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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청 책임 인정하지만 ‘집행유예’”…산재사고 유족 분통
입력 2022.06.23 (18:03) 취재K
경동건설 산재 사망사고 항소심 선고공판이 열린 뒤 유족과 시민사회단체가 개최한 기자회견(2022.06.23.)경동건설 산재 사망사고 항소심 선고공판이 열린 뒤 유족과 시민사회단체가 개최한 기자회견(2022.06.23.)

■ 경동건설 노동자 추락 산재 사망사고, 항소심도 ‘기각’

“대한민국에서 노동자가 ‘일하다 숨지는 건 합법’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마이크를 쥔 사회자의 목소리가 작게 떨렸습니다. 2022년 6월 23일, 1년 만에 열리는 산재 사망사고의 항소심. 비가 내렸지만, 시민 20여 명이 부산고등법원 앞을 찾았습니다. 2019년 10월, 아파트 신축 공사현장에서 떨어져 숨진 고 정순규 씨의 사망사고와 관련해 열린 항소심 선고를 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인 겁니다.

지난해 “사람마다 죽음의 무게가 다르냐”며 울음을 터뜨렸던 정 씨의 가족은 오늘도 고개를 들지 못했습니다. 선고가 떨어지기 무섭게 재판장에는 한숨이 터져 나왔고, 유족은 다시 고개를 떨궜습니다. 지난달 돌연 항소심 일정이 바뀐 터라 마음을 더 졸였던 만큼 좌절도 컸습니다. “이게 법이냐!”며 재판정에서는 잠시 소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처벌 촉구 팻말 옆에서 어른들을 바라보는 정 씨의 손녀들처벌 촉구 팻말 옆에서 어른들을 바라보는 정 씨의 손녀들

정 씨 생전 겨우 걷기 시작하던 손녀들도 이제 우비를 입고 함께 기자회견장을 찾았습니다. “왜 울어요?”라는 손녀의 물음에 어른들은 좀처럼 대답할 수가 없었습니다.

결과는 항소심 기각, 원심에서 원청과 하청 관계자들에게 내려진 집행유예와 벌금형이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연관 기사]
“죽음에도 차별 있다는 거 아시나요?”…한 하청 노동자의 죽음(2021.04.28.)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173362
경동건설 노동자 추락사 1심 ‘집유’…유족 항소 요청(2021.06.16.)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11172
집행유예·벌금이 고작…“죽음의 무게가 다른가요?”(2021.06.17.)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12041


■ “사문서 위조 의혹, 항소심에 반영 안 돼”

항소심 재판부의 분위기는 1심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는 “현장의 사다리가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어 이를 설치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추락 위험성을 고지하도록 해야 했다”고 봤습니다. 또 “피고인들이 현장 상황을 인식하고서도 이를 방치했고,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는데요. 원·하청에 안전관리 책임이 있다고 봤지만, 원심의 판단이 합리적이라며, 결국 형량은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그렇다고 가족과 시민단체가 단순히 처벌 강화만을 주장한 건 아닙니다. 수사 과정에서 충분한 검토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함께 나왔는데요. 1심에서 원청인 경동건설이 숨진 정 씨가 현장의 안전관리 감독자라며 제출한 ‘관리감독자 지정서’도 유족의 필적감정의뢰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1심도 항소심에서도 이 부분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 올해 부산 중대재해사고 19건…18명 목숨 잃어

이제 유족에게 남은 건 상고를 요청하는 일뿐입니다. 검찰의 결단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데요. 하지만 그 이후에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그 결과가 납득할 수 있을지는 좀처럼 확신하기가 어렵습니다.

고 정순규 씨 부인은 나지막이 말했습니다.

“1심 선고가 있던 날도 비가 왔는데, 오늘 2심 선고 날에도 비가 오네요. 남편도 하늘에서 지켜 보는 게 마음이 아파 슬픈 것 같습니다.”

