두 기관의 수질 분석 결과를 상세히 살펴봅니다.

[연관 기사]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② 하천수 오염 심각…‘유독물’ 확인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92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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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① 죽은 물고기 둥둥…“독극물 유입 가능성”
    • 입력 2022-06-22 07:00:07
    • 수정2022-06-23 07:04:40
    취재K
도심 하천에서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한 채 발견됐습니다. 얼마나 많은 물고기가 폐사했는지조차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이달 초, 강원도 춘천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KBS 취재팀은 해당 유해물질이 어디서, 어떻게, 왜 하천으로 흘러오게 된 건지 추적했습니다. 재발 방지를 위해 구조적인 문제를 짚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사 순서는 아래와 같습니다.<br /><br /><strong>[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①죽은 물고기 둥둥…"독극물 유입 가능성"</strong><br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②하천수 오염 심각…'유독물' 확인<br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③얼마나 위험?…"붕어도 4시간이면 몰살"<br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④폐사 하천 오염원은 '농공단지'<br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⑤공단 정화시설 관리 사각…오염수 관리 시급<br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⑥엇갈린 검사 결과…원인 규명도 난망<br />

■ 물고기 떼죽음…버들치에 국내 고유종 '참종개'까지

지난 3일 KBS에 제보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출근길에 보니 하천에 죽은 물고기가 떠다녀요. 한두 마리가 아니고 수백 마리는 되는 것 같은데요."

바로 해당 장소로 나가 봤습니다. 현장은 생각보다 심각했습니다. 허옇게 배를 드러내고 둥둥 떠다니는 폐사체들이 있는가 하면, 유속이 느린 구간에는 수십 마리가 죽은 채 하천 바닥에 깔려 있기도 했습니다.


현장을 가까이 들여다보기 위해 장화를 신고 하천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하천 깊이는 무릎 정도였습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죽은 물고기들이 발에 걸렸습니다.

취재팀이 도착한 곳을 기준으로, 500여 m 하류까지 둘러보는 동안 물속에서 살아있는 생물을 눈으로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춘천의 한 도심 하천에서 폐사한 채 발견된 물고기.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한 개체만 200마리가 넘었다.
폐사한 물고기들은 성인 새끼손가락만큼 작은 것부터 손바닥만 한 크기까지 다양했습니다. 버들치와 피라미, 국내 고유종인 '참종개'도 발견됐습니다. 바닥을 훑어 보니, 물고기뿐 아니라 저서생물인 물지렁이들도 모두 힘없이 손에 걸려 나왔습니다.

이 하천 근처에 사는 주민들은 물고기 떼죽음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일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강원도 춘천시 동내면에 사는 이재구 씨는, "아침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하천을 따라 산책을 하는데 오전에 나와 보니 하천 전체에 물고기들이 전부 죽어 있었다"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또, "인근에 10여 년간 살면서 이런 일은 처음 봤는데, 누군가 일부러 물에 뭘 풀지 않고는 이렇게 떼죽음을 할 수가 있나"며 의아해했습니다.

하천 바닥엔 물고기 뿐 아니라 실지렁이같은 저서생물도 폐사한 채 발견됐다.
■ 집단 폐사 원인은?…"독극물 유입 가능성 높아"

취재팀은 이번 일이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전문가에게 현장 상황에 대한 판단을 요청했습니다. 현장에 도착한 강원대 어류연구센터 연구진은 물고기 폐사체들의 상태부터 살폈습니다.

최재석 강원대학교 어류연구센터장은 "독극물에 의한 폐사로 보인다"고 말을 꺼냈습니다. 최 센터장은, "물고기 배가 부풀어 올랐고, 아가미에는 피가 고여 있다"면서 "단순하게 산소 부족이라면 아가미에 피가 고여 있지 않기 때문에, 이것이 바로 독극물 중독이라고 추정할 수 있는 증거"라고 설명했습니다.

현장에 도착한 뒤 물고기 폐사체를 수거하고 있는 강원대 연구진. 폐사체의 상태를 본 연구진들은 집단 폐사가 유독물질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연구진은 뒤이어 자체 장비로 현장에서 수질 검사를 했습니다.

우선, 폐사한 물고기들이 발견된 지점의 수온은 16도였습니다. 수온이 높아져 물고기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이 나왔습니다. 물속에 녹아 있는 산소량이나 산도도 정상 수치로 나왔습니다.

하지만 물이 오염돼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연구진은 물의 오염도를 알 수 있는 전기전도도 검사를 했습니다. 전기전도도는 물이 전기를 얼마나 잘 전달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데, 높을수록 물이 오염됐다는 뜻입니다.

폐사체가 집중적으로 몰려 있는 구간에서 전기전도도는 600이 나왔습니다. 이 하천의 최상류 구간에선 전기전도도가 70이 나왔습니다. 두 구간의 결괏값이 8배 넘게 차이가 난 겁니다.

연구진이 현장에서 수질 분석을 한 결과, 오염 지표 중 하나인 전기 전도도가 일반 하천수의 8배 정도 높게 나왔다.
■ 하천수 채취 후 수질 분석

강원대 연구진은 곳곳에서 하천수를 채취했습니다. 또, 물고기 폐사체도 채취했습니다. 물속에 어떤 성분이 녹아 있는지 분석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일 주일 정도가 걸린다고 설명했습니다.

춘천시도 뒤늦게 현장을 방문했습니다. 시 당국 역시 수질 검사를 위해 하천수를 채취하는 한편, 공공근로 인력을 투입해 죽은 물고기를 건져내 정확한 원인이 무엇인지 조사해보겠다고 밝혔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두 기관의 수질 분석 결과를 상세히 살펴봅니다.

[연관 기사]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② 하천수 오염 심각…‘유독물’ 확인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92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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