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② 하천수 오염 심각…‘유독물’ 확인

입력 2022.06.23 (07:00) 수정 2022.06.23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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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도심 하천에서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한 채 발견됐습니다. 얼마나 많은 물고기가 폐사했는지조차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이달 초, 강원도 춘천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KBS 취재팀은 해당 유해물질이 어디서, 어떻게, 왜 하천으로 흘러오게 된 건지 추적했습니다. 재발 방지를 위해 구조적인 문제를 짚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사 순서는 아래와 같습니다.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①죽은 물고기 둥둥…"독극물 유입 가능성"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②하천수 오염 심각…'유독물' 확인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③얼마나 위험?…"붕어도 4시간이면 몰살"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④폐사 하천 오염원은 '농공단지'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⑤공단 정화시설 관리 '사각'…오염수 관리 시급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⑥엇갈린 검사 결과…원인 규명도 난망


■ 대학 연구진 채취 하천수, 수질 오염 확인

지난 3일, 강원도 춘천의 도심 하천에서 물고기가 집단 폐사한 일. 강원대 연구진은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하천 4곳에서 물을 떴습니다. 죽은 물고기 발견 지점과 이 지점을 기준으로 500m 정도 떨어진 상류와 하류 지점, 폐사체 발견으로부터 600m 하류 지점 등입니다.


일주일 뒤, 검사 결과가 나왔다는 연락을 받아 연구실을 찾았습니다.

첫 번째로 총유기탄소(TOC)의 양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TOC는 생명체의 활동으로 인해 생긴 탄소가 물 속에 얼마나 녹아있는지 알 수 있는 지표입니다. 이 수치가 높으면, 기본적으로 '물이 오염됐다'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폐사체 발견 지점에서 뜬 물은 TOC 농도가 17ppm이 나왔습니다. 상류의 물에선 3ppm이 나왔고, 하류의 물에선 6ppm이 나왔습니다.

하천의 생활환경 기준을 보면, TOC 농도에 따른 물 상태를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3ppm 이하일 경우 '약간 좋음' 수준으로, 일반적인 정수 처리를 거치면 생활용수나 수영용수로 쓸 수 있습니다.

생활환경 기준에서 '매우 나쁨' 판정을 받는 수준의 물은 TOC가 8ppm이 초과될 때입니다. 오염된 물로, 물고기가 살기 어렵습니다.

하천수에선 독성 물질만 최소 5가지가 확인됐다. 이 가운데 3가지는 물고기에서도 검출됐다.하천수에선 독성 물질만 최소 5가지가 확인됐다. 이 가운데 3가지는 물고기에서도 검출됐다.

■ "물고기에 치명적인 독성 물질도 포함"

더 큰 문제는 물에서 독성물질도 최소 5가지가 확인됐다는 점이었습니다. 확인된 독성물질은 '2-아지리디닐에틸아민'과 '2,4-다이 터셔리 뷰틸페놀', '인돌리진', '크레졸', '하이드록실아민' 등 이름도 생소한 물질들이었습니다.

연구진은 죽은 물고기에서 나온 체액에 대한 분석도 함께 실시했는데, 여기선 2-아지리디닐에틸아민, 2,4-다이 터셔리 뷰틸페놀, 인돌리진이 검출됐습니다. 3가지 물질이 양쪽에서 검출된 겁니다.

이 물질들 중, 특히 '2,4-다이 터셔리 뷰틸페놀'은 독성이 강합니다. 물 1ℓ에 이 물질이 0.1mg만 녹아들어도, 물고기 10마리 중 5마리는 나흘 안으로 폐사합니다.

2-아지리디닐에틸아민은 독성 연구가 되지 않아 독성이 얼마나 강한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유사한 물질인 아지리딘의 경우, 물 1ℓ에 10mg이 섞이면 물고기 10마리 중 5마리가 죽습니다.

강원대 연구진은 물고기 집단 폐사한 하천수에서 심각한 오염이 발견됐다고 결론 내렸다.강원대 연구진은 물고기 집단 폐사한 하천수에서 심각한 오염이 발견됐다고 결론 내렸다.

실험을 진행한 김희갑 강원대 에코환경과학과 교수는 "의약품 같은 것들을 개발하기 위해서 시험하는 그런 물질들이 많이 발견돼서 놀랐다"라면서 "이런 것들이 물고기에 직접적인 폐사 원인이 되지 않았을까 추정한다"고 했습니다.