올해 부산에서는 중대재해사고가 19건 일어나 18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올해부터 중대재해처벌법도 시행되고 있지만, 누군가는 여전히 가족이 일터에서 돌아오지 못하는 비극을 계속 겪고 있습니다.
  • “원·하청 책임 인정하지만 ‘집행유예’”…산재사고 유족 분통
    • 입력 2022-06-23 18:03:47
    취재K
경동건설 산재 사망사고 항소심 선고공판이 열린 뒤 유족과 시민사회단체가 개최한 기자회견(2022.06.23.)경동건설 산재 사망사고 항소심 선고공판이 열린 뒤 유족과 시민사회단체가 개최한 기자회견(2022.06.23.)

■ 경동건설 노동자 추락 산재 사망사고, 항소심도 ‘기각’

“대한민국에서 노동자가 ‘일하다 숨지는 건 합법’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마이크를 쥔 사회자의 목소리가 작게 떨렸습니다. 2022년 6월 23일, 1년 만에 열리는 산재 사망사고의 항소심. 비가 내렸지만, 시민 20여 명이 부산고등법원 앞을 찾았습니다. 2019년 10월, 아파트 신축 공사현장에서 떨어져 숨진 고 정순규 씨의 사망사고와 관련해 열린 항소심 선고를 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인 겁니다.

지난해 “사람마다 죽음의 무게가 다르냐”며 울음을 터뜨렸던 정 씨의 가족은 오늘도 고개를 들지 못했습니다. 선고가 떨어지기 무섭게 재판장에는 한숨이 터져 나왔고, 유족은 다시 고개를 떨궜습니다. 지난달 돌연 항소심 일정이 바뀐 터라 마음을 더 졸였던 만큼 좌절도 컸습니다. “이게 법이냐!”며 재판정에서는 잠시 소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처벌 촉구 팻말 옆에서 어른들을 바라보는 정 씨의 손녀들처벌 촉구 팻말 옆에서 어른들을 바라보는 정 씨의 손녀들

정 씨 생전 겨우 걷기 시작하던 손녀들도 이제 우비를 입고 함께 기자회견장을 찾았습니다. “왜 울어요?”라는 손녀의 물음에 어른들은 좀처럼 대답할 수가 없었습니다.

결과는 항소심 기각, 원심에서 원청과 하청 관계자들에게 내려진 집행유예와 벌금형이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연관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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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문서 위조 의혹, 항소심에 반영 안 돼”

항소심 재판부의 분위기는 1심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는 “현장의 사다리가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어 이를 설치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추락 위험성을 고지하도록 해야 했다”고 봤습니다. 또 “피고인들이 현장 상황을 인식하고서도 이를 방치했고,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는데요. 원·하청에 안전관리 책임이 있다고 봤지만, 원심의 판단이 합리적이라며, 결국 형량은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그렇다고 가족과 시민단체가 단순히 처벌 강화만을 주장한 건 아닙니다. 수사 과정에서 충분한 검토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함께 나왔는데요. 1심에서 원청인 경동건설이 숨진 정 씨가 현장의 안전관리 감독자라며 제출한 ‘관리감독자 지정서’도 유족의 필적감정의뢰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1심도 항소심에서도 이 부분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 올해 부산 중대재해사고 19건…18명 목숨 잃어

이제 유족에게 남은 건 상고를 요청하는 일뿐입니다. 검찰의 결단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데요. 하지만 그 이후에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그 결과가 납득할 수 있을지는 좀처럼 확신하기가 어렵습니다.

고 정순규 씨 부인은 나지막이 말했습니다.

“1심 선고가 있던 날도 비가 왔는데, 오늘 2심 선고 날에도 비가 오네요. 남편도 하늘에서 지켜 보는 게 마음이 아파 슬픈 것 같습니다.”

올해 부산에서는 중대재해사고가 19건 일어나 18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올해부터 중대재해처벌법도 시행되고 있지만, 누군가는 여전히 가족이 일터에서 돌아오지 못하는 비극을 계속 겪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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