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K] 이용도 안 하는데…공중전화 부스 못 없애는 이유?

입력 2022.06.22 (12:40) 수정 2022.06.22 (13:0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요즘 공중전화 써보신 적 있으신가요?

통화 요금이 3분에 70원인 걸 아는 분도 아마 드물 겁니다.

이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공중전화를 없애지 못하는 이유가 있는데요.

시대 변화에 따라 쓰임새가 달라진 공중전화 부스의 변신까지 홍화경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동전을 들고서 공중전화 앞에 길게 줄이 늘어서 있습니다.

90년대 익숙한 풍경이었죠.

무선호출기, 이른바 '삐삐'가 대중화되면서 공중전화 부스는 북새통을 이뤘습니다.

요즘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우리나라 휴대전화 보급률은 99%, 통신 강국인데요.

유동 인구가 많은 도심에서도 공중전화 이용하는 모습, 좀처럼 찾아보기 힘듭니다.

[김종기/서울시 양천구 : "사회적 효용 가치가 없기 때문에 굳이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습니다."]

서울에만 6천2백 대의 공중전화가 있는데 하루 평균 이용 건수는 4건도 안 됩니다.

관리도 어렵고 도시 미관을 해치고 있습니다.

[안순복/서울시 강서구 : "담배꽁초나 병 같은 거 음료수 먹은 빈 병 그런 게 올려져 있을 때가 있었어요."]

이용자 수가 줄고 있는 건 우리나라뿐이 아닙니다.

해외에서도 공중전화는 애물단지여서 점차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는데요.

얼마 전, 미국 뉴욕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공중전화 부스가 철거됐습니다.

철거된 공중전화는 뉴욕시의 아날로그 박물관으로 옮겨졌는데요.

슈퍼맨에 등장했던 공중전화 4개를 관광 목적으로 남겨두는 것 외에는 공중전화가 완전히 사라지게 됩니다.

영국의 상징과도 같은 빨간색 전화부스도 이미 수만 대가 철거됐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차츰 수가 줄고 있습니다.

1999년 15만 대였던 공중전화는 이제 전국에 3만여 대 정도만 남았습니다.

이용자는 거의 없지만 연간 3백억 원을 들여 유지하고 있는데요.

무선 통신망이 단절되는 재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 필요하기도 하지만, 남겨두는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바로 법 때문입니다.

전기통신사업법을 보면, 공중전화를 국민의 기본적인 필수 서비스로 규정하고 있는데요.

'누구든지' '언제 어디서나' '적절한 요금'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통신 복지'를 제공하라는 취지입니다.

따라서 KT같은 통신사업자는 의무적으로 공중전화를 운영해야 하고, 수익이 나지 않는다 해도 바로 서비스를 종료할 수 없습니다.

수백억 원의 손실액은 통신 3사가 나눠서 부담하고 국가가 일부를 보전해줍니다.

앞으로는 설치 대수를 조금씩 줄여나가면서 기존에 마련된 부스를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방법을 모색 중인데요.

코로나19가 확산했을 땐 살균기기를 설치해서 방역소로 이용하기도 했고요.

미세먼지가 심각해졌을 때, 이렇게 대기 측정소로도 변신했습니다.

또, 요즘은 비대면 업무가 늘면서 은행 점포 수가 줄어들었죠.

공중전화 부스에 현금인출기가 설치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요즘 배달 수요가 크게 늘면서 공중전화 부스는 전기 오토바이 충전소가 됐는데요.

전화부스에 설치된 배터리 충전기에서 다 쓴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습니다.

이용을 잘 안 하다 보니 공중전화, 어디 있었는지 기억을 더듬는 분들도 있으실텐데요.

지도 앱에서 '공중전화'라고 검색하면 주변 지하철역이나 학교 앞, 공원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접근하기 좋은 위치에 자리해 각종 편의 시설을 추가하기 좋은 이 공중전화 부스.