성분 분석을 진행한 김희갑 강원대 에코환경과학과 교수는 “의약품 개발을 위해 쓰이는 물질이 하천에서 발견돼 놀랐다”고 말했다.성분 분석을 진행한 김희갑 강원대 에코환경과학과 교수는 “의약품 개발을 위해 쓰이는 물질이 하천에서 발견돼 놀랐다”고 말했다.

■ 강원도보건환경연구원 "결과 비슷…성분은 더 검사해봐야"

춘천시 또한 강원도보건환경연구원에 수질 분석을 의뢰했습니다.

보건환경연구원은 폐사체 발견 지점으로부터 1km가량 떨어진 지점, 폐사체 발견 지점 인근, 발견지점으로부터 150m 떨어진 하류 등 총 3곳에서 물을 채취했습니다.

보건환경연구원에 어떤 실험을 하게 되는지 물었습니다. 김영근 강원도보건환경연구원 환경연구사는 "채취한 물에 물벼룩을 넣어 물 자체가 오염돼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생태독성 실험과 물에 들어있는 성분을 분석하는 성분 분석 실험 2가지를 실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춘천시의 의뢰를 받은 강원도보건환경연구원 역시 수질 분석을 실시했다. 이곳 역시 하천수가 오염됐다고 판단했다.춘천시의 의뢰를 받은 강원도보건환경연구원 역시 수질 분석을 실시했다. 이곳 역시 하천수가 오염됐다고 판단했다.

생태독성 실험 결과는 강원대 연구진의 실험 결과와 유사하게 나왔습니다. 김 환경연구사는 "보통 생태독성값 기준이 1에서 2인데, 폐사체 발견 지점에서 나온 물을 분석해 봤을 때 30 정도의 생태독성값이 나왔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생태독성값이 30이라는 의미는 채취한 지점의 물을 30배 희석했을 때 이 물에 넣은 물벼룩 10마리 중 절반은 24시간 안에 죽는다는 뜻입니다.

나머지 성분 분석 실험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김 연구사는 "물에 정확히 어떤 성분이 들어있는지는 추가 검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춘천시도 강원도 보건환경연구원의 실험 결과에 따라 후속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검출된 화학물질의 독성이 어느 정도였는지 연구진의 실험 결과를 보여드립니다.

[연관 기사]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① 죽은 물고기 둥둥…“독극물 유입 가능성”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9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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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② 하천수 오염 심각…‘유독물’ 확인
    • 입력 2022-06-23 07:00:16
    • 수정2022-06-23 07:32:52
    취재K
도심 하천에서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한 채 발견됐습니다. 얼마나 많은 물고기가 폐사했는지조차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이달 초, 강원도 춘천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KBS 취재팀은 해당 유해물질이 어디서, 어떻게, 왜 하천으로 흘러오게 된 건지 추적했습니다. 재발 방지를 위해 구조적인 문제를 짚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사 순서는 아래와 같습니다.<br /><br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①죽은 물고기 둥둥…"독극물 유입 가능성"<br /><strong>[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②하천수 오염 심각…'유독물' 확인</strong><br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③얼마나 위험?…"붕어도 4시간이면 몰살"<br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④폐사 하천 오염원은 '농공단지'<br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⑤공단 정화시설 관리 '사각'…오염수 관리 시급<br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⑥엇갈린 검사 결과…원인 규명도 난망<br />

■ 대학 연구진 채취 하천수, 수질 오염 확인

지난 3일, 강원도 춘천의 도심 하천에서 물고기가 집단 폐사한 일. 강원대 연구진은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하천 4곳에서 물을 떴습니다. 죽은 물고기 발견 지점과 이 지점을 기준으로 500m 정도 떨어진 상류와 하류 지점, 폐사체 발견으로부터 600m 하류 지점 등입니다.


일주일 뒤, 검사 결과가 나왔다는 연락을 받아 연구실을 찾았습니다.

첫 번째로 총유기탄소(TOC)의 양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TOC는 생명체의 활동으로 인해 생긴 탄소가 물 속에 얼마나 녹아있는지 알 수 있는 지표입니다. 이 수치가 높으면, 기본적으로 '물이 오염됐다'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폐사체 발견 지점에서 뜬 물은 TOC 농도가 17ppm이 나왔습니다. 상류의 물에선 3ppm이 나왔고, 하류의 물에선 6ppm이 나왔습니다.

하천의 생활환경 기준을 보면, TOC 농도에 따른 물 상태를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3ppm 이하일 경우 '약간 좋음' 수준으로, 일반적인 정수 처리를 거치면 생활용수나 수영용수로 쓸 수 있습니다.

생활환경 기준에서 '매우 나쁨' 판정을 받는 수준의 물은 TOC가 8ppm이 초과될 때입니다. 오염된 물로, 물고기가 살기 어렵습니다.

하천수에선 독성 물질만 최소 5가지가 확인됐다. 이 가운데 3가지는 물고기에서도 검출됐다.
■ "물고기에 치명적인 독성 물질도 포함"

더 큰 문제는 물에서 독성물질도 최소 5가지가 확인됐다는 점이었습니다. 확인된 독성물질은 '2-아지리디닐에틸아민'과 '2,4-다이 터셔리 뷰틸페놀', '인돌리진', '크레졸', '하이드록실아민' 등 이름도 생소한 물질들이었습니다.

연구진은 죽은 물고기에서 나온 체액에 대한 분석도 함께 실시했는데, 여기선 2-아지리디닐에틸아민, 2,4-다이 터셔리 뷰틸페놀, 인돌리진이 검출됐습니다. 3가지 물질이 양쪽에서 검출된 겁니다.

이 물질들 중, 특히 '2,4-다이 터셔리 뷰틸페놀'은 독성이 강합니다. 물 1ℓ에 이 물질이 0.1mg만 녹아들어도, 물고기 10마리 중 5마리는 나흘 안으로 폐사합니다.

2-아지리디닐에틸아민은 독성 연구가 되지 않아 독성이 얼마나 강한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유사한 물질인 아지리딘의 경우, 물 1ℓ에 10mg이 섞이면 물고기 10마리 중 5마리가 죽습니다.

강원대 연구진은 물고기 집단 폐사한 하천수에서 심각한 오염이 발견됐다고 결론 내렸다.
실험을 진행한 김희갑 강원대 에코환경과학과 교수는 "의약품 같은 것들을 개발하기 위해서 시험하는 그런 물질들이 많이 발견돼서 놀랐다"라면서 "이런 것들이 물고기에 직접적인 폐사 원인이 되지 않았을까 추정한다"고 했습니다.

성분 분석을 진행한 김희갑 강원대 에코환경과학과 교수는 “의약품 개발을 위해 쓰이는 물질이 하천에서 발견돼 놀랐다”고 말했다.
■ 강원도보건환경연구원 "결과 비슷…성분은 더 검사해봐야"

춘천시 또한 강원도보건환경연구원에 수질 분석을 의뢰했습니다.

보건환경연구원은 폐사체 발견 지점으로부터 1km가량 떨어진 지점, 폐사체 발견 지점 인근, 발견지점으로부터 150m 떨어진 하류 등 총 3곳에서 물을 채취했습니다.

보건환경연구원에 어떤 실험을 하게 되는지 물었습니다. 김영근 강원도보건환경연구원 환경연구사는 "채취한 물에 물벼룩을 넣어 물 자체가 오염돼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생태독성 실험과 물에 들어있는 성분을 분석하는 성분 분석 실험 2가지를 실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춘천시의 의뢰를 받은 강원도보건환경연구원 역시 수질 분석을 실시했다. 이곳 역시 하천수가 오염됐다고 판단했다.
생태독성 실험 결과는 강원대 연구진의 실험 결과와 유사하게 나왔습니다. 김 환경연구사는 "보통 생태독성값 기준이 1에서 2인데, 폐사체 발견 지점에서 나온 물을 분석해 봤을 때 30 정도의 생태독성값이 나왔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생태독성값이 30이라는 의미는 채취한 지점의 물을 30배 희석했을 때 이 물에 넣은 물벼룩 10마리 중 절반은 24시간 안에 죽는다는 뜻입니다.

나머지 성분 분석 실험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김 연구사는 "물에 정확히 어떤 성분이 들어있는지는 추가 검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춘천시도 강원도 보건환경연구원의 실험 결과에 따라 후속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검출된 화학물질의 독성이 어느 정도였는지 연구진의 실험 결과를 보여드립니다.

[연관 기사]
[도심 하천 물고기 떼죽음]① 죽은 물고기 둥둥…“독극물 유입 가능성”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9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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