시대에 맞게 변하면서 애물단지가 아니라 무궁무진한 가능성의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한미희/그래픽:정예지/리서처:민현정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친절한 뉴스K] 이용도 안 하는데…공중전화 부스 못 없애는 이유?
    • 입력 2022-06-22 12:40:41
    • 수정2022-06-22 13:01:38
    뉴스 12
[앵커]

요즘 공중전화 써보신 적 있으신가요?

통화 요금이 3분에 70원인 걸 아는 분도 아마 드물 겁니다.

이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공중전화를 없애지 못하는 이유가 있는데요.

시대 변화에 따라 쓰임새가 달라진 공중전화 부스의 변신까지 홍화경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동전을 들고서 공중전화 앞에 길게 줄이 늘어서 있습니다.

90년대 익숙한 풍경이었죠.

무선호출기, 이른바 '삐삐'가 대중화되면서 공중전화 부스는 북새통을 이뤘습니다.

요즘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우리나라 휴대전화 보급률은 99%, 통신 강국인데요.

유동 인구가 많은 도심에서도 공중전화 이용하는 모습, 좀처럼 찾아보기 힘듭니다.

[김종기/서울시 양천구 : "사회적 효용 가치가 없기 때문에 굳이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습니다."]

서울에만 6천2백 대의 공중전화가 있는데 하루 평균 이용 건수는 4건도 안 됩니다.

관리도 어렵고 도시 미관을 해치고 있습니다.

[안순복/서울시 강서구 : "담배꽁초나 병 같은 거 음료수 먹은 빈 병 그런 게 올려져 있을 때가 있었어요."]

이용자 수가 줄고 있는 건 우리나라뿐이 아닙니다.

해외에서도 공중전화는 애물단지여서 점차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는데요.

얼마 전, 미국 뉴욕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공중전화 부스가 철거됐습니다.

철거된 공중전화는 뉴욕시의 아날로그 박물관으로 옮겨졌는데요.

슈퍼맨에 등장했던 공중전화 4개를 관광 목적으로 남겨두는 것 외에는 공중전화가 완전히 사라지게 됩니다.

영국의 상징과도 같은 빨간색 전화부스도 이미 수만 대가 철거됐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차츰 수가 줄고 있습니다.

1999년 15만 대였던 공중전화는 이제 전국에 3만여 대 정도만 남았습니다.

이용자는 거의 없지만 연간 3백억 원을 들여 유지하고 있는데요.

무선 통신망이 단절되는 재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 필요하기도 하지만, 남겨두는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바로 법 때문입니다.

전기통신사업법을 보면, 공중전화를 국민의 기본적인 필수 서비스로 규정하고 있는데요.

'누구든지' '언제 어디서나' '적절한 요금'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통신 복지'를 제공하라는 취지입니다.

따라서 KT같은 통신사업자는 의무적으로 공중전화를 운영해야 하고, 수익이 나지 않는다 해도 바로 서비스를 종료할 수 없습니다.

수백억 원의 손실액은 통신 3사가 나눠서 부담하고 국가가 일부를 보전해줍니다.

앞으로는 설치 대수를 조금씩 줄여나가면서 기존에 마련된 부스를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방법을 모색 중인데요.

코로나19가 확산했을 땐 살균기기를 설치해서 방역소로 이용하기도 했고요.

미세먼지가 심각해졌을 때, 이렇게 대기 측정소로도 변신했습니다.

또, 요즘은 비대면 업무가 늘면서 은행 점포 수가 줄어들었죠.

공중전화 부스에 현금인출기가 설치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요즘 배달 수요가 크게 늘면서 공중전화 부스는 전기 오토바이 충전소가 됐는데요.

전화부스에 설치된 배터리 충전기에서 다 쓴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습니다.

이용을 잘 안 하다 보니 공중전화, 어디 있었는지 기억을 더듬는 분들도 있으실텐데요.

지도 앱에서 '공중전화'라고 검색하면 주변 지하철역이나 학교 앞, 공원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접근하기 좋은 위치에 자리해 각종 편의 시설을 추가하기 좋은 이 공중전화 부스.

시대에 맞게 변하면서 애물단지가 아니라 무궁무진한 가능성의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한미희/그래픽:정예지/리서처:민현정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